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어게인3>에서 우승을 거머쥐며 세간의 주목을 받은 홍이삭. 그는 앞으로도 허물없는 뮤지션으로 대중 앞에 서기를 소망한다. 지금 같은 자연스러움을 유지한 채로.
1. [RSK] <싱어게인3> 우승 이후 주변에 홍이삭앓이를 하는 이들이 급격히 많아졌어요. 인기 실감하죠?
변화에 실감을 안 한다면 거짓말이죠. 전보다 알아봐 주시는 분들이 많아지기도 하고 무엇보다 <싱어게인3>을 통해서 반겨주시는 분들이 많은 걸 느낍니다. 하지만 인기라고 생각이 들진 않고 오히려 저의 삶과 이야기에 공감해 주신 게 아닌가 생각이 들어요. ‘인기’보다는 ‘축하’와 ‘공감’을 지금은 더 느끼는 것 같아요.
2. [RSK] 우승 이후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많은 것들이 바뀌었을 것 같은데, 어떤 것들이 변했어요?
아직은 변한 건 잘 못 느껴요. 먹는 밥이나 자는 집이나 해야 하는 빨래와 써야 하는 글이나 음악들은 여전히 똑같고, 맘속의 숙제들도 여전히 남아있어서 그런지 오히려 삶을 보는 시야가 여전히 비슷하게 이어지는 것 같아요. 변하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고 여전하길 바라는 마음도 있고, 어쩌면 선택의 기로에 있는 것 같기도 해요.
3. [RSK] 요새는 어떤 것에 관심을 두고 지내요? 음악 외에 좋아하는 것들도 궁금해요.
요새는 여행을 가고 싶다는 생각을 좀 해요. 트레킹을 가고 싶다는 생각을 몇 주 전부터 했거든요. 어딘가 외진 외국 어딘가의 산등성이를 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안전하다면 그곳에서 먹고 자며 며칠간 트레킹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에 대한 정보나 지식이 하나도 없어서 생각하는 꿈 같은 것인가 봐요.
4. [RSK] 홍이삭을 바라보는 토스트처럼, 누군가에게 ’팬심’을 가져본 적도 있어요?
저는 <홍진경의 영화로운 덕후생활>이라는 프로를 하면서 ‘벤 멘델슨’이란 배우를 인터뷰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 기회로 그분의 팬이 됐어요. 그 후로 그분이 나온 드라마나 영화를 챙겨보려고 노력하고 있고요. 연기할 때의 매력과 사람으로서의 매력이 둘 다 흘러넘쳐서 그런지 내가 그분의 나이가 되면 그런 모습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5. [RSK] 최근 홍이삭의 마음속에 가장 크게 자리하고 있는 이슈는 뭐예요?
제 마음속에 가장 크게 자리하고 있는 이슈는… 겉과 속을 같은 모양으로 두는데 다른 사람들이 그 모습 때문에 처지거나 힘이 빠지지 않게 하고 싶어요. 그걸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직 잘 모르겠어요. 특히 요즘 더 그런 것 같습니다. 내면은 그렇고요. 겉으로는 사실 항상 같은 마음인 것 같아요. 뭔가 아직 음악하는 사람으로서의 정체성을 찾지 못한 것. 그게 고민이죠. 어떻게 해야 모든 상황을 웃으면서 나름의 긍정성을 가지고 이겨내느냐가 지금 저에게는 가장 큰 화두인 것 같아요.
6. [RSK] 얼마 전엔 신곡 <사랑은 하니까 (Prod. 최유리)>를 발표했죠? 이 노래는 어떻게 탄생하게 된 곡이에요?
<사랑은 하니까 (Prod. 최유리)>는 유리 님께 곡을 받을 수 있는지 제가 먼저 부탁을 드렸어요. <싱어게인3>의 첫 곡을 유리 님의 <숲>으로 했으니 이 모든 것의 마무리이자 그다음 제 삶의 챕터를 열 수 있는 좋은 기회이지 않을까 싶어서요. 유리 님이 자신이 예전에 썼던 곡의 일부분이 있는데 자기가 부를 수 있는 곡이 아닌 것 같아 저를 생각한 게 있다 해서 그 곡을 들려주셨어요. 처음엔 조금 어렵게 들리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노래의 이야기나 무게감이 저와 너무 잘 맞는다는 생각을 해서 이 곡을 부르게 되었습니다.
7 [RSK] 최유리 님과는 유재하 음악경연대회에서 만난 인연이잖아요. 협업하며 생긴 에피소드는 없어요?
협업하면서 생긴 에피소드는 아직 없어요. 그래도 점점 친해지면서 생기지 않을까요? 앨범 나오고 난 이후로 연락을 또 잘 안 해서…. 하하. 이렇게 비즈니스적인 관계였나 싶긴 하지만 같이하는 일들이 늘수록 에피소드가 생기겠죠!
8. [RSK] 음악을 해야겠다고 결심한 첫 계기도 궁금합니다.
저는 음악을 해야겠다고 결심하진 않았어요. 음악을 해도 되는구나 생각했던 게 저에게는 결심의 순간이었어요. 한국에서 대학교에 다닐 때 음악과가 아니지만 음악을 정말 좋아했던 친구가 많았거든요. 저보다 음악도 잘하고 교내에서 음악 활동도 열심히 하는 친구들이었는데 전공은 다 달랐어요. 그 친구들에게 나중에 뭘 할 거냐고 물어보면 대부분 음악을 하고 싶다 했어요. 그러면서도 친구들은 취업 준비 시험 준비를 열심히 했죠. 그 모습을 보면서 ‘그냥 해도 되겠다’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누군가를 위해 일하는 회사에 들어가기보다는 20대부터 좀 더 도전적인 삶을 살아보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해서 방향을 조금 다르게 설정해서 살아왔던 것 같아요.
9. [RSK] 무대 위에서 대중의 함성을 들을 땐 어떤 기분이 들어요?
대중의 함성을 들을 때는 함성에 취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해요. 함성을 끌어내기 위해 노력하고요. 함성을 들으면 기분이 너무 좋은데, 그러다가도 정신 차리고 눈앞에 있는 감정에 집중하고자 최선을 다해요. 그게 무대를 보러 온 관객분들을 위한 예의라고 생각하나 봐요.
10. [RSK] 처음 음악을 시작할 시기의 스스로에게 한마디 전할 수 있다면 어떤 말을 해줄 거예요?
“돈이나 관심을 위해 고민하지 말고 너의 음악 세계를 다지기 위해 집중하자”라고 할 것 같습니다.
11. [RSK] 별명도 많죠? 혹시 그중 제일 좋아하는 별명은 뭐예요?
별명은 많죠. 다 맘에 들어요. 별명을 만들어 주시는 것 자체가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몰라요. <슈퍼밴드> 때는 흑이삭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며칠 전엔 <김이나의 별이 빛나는 밤에> 라디오를 갔는데 아직 확정은 아니지만 잘하면 ‘홍폭삭’이 될 것 같은데 이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고요. 뭔가 꾸미지 않은 느낌의 자유로움이 느껴지는 것 같아요.
12. [RSK] 차분한, 진중한, 묵묵한, 경건한. 대중이 바라보는 홍이삭에게는 이런 표현들이 따라와요. 스스로가 생각하는 홍이삭은 어떤 말이 어울리는 사람이에요?
가장 먼저 생각나는 건 ‘냉소적인 허당’인 것 같아요. 냉소적인 사람은 보통 이성적인 경향이 있는데 제가 허당기가 있어서 허점이 많거든요. 물건도 맨날 놓고 다니고, 해야 할 일도 매번 까먹고요.
13. [RSK] 무대 위에서의 홍이삭과 일상에서의 홍이삭은 어떻게 다른가요?
무대와 일상을 크게 다르지 않게 살려고 노력해요. 일상에서도 정비를 할 수 있는 날이면 무대를 위해 준비하거든요. 그리고 일상 속의 홍이삭은 될 수 있으면 혼자 있으려고 해요. 그래야 무대에 올라갔을 때 혼자 있는 순간의 생각이나 감정이 정리돼서 나온다고 생각해서요.
14. [RSK] 홍이삭의 음악의 재료가 되는 건 뭐예요?
지금 제 음악 재료의 뿌리는 저의 개인적인 감정과 느낌에 있어요. 요즘은 ‘창작자’보다는 ‘연주자’의 역할이 더 커서 제가 지금 느끼고 있는 감정들이 어떻게 이 삶에 담길 수 있을지를 계속 스스로 돌아보면서 확인하면서 살고 있거든요. 연주자 홍이삭은 지금의 감정이 좀 더 있는 그대로 나오도록 노력 중이니까 지금의 재료는 저의 감정이라 할 수 있겠네요.
15. [RSK] 내 음악에 꼭 더하고자 하는 건요?
제 음악에 꼭 더하고자 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개인이 느끼는 감정의 깊이인 것 같아요. 좀 더 음악적으로 얘기해 보자면 편곡이나 표현하는 데 있어서 청자들이 듣기 좋은 감정 전달력에 대한 커트라인이 있는 것 같아요. 어느 수준을 넘지 못하면 스스로 그 음악을 내지 않거나 수정을 계속하게 되더라고요.
16. [RSK] 또 새롭게 도전해 보고 싶은 것도 있어요? 음악 안에서든, 밖에서든 상관없이요.
저 몸을 내던지는 도전을 해보고 싶어요. 아주 높은 곳의 암벽등반, 번지점프, 스카이다이빙… 이런 것도 해보고 싶고요. 스쿠버다이빙도 해보고 싶어요. 제 안에 탐험가의 피가 흐르나 봐요.
17. [RSK] 2014 년 [봄아]로 데뷔한 후 올해 꼭 10년을 맞았어요. 그 10년은 어떤 시간이었어요?
사실 저에게는 10년이란 시간이 그리 길게 느껴지지 않아요. 그냥 매일 하던 일들, 하던 생각들의 연속인 것 같아요. 감사하게 시간이 지나면서 이해도나 시야는 넓어진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냥 어제 같아요. 10년이.
18. [RSK] 그 시간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을 하나만 꼽아본다면?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 중 하나는 역시 이번 <싱어게인3>이 아닐까 싶은데요? 이런저런 일들을 참 많이 겪었지만, 이런 경험은 아무나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 정말 기억에 남는 순간이 된 것 같습니다.
19. [RSK] 홍이삭은 대중에게 어떤 뮤지션이고 싶어요?
허울없는 뮤지션이고 싶어요. 솔직한 뮤지션이고 싶고요. 그리고 내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담을 수 있는 뮤지션이고 싶어요. 그래야 제가 오래오래 음악을 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어요. 그리고 그래야 제가 지금처럼 자연스러울 수 있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