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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TOWN 콘서트 엔딩곡이 2022년에도 <빛>인 이유

SM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들의 합동 콘서트 'SMTOWN LIVE(*2008년~)'의 엔딩곡은 올해도 역시 <빛>이었다. 1998년 발매된 H.O.T.의 정규앨범 3집 [Resurrection]의 서브타이틀곡으로 멤버 강타의 자작곡이다. IMF 외환위기로 국민소득이 절반으로 동강나고, 구조조정으로 2백만여 명이 실직한 해에 희망과 위로가 되어준 노래로 그해 연말 가요대상을 휩쓸었다. 이 노래가 히트한 맥락이 더 궁금하다면 국사 교과서나, 유튜브에서 ‘KBS 영상실록 1998년’을 찾아보면 좋을 것 같다. 아무튼, 아날로그 시대의 아이콘인 H.O.T.의 대표곡이 SM엔터만의 메타버스 세계관인 '광야(KWANGYA)'와 접목된 최첨단 콘서트의 엔딩곡으로 2022년에도 소환된 이유는 무엇일까?

 

 

4세대 아이돌의 시대?

만일, ‘TIME’지가 국내 대표 매거진 기업인 두산매거진이나 허스트중앙에서 간행되었다면, 매년 12월에 선정하는 '올해의 인물'은 아마 'K-pop 4세대 아이돌'이었을 것이다. 대중문화계에서 가장 존재감이 컸기 때문이다. 그러나 2022년 초까지만 해도 ‘4세대 아이돌’은 사실상 없는 말이었다. 방탄소년단, 블랙핑크, 세븐틴, NCT(자음순)를 필두로 한 3세대 아이돌이 '탈 세대'적인 인기를 누리며, 이후 데뷔한 아이돌의 세대를 구분 짓고 계보를 따지는 것이 다소 무의미했기 때문이다. 1세대와 2세대 아이돌 또한, 3세대 아이돌의 탄생 이후 굳이 명명된 것이기에 K-pop에서 세대론은 중요한 담론이 되지 못했다.

 

그러나, 2021년 에스파의 <Next level>의 흥행을 시작으로, 2022년 (여자)아이들의 [I NEVER DIE] 앨범이 기념할 만한 인상을 남기며 4세대 아이돌의 구심을 만들었고, IVE와 뉴진스가 독보적인 음원 성적과 스타일로 대중의 반향을 이끌며 바야흐로 4세대 아이돌의 시대가 본격 개막했다. 물론 이 모든 성과는 4세대 아이돌 전체가 오랫동안 시간과 자본을 투입해 쌓아온 토대가 있기에 가능했다.

 

그래서 '4세대 아이돌'이란 대체 무엇인가. 구글에서 “4세대”를 검색하면, '4세대 카니발(승합차 브랜드)'과 '포켓몬 4세대 도감'이 맨 첫 페이지에 나온다. 전자는 현재성을, 후자는 역사성을 의미한다. 이 중 4세대 아이돌은 포켓몬 쪽과 의미가 닿아있다. K-pop이라는 거대하고 쟁쟁한 '도감'에 등장한, 구분되는 존재감과 계승된 정체성을 가진 신세대. 이들은 ‘대형 기획사의 대형 남자 아이돌’이 K-pop 시장의 대부분을 장악하고 나머지가 남은 파이를 두고 경쟁하는 오래된 '체제'에 도전해 실험적인 스타일과 음악, 뉴미디어 활용으로 K-pop의 황금기에 스스로의 금광을 찾은 개척자들이다. 그래서 4세 아이돌은 아이폰 신모델이나, 튜터 왕가의 헨리 7세처럼 세대명을 특히 강조한다. 멋지고 명예로운 이름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전 세대가 성공한 가장 안전한 콘셉트로 활동하는 '신인' 아이돌도 있다.

 

그러나 4세대 아이돌의 정체는 여전히 안갯속에 있다. 몇 년도 데뷔부터 4세대로 쳐야 하는지, 3세대와의 결정적 차이는 무엇인지 아직 설명하기 어렵다. 구심이 만들어진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설적인 현대무용가 마사 그레이엄은 말했다. "모든 것을 결정하는 건 한순간의 움직임이다"라고. 올해 독보적 '움직임'을 보인 4세대들에 의해 곧 모든 것이 ‘결정’될 것이다. 미래는 이미 와 있다.
 




최초의 ‘빛’

당연한 얘기지만 4세대 태초에 1세대가 있었다. 그리고 4세대 아이돌이 '4'세대로 정확히 명명될 수 있는 이유는 1세대가 아직 시시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 1세대의 아우라를 캐리하는 주체는, ‘토토가’와 ‘히든싱어’가 아니라 바로 <빛>이다.

 

<빛>에는 세 가지 서사가 있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서사는 벌써 말했다. IMF 외환위기 시대의 희망이 되었다는 서사는 바야흐로 2000년, 한국이 3년 만에 IMF의 모든 차관을 상환하며 끝났다. 이 노래로 H.O.T.가 연말 가요대상을 휩쓸고 국민가수 반열에 오른 서사는 2001년 그룹이 해체하며 끝났다. 참고로, 두 서사의 공통점은 ‘XM세대’의 구전설화인 “H.O.T.가 얼마나 인기가 많았냐면…”의 본편이라는 것이다.

 

아무튼, <빛>의 세 번째 서사는 현재한다. <빛>은 아이돌이 '진짜 가수'가 아니라, 메타버스 같은 고도화된 헛것 취급받던 시절, 무려 아이돌이 작곡하여 국민가요 반열에 오른 최초의 노래다. 'H.O.T.가 가수인가?'라는 혐오적인 질문이 고상한 문화계 화두로 다뤄지던 때에 <빛>은 시대의 아픔을 향한 배포 큰 위로를 건넸다.

                                                        

그래서 '그들'이 말했던, 사실 20여 년이 지난 현재도 말해지는 '진짜 가수'란 대체 무엇인가. 그것 역시 고도화된 헛것이다. 음악이라는 가장 격렬하고 순수한 인간성의 파동을 인증된 소수만이 창작하고 체험할 수 있다는 착각. <빛>은 아이돌의 음악에는 그 '파동'이 없을 거라는 편협함에 가장 유효한 첫 균열을 만들었다. 아이돌이 'K-pop 아티스트'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된 현재의 최초에는, 아이돌이 '아티스트'도 심지어 그들의 음악을 'Pop(음악)'으로도 인정하지 않던 시절 세상에 나와, 스스로 '헛것'이 아님을 증명한 <빛>이 있었다. 4세대 아이돌의 시대에 <빛>은 이렇게 현재한다.

 

그러니까, <빛>이 'SMTOWN LIVE'의 엔딩곡으로 십여 년 째 소환되는 이유는, K-pop의 전환적 도전과 성공이라는 이 노래의 유산이 전 세대 K-pop 아이돌과 팬을 연결하는 콘서트의 피날레 무대에서 가장 빛나기 때문이다. K-pop의 역사와 전통을 만들어온 회사의 자부심의 표현이자, 앞으로도 그 역사의 수레바퀴를 힘차게 전진시키겠다는 의지의 되새김이기도 할 것이다.

 

 

환하게 비춰주는 ‘빛’

<빛>의 작곡가인 강타도 1세대의 ‘시시하지 않음’을 캐리하는 중요한 주체이다. 그는 1996년 데뷔 이래, 30여 년간 같은 회사에 소속되어 꾸준히 음악 활동을 하고 있다. 왕년에 잘 나간 허술한 동네 형 캐릭터로 예능 프로그램에 고정 출연하거나, 인스타그램으로 건강 보조제를 팔며 인생 이모작에 도전하지 않고, 초대형 K-pop 기획사 소속 1세대 아이돌 H.O.T.의 강타로 여전히 살고 있다. 제대로 투자한 때깔 좋은 뮤직비디오와 전성기의 감수성에 매몰되지 않은, 공동 작곡가가 5명쯤 되는 (그중에 어떻게 읽는지 잘 알 수 없는 영문 이름이 반드시 포함된) 컨템퍼러리한 노래를 발표하며.

 

지난 9월 7일, H.O.T.의 데뷔 기념일에 발표된 강타의 14년 만의 정규 앨범 4집 [Eyes on you]의 가장 큰 특징은 신곡 중 그의 자작곡이 하나도 없는 것이다. 물론 강타는 가장 성공한 K-pop 아이돌 싱어송라이터 중 한 명이며, 작곡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아무튼, 이 앨범은 두드러진 차트 성적을 거두지는 못했지만, 그가 과거의 영광에 박제되지 않고 계속 시도한다는 자체가 K-pop의 역사로 쌓인다. 동명의 타이틀곡 <Eyes On You>로 오랜만에 음악방송에 출연하며 여느 아이돌과 마찬가지로 ‘뮤직뱅크 난간’에서 사진을 찍고, 토끼 귀 머리띠를 쓰고 버블건을 쏘며 팬사인회도 했다. 무척 즐거워 보였다.

 

강타는 지난 6월 채널S의 예능 프로그램 ‘신과 함께’에 출연해 "(<빛>이 10여 년 동안 SMTOWN 콘서트 엔딩곡인 것이) MZ 세대들에게 합리적이지 않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라고 말했으나, 아마 그가 H.O.T. 해체 이후 누구보다 뼈저리게 깨달았듯, 이 세상에 영원한 건 없다. <빛>의 유산을 뛰어넘는 SM엔터 소속 아티스트의 곡은 이미 있고, 언젠가 <빛>과 교체되어 새로운 전통으로 이어질 것이다. 그러니 지금은 <빛>의 가사를 다 모르더라도 같은 ‘파동’을 교감하며 응원봉을 흔드는 새로운 세대의 팬들과 ‘기쁨의 축제’를 만끽하기를. ‘앞으로 열릴 K-pop의 날들을 환하게 비춰주는’ <빛>이 이미 되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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