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혹한 동화의 서사 위를 밴드의 선율이 유려하게 달린다. 대개의 동화는 행복한 이야기로 막을 내리지만, 폼파돌스가 노래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달콤한 환상에 머무르길 거부한다. 이미 닫힌 결말의 동화 속 이야기는 다시금 되살아나고 새 숨을 부여받는다. 강렬하고 우아한 밴드의 하모니 위에서. 이 모순적인 듯한 조화로움은 폼파돌스가 지닌 고유의 문법이다.
그렇게 완성된 이야기는 결코 아름답지만은 않다. 자신조차 외면하고 싶은 뒤틀린 내면, 숨 막힐 듯 고독한 마음이 이야기의 재료가 되는 까닭에. 하지만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폼파돌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고개를 끄덕이는지도 모른다.
<롤링스톤 코리아>는 무대 바깥의 폼파돌스를 만나 이야기를 주고받는 시간을 가졌고, 그렇게 들은 이야기를 이 페이지에 전한다. 이 약동하는 밴드가 걸어온 길, 지키고자 하는 것, 나아가고자 하는 곳은.
1. [RSK] 폼파돌스를 처음 마주하는 독자들을 위해, 각자 3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아오키 렌타로: 아오키 렌타로라고 합니다. ‘멋진 기타’를 연주하는 ‘폼파돌스의 리더’로, 조금 부끄럽지만 일본 팬들 사이에서는 ‘흑막’이라고 불리고 있습니다. 한국 여러분,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이가라시 고쥬: 폼파돌스의 기타 보컬, 이가라시 고쥬입니다! 고쥬는 숫자 50이라는 의미인데, 일본어 50음을 사용해 시를 쓰기 때문에 고쥬예요. 한국에서는 오십 선생님이라고 불리는 것 같습니다.(웃음) ‘작사・작곡’, 재킷 사진과 굿즈의 ‘디자인’을 담당하고 있는 ‘폼파돌스의 코어’입니다!

2. [RSK]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어요? 한국에서의 사흘은 어떻게 흘러갔는지 궁금해요.
이가라시 고쥬: 최근엔 2026년 봄 폼파돌스 단독 투어, <SOUND OF ROCK>을 위한 굿즈 제작에 쫓기고 있어요. 아주 귀여운 굿즈가 많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이번 투어에는 한국 공연도 있어서 한국 여러분을 만날 날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또, 일본에 여행 오실 때는 폼파돌스의 라이브에도 꼭 놀러 와 주세요.
한국에서는 3일 동안 일하면서 먹고 싶은 것을 많이 먹었습니다. 두바이 쫀득 쿠키를 꼭 먹고 싶었는데 무사히 먹을 수 있었어요. 멋진 카페에서 판매하고 있어서 구매할 때 잔뜩 긴장했는데, 점원분이 친절하게 대해 주신 덕에 혼자서 살 수 있어서 기뻤습니다. 정말 맛있었어요!
아오키 렌타로: 최근 폼파돌스는 계속해서 곡을 만들고 있습니다. 한국에 계신 여러분께서도 들어주시면 기쁠 것 같아요. 조만간 발매할 예정이니, 기회가 된다면 폼파돌스의 SNS를 확인해 주시길 바랍니다.
한국에서의 3일간은 정말 즐거웠어요. 첫날은 도착하자마자 길거리 라이브를 했는데, 많은 분이 모여 주셔서 몹시 기뻤습니다. 그 후 개인적으로 닭갈비를 먹으러 갔는데, 일본에서 유행하는 치즈 닭갈비와는 달리 신선해서 매우 맛있었습니다.
둘째 날은 <롤링스톤 코리아> 촬영이었어요. 평소와는 색다른 의상을 착용해서 기분이 업됐고, 폼파돌스를 멋지게 촬영해 주셔서 기뻤습니다. 그후, 계속 먹어보고 싶었던 간장게장을 먹었어요. 잊을 수 없을 정도로 맛있어서 그 가게에 꼭 다시 가고 싶습니다.
마지막 날은 휴무여서 안국에서 관광하고, 명동에서 쇼핑했습니다. 세 번째 한국 방문이 돼서야 겨우 관광과 쇼핑을 할 수 있어서 기뻤어요. 지금까지는 한국에 와서도 계속 일만 해왔었거든요.

3. [RSK] 한국에선 어떤 점을 좋아해요?
이가라시 고쥬: 인정 넘치는 사람이 많은 점을 정말 좋아해요. 한국에 와서 사람들과 교류하다 보면,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것에 관한 희망을 품게 되곤 하거든요. 또, 한국의 아트워크나 문학 같은 예술도 아주 좋아하고요! 사실, 한국 분이 쓴 소설에서 영감받아 작곡한 곡도 있답니다. <휴먼 에러(ヒューマンエラー)>라는 곡이에요. 꼭 들어주시면 좋겠어요.
아오키 렌타로: 한국 사람들은 일로 만나는 분들도, 응원해 주시는 팬분들도 정말 친절하고 열정적이라고 생각해요. 폼파돌스에 관해서도 열심히 숙지해 주시는 것 같고요. 그런 점을 진심으로 존경하고, 본받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한국에 올 때마다 한국 사람들을 더 좋아하게 돼요.
그리고 매운 한국 음식을 정말 좋아하게 돼서 일본에 돌아온 후에도 한국 요리를 자주 먹고 있어요. 다시 한국에 가서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다니 벌써 기대됩니다.

4. [RSK] 올해엔 한국에 총 4번 방문할 예정이라고 들었어요. 2월과 5월, 그리고 남은 두 번은 언제인가요?
아오키 렌타로: 안타깝게도 아직 말씀드릴 수 없어요. 하지만 분명히 한국 모두가 기뻐할 만한 소식을 전할 수 있을 거라고 믿고 있습니다!
이가라시 고쥬: 남은 두 번의 일정을 여러분께 빨리 말씀드리고 싶어요! 앞으로도 많이 만나러 갈게요.

5. [RSK] 한국에서의 단독 콘서트도 많은 팬들이 기대하고 있어요. 어떤 공연인지 직접 소개해 줄 수 있어요?
아오키 렌타로: 한국에서 진행하는 폼파돌스로서의 두 번째 단독 라이브입니다. 지금까지 여러 활동을 하며 첫 공연 때보다 실력이 확실히 늘었어요. 지난 원맨 라이브 때도 라이브 하우스에 오신 분들이 열광해 주셨지만, 그때를 훨씬 뛰어넘는 라이브로 만들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실 준비는 이미 시작됐어요. 모두에게 저희 연주를 들려드릴 수 있다니 정말 기대됩니다.
이가라시 고쥬: 폼파돌스가 명실상부한 록 밴드로 나아가는 첫걸음이 되는 공연이에요. 제가 좋아하는 록 밴드들은 모두 세계에서 통하는 밴드들이었어요. 록 밴드란 언어뿐만 아니라 소리, 인품, 패션 등 모든 요소로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고 충동을 일으켜야 한다고 생각해요. 세계로 나아가는 첫걸음을 한국의 여러분과 함께 할 수 있어서 너무 기쁩니다!

6. [RSK] 4월 중에 신곡도 발표할 예정이라고 들었어요. 신곡은 어떤 곡이에요?
아오키 렌타로: 폼파돌스가 처음으로 애니메이션 엔딩을 담당하게 된 곡입니다. 평소의 폼파돌스와 비슷한 점도 있고, 새롭게 도전한 부분도 있어요. 그리고, '연애'에 관한 노래는 폼파돌스 곡에서도 드물어서 일본에서도 한국에서도 어떻게 들어줄지 정말 기대돼요.
이가라시 고쥬: 엔딩곡으로 채용된 애니메이션이 고등학생의 이야기여서 제가 학생이었을 때 느꼈던 전능감과 알 수 없는 약간의 불안을 곡에 담았습니다. 곡을 만들 때 바닷가에서 놀고 있는 고등학생들을 바라보고 당시 제 안에 있던 감각을 떠올리면서 만들었어요.
학생 때는 친구들 사이에서만 통하는 말이나 몸짓 같은 게 많잖아요. 우리끼리 이것저것 정하고 그걸 믿고 있으면, 그게 그 세계에선 흔들리지 않는 진실이 되고요. 이런 것들이 외부 세계에서는 통하지 않는 덧없는 것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아름답죠. 그런 아름다운 이야기를 곡에 담았습니다.

7. [RSK] 4월에 발매할 신곡의 가사 중 가장 마음에 드는 문장을 하나만 꼽는다면요?
이가라시 고쥬: ‘원으로 둘러싸면 그곳이 세계가 된다’라는 구절이요! 이 가사는 실제로 해변에서 노는 고등학생들이 원을 이루며 제가 모르는 단어를 사용해 대화하는 모습을 보고 쓴 가사예요. 실제로 제가 본 광경을 가사로 만들었기 때문에 이 곡에서 가장 신선한 부분이 아닐지 생각해요.
아오키 렌타로: ‘그 아이와의 관계에도 이름을 붙여도 좋다’라는 가사요. 애니메이션의 주제가 고등학생의 연애인데, 10대 때는 여러 가지로 고민이 많은 시기잖아요. 누구와의 관계를 어떻게 부를지, 그리고 그렇게 부르게 되면 그 이름처럼 행동해야만 하는 게 아닐까 하는, 무엇을 하든 속박을 느끼는 순간이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런 속박을 만들어내는 건 의외로 자신 자신인 경우도 있죠. 그런 자기모순까지 모두 10대라거나 사춘기라는 단어로 치부해 끝내버릴 수도 있지만, 적어도 이 두 사람 사이만큼은 속박이나 구속에서 해방된 느낌이고 그런 곡이 완성됐다고 생각해요. 그걸 가장 잘 나타내는 게 마지막에 나오는 이 가사인 것 같고요.

8. [RSK] 지금까지의 곡들을 돌아볼 때, 특별히 애착이 가는 곡은 뭐예요?
이가라시 고쥬: 저는 <해의 동쪽, 달의 서쪽(日の東、月の西)>이요. 처음 세상에 내놓은 제 곡이거든요. 이 곡은 뮤직비디오와 함께 유튜브에 올렸었는데, 처음 해보는 경험이라 촬영부터 시작해서 타이틀 로고, 유튜브 설명란까지 제작하는 내내 불안하고 두근거렸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멤버들과 힘을 합쳐 세상에 내놓은 소중한 곡입니다.
아오키 렌타로: 어려운 질문이지만… 굳이 한 곡으로 좁힌다면, <스포트라이트 정키(Spotlight Junkie)>인 것 같습니다. 첫 기타 프레이즈는 지금도 떠올린 순간을 기억하고 있고, 이 곡보다 더 멋진 시작이 이 세상에 존재할까? 하고 진심으로 생각해요.
그리고 사실 폼파돌스가 일본에서 화제가 되기 전에, 한국에서 <스포트라이트 정키(Spotlight Junkie)>가 많이 조회됐던 적이 있어서 그런 의미에서도 애착이 가는 곡이에요.

9. [RSK] 음악하겠다고 처음 결심한 건 언제였는지도 기억해요?
이가라시 고쥬: 고등학교 1학년 때! 인기를 얻고 싶어서 경음악부에 입부했습니다. 지금과 다름없이 기타와 보컬을, 그리고 부장을 맡고 있었습니다. 밴드맨은 인기가 없다는 걸 그때 알게 됐어요.
아오키 렌타로: 기타를 처음 잡은 건 중학교 2학년 때니까 14살쯤이었을 거예요. 생일에 어쿠스틱 기타를 선물 받았어요. 동네 악기점에서 가장 싼 모델로요.
집안이 체육계라 음악과 관련된 사람이 없어서 전부 독학으로 익혔고, 지금도 이론보다는 감으로 연주하는 경우가 많아요.

10. [RSK] 앞으로도 지켜나가고 싶은 음악적 신념은 뭐예요?
이가라시 고쥬: 촌스러운 건 하지 않을 거예요. 이 세상에서 가장 자유로워지기 위해 음악을 할 거고요.
아오키 렌타로: 어쨌든 '록'이라는 음악이 멋지다는 사실을 계속 전하고 싶습니다. 제게 당시의 범프 오브 치킨(BUMP OF CHICKEN)이나 후지패브릭이 그랬던 것처럼, 듣는 이에게 충격을 주는 음악이야말로 '록'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언제나 누군가에게 충격을 줄 수 있는, 록 밴드로 남고 싶습니다.

11. [RSK] 가까운 사이이기 때문에 오히려 평소에는 서로에게 전하고 싶었지만 말하지 못한 말도 있을 것 같아요.
아오키 렌타로: 밴드 멤버들에게? 그러게… 지금 멤버 두 사람을 무척 의지하고 있어. 뭐, 잘하는 분야는 저마다 다르지만 말이야. 둘이 있었기에 폼파돌스가 말도 안 되는 속도감으로 밴드 활동을 해나갈 수 있었다고 봐. 두 사람한테 뒤처지지 않도록, 나도 앞으로 계속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어.
이가라시 고쥬: 음… 왠지 다들 잘 안 믿어주는 것 같지만, 난 두 사람을 존경하고 있어. 둘 다 밴드 업무의 역할뿐만 아니라, 인격적으로도 나에게 없는 면들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 우리 서로 할 수 있는 일은 전력을 다하고, 못 하는 건 의지하며 나아가자. 그러기 위해 만든 밴드니까. 앞으로도 계속 함께 밴드를 할 수 있다면 좋겠네. 이렇게 생각하고 있어.
폼파돌스의 인터뷰 전문은 추후 발간될 롤링스톤 코리아 17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PHOTOGRAPHS BY KWON YOUNG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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