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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생산의 역전, 창작자가 된 평범한 사람들


illustration by ZINLI

 

[Illustration < 모든 창작자들의 성공의 과정에는 노력이 있다.]
 




 스타를 만들어 내는 주요 루트가 대형 자본과 레거시 미디어로 국한돼 있던 시절은 지났다. 스마트폰의 상용화와 더불어 SNS가 일상에 빠르게 자리잡으며 인류는 마침내 개인 미디어를 손에 넣게 되었고, 이후 세계 곳곳의 수많은 슈퍼스타들이 자생적으로 탄생하는 장면을 목도하게 된다. 그리고 기술과 산업이 확대되어 갈수록 우리는 끊임없이 일상의 스타들을 만들고 만나게 될 것이다.


 이러한 배경에는 개인 미디어를 보다 손쉽게 운영할 수 있도록 만드는 일련의 상황들이 자라하고 있다. 스마트폰은 이미 디지털카메라를 대체하였고 각종 방송장비의 가격도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다. 영상이나 사운드 편집 프로그램들도 유저확보를 위해 사용상의 간편함을 무기로 내세우고 있으며, 이로 인해 전문가와 아마추어의 간극도 점차 줄어드는 추세이다. 따라서 아이디어를 가진 개인이 조금만 노력한다면 다양한 방식으로 콘텐츠를 생산해내는 것이 가능해졌다. 


 그리고 드디어, 잔뜩 부푼 탄산음료의 캔뚜껑이 터졌다. 바로 2012년 유명 크리에이터인 ‘대도서관’이 거액의 유튜브 수입을 공개해 한국의 대표적인 1인 미디어인 아프리카TV와 다음팟캐스트(현 카카오tv)에서 활약하던 크리에이터들에게 일대 충격을 준 것이다. 주로 시청자들의 도네이션에 수입을 의존하던 크리에이터들은 유튜브라는 새로운 바다를 알게 되었고 눈치 빠른 크리에이터들은 재빨리 생방송의 하이라이트를 편집해 유튜브에 업로드 하기 시작했다. 일반인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처음 붐을 일으킨 대도서관이 평범한 회사원이었단 점은 이들을 크게 자극했고 ‘보람튜브’의 경우 키즈 콘텐츠도 충분히 돈이 되는 사업이라는 것을 깨닫게 했다. 마침내 2010년대 중반의 대한민국은 이른바 누리꾼들에 의해 명명된, ‘대 유튜브시대’를 맞이하게 된다. 핸디캠과 소형 마이크가 불티나게 팔려 나갔고 유튜브 채널 수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한국의 크리에이터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만들고 소비하던 ‘먹방’이 세계로 퍼져 나간 것도 이때이다.


 그러나 유튜브로 수익을 올리는 일은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았다. 수익을 창출하는 조건까지 도달하는 데에도 어려움이 있지만, 수익을 낸 이후로 채널의 관심도를 유지하는 것은 더더욱 어려운 일이었다. 1주일에 2~3개의 콘텐츠를 꾸준히 생산해내는 것은 직장을 다니는 이들에게는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다시 몇 년 사이, 유튜브로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환상에 빠져있던 사람들이, 카메라와 음향기기 값만 버렸다며 썰물처럼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이제 남은 크리에이터들은 이 직업을 유지하기 위해 발버둥쳤다. 단순히 남들이 하는 콘텐츠를 따라 하는 정도로는 구독자를 확보할 수 없기에 더러 자신의 모습과 프로필을 조작하거나 법을 어겨가며 콘텐츠를 만들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처럼 수년간 시행착오를 거듭한 결과, 2020년대 대한민국 유튜브는 콘텐츠의 ‘퀄리티’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로 인해 내용은 좋지만 화면 구성과 편집이 일정 수준에 도달하지 않은 콘텐츠들은 외면당하기 시작했다. 다행히 ‘대 유튜브시대’ 동안 생겨난 수많은 전문 영상 편집업체와 편집인력을 통해 아웃소싱이 가능해졌다. 그리고 콘텐츠의 퀄리티에 특히 민감한 소비자인 한국인들의 높은 기준점이, 대한민국 유튜브의 전체적인 퀄리티 상승에 한몫을 하기도 했다. 


 한편 아웃소싱을 통해 영상의 퀄리티가 올라간 만큼 이제 크리에이터들은 자본만 있다면 자신의 아이디어를 레거시 미디어 수준으로 끌어올릴 방도가 생겼다. <가짜사나이>는 이러한 유튜브 콘텐츠 생산에 대해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한 기념비적인 콘텐츠로 꼽힌다. 유명 크리에이터들을 한데 모아 군사훈련을 시키는 이 관찰 예능은, 각종 밈을 양산하며 대한민국 유튜브 시장을 뜨겁게 달궜고 레거시 미디어로 하여금 위기감을 느끼는 데 기폭제 역할을 했다. 중소기업의 애환과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좋좋소>의 경우 이제까지 나온 대한민국 유튜브 드라마 중 가장 성공적인 콘텐츠로 반드시 언급되는 작품이다. ‘꽃미남 실장님’, ‘화내는 시어머니’, ‘기업의 대물림을 위한 암투’라곤 찾아볼 수 없는, 한국 드라마의 국룰 같은 클리셰를 철저하게 벗어난 이 현실적인 작품은 수많은 직장인의 공감을 얻으며 OTT 시장에도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다른 이야기도 해보자. 개인 미디어 시장의 활성화 이후 우리는 다양한 분야에서 스타의 탄생을 지켜볼 수 있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스타를 꼽자면 ‘제이플라’가 될 것이다. 구독자 1,720만 명으로 현재까지 대한민국 1인 유튜버 중 가장 많은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는 제이플라는 유튜브를 통해 가수까지 데뷔한 케이스다. 떠오르는 보컬리스트 ‘서리’ 역시 이 루트를 통해 데뷔했으며 트로트 유튜버 ‘요요미’는 트로트 열풍에 힘입어 레거시 미디어에서도 자주 찾는 스타가 되었다. 대한민국의 독보적인(?) 콘텐츠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채널 수도 고수도 많은 먹방 분야에서는 350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가진 ‘쯔양’이 가장 먼저 언급되는 이름이다. 그녀는 한 차례 위기를 겪고 복귀한 이후 오히려 날개를 단 케이스로, 현재 여러 방송국에서 얼굴을 볼 수 있다. 피트니스 분야에서는 단연 김계란의 활약이 눈에 띈다. 앞서 언급한 <가짜사나이>의 기획자이기도 하며 유익한 피트니스 정보를 유머러스하게 풀어내는 능력으로 300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 중이다. 댄스 분야에선 ‘원밀리언스튜디오’를 따라갈 채널이 없을 것이다. 대한민국 유명 안무가들의 집합소가 된 이 댄스학원은 2400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 중이며, 수많은 K-pop 가수들의 안무가 태어나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3D펜 장인 ‘사나고’의 경우 3D프린터 기능의 3D펜을 통해 무엇이든 만들어내는 콘텐츠로 유명해졌으며, 300만 명 가까운 구독자를 보유 중이다.


 이처럼 뉴미디어를 통해 탄생한 스타들은 유명세를 얻으며 부와 명성을 거머쥐었고 레거시 미디어의 열렬한 러브콜까지 받게 되었다. 중요한 지점은 이들 크리에이터가 스타덤에 오른 주된 요인이 철저한 퀄리티 컨트롤이라는 것이다. 이제 여러분의 콘텐츠가 수준 높은 기획력과 편집,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담고 있지 않다면 재빠르게 다른 채널의 영상으로 넘어가는 시청자를 접하게 될 것이다. 달리 이야기하자면, ‘대 유튜브시대’의 모험은 이제 무모한 도전이 될 가능성이 커졌으며 유튜브 시장이 점차 레드오션을 향해 달려간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엉성한 콘텐츠로는 더 이상 시청자들을 만족시킬 수 없을 뿐 아니라 때로 비난까지 감수해야 할 것이다. 마치 유명 K-pop 스타들의 아웃풋 콘텐츠가 납득할 만한 수준이 아닐 경우 팬들의 항의를 받는 것처럼 말이다. 결국 모든 일이 그렇듯 돈과 시간과 정성을 아낌없이 쏟아부은 양질의 콘텐츠만이 살아남을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이것은, 지금 크리에이터를 시작하려는 당신이 가장 주지해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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