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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케이팝 데몬 헌터스> 아덴 조 “루미는 마치 저의 연장선 같았어요”

“루미는 마치 저의 연장선 같았어요.”

루미의 인생과 거울처럼 맞닿은 삶을 살아온 아덴 조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

 

 

1. [RSK]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공개된 날 이후, 많은 것들이 변했을 것 같아요. 아덴 조에게는 어떤 변화들이 일었나요?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단연 관객층이에요. <틴 울프> 땐 10대 팬이 많았고, <파트너 트랙> 땐 주로 젊은 성인 팬이 많았는데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통해선 아주 어린 팬이 갑자기 늘었어요. 제겐 완전히 새로운 경험이에요. 동료들이 자신의 자녀에게 영상 메시지를 찍어달라고 부탁하기도 하고, 심지어 아이들을 데리고 와서 저를 만나게 하고 사인을 받기도 해요. 정말 귀엽죠!

아이들이 제가 누군지 안다는 건 정말 즐겁고 초현실적인 일이에요. 일곱 살짜리 아이들이 달려와 절 안아준 건 처음인데, 너무 사랑스러웠어요. 이렇게 많은 아이들이 나를 알아보다니!

여러분의 사랑과 응원 덕에 정말 뿌듯해요. 이렇게 많은 언론 보도를 접한 건 처음인데, 모두 함께 축하할 수 있어서 정말 특별하게 느껴지고요. 바로 그 점이 이 순간을 특별하게 만드는 요소라고 생각해요. 단순히 영화의 성공만이 아니라, 전 세계 모든 연령대의 팬들과 영화의 기쁨과 진심을 나눈다는 점에서요.

 

 

2. [RSK] 루미가 되기까지는 어떤 과정을 거쳤어요?

 

사실 저는 셀린 역으로 오디션을 봤는데, 루미 역으로 콜백을 받았어요. 꽤 긴 과정의 오디션이었고, 크고 감정적인 장면을 많이 소화해야 했죠. 그런데 재밌는 건, 그 강렬한 장면들이 제게는 아주 자연스럽게 다가왔다는 거예요. 마치 제가 이미 루미를 이해하고 있는 것처럼, 그냥 딱 맞는 느낌이었어요.

저희 감독인 매기와 크리스는 루미를 형성하는 과정에서 저와 긴밀한 대화를 주고받았어요. 두 분은 루미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목소리를 낼지에 대한 명확한 비전을 가지고 계셨고, 다함께 루미의 캐릭터를 살리는 동시에 가장 훌륭하고 진정성 있는 모습으로 보이도록 노력했죠. 그렇게 한국적인 요소를 더할 수 있어서 정말 좋았어요. 덕분에 루미는 자신의 뿌리에 더욱 깊이 닿을 수 있었고, 저에게도 더욱 생생하게 느껴졌어요.

준비 과정에서는 루미의 이중성에 관해 많은 시간을 고민했어요. 루미는 강인한 투사이자 리더이지만, 동시에 연약하고, 유머러스하며, 충실한 인물이기도 하잖아요. 저는 제 목소리에서 그 균형을 찾으려 노력했고, 모든 대사에 루미의 에너지와 개성이 잘 드러나도록 노력했습니다. 또, 이 프로젝트에서 루미를 표현하는 게 정말 중요했기에, 한국계 미국인으로 성장한 제 문화적 배경과 경험도 활용했죠.

특히 인상적이었던 점은 루미의 개성과 리듬을 자유롭게 탐구할 수 있었다는 점이에요. 가끔 쉬는 시간에 제가 어리석거나 어색한 말이나 행동을 하면 감독님들은 웃으시며 "이거 루미 스타일이잖아. 이렇게 해!"라고 하셨어요. 더불어 시간이 지날 수록 점점 더 개인적인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고요.

결론적으로 루미는 제가 연기하는 단순한 캐릭터가 아니었어요. 루미는 마치 저의 연장선 같았어요.

 

 

3. [RSK] 루미와 나 사이의 공통점과 차이점에 대한 얘기도 듣고 싶어요. 두 사람은 얼마나 닮았고 또 다른가요? 

 

저는 루미에게 여러모로 공감해요. 특히 루미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얼마나 진심으로 보호하고 싶어 하는지에 관해서요. 친구들, 제 문화, 심지어 제 주변 세상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죠. 루미는 본질적으로 타인에 대한 책임감과 사랑을 품고 있는데, 저는 그 점에 깊이 공감해요.

루미가 고군분투하는 모습은 저에게도 아주 개인적인 감정으로 다가왔어요. 루미가 자신의 패턴을 숨기려 애쓰는 모습은 미국에서 한국계 미국인으로 성장했던 제 경험을 떠올리게 했죠. 어린 시절, 저는 제 정체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고, 많은 수치심을 느꼈거든요. 제가 충분히 훌륭하거나 완벽하지 않다고 느끼면서요. 그런 점에서 저는 루미가 완벽해야 한다는, 모두를 구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압박감과 무게에 공감했어요.

루미의 여정은 제가 스스로 깨달아야 했던 가장 큰 교훈들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데, 저는 그 점이 참 좋아요. 루미가 천천히 자신을 받아들이고, 자신의 강점과 불완전함을 모두 받아들이는 모습을 지켜보는 건 정말 큰 힘이 됐어요. 여러모로 루미의 성장은 제 자신의 성장과 비슷했어요. 그래서 루미가 제 마음속에 깊이 자리 잡고 있는 거겠죠.

 

 

4. [RSK] 루미로 분하며 연기하던 중 가장 마음에 와닿았던 대사는 뭐였는지도 묻고 싶어요. 

 

제가 가장 공감하는 구절은 루미가 셀린에게 "이해  하겠어이게 바로 나야 나를 사랑하지 못했어 전부를.”이라고 말하는 부분이에요. 거절에 대한 두려움과 동시에 인정을 요구하는 용기에 대한 이야기여서 정말 공감이 갔죠. 어린 시절, 저는 제 자신을 숨겨야 한다고 느꼈고, 다르다는 점에서 수치심을 느꼈어요. 그래서 루미로서 그 말을 하고 그녀의 삶을 바치는 순간, 저도 함께 치유됐어요. 진정한 사랑은 누군가의 결점까지도 온전히 받아들일 때 찾아온다는 걸 다시 한번 일깨워주는 강력한 메시지였어요. 그리고 어쩌면 우리의 결점은 사실 결점이 아닐지도 몰라요. 오히려 우리를 특별하고 강력하게 만들어주는 것일지도 모르죠.

 

 

5. [RSK] 아스트로 차은우, 있지 예지, 아일릿, 르세라핌... 수많은 케이팝 스타들과의 협업도 화제예요. 혹시 그들과 함께하며 생긴 비하인드 스토리도 나눠줄 수 있어요? 

 

정말 많은 K팝 스타들이 저희 영화와 함께하고 싶어 하고 응원해 줬는데, 그 모습을 보며 너무 기뻤어요. 그들이 “정말 잘했다”라고 말해줬을 땐, 정말 큰 칭찬을 받은 것 같았고요. 바쁜 촬영 일정 때문에 한국에 있는 시간이 일주일밖에 안 됐는데, 시간이 더 많았다면 훨씬 더 많은 협업을 했을 거예요. 함께하고 싶어 하는 이들이 정말 많았는데, 일정을 맞추기가 어려워서 아쉬웠어요.

특히 차은우 씨에게는 평생 고마울 거예요. 영화가 개봉하자마자 함께 작업하고 싶다고 가장 먼저 제안해 준 사람이었거든요. 꽤 일찍부터 협업했는데, 그가 군대에 갈 시점까지 기다렸다가 마지막으로 공유하려고 했어요. 그의 지지는 정말 특별했고, 아마 영원히 고마울 거예요.

 

 

6. [RSK] 미국에서 거주하는 동양인으로서 인종차별도 겪었지만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움직일 수 있었던 원동력은 뭐라고 생각해요? 

 

어릴 때 겪은 인종차별은 저를 투명인간처럼 느끼게 했어요. 마치 제가 부족한 사람인 것처럼요. 많이 울었고, 숨는 일도 잦았고, 그 수치심을 잊는 데엔 수십 년이 걸렸어요. 하지만 그 경험은 저를 형성했고, 궁극적으로 연기를 시작할 용기를 주기도 했어요. 저는 제 자신을 결코 부끄러워해서는 안 된다는 걸, 괴롭힘을 가하는 이들은 그저 불안하고 상처받은 사람들이란 걸 배웠고요.

그래서 지금 제겐 다른 이들에게 사랑을 쏟아붓고 그들이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도록 격려하는 게 참 중요해요. 오랫동안 제가 겪었던 인종차별은 제 성장을 가로막았거든요. 이상하게도, 어른이 된 지금도 여전히 저는 저를 괴롭히는 사람들을 만나곤 하지만 그들에게 발붙일 틈을 주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그리고 제가 흔들리지 않고 버티며 이겨낼 수 있도록 도와준 친구들, 가족, 공동체, 그리고 신앙에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저 혼자서는 절대 해낼 수 없었을 거예요.

오늘날의 저는 훨씬 더 행복하고 강해졌어요. 인종차별을 마주하더라도 더 이상 저를 짓누르지 못하고요. 그게 사실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거든요. 그들이 틀렸다는 걸 아는 거죠. 달라진 점은 어린 시절엔 제가 그 무게를 짊어지고 제가 틀렸다고 믿었다는 거예요. 돌이켜보면, 어린 아덴은 제가 이렇게까지 멀리 올 수 있을 거라곤 절대 상상하지 못했을 거예요. 그 사실 자체로 치유되는 느낌이에요.

 

 

7. [RSK] 여러 갈림길 중 최선을 선택하는 나만의 비법을 공유한다면요? 

 

인터뷰 내내 이 부분에 관해 언급한 것 같지만 비밀을 한 가지 더 말씀드리자면, 바로 자기 자신에게 충실하는 거예요. 솔직함과 소속감이 없다면 어떤 대상에 온전히 헌신하기 어렵거든요. 저는 우리가 진정으로 믿는 마음으로 임할 때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믿어요.

 

 

8. [RSK] 이다음엔 어떤 스텝을 밟고 싶어요? 

 

저는 이미 다음 단계에 돌입했어요. 제가 좋아하는 프로젝트를 계속하고, 영화 제작에도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거죠. 그렇게 더 많은 아시아계 미국인 인재들에게 기회가 돌아가고, 그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게 목표예요.

저는 다음 세대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주저하거나 두려워하지 않고 담대하게 이야기를 전할 수 있도록 마음 깊이 격려하고 싶어요. 제게 중요한 것은 제가 단순한 역할만 맡는 게 아니에요. 우리의 경험을 반영하고, 모든 무대와 화면에서 우리가 마땅히 누려야 할 존재임을 일깨워주는 이야기를 만드는 거예요.

 

아덴 조의 미공개 화보 이미지와 인터뷰 전문은 추후 발간될 롤링스톤 코리아 15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PHOTOGRAPHS BY SSAM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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