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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 Yet To Come in BUSAN 콘서트가 전설이 된 이유

늘 그랬듯, 방탄소년단은 무대로 증명했다. 2022년 10월 15일 부산 아시아드 주경기장에서 열린 ‘옛 투 컴 인 부산(Yet To Come in BUSAN)' 콘서트는 현재 방탄소년단을 둘러싼 수많은 기우와 의문의 해답 그 자체였다.

 

방탄소년단은 건재했다. ‘듣보 중소 아이돌’에서 ‘빌보드 가수’로, 바닥에서 정상으로 막 올라선 2017년 ‘더 윙즈 투어(THE WINGS TOUR)'가 오버랩되는 뜨거운 호흡과 기세로 관객을 압도했다. 땀에 푹 젖은 티셔츠를 입고 약 2시간 반의 러닝타임 내내 가뿐하게 스테이지를 누비는 모습에는 경지에 도달한 아티스트만의 관록과 패기의 정확한 완급이 있었다. ‘방탄소년단이 왜 방탄소년단인가?’ 정의의 지평이 또 한 번 확장된 순간이었다. 

 
 

'Not' Mic Drop

광활한 부산 아시아드 주경기장이 보라색 팬 라이트로 물들고, 방탄소년단의 로고를 형상화한 10개의 초대형 스크린에 섬광처럼 불이 켜지며 방탄소년단의 또 다른 역사로 남을 '옛 투 컴 인 부산' 콘서트의 막이 올랐다. 대한민국 제2 수도 부산의 하늘을 폭발시키듯 대담한 불꽃이 터지고, 시한폭탄의 카운트다운 타이머를 표현한 그래픽이 데뷔 싱글 앨범 [2 COOL 4 SKOOL] 발매일인 "13612"부터 방탄소년단의 10년의 여정을 스크린에 새기며 오프닝 무대를 향해 달려갔다.  
 

화려한 밴드 라이브와 웅장한 무대 연출이 드라이아이스처럼 깔리고, 거대한 전광판이 붉은빛으로 타오르는 속에서 방탄소년단이 타이틀 방어전에 나선 복싱 선수처럼 '링' 위로 걸어 나왔다. 레이저 사이트(Laser sight) 같은 날카로운 조명이 몸을 겨누고, 불기둥이 치솟는 무대에서 방탄소년단은 간결하지만 절도 있는 제스처로 관객의 함성을 절정으로 올려붙였다. 그리고, 경기 시작을 알리는 라운드 벨소리처럼 J-HOPE이 "Make Some Noise! (소리 질러)"라고 외친 순간, '본 게임'이 시작됐다. 여기까지, 방탄소년단이 '체급'이 다른 존재감을 각인시키는 데 필요한 시간은 단 1분으로 충분했다.
 

오프닝 곡은 <Mic Drop>(2017)이었다. 방탄소년단의 변치 않는 본질인 언더독 정신의 정수로, "더 볼 일 없어. 할 말 도 없어"라며 헤이터(Hater)들의 소란을 일축하고, 재론의 여지없는 성공과 실력을 과시하는 노래다. <Mic Drop>의 퍼포먼스는 슈가가 'Mic(마이크)'를 'Drop(떨어트리다)'하며 끝나는 것이 원칙이다. 이제껏 라이브와 퍼포먼스용 두 개의 마이크를 준비해 무대를 치러왔다. 그러나 이번 콘서트에서는 마이크를 떨어트리지 않았다. 할 말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의미일 것이다. 명곡은 재해석으로 새 생명을 얻는다. 데뷔 10년 차 방탄소년단의, 더 할 말과 더 해내고야 말 일이 있다는 선언과 야망을 담아 <Mic Drop>은 '옛 투 컴 인 부산'에서 다시 태어났다.  

 
 

달리는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의 음악은 '격투력'이 남다르다. 완전히 다른 개성의 보컬 4인과 래퍼 3인의 목소리가 쉴 새 없이 서로 치고받으며 만드는 타격감과 파열 속에서 균형과 질서를 잡는 '맷집'이 있다. <Mic Drop>에 곧바로 이어진 <달려라 방탄>(2022)은 방탄소년단의 '격투력'의 백미로 콘서트 당시에도, 이후에도 명명백백히 가장 반응이 뜨거운 무대였다. 지난 6월 발표한 앤솔로지 앨범 [Proof]의 신곡 중 하나로 이번 콘서트에서 처음 공연했다. 모든 영광의 타이틀을 거머쥐고도 여전히 “두 맨발이 우리 가솔린”,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위에 달리는 방탄(이 있다)"이라며 세상에 당연한 승리는 없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달려라 방탄> 무대는 방탄소년단만 가능한 그루브와 박력의 극치를 보여줬다. 박자의 박자를 쪼개 빠르게 잽(Jab)을 날리는 보통의 '칼군무 댄스곡'에서는 보기 드문, 어퍼컷(Uppercut)부터 페인트(Feint)까지 다양한 기술과 힘을 사용한 무대를 선보였다. 높은 완성 기준이 드러나는 치밀한 안무 구성과 합, 잘 단련된 신체의 힘과 스피드, 음악의 그루브를 극대화하는 프로다운 완급조절 능력이 돋보였다. 여기에 더해, 돌출무대가 없는 제한된 상황을 기회로 바꿔 서로 가까이 몸을 붙이고 공연하며 시너지를 극대화했다. 

 

"혼을 쏙 빼놓지. 그게 누구든지" 가사의 후렴구에서는 맨몸에 기어를 넣고 과속 질주하듯 '혼을 쏙 빼놓는' 스피디한 춤을 추다가, "Run bulletproof"에서 "Run beautiful"로 이어지는 클라이맥스에선 압도적인 대형으로 늘어서서 박자의 저항을 비껴난 듯 크고 역동적인 안무로 퍼포먼스를 가속했다. 여기엔 <불타오르네>(2016)의 가사인 "진군하는 발걸음"을 형상화한 듯한 꺾이지 않는 기세와 절도가 담겨있었다. 이 극한의 퍼포먼스를 방탄소년단은 흔들림 없는 라이브로 소화했다. 주행음 같은 SUGA의 저음 랩부터 지민의 경적 같은 고음까지 빈틈없는 라이브로 관객의 귀와 눈을 정신없이 몰아붙였다. 
 

무하마드 알리는 말했다. "나는 상대방을 KO 시킬 뿐 아니라, 때려눕힐 라운드를 정할 수 있다. (Not only do I knock'em out, I pick the round.)" <달려라 방탄>은 '라운드'를 지배하는 챔피언 방탄소년단이 날린 KO 펀치였다. 

 
 

방탄소년단의 '끓는점'

진짜 환호는 한 템포 빠르게 터진다. 무대에 대한 기대와 그 기대를 배반하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더해질 때, 관객의 함성은 콘서트의 '끓는점'을 넘긴다. 15초. '옛 투 컴 인 부산' 콘서트에서 가장 큰 함성이 터진 시간은 RM·SUGA·J-HOPE 래퍼 유닛의 무대 <욱 (ugh!)>(2020)에서 <BTS Cypher pt.3 : Killer>(2014)로 넘어가는 15초 동안이었다. <욱 (ugh!)>이 연발 저격음 속에 끝나고, 데프콘 경보 같은 <BTS Cypher pt.3 : Killer>의 전주가 광활한 스타디움에 울려 퍼진 순간, 객석은 그야말로 광란의 도가니가 됐다.

 

두 곡은 '헤이터'를 저격한다. 2014년 데뷔 2년 차, 악플보다 무플이 많던 시절 발표된 <BTS Cypher pt.3 : Killer>가 상정한 헤이터는 '힙합씬'이었다. 방탄소년단이 <Dynamite>와 함께 코로나19 시대 평화와 치유의 글로벌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한 2020년에 발표된 <욱 (ugh!)>의 저격 상대는 '일부 미디어'였다. '과녁'이 작았다. 그러나 '웃프게도' 개인 활동 위주의 '챕터 2' 플랜 발표 후 불거진 해체설과 병역 관련 논란만큼 '과녁'이 커지며 두 노래의 폭발력의 단위가 달라졌다. 진실한 창작물은 독립된 삶을 얻고, 모든 살아있는 것의 섭리대로 난관을 겪으며 강해진다. 2022년 10월 15일의 <욱 (ugh!)>과 <BTS Cypher pt.3 : Killer>는 천하무적이었다. 모든 플로우가 해일처럼 객석을 덮쳤다. 팬들은 코로나19와 그동안의 논란으로 참아온 함성을 원 없이 터트리며 해방감과 안도를 느꼈다. 

 

Ma City 출신 가장 성공한 놈

아티스트의 진짜 실력과 명성은 콘서트 중반부에서 확인할 수 있다. 강렬한 오프닝 메들리와 컨셉츄얼한 유닛 무대, 숨만 쉬어도 아련한 엔딩부를 제외한 공연의 몸통에서. 기승전결 설계 상, 드라마틱한 무대 효과가 잠시 쉬어가고 킬링 넘버를 배치하기 어려운 이때엔 모든 것이 형광등 불빛처럼 보정 없는 현실에 놓인다. 가수는 체력 소진으로 멘트가 많아지거나 안무 없는 느린 템포의 노래를 부르고, 관객은 물을 마시거나 핸드폰을 확인한다. 바로 이 시점의 활력이 프로와 프로 그 이상의 미세하지만 완전한 차이를 결정한다. 
 

방탄소년단은 어땠을까? 귀가 시간을 계산하고, 밀린 SNS 알림을 확인하는 이 '현타'의 시간이 방탄소년단 콘서트에서는 가장 꿈처럼 흘렀다. 단 몇 분 전까지 강렬한 블랙 의상에 체인 액세서리를 두르고 'Killer'가 제목에 들어간 살벌한 노래를 부르다가, '디즈니 키즈' 채널 출연자 같은 파스텔톤 의상으로 갈아입고 사뿐하게 무대에 올라 킬링 넘버들을 쏟아냈다. 방탄소년단의 첫 빌보드 싱글 차트 1위 곡 <Dynamite>(2020), 2021년 빌보드 싱글 차트 최다 1위(9회)를 기록한 <Butter>(2021), 최근 뮤직비디오 조회수 16억을 돌파한 <작은 것들을 위한 시>(2019)까지 7곡을 연달아 소화했다.
 

이 메들리의 절정은 대중에게는 생소한 <Ma city>(2015) 무대였다. '듣보 중소돌' 시절, 고향에서 가장 출세한 사람이 될 거라는 패기와 꿈을 담아 만든 노래로, 그 꿈을 현실로 만들어 멤버 지민과 정국의 고향인 부산으로 돌아와 불렀다. "자 부산의 바다여. 푸른 하늘 아래 this sky line"이라는 청량한 가사가 공연장 가득 울려 퍼질 때, 꿈을 이루기 위해선 꿈을 가져야 한다는 당연한 진리가 관객의 가슴에 철썩였다. 
 

<Ma City>는 초동 판매량 약 9만 장인 [화양연화 pt.2](2015) 앨범 5번 트랙이다. 세상의 기준으로는 별다른 존재감 없는 노래다. 그러나, 대중음악 역사에서 손꼽히는 기록을 세운 <Butter>와 함께 불려도 조금도 '쫄리지' 않았다. 그 이유는, 방탄소년단이 진행이 느슨해져도 양해되는 콘서트 중반부에서도 온몸이 땀에 젖도록 전력으로 무대를 뛰어다니며 노래하고, 음악을 만들어온 가수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메들리의 7곡 중 가장 안무가 격렬해 체력 소모가 큰 <IDOL>(2018)을 마지막 순서에 넣는 혈기와 자부심을 가졌기 때문이다. 하늘은 언제나 스스로 돕는 자만을 돕는다. 데뷔 10년 차 방탄소년단이 CD 3장 구성의 앨솔로지 앨범에 다 담기 어려울 정도로 수많은 히트곡을 보유한 이유다. 

 
 

순간에서 영원으로

"막이 내리고, 나는 숨이 차. 복잡해진 마음, 숨을 내쉰다. 오늘 뭐 실수는 없었었나, 관객들의 표정은 어땠던가"로 시작되는, 무대에 대한 영원한 열정을 노래한 <Epilogue : Young Forever>(2016)는 방탄소년단 콘서트에서 작별의 시간을 의미한다. 라이브 밴드의 묵직하고 멜로딕한 기타 리프가 공간을 가르고, 관객들이 이 노래의 전통적인 하이라이트인 "Forever, we are young 넘어져 다치고 아파도 끝없이 달리네 꿈을 향해"를 '떼창'할 때, 전설로 남은 콘서트의 클라이맥스가 늘 그러하듯 음악은 열망으로 몸을 바꾼다. 사운드가 고조될수록 가수와 관객은 더 뜨거운 열망으로 더 견고하게 결속된다. 
 

'옛 투 컴 인 부산'은, 코로나19 이후 3년 만의 첫 국내 함성 콘서트이자 멤버들의 입대 전 마지막 ‘완전체’ 콘서트였다. 이러한 현실의 유한함은 <Epilogue : Young Forever>와 함께 부산 아시아드 주경기장에 자리한 모든 이들을 무한의 감각으로 이끌었다. 방탄소년단이 만드는 모든 음과 포즈마다 이 순간의 기억을 영원으로 이어가겠다는 열망이 서로를 묶었다.
 

방탄소년단의 세계관에서 '청춘'은 '화양연화(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때)'와 동의어이다. 무대, 열정, 인기의 절정이 '청춘'으로 호명된다. 그래서 <Epilogue : Young Forever>에 이어 나온 노래는 당연하게도 <For Youth>(2022)였다. 이 노래는 '청춘'에게 고하는 연서이다. "넌 나의 젊음 또 나의 청춘 고마운 벗 내 자랑, 내 천국, 또 love"이라며, 10년의 활동에서 이름 지어온 모든 '청춘'의 근원이자 실재가 팬이라고 고백한다. 그리고, "언제든 돌아올 테니까, 널 기다리며 언제나 이곳에"라며 병역 이행으로 예정된 부재를 예고하고, "그 손 내밀어 주겠니"라며 재회를 당부한다. 피날레 곡은 <Yet To Come>(2022)이었다. ‘아직 오지 않았다’라는 제목 뜻대로 방탄소년단의 '화양연화'를 향한 여정이 계속될 것을 약속하며 '옛 투 컴 인 부산' 콘서트는 대망의 막을 내렸다. 
 

진은 솔로 싱글 앨범 [The Astronaut](2022) 발매 기념 라이브 방송에서, "눈물 공연을 하고 싶지 않아서" 콘서트 전까지 병역 이행 계획 발표를 미뤘다고 밝혔다. 마음먹었던 대로, '옛 투 컴 인 부산'은 같이 춤추고 뛰어노는 축제 같은 콘서트였다. 큐시트의 대부분이 대중에게 많은 사랑을 받은 활동곡이었다. 예정된 미래에 대해서도, J-HOPE이 "하나 된 믿음으로 미래를 그려가 볼 시기", RM이 "방탄소년단 7명의 마음이 같고 여러분이 저희를 믿어주신다면, 앞으로 무슨 일이 있더라도 굳건히 잘 이겨나갈 수 있을 것" 정도로 에둘러 말했을 뿐이다. 그러나 객석의 누구라도 오프닝 곡인 <Mic Drop>의 시작부터, 이날 콘서트가 방탄소년단의 여정에서 어떤 변곡점이 될지 짐작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음악의 진짜 언어는 가사가 아니라 격정이기 때문이다. 방탄소년단이 콘서트 내내 전한 격정에는  벌써 시작된 그리움과 다함없을 열정에 대한 맹세가 사무쳐 있었다.

 
 

이 노래가 끝이 나면 새 노래가 시작되리

미국의 한 매거진은 방탄소년단의 성공의 이유로 “스스로 계속 도전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기 때문”이라고 평한 적 있다. 솔로 위주의 챕터 2 활동을 선언한 지 반년도 되지 않았으나, 방탄소년단은 틀을 깬 도전과 추동력으로 스스로의 가능성을 실험하며 새로운 전기를 열고 있다. 벌써 세 명의 멤버가 솔로 앨범을 발표했고, 찰리 푸스·베니 블랑코·싸이·바밍타이거 등 독보적인 컬러의 아티스트와 협업했다. 카타르 월드컵 개막식, 미국 음악 페스티벌 '롤라팔루자(Lollapalooza)', 'W Korea'의 유방암 인식 향상 캠페인 등 다양한 의미와 규모의 무대에 섰으며, 매거진 특집 화보부터 유튜브 방송까지 폭넓은 매체에 출연하며, '방탄소년단이 누구인가?' 정체성의 규정을 갱신하고 있다.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조지 버나드 쇼는 "진보란 변화 없이는 불가능하다.(Progress is impossible without change.)"라고 말했다. '옛 투 컴 인 부산'이 전설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군백기' 전 마지막 콘서트이기 때문이 아니라, 변화와 전환의 시기에 두려워하며 물러서지 않고, 앞으로 힘껏 달려 나가는 방탄소년단의 기세와 생동감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이 노래가 끝이 나면 새 노래가 시작되리"라는 <00:00 (Zero O’Clock)>(2020)의 가사처럼, '옛 투 컴인 부산' 콘서트는 끝났지만 방탄소년단의 새로운 무대는 계속될 것이다. 

 

ILLUSTRATION BY RAZZ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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