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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우당탕탕 찬란하게, 박은빈

섭섭하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이준호가 몇 번이나 서운해했던 것처럼, 매주 같은 요일, 같은 시간마다 친구처럼 만나던 우영우를 진짜로 떠나보내려니 아쉬운 마음이 앞선다.

‘우영우 신드롬’이라는 말을 낳을 만큼, 시청자들의 전폭적인 관심과 애정을 받아온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열 여섯 번의 만남을 뒤로하고 막을 내렸다.

사랑스러운 차림, 맑고 해사한 얼굴로 브라운관 바깥의 인터뷰장에서 만난 배우 박은빈의 얼굴에서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마지막 화에서 보았던 개운한 웃음, 뿌듯한 미소를 찾아볼 수 있었다.


 

1. [RSK] 우영우 신드롬, 예상하셨나요?

 

우영우 신드롬이라고 이름 붙여주실 때만 해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긴 하지만 조금 얼떨떨한 심정이에요. 저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니까 들뜨지도, 그렇게 신나지도 않고 오히려 관찰자적 시점으로 관망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이 감정을 뭐라고 표현해야 될지 모르겠다는 게 솔직한 심정입니다. 대본을 봤을 때부터 ‘좋은 작품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배우로서는 참 해내기 어려운 역할이겠다’ 싶어서 많은 것이 두려웠는데요. 기대 이상으로 많은 사랑을 받게 되어서 참 다행인 것 같습니다.

 

 

2. [RSK] 처음엔 역할을 몇 번 거절하셨다는 이야기가 있더라고요. 출연을 결정하시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을 것 같아요.

 

사실 ‘고사를 여러 번 했다’고 이렇게 많이 부각되는 것도 배우 입장에서 ‘이게 괜찮은 걸까’ 싶은 생각이 들긴 하지만, 제가 잘나서 거절을 한 게 아니라, ‘진심으로 이 좋은 작품을 내가 과연 잘 해낼 수 있을까’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없었던 게 컸어요. 제가 영우 캐릭터를 처음 맞닥뜨렸을 때 이 역할을 어떻게 연기해야 할지, 어떤 소리와 어떤 행동을 해야 할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아서, 모르기 때문에 두려움을 가졌던 것 같아요. 그런데 작가님과 감독님께서 저를 생각해주셨고, 저를 믿어주시는 힘이 컸기 때문에 감사한 마음으로 참여하게 된 게 컸습니다. 믿음에 보답해드리고 싶은 배우로서의 마음과 한 번 더 도전해보고 싶은 모험 섞인 마음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3. [RSK] 매회 다양한 배우분들이 나오시고 또 새로운 이야기들로 꾸려졌잖아요. 보는 입장에서는 재미있게 봤는데, 다양한 인물들과 다양한 에피소드로 연기하실 때에는 어땠는지 궁금해요.

 

극이 에피소드 형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이렇게 매번 새로운 인물이 나오면 무엇으로 하여금 또 다음 회차를 보게 할 것인가가 또 저의 몫이었던 것 같기도 해요. 새로운 인물이 들어와서 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줄 수 있어서 더 좋은 반면에, 큰 줄기 내에서 함께 가야 한다는 과제에 있어서는 우영우라는 사람에게 귀 기울이게 하고 눈길을 주고 또 응원하고 싶게끔, 시청자분들을 제 편으로 만드는 작업이 필수적이라고 느꼈는데요.

연기를 할 때는 작품을 통해서 특별 출연해주신 수많은 훌륭한 선배님들을 이 기회에 만나 뵙게 되어서 개인적으로는 정말 좋았지만, 아무래도 영우가 반응하는 방식이 기존 메커니즘과는 완전히 반대 방향으로 리액션도 없고, 또 눈도 마주치지 않고... 저도 상대방의 반응을 보고 싶기도 했지만, 이렇게 연기하는 데 있어서 저와 함께 연기해주시는 분들도 이렇게 일방향적으로 소통하는 느낌이 아마 편하지 않으셨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서로 소통하는 데 있어서 기존에 연기했던 방식과 조금 많이 다르기는 했지만 익숙해지니까 금방 적응이 되더라고요. 처음에는 눈을 마주치지 않고 대사도 하면서 바디랭귀지까지 함께하는 게 되게 어려웠다면, 영우한테 적응하니까 나중에는 눈을 마주치지 않고 이야기하는 게 더 편해지더라고요. 와 주셨던 선배님들도 그런 영우와 함께 호흡하실 때 당혹스러우셨을 것 같아요. 그럼에도 다들 연기를 잘 해주셔서 너무 좋았습니다.




4. [RSK] 드라마 속 별명도 화제였죠? ‘우당탕탕’ ‘권모술수’ 같은. 영우는 ‘우당탕탕’이라는 별명을 안 좋아했는데, 은빈 님은 어땠나요?


저는 개인적으로 ‘우당탕탕 우영우’라는 별명을 좋아합니다. 왜냐하면 ‘우당탕탕’한다는 것은 현상을 유지하는 게 아니라, 뭔가 소란을 일으켜서라도 현 상황을 전복시키겠다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서 ‘우당탕탕’ 사는 것이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희 드라마에서도 다채로움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참 많은 각양각색의 인간 군상이 나오고, 어쩔 때는 우영우보다 이상한 사람들도 등장하고 그러잖아요? 그런 면에 있어서 영우만이 이상한 것이 아니고, 또 이상한 것이 아닌, 사람들이 정상이라고 하는 것은 무엇이며 또 그 반대되는 개념이라고는 하나, 비정상은 어떤 것으로부터 오는 것인지를 생각해 볼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던 것 같아요.

 

 

5. [RSK] 다양한 이야기와 함께하신 만큼, 최고로 꼽는 에피소드가 뭔지도 궁금해져요.

 

저는 3회차가 좋습니다. 왜냐하면 대본을 처음 봤을 때, 6부 정도까지를 안정권으로 보여주셨었는데, 영우가 피고인에게 도움이 되는 변호사가 아니라는 것을 자각하고 스스로 변호사 자리를 내려놓는 시점이 되게 저는 새로운 충격이었던 것 같아요. 나중에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좋은 변호사가 무엇인가’에 대한 물음과 답을 쫓다가, 그만두는 게 클라이맥스에 절정으로 오는 어려움이 아니라, 바로 초반에 스스로를 자각하고서 그렇게 원했던 변호사 자리를 내려놓는다는 것이 ‘영우가 되게 용감한 사람이구나’ 느껴지는 에피소드이기도 했고, 자신만의 철학이 뚜렷한 친구이기 때문에 ‘드라마에서 보여주지 않았던 세월 속에서도 잘 헤쳐 나갔겠구나’하는, 그런 추측을 할 수 있어서 저는 3화 에피소드가, 또 다른 자폐인 김정훈과 대조시키는 부분도 있고, 함께 엮여서 연대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마음에 많이 남는 회차였습니다.

 

 

6. [RSK] 대사량이 많은 것도 큰 화제가 됐죠? 기억에 남는 대사도 있을 것 같아요.

 

제가 사실 대사를 못 외우는 편은 아닌데 매일 같이 대사가 많았던 것 같아요. 그 대사를 외워서 시간을 갖고 차분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정도가 아니라, 정말 속사포로 내뱉어야 되는 경우가 많았고, 내뱉을 때 너무 어눌하면 전달이 안 되니까, 또 시청자분들을 위해서 정확한 정보 전달을 해드려야 되는데, 제가 영우처럼 천재적인 두뇌를 갖고 있진 않다 보니, 영우라면 그냥 머릿속에 있는 책의 한 페이지를 읽어주는 것일 테지만, 박은빈은 딱 떠올리는 순간 뒷줄이 끊겨있다든지 그랬던 적이 많아서 그 대사량에 익숙해지는 게 첫 번째였던 것 같아요.

어느 정도 외우다 보면, 외우는 것도 습관이라 잘 외워지는 경우도 있고, 그렇기 때문에 내성을 들이는 데 시간을 들였던 것 같고요. 약 7개월 동안은 매일매일 시험 보는 기분으로 살았던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제가 원래 외우던 방식대로 속으로 읊으면서 외웠다면, 법조문 내용은 어렵고 한 번에 이해할 수 없는, 그냥 들었을 땐 좀 이해가 어려운 내용들이 많아서 나중에는 고시공부한다고 생각하고 빈 A4용지에다가 글씨를 써서 제가 원하는 구절대로 통으로 읽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그게 미리 외울 수 없는 점이 항상 힘에 부쳤던 것 같아요. 왜냐하면 내일도 많고, 모레도 많고, 항상 많으니까요. 제가 더 신경 쓰이는 대사라고 해서 일주일 전에 외워 놓을 수 있는 게 아니라, 당장 이따가 다음 신(Scene)이 급하고 내일 촬영이 급하니까 항상 그때그때 많은 양을 외워야 했던 게 어려운 작업이었던 것 같습니다. 사실상 쉬는 날에도 마음에 짐이 가득했던 7개월이었던 것 같아요.

제가 좋아하는 대사는... 저는 16부 최종회를 가장 좋아하는데, 외뿔고래에 관한 내용이 사실상 이 드라마에서 우영우의 입을 통해 말하고 싶었던 메시지라는 생각이 들어요. 배우로서는 대본을 받아보는 순간, ‘이 이야기를 하기 위해 영우가 16부 동안 성장해야만 했구나’가 느껴졌고, 동시에 반대로 ‘영우가 이미 성장한 사람이었구나’도 느껴지는 장면이었거든요. 자기가 흰고래 무리에 속한 외뿔고래라는 것을 인정하고 있는 것, 그것이 아주 감동적이었지만 배우로서는 표현하기에 부담됐던 신이기도 합니다.

16회 같은 경우에는 태수미와의 감정 신뿐만 아니라, 또 마지막 법정 변론 신도 있었고, 한바다 회의실에서 설득해보겠다고 나서는 것도 저는 되게 의미가 있는 신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우영우한테 있어서 용기 내서 무엇인가를 해보겠다고 일어서는 것 자체가 영우가 걸어온 길이자 모습인 것 같아서 그런 영우의 모습을 인간 박은빈이 배우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7. [RSK] 캐릭터에 대한 고민이 많으셨던 것 같아서, 우영우를 만들어간 과정도 궁금해져요.

 

사실 현실성과 비현실성 문제는 당연히 이 캐릭터를 구축하는 데 있어서 같이 갖고 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을 했고요. 장애라는 증상을 구현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면, 개인적으로는 좀 방어적으로 연기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방어적으로 접근하면 오히려 인물이 가지고 있는 어떤 잠재력과 가능성을 간과하게 될까 봐 오히려 ‘이 캐릭터에 있어서만큼은, 우영우 세계관 안에서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도록 다채로운 접근을 해보자’가 배우로서의 마음가짐이었어요.

그래서 정도의 표현에 있어서 아무래도 참 그 점이 많이 어려웠던 것 같아요. 특히 이제 초반에는 ‘우영우는 이런 사람입니다’를 보여주기에 앞서서 ‘뭔가 이상하다’는 인상을 줘야 되면서, 또 이상하지 않게 또 일을 잘하는 모습을 보여드려야만 하고. 뒤로 갈수록 이제 점차 의뢰인들도 그렇고, 시청자들에게도 몇 회차에 걸쳐서 ‘우영우는 이런 사람입니다’를 소개해드려야 했기 때문에, 극 내에서는 더 이상 우영우를 이상하게 보지 않는 그런 시선을 어떻게 조율을 해야 될까가 굉장히 어려운 과제였었던 것 같아요. 이상하면서도 이상하지 않은 부분들을 어느 정도로 표현해낼 것인가가 심사숙고한 부분이었습니다.

 

 

8. [RSK] 방송이 끝난 지금은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의 해답을 찾으셨나요?

 

제가 찾은 답은 영우를 연기한다고 생각하기보다는, 영우의 진심을 파악해서 영우의 진심을 전달하면 '적어도 영우라는 사람은 그렇다는 것이니까 실제 자폐인 분들이나 관계자분들, 가족분들께 양해를 구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진정성에서만큼은 결코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다는 자신감으로 심사숙고하면서 가볍지 않게 접근했었습니다.

 

 

9. [RSK] 어려움도 고민도 많았던 캐릭터, 우영우에 대한 만족도는요?

 

사실 제가 연기에 대해 다 아는 것도 아니고, 또 연기에 대한 진리를 추구하고자 하는 연기자는 아니지만, 연기할 땐 항상 정답이 없다고 느껴져요. 그래도 정답지에 가까운 것은 시청자분들의 반응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아무래도 제가 어려워하고 또 신중을 기했던 만큼, ‘영우의 정답은 무엇일까’ 생각해보면 사실 잘 모르겠어요. 왜냐하면 너무나 많은 분들이 봐주신 만큼 다양한 의견이 따라오는 것은 당연하고 필연적인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어떤 것이 정답이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지금 저희가 종영한 시점에서 보여드린 이 대답이 가장 최선이 정답이었기를 바랄 뿐이에요.

내가 표현한 우영우의 만족도는… 정말 혼신의 힘을 다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래서 사실 종영 소감을 전하면서도 오랜만에 눈물을 쏟았었는데요. 정말 행복했었지만, 너무 좋은 분들을 만나 함께 힘을 합쳐서 협업해서 좋은 작품을 만들어간다는 것이 늘 성취감을 주는 좋은 작업이지만, 사실 개인적으로 부담이 가장 컸던 작업이기도 했던 것 같아요. 내부적으로 피로도 많이 쌓였었고, 그래서 ‘끝까지 잘 해내자’를 정말 악전고투했던 것 같아요. 여러모로 혼신의 힘을 다했기 때문에 다시 돌아간다면 안 하고 싶을 정도로… 그래서 만족도와 비례하진 않을지라도 최선을 다한 만큼, 불만족스럽게 여기고 싶지 않습니다. 열심히 했습니다.

 

 

10. [RSK] 주제를 조금 바꿔볼게요. 데뷔 27주년 만에 첫 팬미팅 소식을 전하셨는데, 어떻게 준비하고 계시나요? 

 

굉장히 오래전부터, 최소 6년 전부터 하고 싶어 했던 것 같은데요. 여러 사정으로 인해 이제서야 휴식기간에 맞춰 팬미팅을 할 수 있게 돼서 정말 기쁩니다. 그래서 많은 분들을 모시고 싶었지만 여건상 뵐 수 있는 분들만 만나야 할 것 같은데, 정말 열심히 준비하고 있어요. 제가 하고 싶었던 게 많았거든요. 모든 것을 녹일 수는 없을지라도 제가 팬분들께 궁금했던 점이라든지, 함께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서 그동안의 사랑에 감사드리는 시간을 갖고자 합니다.

 

 

11. [RSK] 이번 기회로 글로벌한 인기를 얻었어요. 해외 진출 가능성을 열어두고 계신지도 듣고 싶어요.

 

저는 한국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거창한 꿈이 없습니다.(웃음) 언어 공부는 아무래도 ‘소통을 위해서라도 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은 들지만요. 드라마로 세계에서 주목을 해주시는 것은 참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12. [RSK] 드디어 마지막 질문이에요. 향후 계획을 알려주세요.

 

아직 차기작은 못 찾았습니다. 제가 촬영을 마치고 아직까지 휴식다운 휴식을 취해본 적이 없어서 차기작 검토 자체를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에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다음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드릴까’는 사실 <우영우>가 잘 됐다고 해도 큰 고민이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항상 제가 바라는 어떤 조그마한 목표들이 있기 때문에 그렇게 거창하진 않을 것 같아요. 다음에도 역시나, 제 마음을 두드리는 작품을 찾아서 어떤 모습을 보여드릴지 좀 더 고심한 다음에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Photographs by 나무엑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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