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브가 두 번째 EP [I Did]를 발매했다. 타이틀곡의 제목과 꼭 닮은 모습으로, 연약하게 보이지만 반듯하게 피어난 한 송이의 제비꽃같이.
1. [RSK] 이브 솔로 데뷔 후 5월엔 데뷔 EP [LOOP] 인터뷰로, 9월엔 싱글 <Tik Tok> 자문자답 인터뷰로 함께했는데, 화보와 영상 인터뷰까지 함께한 건 처음이에요. 오늘 함께한 시간은 어땠어요?
솔로로서의 롤링스톤 코리아 화보 촬영은 처음이라 뜻깊었어요. 현장 분위기가 너무 좋았고요. 덕분에 너무 재밌고 감사하게 촬영할 수 있었습니다!
2. [RSK] 이브의 하루는 어떻게 흐르나요? 그리고 그중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어떤 때인지도 궁금해요.
주어진 일을 후회 없이 해내려고 최선을 다해 노력하다 보면, 어느덧 퇴근 시간이더라고요. 퇴근하는 그 시간이 가장 행복한 것 같습니다.
3. [RSK] 활동기가 아닐 때는요? 가수 이브가 아닌 인간 하수영의 하루엔 어떤 키워드들이 자리 잡고 있는지도 궁금해져요.
침대, 늦잠, 숏폼, 공포 라디오, <심야괴담회>, <고스트 헌터>, <토요미스테리 극장>, <그것이 알고 싶다>.
4. [RSK] 새 EP에 관해서도 이야기도 해볼까요? 두 번째 EP [I Did]는 [LOOP] 이후 6개월 만에 발매했죠? 어떤 과정을 거쳤어요?
[LOOP]로 솔로의 시작을 알린 것에서 그치지 않고, 올해 안에 또 하나의 앨범을 냄으로써 한해를 성공적으로 마무리 짓고 싶었어요. 회사와 여러 방면으로 이야기를 나눴고 그 결과, 새로운 장르에 도전하면서 저의 색깔을 더 확고하게 알릴 수 있는 앨범 [I Did]를 발매하게 되었습니다.
5. [RSK] 신보에는 평온함을 찾아나가는 과정에서 마주한 감정을 모아 담았다고요. 평온함을 찾아나가는 여정에선 어떤 것들을 마주했나요?
행복 또한 불행이 있어야 비로소 행복이란 걸 알게 된다고 쇼펜하우어가 말했듯이, 평온함 또한 진정으로 평온하기 위해서는 불안함도 존재해야 한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이제는 불안한 상황이 오면 마냥 회피하려 들지 않아요. 불안정한 감정의 나까지 모두 인정하고 마주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6. [RSK] 타이틀곡 <Viola>은 어떤 의미를 품고 있나요? '내 공간이 필요하다'고 노래하는 이 노래에 왜 비올라라는 제목이 붙었는지, 그 의미가 궁금해요.
이 곡의 제목인 <Viola>는 제비꽃을 뜻해요. 곡은 완성되고 제목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을 때, 밀릭 대표님이 제목을 고민하시다가 문득 저랑 연상되는 이미지로 제비꽃이 떠올랐다고 하셨어요. 제비꽃의 꽃말이 마침 또 ‘나를 생각해 줘요’래요. 팬을 향한 이브의 마음과도, 가사와도 잘 어울리는 것 같아서 이런 제목을 붙이게 됐습니다.
7. [RSK] 유독 마음이 가는 수록곡이 있다면?
유독 마음이 가는 수록곡이라면 역시 <Hashtag>요. 가이드를 처음 들었을 땐 너무 어렵게 들려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녹음 결과물이 생각보다 너무 좋았어요. 아이오아(IOAH)랑 ‘2절과 1절의 벌스(verse)를 바꿔봐도 좋지 않을까’ 하고 바꿔봤는데, 그게 더 좋게 들려서 수정했던 비하인드도 있습니다.
8. [RSK] 이번 EP는 곡(Song)이 아닌 장면(Scene)으로 만들고자 했다고 들었어요. 이번 EP와 비슷한 영화를 꼽아본다면 어떤 영화가 떠올라요?
곡을 부르는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 본다면… 평소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이라는 영화를 좋아하는데, 영화 마지막에 조제가 혼자 남아 쓸쓸하게 고등어를 굽는 장면이 있어요. <Viola> 가사 중 ‘무너져버린 내 무대 뒤편에서 무감각해진 나를 바라봐’라는 가사를 녹음할 때 그 장면이랑 비슷하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어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 같습니다.
9. [RSK] 앨범과는 별개로, 내가 좋아하는 영화와 책, 음악, 게임… 취향에 관한 여러 이야기도 듣고 싶어요.
저는 영화에 삽입된 사운드트랙이 좋으면 그 영화를 더 좋아하게 되는 편이라 <릴리 슈슈의 모든 것>과 <괴물> 그리고 <윤희에게> 같은 영화들을 좋아해요. 사운드트랙도 자주 들어요. 책은 원래는 시집을 좋아했는데 요즘에는 심리나 자기계발서를 읽으려고 하고, 게임은 과격하고 폭력적인 걸 싫어해서 잔잔하고 평화로운 <동물의 숲> 같은 류를 좋아합니다.
10. [RSK] 이브가 생각하는, [I Did]를 관통하는 메시지는 뭐예요?
비 온 뒤 무지개.
11. [RSK] [LOOP]로 첫 솔로 활동을 마치고선 어떤 생각들을 했어요?
어려운 결심을 하고 쉽지 않은 길을 택했지만, 시작했다는 점에서 저 자신을 칭찬해 주고 싶다는 생각이요. 누구나 그렇듯 어떤 결과에나 아쉬움이 따르는 건 어쩔 수 없지만 팬분들께 많은 응원을 받은 덕에 앞으로 더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마구마구 들었습니다.
12. [RSK] 해보고 싶었던 수많은 것 중 올해 솔로로 활동하며 이룬 것, 아직 이루지 못한 것. 각각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이룬 것은 솔로로서 팬송을 꼭 갖고 싶었는데 블라(blah)라는 아티스트가 제 이야기를 풀어서 멋진 곡으로 완성해 선물해 줘서 너무 기뻤어요. 앞으로 이루고 싶은 것은 팬분들이 바라는 것처럼 자작곡을 만들어서 조금 더 아티스트다운 면모를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13. [RSK] 올해 솔로 데뷔를 무사히 마친 만큼, 올해를 마무리하는 감회가 남다를 것 같아요.
맞아요. ‘작년 이맘때’라고 휴대전화에서 과거 사진을 보여주는 기능이 있는데 그때의 저를 보면 마음고생이 심해 보여서 지금 봐도 슬퍼져요. 하지만 동시에 지금의 저는 그때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일을 하고 있으니, 순간순간에 감사하고 앞으로도 너무 멀리까지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다는, 조금은 더 긍정적인 생각도 하곤 합니다.
14. [RSK] [LOOP], [I did] 그리고 이다음으로 보여주고 싶은 건 어떤 모습의 이브예요?
그 부분은 저도 기대되고 궁금해요. 전 하고 싶은 것도 너무 많고, 좋아하는 것도 너무 많아서 매일매일 스펙트럼이 넓어지고 있고 또 취향도 계속해서 바뀌고 있거든요. 다음 앨범을 나올 때쯤 저는 어떤 색깔을 띠고 있을지, 그리고 어떤 음악을 만들어낼지 궁금해요. 매일매일을 기대하며 보내게 될 만큼요.
15. [RSK] 뮤지션 이브의 최종 목표는 뭐예요?
그야말로 뮤지션이라는 수식어가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16. [RSK] 어느덧 마지막 질문이에요. 최근 한 인터뷰에서 팬들에 관해 이야기하며 "팬들께서 이브다운 선택이라 좋았다더라”라고 말한 걸 봤어요. 이브가 생각하는 이브답다는 건 어떤 거예요?
저는 평생 저를 완벽히 객관적으로는 볼 수 없는 관점이지만, 팬분들이 이브다운 선택이라고 말씀하실 때의 이브다움이란 ‘두렵지만 그럼에도 모험을 선택하는 용기, 그리고 시작한 것은 결국 해내고야 마는 것’이 아닐까라는 주관적인 생각을 해봅니다.
이브의 다양한 화보 이미지와 인터뷰 전문은 추후 발간될 롤링스톤 코리아 13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Photographs by Kim Moondo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