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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에이미・나나영롱킴・심형준 “는 사랑은 사랑일 뿐이라고 이야기하는 영화예요”

인플루언서 에이미, 드랙퀸 나나영롱킴, 영화감독 심형준. 언뜻 보면 접점이 없을 것만 같은 세 사람이 뜻을 모아 한자리에 모였다. 

에이미의 머릿속에서 싹을 틔운 아이디어를 심형준 감독이 이어받았고, 감독의 손을 거치며 이야기에 차츰 윤곽이 잡히기 시작했다. 여기에 에이미부터 나나영롱킴까지 시나리오에 꼭 맞는 인물들이 합세한 결과, 마침내 완성된 짤막하지만 굵직한 한 편의 영화. 그렇게 모두의 힘을 모아 완성한 이야기에는 사랑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1. [RSK] <LOVE IS LOVE>로 함께한 세 분과 함께합니다. 처음 만나는 독자분들을 위해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에이미: 안녕하세요, <LOVE IS LOVE>에서 연주 역할을 맡은 크리에이터 에이미입니다. 먹방, 뷰티케어, 스킨케어 등 영상을 통해서 구독자분들과 소통하고 있습니다!

 

나나영롱킴: 안녕하세요, 나나영롱킴입니다. 저는 제가 대표작입니다. 나나영롱킴, 다섯 글자.

 

심형준: 안녕하세요, 심형준 감독입니다. 이번에 <LOVE IS LOVE>를 연출했고요. 푸바오 다큐멘터리 <안녕, 할부지>, 그리고 지난해 전주영화제에서 공개된 환경 영화 <클리어>를 연출했습니다.

 

 

2. [RSK] <LOVE IS LOVE>는 에이미의 아이디어로 시작한 영화라고요. 

 

에이미: 제가 정말 오랜 시간 동안 구상했었던 아이디어예요. 저 또한 어렸을 때부터 ‘나라는 사람은, 나는 누구인가’ 하며 정체성에 관해서 많은 생각을 했었고 힘들 때가 있었거든요. 지금도 분명 이러한 생각들로 힘드신 분들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누구나 다 이렇다, 사랑이란 사랑일 뿐이고 인간이란 인간일 뿐이어서 너무 나 자신을 자책하고 채찍질할 필요 없다, 그저 너 자신대로 살아가라. 그러면 언젠간 너도 너 자신을 사랑하게 될 거고 온전히 너라는 사람이 되면 다른 이들도 너를 너로서 사랑하게 될 거다’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어요.

 

 

3. [RSK] 그렇게 에이미가 구상한 아이디어를 장면과 대사로 옮기는 작업은 어땠는지도 궁금해요. 

 

심형준: 누군가의 상상을 시나리오로 옮기는 작업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에이미와는 워낙 결이 잘 맞아 작업이 수월했습니다. 

 

특히 20대 여성의 고민과 감정을 더 깊이 살리고 싶어, 에이미와 동갑인 지아 역 배우 양아름 씨와 함께 시나리오를 다듬고 발전시켰습니다. 아름 씨와는 곧 공개될 숏드라마 <하얀 천사에게 날개는 없다>에서 함께 작업한 경험이 있습니다.

 

 

4. [RSK] 영화에 연기자로서 참여해 달란 얘길 들었을 땐 어떤 기분이었어요?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의 감상은 어땠는지도 묻고 싶어요. 

 

나나영롱킴: 에이미와 함께하면 뭐든 즐거울 것 같아서 섭외가 들어왔을 때 무조건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시나리오를 읽어 보니 이야기에 공감할 청춘들이 많을 거란 생각이 들었어요. 이 영화를 보고 조금이나마 해소될 수 있는 부분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제일 많이 했습니다. 

 

 

5. [RSK] 그렇게 완성된 <LOVE IS LOVE>는 어떤 영화인가요? 창작자와 연기자들의 언어로 직접 듣고 싶어요. 

 

심형준: <LOVE IS LOVE>는 이태원을 배경으로 한 인물의 감정 상태를 조용히 따라가는 영화입니다. 뚜렷한 사건이나 이야기 전개를 앞세우기보다는 인물이 사람들과 어떤 거리를 두고 살아가는지, 그리고 그 거리감이 어떻게 드러나는지를 지켜보는 데 집중했습니다. 여기에 트렌디한 음악과 인물들의 결이 더해지면서, 보고 듣는 감각이 자연스럽게 쌓이기를 바랐습니다.

 

에이미: <LOVE IS LOVE>는 그냥 말 그대로 사랑은 사랑일 뿐이라고 이야기하는 영화예요. 요즘은 오히려 ‘레이블’이나 ‘그루핑’에 더 맞춰진 시대 같아요. 책을 좋아하면 어렵고 이해하기 힘들어도 멋진 책들을 읽어야 할 것 같은 압박감, 깊은 지식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 

 

저는 책을 좋아해요, 엄청요. 하지만 읽고 싶은 책만 읽어요. 마음에 드는 것들로만. 그리고 안 읽고 싶을 땐 안 읽어요, 몇 년 동안. 그러다 마음에 드는 걸 발견하면 유치한 책이든 아니든 즐겨 읽어요. 그렇다고 해서 제가 책을 안 좋아하는 게 아니잖아요? 

 

저는 사랑도 삶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그냥 물 흐르는 대로 사랑하고 살면 돼요. 하지만 이렇게 생각하는 게 가장 어렵죠. 알아요. 그래서 저 또한 항상 저와의 싸움을 해요. 

 

음…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해 볼게요. 사람의 삶과 사랑의 형태는 다양하게 존재해요. ‘어느 하나가 맞다’라는 건 없어요. 그리고 나 자신을 남들이 정해준 틀에 맞출 필요도 없죠. 

 

극 중 연주는 우리를 표현해요. 내가 사회에 맞춰야 할 것 같고, 나만 이상한 것 같고… 지아에 대한 마음도 크지만, 또 나나에 대한 마음도 있고… 헷갈리고, 나 자신만 이상한 것 같고. 

 

하지만 여러분, 사랑은 사랑이고 인간은 인간일 뿐이에요. 내 마음도 나 자신도 다양한 모습이 있고 그런 다른 모습들을 인정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면 돼요.

 

나나영롱킴: <LOVE IS LOVE>라는 말 그대로입니다. 사랑은 그냥 사랑입니다. 사실 '사랑은 그냥 사랑이다'라는 명제가 현대 사회에서 가장 실천하기 어려운 철학이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사랑은 근본적으로 '' 잃어버리는 경험이거든요.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면 내 기분, 내 일정, 내 미래의 계획이 상대방이라는 변수에 의해 흔들리게 되죠. 이 '통제할 수 없는 상태' 자체를 현대인들은 일종의 위협으로 느끼는 것 같습니다. 사실 자기 자신을 놓지 않으면서 사랑하는 게 가장 어려운 것 같아요. 그게 잘되지 않죠, 사랑 앞에선.

 

그 모든 것을 경험하고 다시 사람을 마주하는 사람과 그런 감정을 처음 경험하는 사람의 마음은 크게 차이가 난다고 생각합니다. 뭐든 처음은 서툴고 어려운 법이니까요. 그런 부분에 있어서 연주는 자기 자신을 잃지 않으려고 부단히 노력하면서 한편으로는 그 감정으로 인해 머릿속과 마음속이 복잡해서 미칠 지경일 거예요. 

 

그런 연주가 꼭 나를 잃지 않으면서 미친 듯이 불타는 사랑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길. 이 세상 모든 연주에게 이 영화를 보냅니다.

 

 

6. [RSK] 이틀 동안 함께 촬영하며 생긴 재밌는 비하인드 스토리도 있을 것 같아요.

 

에이미: 마지막 장면 찍을 때 너무너무 추웠어요. 영하의 기온이었는데 저랑 나나는 힐에다가 짧고 얇은 원피스 차림이어서 정말 죽는 줄 알았어요. 마지막 신에서 감정에 충실하고 눈물 연기를 해야 하는데 너무 추워서 벌벌 떠느라 충분히 못 했던 게 아쉬워요. 지금도 그 장면만 보면 추워요.(웃음)

 

컷! 하면 스태프분들이 바로 뛰어와서 핫팻으로 감싸주시고… 그 날씨에 고생하신 스태프분들과 감독님, 죄송하고 너무 감사해요. 나나 씨는 이 신 찍고 2주 동안 독감 앓았대요.

 

나나영롱킴: 모든 게 다 즐겁고 재밌었어요, 사실. 현장 분위기도 너무너무 좋았고요. 특히 제가 오래도록 몸담고 일했던 30년 전통의 이태원 최고 드랙퀸 클럽 ‘TRANCE’에서 촬영했기 때문에 익숙한 공간이라 더 편하게 촬영에 임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아무래도 야외에서의 마지막 촬영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날은 체감 영하 14도에 육박하는 강추위의 겨울날이었어요. 오픈토힐에 드레스 차림으로 이태원을 질주하는 장면이었는데 결국 발가락이 동상에 걸려서 제대로 걷지 못하게 되는 해프닝이 생겼습니다. 

 

에이미도 의상이 짧아서 같이 부둥켜안으면서 찍었어요. 엘리베이터 안에서 추위를 피하고 안팎을 오가며 촬영했던 기억이 나네요. 감독님을 미워할까도 생각했지만 어떻게 그래요, 너무 귀여우신데.

 

심형준: 마지막 촬영이 육교 위에서 찍은 엔딩 장면이었는데 그날 유독 날씨가 추웠던 기억이 납니다. 배우와 스태프 모두 쉽지 않은 환경이었지만 오히려 그 차가운 공기와 긴장이 장면의 분위기와 잘 맞아떨어졌던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그날 온도까지도 영화 안에 함께 남아 있는 느낌이라 더 기억에 남는 촬영이었습니다. 그리고 현장에서 처음 만난 또 다른 드랙퀸, 캼(KYAM)의 연기도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모든 대사와 설정은 저와 현장에서 만들었음에도 매우 자연스럽게 캐릭터를 살려주셨습니다. 

 

 

7. [RSK] 가족이나 친구 등 가까운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어땠는지도 궁금해지는데요. 

 

나나영롱킴: 사실 그 누구에게도 영화를 찍었다는 이야길 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늘 서프라이즈 퀸이니까요. 

 

에이미: 저희 동생이랑 엄마는 저랑 같이 영화를 스무 번 넘게 보면서 장면 하나하나 해석해 보고 분석했어요! ‘이 장면은 이런 느낌이 나는데 관객분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여기 연기가 조금 어색하지 않아?’, ‘오, 여기는 잘 표현했다!’ 하면서요. 

 

심형준: 가족이나 주변 분들은 영화가 가진 결을 조용히 따라가 주셨던 것 같아요. 큰 사건이 있는 작품은 아니다 보니 각자 느끼는 지점이 조금씩 달랐고요. 어떤 분들은 인물들의 거리감이나 정서를 인상 깊게 보셨고, 또 어떤 분들은 음악이나 분위기를 집중해서 봐주셨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그런 서로 다른 반응들이 이 영화가 의도한 방식에 가깝다고 느꼈습니다.

 

 

8. [RSK] 지금, 이 순간에 닿기까지 힘들었던 순간도 많았겠죠? 그럼에도 계속해서 움직이는 힘은 어디에서 나온다고 생각해요?

 

에이미: ‘나는 할 수 있다! 지금은 슬럼프여도 나는 언젠간 내 목표를 찍을 거다. 난 이미 알아!’라고 자기암시를 해요. 상상하면 그게 사슬이 된다고 하잖아요? 그걸 굳게 믿어요.

 

심형준: 저를 계속 움직이게 하는 건 결국 창작의 재미인 것 같습니다. 어떤 이야기를 떠올리고 그것을 이미지와 장면으로 만들어가는 과정 자체가 저에게는 가장 큰 동력입니다. 특히 영화를 찍는 순간에는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되는데, 그 감각 때문에 계속 이 일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나나영롱킴: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무대에 오르며 도전하는 맛에 드랙퀸이라는 일을 20년이 넘게 하고 있습니다. 초반 십몇 년은 한국 정서에 맞지 않는 데다가 한국 사회가 받아들이지 못해서 악플도 혐오도 많이 받아왔지만, 시대가 확실히 변하고 있음을 느낍니다. 

 

상대방에 대한 이해와 포용력이 넓어지고 다양성이 존중받게 되며 드랙퀸에 대한 시선이 변했어요. 한국에서도 몇 년 전부터 드랙 붐이 불기 시작하면서 이제는 파티나 매체에서도 드랙퀸과 LGBTQ+에 속하는 사람들이 많이 노출되고 있습니다.

 

이해를 바라지 않습니다. 동정을 바라지도 않습니다. 그냥 편안한 시선으로 ‘아, 저렇게 사는 사람도 있구나’ 하는 정도로만 바라봐주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나와 다르다고 해서 나쁘거나 틀린 건 결코 아니니까요.

 

 

9. [RSK] 만약 시간을 되돌려 힘들었던 지난날의 나 자신에게 메시지를 남길 수 있다면 어떤 말을 남길 거예요? 

 

에이미: “너무 걱정하지 마! 너한테는 앞으로 믿기 어려울 만큼 행복한 일들이 엄청나게 벌어질 거야! 너 자신을 믿고 행복하게 살아, 하루하루를!”

 

나나영롱킴: “잘 견뎌라. 견디는 거 잘해서 여기까지 왔으니.” 당시의 저에게도 그냥 견디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아, “운동 더 빨리 시작해라. 체력 키우게.” 이것도!

 

심형준: ”조금 더 자신을 믿고, 과정에서 느끼는 순간들을 놓치지 말라“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결과에 흔들리기보다는 그때의 감각과 호기심, 그리고 만들어가는 과정 자체를 소중히 여기라고요. 지금 돌아보면 그 마음만 지켰어도 충분히 좋았을 순간들이 많았습니다.

 

 

10. [RSK] 앞으로는 어떤 계획을 세우고 있어요? 올해 꼭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말해본다면요? 

 

에이미: 제가 사회에게 던지고자 하는 질문과 주제가 아직 많이 남아 있어요! 이러한 주제를 <LOVE IS LOVE> 같은 독립 영화로 더 다루어 보고 싶어요.

 

나나영롱킴: 아무것도 없습니다. 어느 인터뷰에서나 같은 말을 계속 반복해 오고 있는데, 저는 목표를 정해두고 달리는 사람이 아닙니다. 그때그때 컨디션과 기준치에 맞게 제가 소화할 수 있는 재미난 일들을 꾸려나가고 있습니다.

 

뭘 할지, 뭐가 될지, 어떻게 나올지 알 수 있는 건 없습니다. 그때그때 생각나는 대로 나나영롱킴을 풀어가고 있으니 늘 주시해주세요.

 

심형준: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 초까지 고군분투했던 <하얀 천사에게 날개는 없다>라는 숏드라마가 5월에 성공적으로 공개되는 것입니다. 새로운 웹드라마 촬영도 앞두고 있어, 모든 프로젝트가 순조롭게 진행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만드는 작품들이 한 해 동안 관객들에게 좋은 경험으로 닿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11. [RSK] <LOVE IS LOVE>는 내게 무엇을 남겼나요?

 

나나영롱킴: LOVE, 그것뿐.

 

에이미: 오랫동안 꿈꾸어 왔던 저의 영화가 드디어 저의 머릿속에서 나와 세상 밖으로 나왔어요! 이것만으로도 저에게는 두 번째 꿈을 이룬 셈이에요.

 

심형준: <LOVE IS LOVE>는 제게 사람과 공간, 그리고 감정의 결을 바라보는 눈을 남겼습니다. 짧은 시간 안에 인물의 내면과 미묘한 감정의 흐름을 포착하는 경험을 하면서, 이야기의 크기나 사건의 유무와 관계없이 순수하게 감각과 순간을 담는 즐거움이 얼마나 큰지 다시 느꼈습니다. 이 영화의 작업이 끝난 후에도 그 여운은 제 작업 방식과 시선 속에 오래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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