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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아직 승차하기엔 이른 버스일까?

 

대한민국은 지금 ‘메타버스’로 난리다. 시장규모가 1,700조를 넘겼느니, 관련 기술이 어떻니, 관련 주식이 어떻니 온라인 뉴스에 연일 도배가 되고 있으며, 마치 인류를 구원할 기술인 것처럼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는 중이다. 아닌 게 아니라 블랙핑크가 플랫폼에서 공연을 펼쳐 수많은 접속자가 몰렸고 어떤 대선후보는 플랫폼 안에서 출마 선언을 하는가 하면, 모 대학교는 가상캠퍼스를 플랫폼 안에서 구축했다는 기사가 나오기도 했다.
 

메타버스는 사실 그리 생소한 개념은 아니다. 흔히들 이야기하는 ‘가상현실’이 그 근본적인 개념으로 해외에서는 2003년 히트했던 세컨드라이프가 대표적이며 따지고 보면 대한민국을 휩쓸었던 싸이월드의 미니미와 미니룸도 메타버스의 시조 격이라 볼 수 있겠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동물의 숲, 심즈 같은 게임들도 일부 메타버스 형식의 인터랙티브한 면모를 지니고 있고 확실한 개념의 메타버스 서비스인 제페토, 로블록스, VR챗 등이 모두 인기리에 서비스 중이다. 물론 이런 메타버스의 폭발에는 코로나바이러스의 유행이 큰 도움을 줬다. OTT와 게임 등 인하우스 콘텐츠의 유행을 강제했던 이 바이러스로 인해 다가올 메타버스의 유행이 한 단계 앞당겨진 것이다.
 

그렇다면 K-pop 세계에서는 어떨까? 먼저 라이엇게임즈가 K/DA로 훌륭하게 자사 게임인 LOL 세계관의 아이돌을 정립하며 출발선을 끊었다면 뒤이어 SM엔터테인먼트가 에스파를 런칭하며 본격적으로 시장을 선도해나가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많다. 특히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는 에스파를 런칭하며 SM 아티스트의 전체적인 세계관을 하나로 연결하고 새로이 확립하는 작업을 시도했는데 확실하지 않지만, 이는 SM이 향후 메타버스 플랫폼과 관련한 사업에 뛰어들 수도 있음을 추측해볼 수 있다. 단지 플랫폼과 세계관에만 그치지 않고 가상 인물을 창조하여 관심을 끄는 곳들도 있다. 미국에서는 ‘릴 미켈라’가 100억대가 넘는 광고 수입을 올렸으며 일본에서는 34만 명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를 소유한 이마(Imma)와 300만 명의 팔로워를 지닌 이른바 ‘버추얼유튜버’인 ‘키즈나 아이’가 대표적이다. 대한민국에서는 ‘로지’가 얼마 전 한 은행 광고에 출연해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또 딥 스튜디오의 연습생 ‘정세진’ 또한 많은 주목을 받는 가상 인물이다.
 

가상 연습생인 ‘정세진’을 개발한 딥 스튜디오의 류기현 대표는 “가상 인물과 현실 인물의 조합으로 영화 [레디 플레이 원]과 같은 K-pop 그룹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웹툰, 웹 소설 등 여러 서로 다른 IP에서 탄생한 캐릭터들과 전통적인 실제 사람 아이돌이 하나의 그룹이 되어 빌보드 수상을 목표로 성장중”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단순히 메타버스는 K-pop뿐만이 아닌 전 산업에 걸친 변화로 보고 있으며 메타버스, 디지털트윈, 디지털 트랜스 포메이션 등도 다 비슷한 말을 하는 것 같다. 결국 세상이 더욱더 컴퓨터화될 것이다. K-pop은 기술 발전에 굉장히 유연하고 확장성 있게 대응해왔고 이미 이런 플랫폼들을 잘 활용해왔기 때문에 잘 적응해나갈 것”이라 예상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들 메타버스가 초기 단계인 만큼 얼마전 논란을 일으켰던 딥페이크처럼 다양한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음을 지적한다. 류 대표 역시 “디지털 휴먼, 가상의 존재 등 아직 업계에 표준화된 용어도 적립이 되지 않을 만큼 초기의 산업이다. 법망, 기술적 제약은 결국엔 극복되리라 생각하지만 결국 디지털 휴먼을 만드는 사람들의 의식이 가장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 시장에 존재하는 디지털 휴먼들은 특정 행사나 단순히 광고 모델들을 대신하는 기능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좀 더 본질적으로 이들의 존재 이유와 팬들이 이들을 좋아해야 하는 이유 등을 고민하는 사업자들이 많이 나올 수 있으면 한다”고 전했다.
 

메타버스는 인력이 부족한 중소 엔터테인먼트사 입장에서도 당장 관리해야 할 플랫폼이 하나 더 늘어나는 부담이 있다. 프로모션 해야 할 플랫폼이 하나 늘어나면, 이는 관리인력과 홍보비용의 가중이라는 나비효과를 낳는다. 이미 K-pop 엔터테인먼트들은 수년 전부터 많은 플랫폼과 계정을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최근 서비스를 개시하여 주목받고 있는 위버스나 유니버스 같은 플랫폼, 팬카페, 유튜브,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트위터, 틱톡, 브이라이브, 웨이보, 유쿠 등 기존에 관리해야 하는 계정의 숫자도 어마어마한데 거기에 집중력과 섬세한 컨트롤이 필요한 메타버스 플랫폼까지 더해지니 이를 사업적으로 이용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혼선이 가중될 수도 있다. 팬더믹의 충격이 가시지 않은 현재 이러한 부담은 기획사들의 고민을 한층 깊이 더 해줄 수 있는 스트레스로 작용한다.
 

또한 이들 메타버스 플랫폼이 아직은 K-pop을 ‘이용’하는 측면으로서 바라보는 시선도 존재한다. 아직 채 정립되지도 않은 시장과 플랫폼의 붐업을 위해 K-pop을 강제승차 시킨다는 것이다. 이전까지 K-pop 팬덤은 선험적인 커뮤니티 측면이 강했다. 콘텐츠를 경험한 사람들이 먼저 모인 이후에 팬덤이 형성되는 구조였는데, 메타버스 플랫폼은 먼저 판을 깔고 이후에 플랫폼의 이용자 수 증가를 위해 K-pop을 끌어들인다는 것이다. 물론 이 플랫폼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엔터테인먼트사들도 분명 존재한다. 다만 아직 초기 단계의 산업이며 산업의 구조가 명확하게 확립되지 않은 이상, 이 움직임이 유행할 플랫폼을 선점한 것인지, 억지로 참여한 것인지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될 것이다.
 

 

메타버스가 K-pop의 새로운 동아줄이 될는지는 현재까지 알 수 없다. 다만 언제나 새로운 시도는 유의미하며 실패를 통해서 우리는 많은 것을 배운다. 이전 칼럼에서도 K-pop은 어떤 형태이든 결국 IT산업으로 귀결될 것이라 예상했지만, 어떤 형태로 아티스트가 팬들을 만나든 엔터테인먼트 제작자들은 예술 소비자들에게 가장 기본적인 즐거움, 음악의 즐거움을 주는 본분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사진 제공 - pex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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