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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서출구가 빚어내는 앞으로의 형태

처음 그를 널리 알린 것은 프리스타일 랩이었다. 준비되지 않은 자리, 즉흥적으로 내뱉은 가사, 그럼에도 정돈된 래핑. 그의 실력은 단숨에 신(Scene)의 주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스포트라이트를 일순간 자신에게로 모으며 힙합 팬들의 이목을 앗은 주인공, 래퍼 서출구의 이야기다. 최근 그는 처음 막 주목받기 시작하던 때보다 훨씬 다양한 모습으로 종횡무진 중이다. 새로운 앨범, 생존 버라이어티, 동거 예능 프로그램, 자체 토크 콘텐츠까지. 정적이던 지난 시간을 보상이라도 하려는 듯, 여러 앵글을 통해 숨겨왔던 면모를 다각도로 드러내는 중이다. 서출구라는 하나의 이름 뒤에 가려져 있던 여러 가지 면면. 그 껍질을 한 꺼풀씩 벗겨봤다. 그 베일을 하나씩 들어내자 최종적으로 드러난 건 인생의 변곡점을 지나며 그의 마음속에 깊이 박힌 신념이었다. 



1. [RSK] 잘 지냈어요? 최근엔 일본에 다녀온 것 같던데요.

 

최근 스케줄이며, 이사며, 정신이 좀 없어서 안 가려고 했었는데 친한 커플이 숙소와 비행기표를 대신 예약해 주면서 같이 가자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너무 고맙게도 좋은 시간을 보내고 왔습니다. 덕분에 재충전도 하고 잘 지내고 있어요.

 


2. [RSK] 일본에서 재밌는 일은 없었어요?

 

일본에는 처음 가본 거라 다양한 걸 많이 해보고 싶었어요. 메이드 카페에 가보자고 주장하다가 거센 저항(?)을 맞아서 실패했지만 대신 길을 걷다가 빠칭코 가게에 잠깐 들어가 보는 것은 성공했습니다. 생각보다 너무 요란하고 정신없더라고요. 기계 앞에 앉아보는 것까지는 성공했는데 복잡해서 금방 다시 도망쳐 나왔습니다.

 


3. [RSK] 최근엔 신보 [하늘색까만색]을 발매했어요. ‘하늘색’과 ‘까만색’이 이상과 현실, 성공과 실패, 선과 악 같은 상반된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더라고요.

 

우리는 늘 대낮의 하늘처럼 밝은 미래를 그리고, 높은 목표를 가진 채 살아간다고 생각했어요. 다만 그 꿈들을 이루기 위해서는 밤새 더 노력하고, 수많은 역경을 이겨내야 하잖아요. 행복하기 위해 불행을 견뎌야 하고, 쉬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성공을 위해 실패하기도 하는 삶을 적어봤어요. 제 얘기를 참 많이 담기도 했고, 좋아하는 문장들이 참 많은 곡입니다. 절실함과 인생의 비린 맛을 살짝 담았지만 그래도 희망을 품고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그려봤어요.

 
 




4. [RSK] 이어지는 트랙 <Driftin’>에선 분위기가 조금 차분해져요. 앞선 트랙에서 ‘하늘색’과 ‘까만색’을 이야기했는데, 이어지는 곡에선 ‘colorblind(색맹)’가 되는 게 인상적이었어요.

 

무언가 하나에 집중하고 매진하다 보면 다른 것들을 놓치게 되는 것 같아요. 그중 하나가 내 주변 사람과 사랑인 것 같고요. 앞서 ‘하늘색 까만색’에서 행복한 미래를 위해 달려 나가는 모습을 그렸는데, 사실 생각해 보면 제 기준에서의 행복은 좋은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거거든요. 그래서 아이러니 했던 것 같아요. 행복한 삶을 위해 노력하면서 정작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것들에는 소홀해진다는 게요. 가끔 색맹처럼 그런 기준들을 선명하게 보지 못하게 되는 것 같아요.



5. [RSK] 라이브 영상 댓글도 살펴봤어요? 서출구만의 펀치라인과 사운드에 감탄했다는 얘기가 정말 많아요.

 

제가 원래는 반응들을 잘 확인하지 않는데, 이번에는 좋은 말들이 참 많았다는 얘기들을 듣고 쭉 보게 됐어요. 굉장히 기분이 좋고 감사했습니다. 특히 제가 가진 사운드적인 부분에서는 늘 고민을 많이 하면서 살아왔는데 뿌듯하기도 했고요.

 


6. [RSK] 또 빛과 소금의 신보 [오늘까지만]에서도 피처링으로 함께했어요. 뜻밖의 조합인 만큼, 어떻게 인연이 닿게 됐는지도 궁금해져요.

 

저와 가까운 기획사 대표님께서 소개해 주셨어요. 빛과 소금 분들께서 새로운 앨범을 준비 중이신데, 주변에 괜찮은 래퍼가 없냐고 여쭤보셨을 때 망설임 없이 저를 추천하셨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평소 너무 좋아하던 그룹이기도 해서 바로 수락하고 벌스를 여러 번 엎어가며 썼던 기억이 납니다. 결과적으로는 너무 좋아해 주셔서 영광이었어요.

 


7. [RSK] <당산역 3번 출구>, <피의 게임2>, <결혼 말고 동거>까지, 다양한 콘텐츠로 시청자들과 만나고 있어요. 이렇게 여러 곳에 출연하게 된 건 어떤 계기에서였어요?

 

우선 마음을 많이 다잡았던 것 같아요. 굳이 하나의 테두리 안에 갇혀서 스스로를 고립시키기보다는 내려놓고 다양하게 내가 해보고 싶었던 것들을 해보자는 생각이었죠. 마침 제 인생에도 다양한 변화가 찾아오는 과정이었고, 그 모습을 담아낼 수 있는 콘텐츠들을 잘 만났습니다. 술도 조금씩 좋아지고 있었고, 오랜 기간 연애한 여자친구와의 결혼도 앞두고 있었고. 더 열심히 살아야 할 때가 되기도 한 거죠.

 
 




8. [RSK] <피의 게임2>에서는 여러 별명을 얻기도 했죠? ‘맑눈광’이나 ‘귀신 들린 치와와’, ‘반려 계산기’, ‘배신 탐지견’, ‘급발진 머신’… 이 중 가장 마음에 드는 별명은 뭐예요? 

 

모든 별명들이 다 너무 신선하고 재밌어서 애착이 가지만 그중 제일 마음에 드는 것은 ‘배신 탐지견’인 것 같아요. 사실 평소의 저는 공격적인 성향이나 예민하게 구는 부분이 정말 많이 없는 편이에요. 그런데 서바이벌 프로그램 같은 곳에만 가면 제가 굉장히 몰입하면서 확 변하더라고요. 그런 곳에서 사람들을 끊임없이 의심하고, 불순한 움직임이 있나 없나 확인하는 것은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제 자신을 위해서뿐 아니라, 함께하는 연합을 위해서는 더욱 더요. 쉽지 않은 역할이다 보니 더 기억에 남는 별명이 된 것 같습니다.

 


9. [RSK] 여러 예능을 촬영하다 보면 이런저런 에피소드도 생길 것 같아요. 혹시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다면 저희에게도 들려주세요.

 

여자친구와 같이 여러 예능을 촬영하고 있어요. 사실 이런 예능에서는 스토리 상 가끔 티격태격하면서 갈등이 있는 듯한 모습도 조금 보여줘야 자극적이잖아요. 그런데 저랑 여자친구는 10년간 사귀면서 서로를 너무 잘 알기도 하고, 사이도 너무 좋아서 싸우는 일이 정말 드물거든요. 그래서 가끔은 강제로(?) 싸우는 모습을 연출해야 했어요. 그런데 둘 다 연기를 너무 못해서 오히려 웃겼던 기억이 납니다.(웃음)

 


10. [RSK] 어느덧 데뷔 8년 차를 맞았어요. 그간의 시간을 되돌아보면 어때요?

 

데뷔 8년 차라고 하는 게 뭔가 실감이 안 나네요. 제일 관심을 많이 받았을 때 몇 년 정도를 혼자 시간과 공간의 방에 가둬놓고 음악 공부만 했다 보니 저에겐 그 시간이 훨씬 짧게 느껴져요. 마치 잃어버린 시간이 있는 느낌이랄까? 그래도 되돌아보면 우여곡절을 잘 헤쳐왔고, 앞으로도 헤쳐 나갈 수 있는 힘을 얻은 느낌이에요.

 


11. [RSK] 음악을 시작했을 당시도 기억나나요? 랩과 힙합의 어떤 점이 특별히 서출구의 마음을 끌었어요?

 

저는 힙합을 늦게 접했는데 당시 공격적인 가사들을 정말 안 좋아했어요. 오히려 서정적이고 부드러운, 재지한 힙합을 좋아했던 것 같아요. 유학 시절 힘들었을 때 많은 위로를 받았거든요. 당시 미국에서 생활할 때 저는 글쓰기를 좋아했고 장학금도 받을 정도로 열심이었어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가사를 쓰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힙합은 가사에 있어서 주제도 자유롭고, 무엇보다 활용할 수 있는 글자 수가 많다는 게 좋았어요.

 
 




12. [RSK] 당시 서출구에게 큰 영향력을 미친 음악이나 뮤지션을 꼽자면요?

 

저는 처음 시작부터 카니예 웨스트(Kanye West)를 정말 좋아했던 것 같아요. 감각적인 노래들도 워낙 많았지만, 초창기 앨범에는 딱히 공격적인 가사나 내용도 없었거든요. 하지만 그 무엇보다 삶의 서사에 더 영향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자기 자신을 절대적으로 믿고 밀어붙이는 힘과 자신감, 그리고 거기서 오는 사건·사고들을 통해 우여곡절을 겪지만 결국 이겨내는 모습들이 너무 멋있었어요.

 


13. [RSK] 최근 마음을 빼앗긴 곡은 없어요?

 

이문세 님의 곡들에 마음을 빼앗겼습니다. 클래식이 클래식인 이유가 있더라고요. 그중에서도 <가로수 그늘아래 서면>을 정말 좋아하게 됐어요. 가사가 너무 아름답고 온전하게 전해져오는 느낌이에요. 해외 노래 중에서는 레마(Rema)의 <Calm Down(캄 다운)>을 정말 좋아합니다.

 


14. [RSK] 또 앞으로 함께 협업으로 만나고 싶은 뮤지션은 누군지도 알고 싶어요.

 

인디 쪽 뮤지션 분들과 많이 협업하고 싶어요. 가사적으로 많이 녹여낼 수 있는 곡들을 조금 더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요. 물론 제 꿈은 카니예 웨스트(Kanye West)나 드레이크(Drake)를 만나는 겁니다.

 


15. [RSK] 먼 훗날의 서출구는 어떤 모습일까요?

 

이것저것 도전했다가 망해보기도 하고, 똑똑한 척하다가 큰 코도 다쳐봤겠지만, 결과적으로는 웃고 있을 것 같습니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을 거예요.

 


16. [RSK] 마지막 질문이에요. 이다음엔 어떤 곡으로, 어디에서 만날 수 있을지 이야기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해 볼게요.

 

유튜브에 다양한 콘텐츠들을 올리려고 준비 중이고, 그 외에도 여러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뵐 수 있을 것 같아요. 다음 곡은 음… 아직 준비 중이긴 하지만 밝거나 서정적인 분위기의 곡을 내지 않을까 싶어요. 그동안 항상 공백기가 길었는데 이번에는 최대한 빨리 뵐 수 있도록 해야죠. 금방 뵙겠습니다!

 

Photographs by K-TIG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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