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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방미인의 음악 안식처, 브루노 메이저 내한 공연

브루노 메이저의 이름이 낯설 수도 있다. 그러나 그의 음악은 기억 속 한 편에 당신도 모르는 사이 남아있을 것이다. TV 광고, 유튜브 플레이리스트, 카페와 음식점, 바와 호텔까지. 브루노 메이저의 노래는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딘가에서 특별한 순간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다. 한국은 재즈를 기반으로 알앤비, 소울, 포크, 블루스 장르를 결합하여 만들어진 섬세하고도 정교한 음악과 사랑에 빠졌다.

브루노 메이저가 세 번째 정규 앨범 ’Columbo’ 발매와 함께 8월 10일과 11일 한국을 찾았다. 2018년 이후 첫 내한 공연이다. 태풍 ’카눈‘의 영향권에 들어 비바람이 몰아치던 서울, 을씨년스러운 날씨와 나날 속에서 브루노 메이저와 함께한 예스24 라이브홀의 이틀은 고요하고 안온한 피난처였다.



이날 한국에서의 공연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브루노 메이저가 갖는 세 번째 공연이었다. 2020년 미국을 떠나 고향 영국 노스햄튼에서 우울한 격리의 나날을 보낸 그는 만원 관중 앞에서 3년 공백의 한을 풀듯 화려한 기타 플레이와 건반 연주, 수수하지만 진실한 감정을 담은 보컬로 무대를 장악했다. 무대의 시작을 알린 오프닝 곡 ‘The Show Must Go On’과 함께 객석에서 탄성이 터졌다. 가수에게도, 그를 기다린 팬에게도 뜻깊은 해갈의 순간이었다.

군더더기 없는, 유연하고 매끄러운 연주와 열창이 이어졌다. 대중에 잘 알려진 곡을 먼저 선곡한 셋리스트도 효과적이었다. ‘Like Someone in Love’에서 존 메이어가 연상되는 감각적인 일렉트릭 기타 솔로 연주를 들려준 브루노 메이저는 데뷔곡 ‘Wouldn’t mean a Thing’에 이어 어쿠스틱 기타를 메고 밴드 멤버 래리 니콜(Ralee Nikole)과 ’Regent’s Park’를 합창했다.

건반 주자 피트 리(Pete Lee)의 자리에 앉아 직접 연주하며 노래한 ‘A Strange Kind of Beautiful’과 ‘Just the Same’은 서정성의 극치였다. 깁슨 기타 한 대와 목소리로 풀어낸 ‘Nothing’에서는 팬들의 잔잔한 합창이 터져 나왔다. 극을 마무리하는 ‘We Were Never Really Friends’의 긴 기타 솔로와 앙코르곡 ‘Easily’까지 눈과 귀를 뗄 수 없는 무대가 이어졌다. 팔방미인이었다.



팬데믹 기간 브루노 메이저는 우울한 나날을 보냈다. 창작의 원동력이 사라진 진공의 시기를 견뎌야 했다. 다시 돌아간 로스앤젤레스에서 팬데믹 이후의 파티 라이프를 즐기던 와중, 교통사고로 아끼던 차 ‘콜롬보’가 반파됐다. 혼란스러운 감정을 노래로 옮기다 보니 고향 집에서 홀로 음악을 만들어 세상에 알리던 데뷔 초의 자신을 다시 발견했다. 그렇게 세 번째 정규 앨범이 나왔고, 자신의 음악을 사랑하는 이들 앞에 설 수 있었다.

브루노 메이저는 오랜 기다림 끝 마주한 기회를 놓치지 않고 매력을 발휘했다. 태풍의 눈 한가운데 들어온 것처럼, 정적의 순간을 일깨우는 섬세한 선율이 공연장을 가득 채운 관객들의 정신을 포근하게 감쌌다. 더는 그의 음악도, 이름도 낯설지 않았다.


사진 제공 - 원더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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