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째 보아도 김필은 늘 처음 같다. 발전이 없다는 뜻이 아니라, 자신의 확고한 자리를 지켜가며 새로운 모습과 음악으로 대중들에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데뷔한 지 시간도 꽤 지났고 이름도 제법 알려졌건만 그는 늘 신선한 느낌을 준다.
그런 김필이 신규앨범이자 팬송인 [처음 만난 그때처럼]으로 컴백해 변치 않는 음색과 감성을 선보였다. 롤링스톤 코리아는 신규앨범에 관한 이야기, 또 김필의 예술혼과 음악에 대해 자세히 물어보았다. 진지한, 그리고 사려 깊은 김필만의 이야기가 바로 여기에 있다.
1. [RSK] 안녕하세요 김필 님, 롤링스톤 코리아와의 인터뷰를 통해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본격적인 인터뷰에 앞서 간단한 소개와 인사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음악 하는 김필입니다. 지난 9월 [처음 만난 그때처럼]을 발표하고 열심히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롤링스톤 코리아에서는 처음으로 인사를 드리네요. 잘 부탁드립니다.
2. [RSK] 우선, 김필 님의 데뷔 10주년을 너무 축하드립니다. 지난 29일 [처음 만난 그때처럼] 앨범으로 9개월 만에 컴백하셨는데 앨범에 대해서 소개 부탁드립니다.
[불면(sleeplessness)] 발매가 벌써 9개월이 되었고 데뷔한 지가 벌써 10년이 되었네요. 우선 시간이 너무 빠르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랜만에 앨범을 내다보니 설레기도 하고 걱정도 되는 마음으로 준비를 했습니다. 10주년이다 보니 팬분들께 어떤 선물을 드릴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결국 음악으로 마음을 전달하는 것이 제일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처음 만난 그때처럼] 앨범은 그렇게 방향성을 잡고 시작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방향성을 따라 팬분들에게 10년이라는 오랜 시간 동안 저를 응원해주는 마음에 고맙고 사랑한다고 말하는 진중한 고백을 담은 곡으로 완성을 했습니다.
3. [RSK] 데뷔 10주년인 만큼 <처음 만난 그때처럼>이라는 곡이 더 특별할 것 같아요. 이 곡을 준비하면서 많이 생각났던 사람이나 상황(장면)이 있을까요?
팬분들에게 마음을 전해드리는 노래인 만큼 팬분들을 떠올리며 준비를 했습니다. 아무래도 노래의 제목처럼 ‘처음 만난 그때’가 많이 생각이 나더라고요. 제가 팬분들을 처음 만났을 때 어땠었던가 생각을 다시 한번 해보았고요. 또 팬분들 입장에서 김필이라는 뮤지션을 처음 만난 순간은 어땠었을까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4. [RSK] 이번 앨범 [처음 만난 그때처럼] 은 <비긴 어게인 3>에 함께 출연하며 남다른 친밀감을 보여줬던 임헌일 님이 곡을 선물해 주시고 함께 작사하였는데 곡에서 가장 인상 깊은 부분이 있다면 어떤 부분인가요?
<비긴 어게인 3>를 통해 패밀리밴드를 함께하면서 인연을 키운 헌일이형에게 곡을 선물 받고 작사를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곡에서 제가 가장 인상 깊게 느끼는 부분은 가사의 브릿지 파트인데요. ‘꿈같은 날들 지나 우리 언젠가 / 처음의 소중함 모두 빛을 잃어가도 / 계절을 지나 아름답게 움을 틔울 사랑’이라는 가사가 있어요. 굉장히 시적이고 한국스러운 노랫말이고요. 또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지는 파트입니다. 사랑의 모양이 처음의 소중함을 잊어가더라도 그 사랑은 아예 없어진 것이 아니라 또 다른 모습으로 움을 틔워갔으면, 그 사랑을 아름답게 간직을 해가면 좋겠다는 의미를 담은 이 파트가 마음에 쏙 들었습니다.
5. [RSK] <처음 만난 그때처럼> 뮤직비디오에서 직접 남자 주인공 역할을 맡아 진한 감성을 담은 연기를 선보이셨죠. 뮤직비디오 촬영을 하면서 특별하게 새로웠던 점이 있었다면?
뮤직비디오를 자주 찍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종종 찍었었는데요. 이번 <처음 만난 그때처럼> 뮤직비디오에는 대사와 립싱크가 없다 보니 연기가 어색하지는 않을까 걱정을 했었습니다. 그래도 서점에서 혼자 생각을 하는 씬, 음악을 듣는 씬, 책을 읽는 씬과 같은 장면들은 그런 이미지를 계속 상상하면서 작업을 했다 보니 막상 뮤직비디오 촬영 날에는 크게 어색한 부분은 없었습니다.
다만 조금 어려웠던 부분은 아름 배우님과 함께 하는 장면이었는데요. 뮤직비디오 컨셉이 아주 오래된 연인의 이야기였어요. 그런 오래된 연인 컨셉의 연기는 처음일뿐더러 만난 지 1시간도 안 됐는데 오래된 연인처럼 연기하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웃음) 그래도 상대 배우분께서 리드를 너무 잘 해주셔서 무사히 촬영을 잘 마칠 수 있었습니다.
6. [RSK] 데뷔 이후 10년 동안 김필 님 스스로 음악적으로나 내면적으로나 가장 성장했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스스로 만족스러울 만큼 대단히 성장했다는 느낌은 없는 것 같아요. 그래도 조금이라도 성장했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면, 저의 음악의 시작이 노래(보컬)였다 보니까 예전에는 노래 자체에 신경을 많이 썼는데 지금은 노랫말과 악기, 사운드 등 음악에 대해 두루 고민을 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물론 지금도 곡을 쓸 때는 가사와 멜로디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을 하지만, 그래도 예전에는 나무 한 그루만 볼 수 있었다면 지금은 숲을 보려고 노력하는 부분이 전보다는 성장한 점이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7. [RSK] 지금까지 대중분들과 팬분들에게 선보였던 많은 음악들 중 김필 님에게 있어 가장 의미 있거나 애착이 가는 곡이 있다면 어떤 노래인가요?
가장 애착이 가는 곡은 제가 작사/작곡을 하고 작년 12월에 발표했던 <불면>이라는 곡입니다. 그동안 제가 노래를 통해 했던 이야기들 중 가장 깊은 이야기를 하는 동시에 듣는 분들의 공감도 불러일으키는 노래인 것 같아요. 깊은 이야기를 나누는 건 친밀한 사이가 아니면 어렵잖아요. 특히 그런 내면의 깊은 이야기로 다른 사람의 공감을 얻어내는 일은 더 힘들고요. <불면>은 제가 내면에 대해 가장 잘 털어놓을 수 있는 방법인 음악을 통해 제 스스로에 대한 깊은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노래를 듣는 많은 분들도 잠이 못 드는 이유에 대해서 친구랑 이야기 나누듯 공감을 해주셨어요. 제가 노래를 통해 많은 리스너분들께 힘을 드린 것 같아 애착이 가는 곡입니다.
8. [RSK] 김필 님이 팬들에게 공유해 주는 최근 나의 플레이리스트가 있다면 어떤 곡인가요?
최근에는 Leon Bridges의 새 앨범을 가장 많이 듣고 있습니다. 저는 팝을 많이 듣고 선호하는 편이에요. 팝이 새로운 음악적 시도와 독특한 사운드 그리고 신선한 표현들이 많아서 팝에서 영감을 받거나 감탄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그리고 요즘엔 D’Sound나 Marvin Gaye 같은 예전에 자주 들었던 아티스트들의 음악을 다시 찾아 듣고 있어요. Donny Hathaway의 노래도 자주 듣습니다.
9. [RSK] 진정한 뮤지션으로서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김필 님, 매번 새로운 도전과 노력으로 더욱 발전할 모습들이 기대가 됩니다. 음악 활동을 통해 후에 대중들에게 어떤 아티스트로 기억되고 싶으세요?
요즘 들었을 때 가장 기분 좋은 이야기는 목소리에 관련된 이야기입니다. “이렇게 날카로우면서도 감미로운 목소리는 김필밖에 없어!”라고 해주시며 ‘대체 불가 목소리’라는 수식어를 제 이름 앞에 붙여주실 때면 정말 기분이 좋더라고요. 이렇게나 좋은 수식어로 저를 불러주실 때면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열심히 노래를 한 것에 대한 뿌듯함이 느껴지기도 하고 기분이 좋습니다.
항상 믿고 들을 수 있는 음악을 하는 아티스트, 유행에 상관없이 좋은 음악을 하려고 노력하는 아티스트로 기억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또 진중하고 차분하게 한 걸음씩 밟으면서 꾸준히 성장하는 아티스트로 기억되었으면 합니다.
10. [RSK] 지금까지 롤링스톤 코리아와 긴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인터뷰를 통해 아티스트 김필 님에 대해 더 알아갈 수 있는 시간이었는데요. 마지막으로 간단한 인터뷰 소감 및 끝인사 부탁드릴게요!
롤링스톤 코리아와 처음으로 인사드리고 인터뷰를 해보았는데요. 이런 인터뷰가 아주 오랜만이다 보니까 재미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음악을 해오면서 어떤 부분에 가치를 두고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지 저도 한 번 되짚어볼 수 있는 시간이라 정말 좋았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당장의 유행이나 자극적인 것에 휩쓸리기보다는 시간이 지나도 꾸준히 듣고 싶은 음악을 만드는 아티스트로 기억을 해주신다면 정말 감사하고 영광일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데뷔 10년 차 뮤지션 김필이었습니다. 팬분들이 늘 저를 응원해주시는 것처럼 저도 늘 응원하고 있다는 말씀을 전하며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코로나 조심하시고 몸 건강과 마음 건강 둘 다 잘 챙기시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사진 제공 - 아카이브아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