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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의 지혜로운 콜라보레이션 사용법

로제와 브루노 마스의 놀라운 협업은 K팝의 성장과 그 가능성을 증명하는 중요한 순간이었다. K팝은 더 이상 경계를 좁히지 않고, 세계 음악 산업에서 창의적이고 의미 있는 방향으로 확장하고 있다. <APT.>의 초고층 인기와 함께 K팝과 글로벌 팝의 협력 과정과 그 속에 담긴 문화적 함의를 조명해본다.

 

로제와 브루노 마스가 소리쳐 부르는 <APT.>의 키치한 매력은 단숨에 전 세계 사람들의 마음을 붙잡았다. 이에 <APT.>는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에 8위로 진입, 유튜브 뮤직비디오 조회수는 공개 닷새 만에 1억 회 돌파했고, 3대 음원 플랫폼인 유튜브뮤직, 스포티파이, 애플뮤직에서 모두 글로벌 1위를 기록했다. 전 세계인들의 눈과 귀는 복고적인 향수와 한국어로 정확하게 발음되는 콩글리쉬 ‘아파트’에 완전히 매료됐다. 2,000년대 초반 인기를 끌었던 에이브릴 라빈의 펑키하고 신나는 노래 <Girlfriend>, 혹은 독특한 매력으로 대중을 사로잡았던 팅팅스(The Ting Tings)의 감성이 한 스푼 스며든 듯 강력한 후크 구간이 강조된 신나는 곡 <APT.>는 블랙핑크의 보컬이자 솔로 아티스트로 꾸준히 팝 스타적인 성향을 드러낸 로제에게서 그 누구보다 한국적이고 펑키한 신선한 시도가 돋보여 로제의 새로운 모습을 재발견했다라고 볼 수 있다. 또한 브루노 마스는 앤더슨 팩, 레이디 가가와의 협업에 이어 또다시 자신의 기록을 깨는 새로운 듀엣곡을 발표, 데뷔 때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핫하지 않은 적이 없는, 거침없이 도전하는 힙스터의 면모를 보여준다.

 

 

이러한 <APT.>의 흥행은 로제와 브루노 마스라는 예상치 못한 두 사람의 콜라보레이션이 가장 큰 인기 요인으로 꼽힌다. 로제가 소속된 미국 현지 레이블 ‘애틀랜틱 레코드’에는 브루노 마스 역시 소속돼 있다. 그렇기에 로제가 브루노 마스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콜라보레이션 앨범을 낸 것은 자연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두 사람의 조합은 그 어떤 콜라보레이션보다 예상하기 힘든 신선함을 품고 즐겁고 매력적이며 사랑스럽다. 한국 젊은 층의 술자리 게임인 ‘아파트’의 멜로디를 차용, ‘채영이가 좋아하는 랜덤 게임’이라는 한국어 인트로, 건배 건배와 같은 한국말 가사들, 뮤직비디오에 노출된 태극기와 소주를 마시는 소소한 포즈 등은 한국인은 물론 전 세계인들에게 신선한 반항을 일으켰다. 로제는 이 전에 블랙핑크로 셀레나 고메즈(<Ice Cream>), 레이디 가가(<Sour Candy>)와 콜라보레이션을 이룬 적이 있다. 최근 데뷔 10년 차이지만 미국에서 다시금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며 커리어 하이 행보를 이끌고 있는 트와이스 역시 미니앨범 <Strategy> 피쳐링으로 메간 디 스텔리온과 함께 작업, 글로벌 입지를 굳건하게 다지고자 노력한다. 한때 마니아 음악으로 치부되던 K팝은 오랜 시간 메이저, 대중과 매니악한 팬덤 사이의 경계를 흐리기 위해 노력했고, 음악의 바리에이션을 넓히고자 노력했다.

 

 

그 덕분에 글로벌화된 K팝은 컨셉츄얼한 모습에 갇히지 않고 다채롭고 트렌디한 사운드를 만들어내는 등 끊임없는 진화를 이뤄내 K팝 장르만의 새로운 저변을 열었다. 시장에서 K팝의 중요도가 높아질수록 대중적이지만 늘 새로움을 추구하는 영미권 아티스트들은 더 많고 다양한 청중을 찾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K팝을 선택하게 됐다. 이제는 어디서나 쉽게 K팝과 영미 팝스타의 콜라보레이션을 찾아볼 수 있는데, BTS와 할시, 콜드플레이, 라우브, 투모로우바이투게더와 조나스 브라더스, 싸이와 스눕 독, 르세라핌과 기타리스트 나일로저스, 화사와 두아 리파 등 몇 년 사이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콜라보레이션이 쏟아졌다. 과거 원히트원더, 혹은 현재 인기가 많이 떨어진, 과거의 영광을 그리워하는 아티스트의 이름을 빌리는 수준의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한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그때와 달리 오늘날의 K팝은 특유의 혁신적이고 다채로운 사운드를 바탕으로 현시점 가장 핫하고 리스펙받는 아티스트들과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서로의 든든한 팬덤의 교류를 이뤄내고 각자의 인지도 및 작품성을 높이는 것에 일조하고 있다.

 

 

K팝의 콜라보레이션의 역사는 초기 미국 주류에 편입되고 싶은 열망으로 일방적인 러브콜을 보내는 것으로 시작된다. 국내의 인기와 해외에서의 현실적인 괴리를 줄이기 위해, 오래전부터 탄탄한 기반이 쌓인 동남아시아권을 넘고 팬덤 정체기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 중 하나로 선택된 것이 바로 콜라보레이션이다. 영미권, 유럽의 인지도를 높여 글로벌한 팬덤을 구축하기 위해 K팝은 오랜 시간 영미권 아티스트들에게 손을 뻗어왔다. 해외에서 K팝은 곧 오타쿠, 마니아의 문화 수준에 머물러 있을 때, 이들은 그 선입견을 깨기 위해 주류 아티스트들과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대중성을 구축해 왔다. 이런 와중에 K팝의 위상은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글로벌화되며, 유튜브, 틱톡, 인스타그램 등 소셜 서비스를 통해 K팝은 가장 발 빠르게 유행을 선도하는 음악으로 평가받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러한 소셜서비스들을 통한 바이럴 모멘텀을 찾아 순식간에 큰 유행으로 퍼져나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K팝과 영미권 아티스트들은 이를 매우 영리하게 활용하기에 이른다. 또한 영미권 아티스트들에게 K팝 팬덤은 충성스럽고 열성적이며 기존에 없던 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하나의 기회이기 때문에 K팝 콜라보레이션은 그들이 새로운 인지도를 쌓고 팬덤을 만들어갈 때 사용할 수 있는 지혜로운 카드가 됐다.

 

K팝은 이제 하나의 장르가 됐지만, 한편으론 K팝이 나아가야 할 목표는 이 장르를 무너뜨리는 것이다. 그렇기에 앞으로 새로운 콜라보레이션에는 스토리가 필요하고 K팝이란 틀에 갇히지 않아야 한다. 오로지 유명세와 돈, 화제성을 위해 움직이는 콜라보레이션이 아닌, 서로를 향한 존경과 유대감에서 이루어진 진정성 있는 콜라보레이션은 K팝의 글로벌화에 새로운 챕터를 찾아낸 것일지도 모른다. 단순히 녹음만 넘기는 수준의 참여가 아닌 전체 곡과 뮤직비디오 디렉팅까지 참여한 로제와 브루노 마스의 관계와 초고층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APT.>처럼 서로의 참여 폭을 높인 진정성있는 콜라보레이션은 K팝의 글로벌화에 재빠른 지름길이 될 것이다. 그리고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K팝의 경계와 특색을 더욱 흩트리고 틀을 벗어나 새로운 음악을 해내는 것 역시 하나의 숙제일 것이다.

 

<사진출처 - 로제 SNS, 브루노마스 SNS, 더블랙레이블, 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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