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트리 멤버들은 아카펠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좋은 멤버라고 말한다. 가장 귀중한 것을 이미 곁에 두고 있다는 이야기다.
1. [RSK] 우선 자기소개 먼저 부탁드릴게요.
상인: 안녕하세요. 세계적인 매거진 롤링스톤을 통해 인사드리게 되어 정말 기쁘네요. 저는 드럼 소리 같은 타악기를 표현하고 있는 장상인입니다. 반갑습니다.
원종: 가장 낮은 베이스파트의 김원종입니다.
수경: 알토파트를 맡고 있는 강수경입니다. 낮은 여자 목소리고요, 그 외에 다양한 악기 소리도 내고 있습니다.
수연: 안녕하세요! 메이트리의 노래에서 제일 높은 소리를 주로 맡고 있는 임수연입니다. 그리고 메이트리가 업로드 하는 콘텐츠 소재를 주로 사냥해오는 역할도 맡고 있습니다.
영훈: 안녕하세요! 메이트리에서 테너를 맡고 있는 막내 권영훈입니다.
2. [RSK] 요즘은 각자 어떤 걸 눈여겨보고 있어요?
상인: 활동을 건강하게 오래하고 싶다는 생각에 요즘은 먹는 것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어요. 우리가 건강해야 음악도 오래하고 계속 좋은 음악을 들려드릴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원종: 저도 건강한 몸과 마음이 좋은 결과물은 만든다고 생각해요. 요즘은 운동 컨텐츠를 열심히 보고 있습니다.
수경: 운동? 난 요즘 미드 보는데. <멘탈리스트> 예전 드라마지만 정말 재밌어요! 게다가 영어 공부까지 가능!
수연: 전 요즘 술의 제조 공정에 관심 있어요. 술은 잘은 못 마시지만, 특유의 맛과 향을 체험하면 행복하거든요. 특히 나중에 해외 공연 있을 때 근처 와이너리, 브루어리, 디스틸러리 투어 체험 같은 것을 꼭 해보고 싶어요.
영훈: 요즘 개인적으로는 장르를 가리지 않고 모든 음악을 들으려고 시간을 많이 가지는 편이에요. 작곡, 편곡을 할 때 제가 가지고 있는 음악적인 데이터베이스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는 걸 최근 들어 많이 느끼는 것 같습니다.
3. [RSK] 사람들이 무언갈 칭찬할 때, 멋진 그림에는 ‘사진 같다’, 좋은 사진에는 ‘그림 같다’는 표현을 쓰곤 하잖아요. 메이트리의 경쾌하고도 정확한 소리는 사람을 초월한, 기계나 악기 같은 무언가처럼 느껴지곤 해요. 이런 음색의 비결은 뭐라고 생각해요?
상인: 얽매이지 않은 상상력, 인간의 목소리에 대한 자신감, 그리고 강렬한 호기심…
수연: 오랜 시간 합을 맞춰왔기 때문 아닐까요?
영훈: 맞아요. 거기다 개개인의 소리가 정말 섬세하고 다른 멤버들과 뚜렷하게 구분되어서 오히려 다섯 명의 목소리가 잘 융화되는 것 같습니다.
수경: 맞아. 고유의 목소리를 최대한 살려서 자유롭게 연주하기 때문에 오히려 독특한 사운드가 나오는 게 아닐까?
상인: 그렇지. 여느 아카펠라 그룹처럼 통일감을 표현하다가, 어느 부분에서는 각자의 특성을 드러내면 듣는 분들이 다양한 느낌을 받으실 것 같아요. 전형적인 아카펠라의 표현을 내려놓고 새로운 소리를 찾고, 그렇게 발견해 낸 표현은 또 어떻게 들리는지 고민하는 과정이 저희는 참 많아요. 이런 점들이 메이트리가 신선한 음색을 가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 같아요.
4. [RSK] 각자의 목소리를 무언가에 비유한다면 어떻게 표현하고 싶나요?
원종: 제 목소리는 음식으로 치면 '한우곰탕'이 떠오르네요. 묵직하고 깊이 있는, 때로는 소 울음소리랑 비슷한 소리를 내기도 하고요.
수경: 저는 다양한 스타일에 맞춰 시시때때로 변화하는 저의 목소리를 '홀로그램'이라고 할게요.
영훈: 제 목소리를 무언가에 비유한다면 요즘 가장 좋아하는 콩국수 같습니다. 면발은 살아있으면서 면발을 감싸주는 콩물이, 소리는 살아있으면서 다른 맴버들과의 조화가 잘 되는… 것… 같지 않아요?(웃음)
상인: 영훈이가 콩국수라면 난 소스 같은데?(웃음) 저는 목소리로 타악기를 표현하는 파트인데요. 노래를 좀 더 완성형으로 느껴질 수 있게끔 빈 부분을 잘 채워준다든지, 하이라이트 부분에서는 더 강렬하게 리듬을 넣기도 하고. 전체적인 흐름에 거스르지 않으면서도 자연스럽게 잘 묻어나야 하는 것이 제 파트의 역할이라 생각해요.
수연: 저는 얼음이요! 평소엔 높은 음역대를 쨍하게 내잖아요. 하지만 제 바람은 노래의 성격과 흐름에 따라서 액체도 되었다가 증기도 되었다가 자유자재로 상태를 바꿀 수 있는 물의 목소리를 갖고 싶어요.
5. [RSK] 내 목소리가 특별하다고 처음 여긴 건 언제였어요?
원종: 중3 때 보이즈투맨의 아카펠라 음악을 듣는데 제 목소리랑 비슷한 낮은 목소리가 들렸어요. 주변에 어떤 친구도 그 소리를 못 내더라고요.
상인: '너는 입으로 표현하는 걸 잘할 것 같다'는 얘길 들은 적 있어요. 고등학교 때 단소도 한 번에 소리를 냈었는데… 선배가 어느 날은 '드럼의 스내어 소리를 내볼래? 단단하게 조인 소리가 있는데 연습해 봐' 해서 드럼 소리를 연습을 해보았더니 쉽게 소리가 나오더라고요. 그때 '아… 진짜 내가 이쪽에 재능이 있구나' 하고 깨달았던 것 같아요.
수연: 유치원 재롱잔치에서 노래를 불렀는데 그때 어른들 표정이 생생해요. ‘아이구, 잘한다’ 하는 소리와 함께 다들 활짝 웃고 계셨는데 그 장면이 아직도 생각나요. 그 때 내 목소리가 특별하구나 생각했던 것 같아요.
6. [RSK] 영훈 님을 제외하고는 모두 음악과 무관한 전공 출신이라고요. ‘음악을 해야겠다’고 결심한 특별한 계기가 있었는지 궁금해져요.
상인: 어머니께서 어린 시절부터 방송국 합창단에서 활동하셨고, 아버지께서는 젊은 시절 DJ로 잠시 일하셨어요. 집안 형편이 좋지 않았을 때도 부모님께서는 제가 듣고 싶어 하는 CD들을 사 주셨고, 그렇게 계속 음악을 좋아하며 학창 시절을 보내다가 중학교 2학년 때 보이즈 투 멘(Boyz II Men)의 <It's So Hard to Say Goodbye to Yesterday>를 듣고 '이게 내가 가고 싶은 길이구나'라고 결심했습니다.
원종: 나도 고2 때. 학교 축제 무대에서 설레고 떨리는 감정을 처음 느꼈고 평생 무대에 서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수경: 난 오히려 음악을 직업으로 해야겠다는 특별한 결심을 했던 기억은 나지 않는데… 자연스럽게 흘러왔던 거 같아요. 회사에 다니면서 취미로 아카펠라를 하던 중 기획사와 계약을 맺을 기회가 왔는데, '회사에 다닐까, 음악을 할까?' 하는 고민은 없었어요. 음악을 선택하는 게 그냥 당연했던 것 같아요.
수연: 전 원래 선생님이 되고 싶어서 교대로 진학했어요. 어렸을 때 대회에 수없이 나가고, 경쟁하고 하는 것들이 노래를 싫어지게 했거든요, 그런데 대학 가서 오히려 사춘기가 왔는지, 그 불씨가 다시 살아났어요. 우물쭈물 생각만 많던 제가 일생일대의 결단을 내린 것이 그때가 처음이었어요.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면 나는 오늘 노래를 불러야지’ 하는 마음이었죠.
영훈: 초등학교 6학년 때 친구들 앞에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는데 그때 선생님들과 친구들이 너무 좋아했던 기억이 있어요. 그 이후로 장래 희망이 여러 개 있었지만 바뀌지 않은 직업은 음악인 딱 하나였어요!
7. [RSK] 여러 무대에 올랐고, 게임이나 드라마의 협업도 다수 진행했어요. 그중 가장 인상 깊었던 작업을 꼽자면?
수경: 저는 아무래도 유튜브에 올린 <오징어게임> 콘텐츠가 가장 인상 깊었다고 할 수 있겠네요. <오징어게임>을 너무 충격적으로 재밌게 봐서 그 음악들을 편곡하고 연습하고 촬영하는 모든 과정이 즐거웠습니다. 조회수도 충격이었고요.
상인: 모든 협업이 큰 과제가 되는 것 같아요. 진행하면서 배우는 점들도 정말 많고, 우리의 장단점에 대해 되짚어 보게 되는 기회도 생기고. 저는 아무래도 작곡가 노영심 누님과 함께했던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OST 작업이 기억에 남네요. '고래가 뛰어오른다, 고래가 날아다닌다' 이걸 목소리로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큰 도전이었고 결과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은 곡이 되었습니다.
8. [RSK] 아직 시도해보지 않은 곡 중, 함께 시도해보고 싶은 게 있다면요?
상인: 단순한 곡 구성이더라도, 여러 번 들을 때마다 새로운 경험이 되는 곡들을 시도해 보고 싶습니다. 그런 점에서 알렌 워커(Alan Walker)의 곡 중, <Lily>라는 노래을 시도해 보고 싶어요. 상당히 다양한 사운드들이 있어서 하나하나 세세하게 재밌는 부분들이 많거든요.
수연: 저는 영화 제5원소에 나오는 <Diva Dance>를 커버해보고 싶어요. 인간이 부를 수 없는 노래라던데, 몇몇 능력자들이 이미 커버를 했더라고요. 이런 인간 목소리의 극한을 실험하는 것에는 우리도 빠질 수 없죠.
9. [RSK] 합을 맞추고 콘텐츠를 만들 땐 염두에 둬야 할 게 참 많을 것 같아요. 그중에서도 가장 신경 쓰는 건 뭐예요?
상인: '이거 혹시 나만, 우리만 좋아하는 건가…?' 콘텐츠를 접하는 다양한 나이, 성별, 인종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지만, 그래도 최대한 많은 분이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콘텐츠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원종: 맞아요. 그리고 지루하지 않고 끝까지 흥미롭게 즐길 수 있게 만들려고 노력합니다.
수경: 팀의 '건강한 분위기'가 최우선인 거 같아요. 완성해 가는 과정에 있어 모든 멤버들의 긍정적 에너지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하고 배려하고 고마워하면서 진행하고 있어요.
10. [RSK] 지금은 어떤 일들을 계획하고 있어요?
상인: 콘텐츠들을 만들면서 아카펠라의 표현 방법들을 많이 바꾸며 시도해봤고, 또 거기에서 얻은 것들이 참 많아요. 이런 점들을 잘 활용해서 오리지널 음원을 지속적으로 발매하고 있고요, 요즘은 크리스마스 캐럴 앨범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기존 아카펠라 음악과 다른 다양한 스타일의 곡들과 정통적인 아카펠라를 느낄 수 있는 곡도 있으니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수연: 하반기에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투어도 예정되어 있어요. 얼른 앨범부터 마무리하고 공연 준비에 박차를 가할 생각입니다.
11. [RSK] 2년 전 한국시리즈 당시 가수 카더가든의 이름이 메이트리로 소개되는 해프닝도 있었죠? 이 이야기를 전해 들었을 때 멤버들은 어떤 반응이었나요?
수경: 많이 웃었습니다. 메이트리라는 이름이 한 번이라도 TV에 더 나가는 것 또한 솔직히 좋았고요, 하하하. 카더가든 님 죄송….
수연: 그 당시 카더가든 님의 밈을 알고 있었는데 저희가 기폭제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정말 웃긴 해프닝이었는데, 덕분에 나중에 협업도 하고. 재밌었어요.
12. [RSK] 또 멤버들과 함께한 순간 중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도 소개해주세요.
수연: 영국에서 유명한 모바일 게임의 광고를 찍은 적이 있어요. 외국에서의 광고촬영이 처음이었는데, 콘셉트가 쉽지 않았어요. 누워있는데 서 있는 척, 앉아 있는 척을 해야 했어요. 슛이 들어가면 중력을 거슬러서 자세를 유지하면서 밝은 표정까지 연기해야 했는데 체력 소모가 엄청났죠. 이날 촬영 종료의 순간이 기억에 남아요. 소품으로 있던 큰 풍선들을 여기저기 던지며 해방의 기쁨을 만끽하던 우리의 모습이요.
상인: 윈도우 사운드 이펙트를 틱톡에 올렸던 밤이 기억나네요. 팬데믹 시절에 그래도 할 수 있는 것이 이것밖에는 없어서라고 생각하고는 틱톡에 올렸던 그날 밤, 별생각 없이 침대에 누웠는데 메이트리 단체창이 떠들썩한 거에요. 단숨에 올라간 100만 조회수에 놀라 한참을 멤버들과 채팅으로 떠들었던 그날 밤이 기억에 남습니다.
13. [RSK] 내가 음악을 사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영훈: 음악을 사랑하는 이유보다는 사랑하지 않는 이유가 없는 것 같아요. 음악을 만들거나 노래를 불러야 할 때 제 삶의 모든 것이 다 드러나는 것 같아서 숨길래야 숨길 수 없는 애증의 관계?
수연: 맞아요. 마치 고양이 같달까? 너무 사랑해서 달려들면 생각처럼 안 되고, 오히려 무심히 있다가 갑자기 떠오른 아이디어로 좋은 결과물이 나올 때가 많으니까요. 이래서 더 음악을 사랑할 수밖에 없어요.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이 깍쟁이 같은 존재감 때문에요.
원종: 하지만 신나고 설레는 것도 사실이잖아? 항상 새로운 무대에서 관객들과 호흡하고 새로운 콘텐츠로 팬분들과 소통할 수 있다는 건 큰 축복이죠.
14. [RSK] 뮤지션으로서 각자가 소망하는 미래에 대해서도 들어보고 싶어요.
상인: 아카펠라는 함께할 좋은 멤버들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음악이에요. 그런 면에서 저는 참 행운아라고 생각해요. 이 행운을 잘 간직해서 미래에도 즐겨 듣는 아카펠라 음악을 남기고 싶습니다.
원종: 미래…. 그렇지. 나이가 들어도 그에 맞게, 자연스러운 음악과 무대를 오랫동안 만들고 싶어요.
수경: 더 자유롭게 음악을 표현하고 싶어요. 그리고 콘서트에서 리스너들과 함께 우리 노래를 부른다면… 그순간이 얼마나 행복할지 감히 상상도 안 돼요!
영훈: 제 삶이 음악과 함께, 음악이 제 삶과 함께 계속되길 바라요. 기쁠 때나 슬플 때, 외롭고 힘들 때도 같이하는 제 가장 소중한 반려자이기 때문입니다!
15. [RSK] 이 인터뷰를 마치고 나면 뭘 할 예정이에요?
상인: 며칠 전에 와인 샵에서 괜찮은 친구들을 몇 병 데려왔어요. 오늘은 더우니까 너무 진한 것보다는 향이 좋은 브루고뉴를 골라서 안주 없이 SF영화와 함께 즐길 겁니다.
수경: 어제 하다 만 편곡 작업… 달걀프라이와 밥도 먹어야죠!
Photographs by Chanmok 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