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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놀로 곤살레스 베르가라, 자신만의 성공 레시피를 찾아가다

할리우드와 가까운 환경에서 성장한 마놀로 곤살레스 베르가라(Manolo Gonzalez Vergara)에게 엔터테인먼트 업계로 향하는 길은 언제나 가까이에 있었다. 배우 소피아 베르가라(Sofía Vergara)의 아들인 그는 연출과 시나리오 작법을 공부했고, 학창 시절에는 오랫동안 연극 무대에 올랐다. 연기에도 도전했지만, 결국 카메라 앞보다는 뒤에 서는 것이 자신에게 더 잘 맞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한동안 영화는 그에게 자연스러운 진로처럼 보였지만, 반드시 그 길을 계속 걸어야 한다고 느끼지는 않았다.


 

몇 년 전부터 마놀로는 새로운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의 창의적인 에너지는 점차 주방으로 향했고, 요리는 그에게 뜻밖에도 익숙한 감각을 선사했다. 과거 글을 쓰면서 느꼈던 표현의 자유와 성취감을 요리에서도 발견한 것이다.


 

“저는 요리하는 과정 자체가 좋아서 요리를 배웠어요. 요리는 굉장히 예술적인 작업이에요. 저는 원래 예술적인 걸 좋아하는 사람이거든요. 그래서 요리도 비슷하게 느껴져요. 글을 쓸 때만큼이나 요리를 통해 저 자신을 표현할 수 있고, 똑같은 성취감을 느껴요. 그런데 요리하는 과정이 즐겁기도 하지만, 사실 먹고살기 위해서 배워야 했던 이유도 있어요. 어머니가 요리를 안 하셨거든요.”


 

소피아 베르가라의 외아들로 성장한 그에게 유명인의 삶은 그다지 특별한 것이 아니었다. 그가 태어났을 때부터 어머니는 이미 유명인이었기에, 유명한 부모를 둔다는 것은 그저 일상의 일부였다. 어린 시절의 마놀로는 아이들 특유의 순진한 생각으로 다른 친구들의 어머니도 모두 유명인일 것이라 여겼다고 한다.

 

 

 

 

하지만 그의 부모님은 서로 매우 다른 성향을 지니고 있었다. 마놀로에 따르면 아버지는 느긋하고 상황의 흐름에 몸을 맡기는 편이었던 반면, 어머니는 정반대였다. 체계적이고 계획적인 성격으로,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훨씬 더 ‘라틴계다운’ 사람이었다.

 

 


 

어린 시절에는 한곳에 오래 정착하는 일도 드물었다. 가족은 여러 도시를 오가며 자주 이사했고, 같은 도시 안에서도 학교를 옮겨야 했다. 그때마다 마놀로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관계를 처음부터 다시 만들어야 했다.


 

“저는 항상 새로 전학 온 아이였어요. 이사를 정말 많이 다녔거든요. 처음에는 마이애미, 그다음에는 여기 LA, 그리고 뉴욕으로 갔다가 다시 돌아오기도 했죠. 같은 도시 안에서도 학교를 옮겼어요. 저는 늘 새로운 아이였던 것 같아요.”


 

어쩌면 그의 관심사가 훗날 어디로 향하게 될지는 어린 시절부터 어느 정도 드러나 있었는지도 모른다. 마놀로는 숫자나 공식보다 언어와 아이디어에 훨씬 친숙했다. 역사와 책, 언어에 자연스럽게 끌렸던 반면, 과학과 수학은 전혀 다른 이야기였다. 본인의 표현에 따르면 그 두 과목에는 형편없이 약했고, 애초에 별다른 관심도 없었다.


 

“영화를 하고 싶었고, 지금도 조금은 하고 있어요. 연출과 시나리오 작법을 공부했고, 한동안은 정말 재미있었죠. 연기도 해봤지만, 그걸 진심으로 좋아하게 되지는 않았어요. 특히 학교 다닐 때 연극을 많이 했는데, 그건 재미있었어요. 하지만 영화 연기는 다르잖아요. 솔직히 엄청 지루하거든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시나리오나 연출 같은 비하인드 작업 쪽으로 가게 됐어요. 그러다 몇 년 전 음식 분야로 방향을 틀었고, 지금 이렇게 됐네요.”


 

그렇다고 영화계와 완전히 작별한 것은 아니다. 다만 최근 그가 영화계에 참여하는 방식은 주로 카메라 뒤에서 이루어지며, 특히 어머니의 활동을 지원하는 일에 집중되어 있다.


 

“저희 제작사를 통해 어머니가 주연과 제작을 맡을 수 있는 여러 프로젝트를 개발하고 있어요. 어머니를 위한 작업을 많이 진행 중이죠. 저는 이제 개인적으로 그런 활동에 큰 관심은 없어요. 어머니는 다음 작품을 신중하게 고르고 계세요. <그리셀다(Griselda)>보다 더 좋은 작품을 만들고 싶어 하시거든요. 그래서 시간을 충분히 들이고 계신 거예요. 저희는 다음 작품이 정말 대단할 거라고 확신하고 있어요.”


 

영화계를 벗어난 일상에서도 마놀로는 좀처럼 가만히 있는 사람이 아니다. 넘치는 에너지를 지닌 그는 특히 여행에서 강한 독립심을 드러낸다. 혼자 여행하는 것을 좋아하며, 유럽의 여러 나라를 두루 방문했다. 이는 오랫동안 그를 다양한 문화와 언어, 그리고 자연스럽게 음식의 세계로 이끌어온 호기심을 보여주는 또 다른 모습이기도 하다.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그러한 열정은 우리 앞에 놓인 테이블 위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는 마놀로가 운영하는 푸드 브랜드 토마(TOMA)의 엠파나다를 맛보았다. 레스토랑에 제품을 공급하는 토마는 소고기와 닭고기, 치즈부터 초콜릿까지 익숙하면서도 예상 밖의 다양한 맛을 선보이고 있다. 자신이 만든 브랜드임에도 마놀로는 토마가 세상에 소개되는 순간마다 여전히 새삼스러운 기쁨을 느끼는 듯했다. 레스토랑에 방문할 때면 메뉴판에 보기 좋게 소개된 토마의 메뉴를 아직도 사진으로 남기곤 한다고 했다.


 

사소한 행동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많은 것이 담겨 있었다. 음식을 이야기하는 그의 모습과 메뉴판에 자신의 브랜드가 등장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뻐하는 표정을 보고 있으면, 그가 지금까지 만들어온 일에 얼마나 깊은 애정을 쏟고 있는지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다.

 

 


 

새로운 맛을 개발하는 과정은 마놀로와 토마의 총괄 셰프가 함께 만들어가는 협업의 결과물이다. 서로 다른 라틴아메리카 문화적 배경에서 비롯된 두 사람의 입맛 차이는 오히려 주방에서 긍정적인 시너지를 만들어낸다.


 

“저와 저희 총괄 셰프가 함께 개발해요. 이름은 루이스 마요랄(Luis Mayoral) 셰프예요. 서로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작업하죠. 저는 콜롬비아식 입맛을 가지고 있고, 셰프는 멕시코 사람이라 맛에 대한 취향이 굉장히 달라요. 그런데 그 차이가 오히려 잘 맞아요. 서로 아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거든요. 셰프는 음식을 맵게 만들고 싶어 하지만, 저는 매운 걸 정말 싫어해요. 콜롬비아 사람들은 매운 음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거든요. 그래서 서로 중간 지점을 찾아가는 거죠. 지금까지 정말 좋았어요. 최고의 파트너십이에요. 정말 훌륭한 셰프죠.”


 

물론 새롭게 개발한 맛은 모두 어머니의 승인도 거쳐야 한다. 소피아 역시 최종 메뉴가 결정되기 전 다양한 시제품을 직접 맛보며 개발 과정에 참여하고 있다.

 

 

음식은 이 가족이 콜롬비아의 풍미와 더욱 깊이 연결되는 여러 방식 중 하나일 뿐이다. 또 다른 연결고리는 커피다.


 

소피아 베르가라는 오랫동안 미국에서 자신이 생각하는 진정한 콜롬비아 커피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이러한 아쉬움은 결국 그녀가 공동 창업한 콜롬비아 커피 브랜드 디오스 미오(Dios Mío)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진짜 콜롬비아 커피에는 중요한 특징이 있어요. 첫 번째는 콜롬비아 산악지대에서 재배된 아라비카 원두라는 거죠. 이제 저희에게도 100% 콜롬비아산 커피 브랜드인 디오스 미오가 생겼어요. 어머니가 공동 창업자이시고요. 최근에는 콜롬비아와 멕시코로도 사업을 확장했어요.”


 

하지만 소비자 브랜드를 운영하면서 마놀로는 새로운 맛을 개발하는 창의적인 즐거움과는 거리가 먼 비즈니스의 또 다른 면도 경험하게 됐다. 제품이 생산자의 손을 떠난 뒤 실제 매장 진열대까지 제대로 도착하도록 만드는 일은 생각만큼 간단하지 않았다.


 

“가장 큰 어려움은 재고 공급 시기를 맞추는 일인 것 같아요. 모든 매장과 유통업체에 제품이 제대로 공급되고 있는지, 제품이 실제로 진열되고 있는지 확인해야 하거든요. 물건이 창고 뒤편에 그냥 쌓여 있기만 해서는 안 되니까요.”


 

제품이 매장에 도착했다고 해서 곧바로 진열대에 놓이는 것은 아니다. 마놀로와 그의 팀은 재고 관리부터 유통, 소매 물류에 이르기까지 화려하지 않은 비즈니스의 현실적인 문제들을 하나씩 해결해야 한다. 그에게 이 모든 과정은 자신이 즐겁게 만들어낸 무언가를 하나의 사업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필요한 배움의 일부다.


 

할리우드는 마놀로가 태어나면서부터 함께해온 세계였지만, 반드시 그의 삶을 정의하는 세계가 될 필요는 없었다. 창의적인 표현은 때로 영화의 시나리오나 한 편의 작품으로 탄생한다. 그리고 때로는 정성스럽게 접어 만든 엠파나다 한 조각에 담기기도 한다

 

 


 

마놀로가 인생에서 많은 행운을 누려왔다는 사실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그와 시간을 보내며 인상 깊었던 것은 그가 자신에게 주어진 행운을 결코 당연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그는 차분하면서도 따뜻하고, 진심 어린 친절함을 지닌 사람이다. 주변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에서도 억지스럽지 않은 자연스러운 배려와 편안함이 느껴졌다.


 

태어날 때부터 누리는 행운은 누구도 스스로의 노력으로 얻어낸 것이 아니다. 하지만 마놀로를 만나고 돌아서는 순간, 그 행운이 잘못된 사람에게 주어졌다는 생각은 좀처럼 들지 않는다. 세상에는 운이 좋은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그 행운이 참으로 잘 어울리는 사람들이 있다.

 

 

[Photo by: Greg Swa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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