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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부신 햇살 같은 존재, BTS 제이홉

눈부신 햇살 같은 존재, BTS 제이홉

생일을 맞이한 제이홉의 가사를 살펴보면서 그가 자신의 빛과 그림자를 어떻게 예술로 승화했는지 알아보았다.

by Ana Clara Ribeiro


예로부터 많은 문화권에서 태양과 빛은 행복을 표상하는 반면 어둠은 슬픔을 상징했다. 이러한 은유는 음악과 미술, 그리고 문학에서 사용됐다. 방탄소년단(BTS)의 음악에는 기쁨의 상징인 태양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공존한다. 흥미롭게도 이러한 해석들은 대부분 방탄소년단 멤버 중 가장 긍정적인 정호석의 가사에 대한 것이다.

제이홉(j-hope)이라는 예명은 모든 것을 말해준다. <Hope World>의 랩 가사에서 그는 “My name is my life”라고 말한다. <BTS Cypher PT.1>, <P.O.P (Pices Of Peace) Pt.1> 등의 곡에서 사용되기 시작한 “Hope World (희망의 세계)”라는 표현에는 자신의 음악과 개성을 통해 기쁨과 희망을 전하고자 하는 그의 의지가 담겨 있다. 제이홉이라는 이름은 자기 자신과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희망과 긍정적인 감정들을 정호석에게 타투처럼 새겨준다. 방탄소년단의 팬덤 ‘아미’들은 이런 제이홉을 ‘햇살’이라고도 하는데 방탄소년단의 멤버 슈가는 언제나 에너지가 넘치고 기분이 좋은 제이홉을 자신의 ‘보조배터리’라고 부르기도 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평면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제이홉의 가사를 자세히 살펴보면 그의 햇살에는 여러 가지 면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관객들에게 긍정적인 기운을 전달해 주는 만능 엔터테이너이지만 무대에서의 그의 미소와 존재감은 그저 이야기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그의 가사에 담긴 이야기의 이면은 모순적이지 않고 상호 보완적이다.

지나치게 드러내거나 드러내지 않는 것 모두가 예술적으로나 개인적으로나 용인되는 선택이다. 사진사는 어디에 빛을 비추고 어디에 음영을 드리울지 선택할 수 있다. 시인은 언제 함축을 할 것인지 또는 하지 않을 것인지를 선택할 수 있다. 작가는 어떤 이야기를 담거나 덜어내야 할지, 혹은 암시해야 해야 할지 선택할 수 있다. 제이홉은 존재만으로 빛이 나지만 그의 말에는 그 나름의 반짝임이 있다. 그의 움직임은 수정처럼 맑고, 가사는 도전적이다.

제이홉의 랩은 특유의 에너제틱한 플로우가 특징이다. 위대한 예술이 형식과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듯이 제이홉의 가사 또한 플로우라는 빛나는 프레임과 그 안을 가득 채우고 있는 다채로운 색상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중에는 어두운 색들도 있다. 그의 가사에는 춤에 대한 헌신 (<Trivia 起: Just Dance>), 부모님에 대한 감사 (<MAMA>, <Hope World>), 고향 광주 (<BTS Cypher PT.1>, <Ma City>, <Chicken Noodle Soup (feat. Becky G)>)와 같은 몇몇 공통된 주제들이 있다. 그는 기쁨과 감사가 넘치는 때에도 어떤 감정은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을 인정하는 데에 주저함이 없다. 어떻게 꿈을 이루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제이홉의 음악을 통해 우리는 그가 한 번도 수동적이거나 순진무구한 몽상가였던 적이 없음을 알 수 있다.

https://soundcloud.com/bangtan/1-verse-by-jhope 

j-hope – 1 VERSE

제이홉이 사운드 클라우드에 공개한 곡 <1 VERSE>에는 “내 한을 담아 드릴게”라는 랩 가사가 있다. 우리말 “한”은 슬픔과 후회를 암시하지만 이는 희망에 대한 함축이 될 수도 있다. <Daydream(백일몽)>에서 노래했듯이 제이홉에게 상상은 자신의 꿈을 펼치고 힘을 얻는 도구다. 꿈이 이중적일 수 있음을 알고 있음에도 그는 꿈을 좇는다. “Wishing on a sky / Wishing on a scar”라고 노래할 때 그는 성취와 상처를 동시에 줄 수 있는 꿈의 이원적 가능성을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뮤시(Muish) 등의 번역가는 “해”의 중의적 표현에 주목했다. “해가 있으면 꿈을 꾸고 싶다고”라는 가사가 아프더라도 원하는 것을 좇겠다는 결심을 나타낸다고 해석한 것이다. 이러한 아픔이 언제나 드러나는 것은 아니다.

더 높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방탄소년단의 외로움을 표현한 곡 <Whalien 52>에서 제이홉은 그의 슬픔이 세상은 절대 보지 못하는 자신의 일부이며, 자신이 수면에서 호흡을 할 때에만 사람들이 그를 발견할 수 있다고 말한다. 오직 밝은 면만 세상에 비추어지는 예술가로서의 삶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위의 가사는 개인적인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다. 즉 밝은 면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는 것이다. 제이홉의 이러한 면이 가면이라는 것은 아니다. 실상은 고통을 감추기보다는 기쁨으로 이겨내고 있는 것이다.

제이홉은 행성이 태양을 중심으로 회전하듯이 <Hope World>가 자신을 중심으로 회전한다면 어두운 시간들도 있을 것임을 알고 있으며 이 시간들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사용하고 있다. 그의 가사에서 “태양”의 긍정적인 의미만을 고집하지 않는 이유다. 그는 행복과 상처를 동전의 양면으로 이해하고 있다. 이 동전은 성공이나 명예가 될 수도 삶이 될 수 있다. <Daydream(백일몽)>의 랩 가사에서 그는 “내 성격은 half and half, who knows?”라고 말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OK3GJ0WIQ8s 

j-hope – Daydream(백일몽)

어둠 속에서 위안을 얻을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방탄소년단은 그러하다. 밝은 면들이 때로는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제이홉은 <Outro : Her>에서 짐을 내려놓을 수 있기 때문에 어둠 속에서 편안하다고 솔직하게 고백한다. 그러나 이어지는 가사는 “Tick tock the dark is over!”로 “blue (우울과 희망을 의미한다)”로 돌아가고 싶다고 노래했던 ‘Blue Side’와도 비슷한 느낌을 준다. 제이홉은 ‘어둠’, ‘blue’ 등 일반적으로 슬픔과 관련이 있는 은유들을 반어적으로 사용하는 한편, 완화제와 같이 이러한 감정들을 포용한다. 심지어 <Outro : Ego>에서는 과거의 힘들고 슬픈 시간들이 위안을 준다고 노래한다.

제이홉의 천재적인 작사는 태양에 단순한 행복 이상의 의미가 있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태양은 여전히 제이홉에게 적합한 은유다. 우리는 태양에 가까이 갈 수 없기 때문에 태양의 모든 비밀을 알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제이홉의 존재감, 개성, 음악성이 방탄소년단에게 꼭 필요한 것처럼 태양은 우리의 삶에 꼭 필요하다. 제이홉은 반짝이면서도 비밀스럽지만 절대로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감을 드러낸다. 그의 가사는 첫눈에도 매혹적이지만 깊이 알아갈수록 더욱 좋아진다.



<사진 제공 - BIGHIT MUS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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