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브의 네 번째 EP [NAIL]은 내면이 아닌 외면, 몸의 상태를 ‘감각’으로 드러내고 기록한다. 단순한 느낌이 아닌, 그 사람과 가장 어울리는 모습이 극대화되는 순간, 설명하지 않아도 납득되는 상태.
모두에게 동시에 공유되기도 하고, 오직 한 사람과 이어지기도 하는. 정반대의 취향임에도 이상하게 설득력을 갖는 어떤 감각.
개인을 구분하는 여러 요소를 무력화시키고, 개인 간의 경계를 허물며, 나아가 말이나 설명이 필요하지 않도록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게 하고 나아가 모두를 하나로 만드는 취향과 감각.
그 지점에서 기록한 순간을 담은, 이브가 노래하고자 하는 것들을 담은 음악과 그 결과물에 닿기까지의 과정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1. [RSK] 이번 네 번째 EP [NAIL]은 내면이 아닌 '몸의 상태'를 '감각'으로 드러내는 작업이라고요. 이런 독특한 접근 방식을 선택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는지 궁금해요.
감각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많은 분이 이미 느껴보고 경험해 본 것들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오히려 더 직관적으로 이해하실 수 있겠다고 느꼈고요. 이번 앨범은 제 개인적인 경험과 평소 해오던 생각, 상상들을 바탕으로 더 진솔하게 풀어내면서 듣는 분이 자연스럽게 공감하실 수 있도록 준비했습니다.

2. [RSK] 이번 EP 작업 과정에서 스스로에 대해 새롭게 발견한 '나의 감각’, '나의 몸의 상태'가 있다면요?
이번 EP는 참여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아서 굉장히 의욕적으로 임했지만, 동시에 좋은 결과를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과 압박도 크게 느꼈던 작업이었어요.
그런데 제가 쓴 가사와 멜로디를 아이오아(IOAH)가 긍정적으로 봐주면서 제 작업에 대한 확신을 조금씩 갖게 됐고, 그 과정에서 스스로가 생각보다 부정적인 감정에 많은 영향을 받고 있었다는 것도 깨닫게 됐어요.
결과적으로는 ‘나는 생각보다 더 잘 해낼 수 있는 사람이구나’ 하는 믿음을 갖게 됐고, 더 긍정적으로 나아갈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3. [RSK] 앨범 소개 글 중 ‘어떤 감각은 나와 정반대의 취향임에도 이상하게 설득력을 가진다’라는 문구가 인상적이던데요. 최근 타인이나 작품을 통해 '이유 없는 설득력'을 느낀 적 있어요?
평소에는 R&B를 좋아하는데, 최근 PT를 받으면서 유산소 운동을 할 때 들으니 시간이 너무 안 가고 지루하게 느껴지더라고요. 그래서 다양한 음악을 시도해 봤지만 크게 도움이 되지 않았고, 회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분의 추천으로 테크노 음악을 처음 제대로 접하게 됐어요.
스포티파이의 ‘베를린 테크노’ 플레이리스트를 들어 보니 가사가 없는데도 에너지가 확 올라오는 걸 느꼈고, 왜 이 장르를 많이들 찾아 듣는지 이해되는 순간이 있었어요. 그게 저에게는 ‘이유 없는 설득력’으로 다가왔던 경험이었던 것 같습니다.

4. [RSK] 이번 EP의 테마를 가장 잘 표현해 주는 포인트는 어디에 있다고 생각해요?
타이틀곡 <NAIL> 속 ‘stop thinking bout your 네일’이라는 가사가 가장 핵심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생각해요. 이번 EP에 한 사람의 삶을 각 곡에 나눠서 담았다고 해도 될 만큼 진솔하게 풀어냈는데, 과거나 미래에 관한 생각보다는 현재에 집중하며 자기 자신을 찾자는 의미를 담고 싶었습니다. 이 부분이 ‘내일’을 걱정하기보다는 ‘오늘’, ‘현재’에 최선을 다하자는 메시지를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포인트라고 생각합니다.

5. [RSK] 리스너들이 신보를 감상할 때 어떤 환경에서 감상하면 좋을까요?
가장 추천드리고 싶은 건 이어폰으로 볼륨을 조금 높인 상태에서 비트나 소리의 질감에 집중해 듣는 방식이에요. 그렇게 들으시면 음악을 더 깊이 이해하실 수 있을 것 같고요. 가사와 전체적인 흐름까지 생각한다면, 하루를 마치고 지쳐 있을 때나 아침에 에너지가 필요할 때 들어주시면 조금이나마 힘과 위로를 얻으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6. [RSK] 타이틀곡 <NAIL>에서는 롤로 주아이(Lolo Zouaï)와 협업으로 함께했어요. 예상치 못한 조합인데, 어떤 계기로 함께하게 됐어요?
타이틀곡 <NAIL>은 앨범 작업 막바지에 완성된 곡이에요. 처음에는 전곡을 혼자 채우는 방향으로 마무리했는데, 이 곡의 매력을 100% 끌어내고 있는지에 대한 아쉬움이 계속 남았어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피처링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됐습니다.
발매 일정이 촉박한 상황에서 이 작업과는 별개로 롤로 주아이가 먼저 추후 협업에 관한 연락을 줬고, 타이밍이 맞물리면서 자연스럽게 <NAIL>을 공유하게 됐어요. <NAIL> 음원 후반 작업인 믹스와 마스터를 시작하기까지 일주일도 채 남지 않은 시점이었죠.
곡의 무드가 롤로 주아이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는데, 그도 빠르게 공감했고 굉장히 자연스럽게 작업으로 이어졌습니다. 결과적으로 롤로 주아이의 보컬과 표현력이 더해지면서 곡의 매력이 한층 확장됐고, 돌이켜보면 우연처럼 시작됐지만 결과적으로는 운명처럼 맞아떨어졌다고 생각해요.

7. [RSK] 수록곡 <Break it>에선 렉시 리우(Lexie Liu)와 호흡을 맞췄죠?
서로 다른 국가에 있다 보니 전부 비대면 작업으로 진행됐는데, 음원 파일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렉시가 어떤 아티스트인지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대화를 통해서라기보다는, 작업 방식으로 서로를 알아간다는 느낌이었어요.
제가 느낀 렉시는 굉장히 세심하고 상대를 배려하는 아티스트였어요. 작은 디테일이나 숨소리 하나까지도 여러 가지 옵션을 파일에 담아서 선택할 수 있게 해줬고, 어디에 화음을 더하면 곡 안에서 함께하는 느낌이 잘 살아날지에 대한 아이디어도 작업물 안에 충분히 반영돼 있었어요. 직접 많은 대화를 나누지 않았는데도, 그 고민이 자연스럽게 전달된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어요.
작년에 렉시가 먼저 메시지를 보내 협업을 제안해 왔던 순간이 기억에 남아요. 제 음악을 인상 깊게 들었다고 이야기해 줬는데, 저 역시 평소 관심 있게 지켜보던 아티스트였던 만큼 의미 있는 시작이었던 것 같아요.

8. [RSK] 세 번째 EP [Soft Error]에선 핑크팬서리스(PinkPantheress), 브래티(Bratty)와, 이번 EP [NAIL]에선 롤로 주아이, 렉시 리우와 함께했어요. 해외 아티스트들과의 협업이 이브의 음악적 세계관을 확장하는 데에도 영향이 있을 것 같은데요.
제 안에 있는 색깔도 있지만, 협업을 통해 다른 아티스트들의 색과 만나면서 훨씬 더 큰 시너지가 만들어지고 음악적인 스펙트럼도 넓어지는 것 같아요. 작업을 하면서 배우는 점도 많고 자연스럽게 다른 장르에 대한 관심도 더 커지게 되는 것 같습니다.
또, 평소 좋아하고 꿈꿔왔던 아티스트들과의 협업이 실제로 이루어지는 과정을 겪으면서 더 큰 목표를 가지게 되고요. 다양한 아티스트들과 작업해보고 싶다는 기대감도 생겨서 저에게는 큰 동기부여가 되고 있습니다.

9. [RSK] 앨범의 마지막 트랙인 <birth>의 자리도 눈에 띕니다. [NAIL]이라는 감각의 기록, 그 마지막에 '탄생'을 배치한 이유가 궁금해요.
<birth>를 마지막 트랙으로 배치한 이유는, 앨범을 한 번 듣고 끝나는 게 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 반복해서 듣길 바라고, 그렇게 들었을 때 하나의 순환처럼 느껴지길 바랐기 때문이에요.
마지막까지 듣고 난 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갔을 때, 새로이 시작할 수 있는 에너지를 작은 용기와 함께 느끼셨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배치했습니다.

10. [RSK] ‘말이 통하지 않아도 하나의 감각은 서로를 이해하게 만든다’라는 [NAIL]의 메시지처럼, 타인과 연결됨을 느끼는 순간도 있어요?
팬분들과 소통 앱을 통해 꾸준히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다양한 언어를 모두 이해하지 못하다 보니 항상 아쉬움이 남기도 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전하는 마음이나 사랑이 잘 전달되고 있다는 걸 느낄 때가 있는데 그런 순간마다 말이 완벽하게 통하지 않아도 감정은 충분히 전해질 수 있다는 걸 실감하게 되고, 그 사실이 굉장히 감사하고 신기하게 느껴져요.

11. [RSK] 해외 투어도 한창이죠? 4월 유럽 투어로 시작해 5월엔 미주 투어로 북·남미까지 이어지는 방대한 투어 일정을 앞두고 있습니다. 이번 투어에서 팬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감각적인 장면이 있다면요?
이번 투어에서는 무대 연출 같은 외적인 요소보다는, 여러 공연을 통해 조금 더 여유롭고 성숙해진 모습으로 무대에 서는 것이 목표예요.
[NAIL] 컴백 이후 처음으로 선보이는 무대인 만큼, 퍼포먼스나 보컬적인 부분에서도 한층 성장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고, 이번 앨범에 직접 참여한 곡들이 많은 만큼 더 깊이 있게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2. [RSK] 한국대중음악상 2025 최우수 케이팝 음반 후보 노미네이트, 빌보드가 선정한 2024 베스트 케이팝 앨범 25 선정 등 평단의 호평도 이어지고 있죠. 이러한 성과는 이브에게 어떤 감각으로 다가오나요?
결과나 성과를 목표로 작업해 온 건 아니지만, 좋은 반응을 통해 제가 잘 나아가고 있다는 확신을 얻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부담감보다는 감사한 마음이 더 컸고요. 앞으로도 다양한 장르와 콘셉트에 도전하면서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의지가 생기는 계기가 됐습니다.

13. [RSK] 2024년 [LOOP]를 시작으로 [I Did], [Soft Error]를 거쳐 이번 [NAIL]에 이르기까지 성실하게 디스코그래피를 쌓아오고 있어요. 솔로 아티스트로서 '이브다움'을 정의한다면 어떤 말로 정리하고 싶어요?
‘이브다움’을 표현하자면 ‘my way’라고 말하고 싶어요. 새로운 것에 도전할 때 누구나 불안이나 두려움을 느끼기 마련인데, 저는 그런 감정보단 설렘이나 재미에 더 집중하는 편이거든요.
여러 가지 시도 속에서 저만의 방식으로 다양한 모습을 소화해 나가고 있고, 다른 시선에 휘둘리지 않고 제 길을 묵묵히 가고 있다는 의미에서 ‘my way’라는 표현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14. [RSK] 이번 활동을 통해 대중들에게 각인하고 싶은 모습이 있다면요?
이전 작업에선 크레딧에 이름을 많이 올리지 못해서 솔로 아티스트로서 제가 얼마나 직접적으로 음악에 참여하고 있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있었던 걸 알고 있어요. 사실 작업에는 꾸준히 참여해 왔는데, 앨범의 방향성에 맞는 곡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빠지는 경우도 있었거든요.
이번엔 제가 가진 다양한 역량을 더 직접적으로 보여드릴 수 있었던 만큼, 이제는 ‘자기 음악을 하고 있는 아티스트’로 바라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15. [RSK] 지금 이브가 마음속에 품고 있는 목표를 이야기하며 인터뷰 마무리해 볼게요.
올해 투어 일정이 길어서 체력적인 부분이 가장 큰 과제가 될 것 같아요. 무엇보다 큰 문제 없이 모든 공연을 잘 마무리하는 게 가장 중요한 목표일 것 같습니다.
또, 이미 작업해 둔 곡들이 있어요. 올해 안에 공개할 수 있을지 아직 확실하지 않지만, 새로운 모습의 음악들이라 하루빨리 들려드리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