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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이단 헌트: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 (2025)

톰 크루즈 주연의 첩보 액션 영화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가 이번 작품을 마지막으로 완결되었다. 이 시리즈는 1996년 개봉된 이래로 약 삼십 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단순한 액션 블록버스터를 넘어 새로운 첩보 액션 영화의 문법을 만들어왔다. 

 

 

 

그동안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가 대중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이유는 단지 화려한 액션이나 눈부신 첨단 장비들 때문만은 아니다. 이 시리즈는 전통적인 첩보물의 형식을 따르면서도, ‘과연 누가 조직의 배신자인가’라는 추리 요소를 가미해, 새로운 첩보 영화의 문법을 선보였다. 이러한 점은 첩보물의 대명사인 <007> 시리즈와 구분되는 뚜렷한 차별점으로, 관객들은 영화가 선보이는 화려한 액션 장면만큼이나 복잡한 인간관계와 심리전에 몰입할 수 있었다. 그리하여 이 시리즈가 시작된 이래 우리는 ‘스파이’하면 영국의 제임스 본드보다 미국의 이단 헌트를 먼저 떠올리게 되었다.

 

이 시리즈가 특별한 또 다른 이유는 작품마다 새로운 감독에게 연출을 맡기며 과감하게 영화적 스타일의 변화를 시도해 왔다는 점이다. 예컨대 시리즈의 두 번째 속편은 홍콩 느와르의 거장(巨匠) 오우삼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아름다운 총격 장면과 슬로우 모션(slow motion)이 강조된 동양풍의 연출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처럼 <미션 임파서블>은 관객들이 호불호에도 불구하고 매번 새로운 스타일을 시도하며, 이 시리즈만의 정체성을 형성해 왔다. 

 

 

무엇보다 이 시리즈의 중심에는 배우 톰 크루즈가 있다. 그는 1962년생으로, 환갑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화면 속에서 여전히 전력 질주를 멈추지 않는다. 시리즈의 완결편인 이번 작품에서도 그는 리얼 액션을 선보였다. 톰 크루즈는 컴퓨터 그래픽에 의지하지 않은 채 공중을 나는 비행기에 매달려 적과 대결하는 장면을 찍었고, 위험천만한 액션들을 직접 소화했다. 

 

이런 점에서 영화의 후반부에 등장하는 비행기 추격 장면은 인간이 만들어낼 수 있는 극한의 액션이라 할 수 있다. 그의 철저한 자기 관리, 연기 철학, 그리고 영화에 대한 집념은 이 시리즈가 삼십 년간 유지될 수 있었던 가장 큰 비결이다. 하지만 벌써 삼십 년이다. 계속 리얼 액션을 선보이기에는 이제 그에게도 시간의 무게가 느껴진다. 어쩌면 그의 노화와 함께 이 시리즈가 완결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로 보인다. 

 

 

마지막 대미(大尾)를 장식하는 이번 작품은 시리즈의 시작과 끝을 하나로 연결하고 있다. 영화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은 이단 헌트의 과거 행적이 인공지능 ‘엔티티’의 탄생에 일조했다는 설정으로 시작한다. 이단 헌트가 음지에서 해결했던 사건들이 엔티티라는 최악의 적을 탄생시켰고, 그로 인해 AI의 공격으로부터 인류를 지켜내기 위해  마지막 미션을 수행한다는 것이 이번 작품의 줄거리이다. 

 

이 작품이 인상적인 점은 주인공 일행의 적이 미국의 평화를 위협하는 러시아와 같은 특정한 국가나 핵전쟁을 유도하려는 비밀 조직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같은 설정은 시리즈의 과거 작품들과 달리 국가들 간 적대가 아닌 각국의 화합과 신뢰를 강조한다. 서로를 속고 속이는 첩보물에서 ‘신뢰’와 ‘화합’을 강조한다는 것은 다소 아이러니하지만, 이 시리즈가 세계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이단 헌트와 그의 동료들에게 보이지 않는 신뢰와 희생을 요구했다는 점에서, ‘신뢰와 화합’이라는 메시지는 일맥상통한다.

 

 

또한 이단 헌트가 지금까지 해결해 왔던 임무들이 인류를 위기에 몰아넣는다는 설정은, 미래란 과거의 미시적 선택들이 축적된 결과라는 점에서 나름 철학적 의미를 내포한다. 이러한 주제의식은 시리즈의 시작부터 이단 헌트와 함께 했던 동료 루터가 죽음과 함께 남긴 메시지를 통해 선명해진다. 루터는 지금까지 이단 헌트의 조력자로 등장했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동료와 시민들을 구하기 위해 죽음을 선택하며, 미래란 지금 우리가 선택한 과거의 결과임을 역설한다. 

 

영화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은 관객들에게 화려한 볼거리뿐 아니라 개인의 윤리적 선택과 자기희생의 가치를 강조한다는 점에서 시리즈의 완결편으로 손색이 없다. 이제 우리는 이단 헌트와 작별해야 하지만, 이 시리즈가 남긴 유산은 앞으로도 관객들의 가슴 속에 오래도록 남아 있을 것이다.

 

<사진제공 - 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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