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 같은 순수함과 함께 그와 대비되는 냉철한 눈빛을 가지고 연기를 펼치는 배우가 있다. 그의 연기를 많은 작품에서 만나보진 못했지만, 이 배우만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자연스러움’은 짧은 광고 영상에서도 단번에 느낄 수 있다. 드라마 <고스트 닥터>에서 응급의학과 의사 ‘대우’역을 맡은 배우 신수항은 이재한 감독의 <인천상륙작전>으로 스크린 데뷔를 하며 어쩌면 부상, 날씨 등 최악의 촬영 현장을 겪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힘든 시작이 그를 단단하게 만들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앞으로 장르와 배역을 가리지 않고 뭐든지 다 해보고 싶다는 배우 신수항이 보여줄 많은 모습에 더욱 기대할 수밖에.
1. [RSK] 안녕하세요. 신수항 배우님, 롤링스톤 코리아와의 인터뷰를 통해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본격적인 인터뷰에 앞서 간단한 소개와 인사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배우 신수항입니다. 우선 이렇게 인사드리게 되어 정말 반갑습니다. 사실 너무 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제일 어려운 게 자기소개인 것 같아요. 특히 이렇게 간단하게라고 하면 사실상 생각을 많이 하게 되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이렇게 종종 서론이 길고요. (웃음) 저 스스로를 ‘밝은 공상가’라고 소개해 드리고 싶네요. 늘 생각을 많이 하고 머릿속에서 이런저런 상상을 많이 하는 타입이라서요.
2. [RSK] tvN <고스트 닥터>에 출연 중이시죠. 요즘 어떻게 지내고 계신가요?
<고스트 닥터> 촬영을 거의 끝마친 상태고요. 그러다 보니 바쁘진 않고… 다시 바빠졌으면 좋겠다 희망하고 있죠. 그래서 집에 있을 때는 요리도 많이 하고요. 뭔가 전문적이진 않지만, 그냥 취미로 하다 보니 실패도 많이 하는데 요리하는 그 자체가 그냥 재밌더라고요. 또 뭔가 새로운 걸 배워보고 싶어서 골프 레슨을 시작했어요. 보기엔 쉬워 보였는데 실제로 배우니까 너무 어려워서 진도를 아주 천천히 나가고 있습니다. 곧 테니스 레슨도 받을 예정이기도 하고요. 몸이 건강해져야 정신도 건강해질 것 같아서 이렇게 뭐라도 하면서 움직이려고 하고 있습니다.
3. [RSK] 이번 <고스트 닥터>에서 냉철하지만 다정한 모습의 ‘대우’ 역으로 눈길을 끌고 있어요. 캐릭터의 성격과 의료용어가 넘치는 역할에 어떤 식으로 접근했는지 궁금합니다.
사실상 ‘대우’라는 캐릭터가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드라마 전개에 있어서 아주 필수적인 캐릭터라고 말씀드릴 순 없어요. 앞서 요리 얘기를 했으니 요리재료로 따지면 조미료 같은 느낌이랄까요? 없어도 되긴 하지만 없으면 뭔가 심심하고 있으면 감칠맛이 더해지는 그런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다 보니 생각보다 어려운 의료용어를 많이 접하진 않았어요. 그래도 대본을 받기 전에는 어떤 상황의 대사나 상황들이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유튜브를 통해서 응급실 의사들 다큐나 실제상황들, 혹은 기존에 나온 의학 드라마들을 참고를 했습니다. 생각보다 제가 이 작품에서 표현할 수 있는 상황들이 많이 없어서 아쉬웠지만, 나중에 이런 게 다 경험치가 되어서 빛을 발할 때가 생기지 않을까 하면서 스스로를 위로했죠.
4. [RSK] <자전차왕 엄복동>에 이어 두 번째로 배우 정지훈 님과의 호흡이더라고요. 이전 작품에서는 가족으로, 이번에는 직장동료로 다시 만나 연기를 한 소감이 어떤가요?
우선 지훈이 형은 굉장히 다정한 형이에요. 처음 실제로 만났을 때는 너무 인간적이라 머릿속에서 상상한 월드스타의 '비' 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죠.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 있어서 정말 좋은 사람이라 생각이 들었어요. 영화촬영 당시에는 제가 동생 역할이라 더 편하게 연기를 할 수 있게 해주려는 배려인가 생각이 들었지만, 촬영 후에도 잘 지내는지 안부 연락도 주셨고 제가 고민이 있을 때 연락드려도 잘 들어주시는 정말 인간성 좋은 형이에요. 또 저의 <고스트 닥터> 캐스팅 소식을 접하시곤 먼저 연락을 주시기도 하시고, 현장에서 오랜만에 만났을 때는 저를 꼭 안아주셨어요. 정말 한결같이 사람을 편하게 해주시는 좋은 형이에요. 덕분에 현장에서 더 편하게 연기할 수 있었어요. 나중에는 제가 좀 더 성장해서 다시 호흡을 맞춰보고 싶은 욕심도 나네요.
5. [RSK] 스크린 데뷔작이 이재한 감독의 <인천상륙작전>으로 큰 작품이었죠. 이 작품이 지금까지 이어져 온 연기 생활에 어떤 도움이 되었나요?
<인천상륙작전은> 제 첫 영화 데뷔작인데요. 한창 추운 11월, 12월에 찍어서 정말 고통스러웠던 기억이 나요. (웃음) 이정재 선배님께서도 말씀하시길 앞으로 배우 활동하면서 이렇게 힘든 촬영 현장은 앞으로 없을 것이라고 하실 정도였어요. 그만큼 여러모로 힘든 촬영 현장이었고 제가 탱크 안에서 폭발씬을 찍었을 때 격렬히 연기하다가 눈 위쪽이 찢어지는 사고도 있었어요. 거기에 허리까지 나가서 며칠 동안은 걷지도 못했거든요. 하나의 영화를 완성하기 위해서 많은 사람들의 피와 땀을 흘린다는 말이 허투루 하는 말이 아니구나 새삼 깨달았죠. 그래서 그런지 웬만큼 힘들지 않고서는 다른 촬영 현장들은 상대적으로 편안하게 되었달까요? 저를 매우 단단하게 만들어주었던 작품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네요.
6. [RSK] 이재한 감독님과의 첫 만남을 회상하자면?
이재한 감독님과의 첫 만남은 여느 배우들과 마찬가지로 오디션 현장이었죠. 인물이 좋으셔서 놀랐던 기억이 있고요. 너무 긴장하고 떨렸던 게, 제가 연기를 하면서 손을 올리는 상황이 있었는데 그때 제 손이 사시나무 떨듯이 엄청 떨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사실 그날 제가 무슨 기억으로 감독님을 만났는지... 뭐랄까... 꿈같은 느낌이었어요!
7. [RSK] 다른 연기자들에 비해 살짝 늦은 데뷔였는데, 확신을 가지고 뛰어들었다고 들었어요.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었는지?
확신을 가지고 뛰어들었다기보다는, 좀 건방져 보일 수 있겠지만…영화나 드라마를 보다 보면 ‘나도 저런 거 할 수 있을 것 같은데’라는 막연하고 근거 없는 자신감이 있었던 것 같아요. 원래 전공은 디자인인데 영상디자인과 선배가 저에게 모델 제안 주셨고 그때 아무것도 모르고 처음 카메라 앞에 섰어요. 묘한 쾌감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연기를 배우기 시작했고 또 점점 배우면 배울수록 어렵고… 배우다 보니 ‘연기에는 정답이 없다’고 하는 말이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 자유롭게 감정을 표출하고, 또 살면서 경험해보지 못할 상황. 감정들도 느낄 수 있다 보니 정말 매력 있더라고요. 아마 모든 직업을 통틀어 저에게는 가장 재밌고 매력 있는 직업이라 생각이 들어서 계속하게 되는 것 같아요.
8. [RSK] 광고나 작품 등 미디어를 통해 소년 같은 모습부터 빌런 같은 모습까지 다채로움을 보여주는 것 같아요. 연기할 때 성격의 스위치가 잘 되는 편인지 두 가지 면모를 한 번에 보여주는 본인만의 방법이 있다면?
제가 평소에도 감정 공유를 잘하는 편이에요. 티비에서 누가 눈물만 흘려도 저도 순간 울컥하기도 하고요. 그러다 보니 상황과 감정에 집중하다 보면 금방 스위치가 잘 되는 편이에요. 연기 수업 시간에도 감정 훈련을 많이 하기도 했어요. 희로애락을 1단계부터 10단계까지 설정을 해서 계속 왔다 갔다 하는 훈련인데… 정말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엄청나게 힘들어요. 이 연습을 많이 해서 훈련이 많이 되어있어요. 근데 또 그때그때 달라요. 제가 긴장을 잘하는 편이라서 현장에서는 현장 분위기도 중요하고 저의 컨디션 관리도 특히 중요한 것 같아요.
9. [RSK] 전반적인 연기 생활에 대한 만족도는 어떤가요??
연기 생활의 만족도로 따지자면 아직 욕심이 끝이 없어서 그런지 ‘만족한다’라고 느껴본 적이 한 번도 없어요. 늘 아쉽고 부족하고 그런 것 같아요. 그건 앞으로 제가 어떤 작품, 어떤 역할을 하더라도 마찬가지일 것 같습니다. 스스로 만족하고 안주하는 순간 나태해지고 발전이 힘들어지니 계속 욕심내고 계속 연구해야죠. 욕심이 속에서 부글부글 끓어오릅니다. (웃음)
10. [RSK] 평소 성격은 어떤지도 궁금해요. 다정한 편인가요?
저는 요새 다시 유행하는 MBTI 검사를 해보면 ENFP-T 가 나오더라고요. 외향적인 편이지만 소심한 성격이 있어서 상처도 잘 받기도 해요. 상처받아도 최대한 티를 안 내려고 하지만요. 내 사람이라고 생각이 드는 사람이 저에게 작은 잘못이나 실수하면 보통 그냥 넘어가는 편이에요. 그래서 다정한 편인 것 같기도 한데 모르는 사람이 예의가 없거나 잘못을 하면 그 자리에서 바로 따지는 성격이에요. 할 말을 못 하면 병이 올 것만 같거든요.
11. [RSK] 자유시간이 주어지면 주로 어떻게 시간을 보내는지도 궁금해요.
자유시간에는 영화도 보고 드라마도 보지만 요새는 유튜브를 많이 봐요. 알고리즘이 저를 계속 끌어당기는 바람에 정신 차리고 보면 ‘사마귀 vs 바퀴벌레’ 이런 것도 보고 있더라고요. (웃음) 주로 먹방이나 요리 영상을 봐요. 계속 말씀드리는데 “잘은 못하지만” 요리하는 거를 좋아하거든요. 특히 알리오 올리오는 거짓말 안 보태고 100번 넘게 만들어봤어요. 자꾸 실패해서요. 그치만 이제는 자신 있습니다. 기회가 되면 알리오 올리오 한 번... (웃음)
12. [RSK] 앞으로 어떤 연기를 보여주고 싶은지도 궁금해요. 연기자로서 이루고 싶은 목표도요.
앞으로 그냥 다 해보고 싶어요. 다! 이런 건 하기 싫고 저런 건 하고 싶고 이런 게 없어요. 다양한 인생을 경험해보고 싶거든요. 다 해보고 싶다고 해서 당연히 다 잘할 수 있는 건 아니겠지만, 가능하면 다요. 특히 선과 악을 다 보여줄 수 있는 연기가 욕심나긴 해요. 사연 짙은 범죄자 아니면 이중인격의 캐릭터 같은 거요. 그래서 마흔이 넘기 전에는 어떤 상이든 한 번만 받아보고 싶어요. 그게 지금의 저의 목표입니다! 신인상 받고 싶네요. (웃음)
13. [RSK] 마지막으로 간단한 인터뷰 소감 및 끝인사 부탁드릴게요!
우선 이렇게 인터뷰해 주셔서 너무나 감사드리고요. 나이가 한 살 한 살 들어가면서 늘 드는 생각이 ‘내 길이 이게 맞나. 내가 옳은 선택을 한 것일까?’에 대해서 많이 고민하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또 새해가 밝았네요. 새해가 올 때면 ‘올해는 잘될 거야’ 하면서 스스로 위로도 하며 응원도 해요. 계속 꿈을 꾸고 있는 거죠. 꿈을 갖고 있는 것 자체가 어찌 보면 되게 행복한 것 같아요. 그리고 이 배우라는 직업이 연기를 하면서도 계속 새로운 꿈을 꿀 수 있는 직업 같아서 좋아요. 또 저를 위해서 진심으로 응원해주는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더더욱 힘이 나요.
이렇게 한발 한발 나아가면 분명히 멋진 배우가 될 거라 스스로 믿고 나아가야죠! 롤링스톤 코라아 덕분에 머릿속을 정리하다 보니 더 굳건해지는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너무너무 감사하고요. 앞으로 예쁘게 지켜봐 주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사진 제공 - M PLA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