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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전율 위에 서울을 얹을 DJ들, 에어리어 엑스(AREA X)의 시작

‘DJ’하면 떠오르는 장면들이 있다. 번쩍이는 불빛 아래 이뤄지는 현란한 손놀림, 후끈 달아오른 공간을 잘게 쪼개다가도 부드럽게 이어주는 비트. 여기, 그러한 전율을 온 세계에 전할 때, ‘서울의 소리’를 실어 한 층 더 인상 깊은 순간을 만들겠다는 팀이 있다. 바로 앳에어리어(AT AREA)의 신생 DJ 레이블, 에어리어 엑스다. 

 

아이온(IÖN), DJ 풀(DJ Pool), DJ 코커(DJ co.kr), 보잭(bojvck)까지, 이미 내로라하는 위치에서 더 큰 꿈을 꾸게 된 4명의 아티스트들. 이들은 신선하고 재밌는 음반 작업을 이어갈 뿐 아니라, 자신들을 찾아오는 관객에게 독보적인 경험을 선사하고, 국내 전자 음악계에 의미 있는 한 획을 긋고자, 지금도 만반의 준비 중이다. 

 

과연 그 시작은 어디였을까? 앞으로의 에어리어 엑스를 기대케 하는 깊은 고민과 신중한 결정을 들으며, 포착한 하나의 밝은 청사진을 지금 공개한다. 

 

 

1. [RSK] 안녕하세요, 에어리어 엑스! 먼저 <롤링스톤 코리아> 독자들을 위해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해요. 

 

아이온: 안녕하세요, 아이온입니다. 힙합 프로듀서 그루비룸으로 오래 활동하다가, 2024년부터 아이온으로 이름을 바꾸고 본격적으로 DJ를 시작했습니다.

 

DJ 풀: 안녕하세요, DJ 풀입니다. 
 

DJ 코커: 안녕하세요! DJ 코커입니다!
 

보잭: 다들 심심하게 소개하시네요. 서울을 이야기하지만 백화수복이 너무 좋은, 원래는 소년이었다가 이제는 나이를 먹어서 청년이 된 보잭입니다. 
 

 

2. [RSK] 국내외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서로 다른 배경의 네 아티스트가 모였어요. ‘에어리어 엑스’로 합류를 결심한 계기가 궁금합니다. 

 

아이온: DJ 풀이랑 얘기를 나누다가 시작됐어요. 어느 순간 풀한테 물어봤어요. “너는 뭐가 필요해? 내가 뭘 도와주면 좋겠어?” 이야기를 나눠보니까, DJ가 성장하는 데 필요한 것들이 레이블이 아티스트를 서포트하는 방식이랑 아예 달라서 시너지가 나지 않고 있다고 판단했어요. 

DJ에게 필요한 건 기존 레이블의 제작 시스템이 아니라, 공연 기획부터 꾸준한 오리지널 트랙 제작, 영상 콘텐츠까지 DJ 중심으로 돌아가는 별도의 시스템이에요. 세 가지를 지속 가능하게 만들 수 있는 시스템이요. 그게 없었던 거예요. 그러면 우리가 만들면 되겠다 싶었어요.

더불어, 저도 아이온 앨범을 혼자 내보면서 개인으로 할 수 있는 한계를 직접 느꼈고, 뜻이 맞는 사람들과 같은 방향을 가지고 재밌게 해보고 싶었어요. 한국 DJ 신(scene)을 지켜보면서 느낀 게, 잘하는 사람이 없는 게 아니에요. 각자 잘하고 있는데 결집이 안 되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 흐름을 하나로 연결해 보고 싶었고, 세 사람이 떠올랐어요. 

DJ 풀은 이미 엣에어리어 식구였고, 코커 형은 한국에서 DJ로서 활동과 퍼포먼스를 가장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 아티스트였고, 보잭은 제가 가장 배우고 싶은 내추럴함을 가진 사람이었어요. 저한테 부족한 게 이 사람들한테 있었고, 함께하면 서울에서 아직 시도된 적 없던 무언가가 될 것 같았습니다.

 

DJ 풀: 기존에도 앳에어리어 소속으로 3년간 활동하고 있었고, 저는 너무 만족하고 있던 차에 규정이가 제안해 줘서 너무 기쁜 마음으로 당연히 합류하겠다고 했습니다. 규정이처럼 한 분야에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성과를 만든 사람이 DJ라는 직업과 그 문화에 대한 가치를 바라보는 시선이 생긴 것도 너무 좋았고, 기존보다 더 새로운 움직임을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앳에어리어에 합류한 이유도 항상 DJ, 댄스음악 문화에 대한 애정이 있었고, 더 많은 사람에게 닿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내렸던 결정이기 때문에, DJ 코커, 보잭의 음악도 같은 마음으로 더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게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제가 직접 꼭 함께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먼저 전했고, 다행히도 둘 다 합류하게 됐네요!

 

DJ 코커: 혼자 활동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지만, 제안을 받았을 당시 DJ로서 약간의 무료함을 느끼고 있었고 변화를 줄 시기라고 생각했습니다. 사람마다 인생의 전환점이 있듯이, 저에게도 이번 시기가 DJ로서 하나의 그래프가 바뀌는 시점이라고 느꼈습니다. 

단순한 변화라기보다 앞으로의 흐름을 더 크게 우상향시키는 데 있어 배가시켜 주는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를 ‘DJ co.kr 4.0’으로의 업데이트라고 느끼고 있습니다. 또한 아이온, DJ 풀, 보잭처럼 각자 다른 색깔을 가진 네 명이 모이면 더 재미있는 시너지가 나올 수 있겠다고 느껴 ‘에어리어 엑스’로의 합류를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보잭: 문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존중’이라고 생각합니다. 그중에서도 한국적인 특성일 수도 있겠지만, 저보다 나이가 많고 더 많은 경험을 가진 ‘형’이라는 존재에 대한 존중을 늘 깊이 품고 살아갑니다. 인생에서도, 저의 예술적 가치관에서도 DJ를 비롯해 수많은 프로듀서, 스케이트보더, 래퍼, 그래피티 라이터, 비보이 형들이 끊임없이 영향을 주었고, 그렇기에 지금의 제가 이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믿습니다.

3년 전, 디제잉을 처음 시작했을 때 가장 큰 영향을 준 형들 중 두 명이 DJ 풀과 DJ 코커였습니다. 형들이 무언가를 한다는데, 제가 어떻게 가만히 있을 수 있었겠습니까. 심지어 서울을 재정립하겠다고 하는데. 함께 가겠다고 마음먹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죠. 형들이 하는 일은 언제나 멋있었으니까.

 

 

3. [RSK] ‘서울의 소리를 세계로 전파한다’라는 비전이 인상적인데요. 각자가 생각하는 ‘서울의 사운드’는 어떤 결을 가지고 있나요? 

아이온: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아직 서울을 대표하는 음악 장르는 없다고 생각해요. 근데 그게 지금이 재밌는 이유이기도 해요. 서울은 모든 걸 빠르게 흡수하고 다시 내뱉는 도시에요. 그 흡수 속도와 밀도 자체가 서울의 감각이라고 생각해요. 단일 장르로는 힙합이 언더그라운드 신을 지배하다가 지금은 많은 베뉴에서 댄스 뮤직이 채택되고 있는데, 그 과정에서 서울만의 독특한 크로스오버가 생기고 있어요. 한 문장으로 표현하자면 ‘힙합 팬도 이해할 수 있는 댄스 뮤직’이랄까요. 

UK Bass 기반 장르나 브레이크비트(Breakbeat), 저지 클럽(Jersey Club), 바일레 펑크(Baile Funk) 같은 것들이, 힙합에서 댄스 뮤직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힙합 감성을 가진 사람들도 즐길 수 있는 장르로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있다고 생각해요. 에어리어 엑스가 하려는 건 그 감각을 억지로 정의하는 게 아니에요. 여기서 나고 자란 사람들이, 여기서 좋아하는 걸 그냥 틀어놓는 것. 그게 서울의 사운드가 되는 거라고 생각해요.

DJ 풀: 저는 공연에서 항상 많은 음악의 공통점, 그리고 장점들을 찾아 연계하고 그 반전에서 이뤄지는 즐거움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는 편인데, 서울이 딱 그런 모습인 것 같아요. 물리적으로 타 국가의 대도시에 비해 크지 않지만, 그 안에서 정말 많은 형태의 음악과 그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공존하고 있고, 시너지를 만들어내는 모습이 서울의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DJ 코커: 다른 멤버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저는 ‘서울의 사운드’가 특별히 정해진 어떤 형태라고 보지는 않습니다. 단순한 음악 장르라기보다, 서울에서 자연스럽게 유행하고 만들어지는 사운드가 세계로 퍼지게 된다면, 그 자체가 곧 ‘서울의 사운드’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그런 흐름을 고민하고 만들어가는 과정 자체가 저희의 결과물이 아닐까 싶습니다.

보잭: 소리를 이야기하기 전에 도시를 이야기하고 싶어요. 저는 서울이라는 도시가 문화 전반적으로 ‘서울다운 것’이 없다고 생각하며 살고 있습니다. 경복궁이 서울다운 걸까요? 저는 한국답다고 생각합니다. 설렁탕을 누가 서울 음식이라고 생각하나요. 물론 한강이나 청계천 같은 서울의 도시 사업은 서울답다고 느껴지지만, 대체로 우리가 ‘서울답다’라고 말하는 것은 ‘한국답다’라는 것과 혼동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음악에서도 저는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저는 아직 ‘서울의 소리’가 없다고 생각해요. 전혀 없어요. 해외에 있는 친구들에게 서울의 소리를 들려주려고 하면 서울 지하철 소리나 역사적인 순간을 들려줄 뿐, 음악적인 소리는 전무합니다. 한글이 들어간 케이팝이나 국악이 섞인 퓨전 음악은 한국다운 것이지, 서울답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를 부정적으로만 보지는 않습니다. 서울이라는 도시는 최고로 멋있기 때문에! 앞으로 무엇이 나올지 모르기에! 그래서 저는 이것이 우리 세대가 만들어 나가야 할 숙명이라고도 봅니다. 이제 진짜 ‘서울의 소리’를 만들 시간이 된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하는지는 아직 아무도 모르겠지만요.

 

 

4. [RSK] ‘공연형 DJ 퍼포먼스’를 지향한다고 밝혔습니다. 기존 클럽 공연과 어떤 차별화된 경험을 선사하고 싶나요? 

 

아이온: DJ를 오래 지켜보면서 느낀 구조적인 문제가 있어요. 아무리 잘 틀어도, 그날 밤이 끝나면 사람들 기억에 남는 건 DJ 이름이 아니라 베뉴 이름이에요. “그 클럽 재밌었잖아”로 끝나는 거죠. DJ 본인한테는 아무것도 쌓이지 않는 구조예요. DJ의 본래 역할이 클럽 분위기를 살려주는 백그라운드 뮤직을 담당하는 직업이었으니까, 어떤 면에서는 당연한 결과인데, 지금 DJ 산업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잖아요. 이걸 바꾸려면 DJ 공연이 그 자체로 볼거리가 되어야 해요. 그리고 그 방향이 맞다는 게 시장에서도 보여요. 

 

스트리밍으로 음악의 값어치는 거의 0에 수렴하게 되었는데, 라이브 시장은 역대 최고치를 계속 경신하고 있거든요. 사람들이 소비하는 건 음악이 아니라 경험이에요. 반대로, 아무런 정체성 없이 라인업만 내세우던 페스티벌들은 지난 2~3년 사이 대거 문을 닫았고요. 앞으로 AI가 더 발전하면 음악 창작 자체의 기대 가치는 더 낮아질 거예요. 그때 가서도 살아남으려면, 아티스트는 경험을 제공하는 모델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에어리어 엑스에서 ‘X’가 ‘experience’에서 따온 것도 그 이유예요.

 

보일러 룸(Boiler Room)이라는 DJ들에게 등용문이라고 불리는 채널이 있어요. 모든 DJ가 한 번 서고 싶어 하는 무대잖아요. 근데 그런 지속 가능한 콘텐츠를, 우리가 직접, 가장 한국답게 만들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출발한 거예요. 에어리어 엑스는 클럽 타임 교대식 플레이가 아닌, 공연으로 기획된 이벤트를 정기적으로 만들 거예요. 관객이 클럽이 아니라 이 DJ들을 보러 왔다고 느낄 때까지. 


DJ 풀: 클럽이라는 공간은 당연히 너무 매력적이지만, DJ를 주목하게 만드는 클럽은 여전히 많지 않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희는 항상 클럽이라는 공간에 가장 중요한 요소인 ‘음악’을 들려주고 있는 DJ라는 플레이어가 집중 받기를 바라왔고, 그걸 위해 모순되게도 클럽이라는 공간을 벗어나서 우리가 가진 에너지를 더 자유롭게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아요.

 

DJ 코커: 지금 서울은 DJ 중심이라기보다 클럽 중심으로 흐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흐름을 거스르기보다는, 앞으로 5년 뒤에 나타날 새로운 방향을 준비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래서 단순히 클럽에 맞춰진 양산형 DJ들의 보편적인 DJ 셋만으로는 청중에게 충분한 매력을 주기 어렵다고 느끼고, 더 특별하고 공연스러운 요소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것이 연출 면일 수도 있고, 공연형일 수도 있지만, 그런 맥락에서 ‘공연형 DJ 퍼포먼스’를 지향하게 되었습니다.

그 차별화된 공연형 퍼포먼스는 우리가 직접 만드는 파티에서 보여드릴 예정이기 때문에, 여기서 설명하기보다는 공연에 오셔서 직접 경험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이때 저희만의 차별점은 DJ 셋에서 각자의 트랙을 직접 플레이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보잭: DJ 장비에 손을 올려 그냥 단순히 음악을 트는 건, 지나가는 11살 꼬마에게 알려줘도 두 달이면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저는 그런 바보 같은 DJ들과는 다른 길을 가고 싶습니다. 자신이 진짜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드러내고, 사랑하는 문화와 그 에너지를 관객들에게 곧이곧대로 전달하는 경험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저는 이것이 우리가 하는 음악이 만들어내는 가장 아름다운 장면이라고 생각합니다. 각 사운드에 함께 해온 문화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 각자가 지닌 음악/문화의 색깔과 에너지를 더 증폭시켜 보여줄 겁니다. 모두가 놀랄 수 있도록! 

 

 

5. [RSK] 국내 대표 힙합 프로듀서 팀 그루비룸의 ‘박규정’에서 ‘아이온’이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대중적으로 성공한 아티스트의 위치를 넘어, 이 프로젝트에서 꼭 해보고 싶은 시도는 무엇인가요? 

 

아이온: 오랫동안 프로듀서를 업으로 하면서 분명하게 알게 된 게 있어요. 어느 순간 음악이 도구가 돼요. 레퍼런스 찾고, 분석하고, 납품하는 게 반복되는 거죠. 예전엔 좋아하는 음악을 수없이 반복해서 들어서 비브라토 횟수까지 기억할 만큼 깊게 들었는데, 그냥 좋아서 듣는다는 감각이 어느 순간 사라졌었어요. 잘나가는 프로듀서의 삶을 살면서 가장 역설적이었던 게 그거예요.    
 

그러다 깨달은 게 또 있어요. 프로듀서라는 직업의 본질이 서포트예요. 다른 아티스트를 빛내주고, 그 사람의 서사를 도와주는 역할이에요. 그러다 보니 “내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순간이 전혀 없겠구나”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요. ‘아이온’은 거기서 출발했어요. 전자음악을 다시 듣기 시작하면서 그 챕터가 열렸어요. 후크도 없고, 가사도 없고, 소리 자체에 집중하는 게 음악이 될 수 있다는 걸 그때 처음 제대로 알게 됐어요. 그리고 이 음악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문화, 그 공간에서 사람들이 노는 방식이 달랐어요. 
 

한국에서는 아직 이게 생소한 사람이 많아요. 가사 없는 음악을 어떻게 즐기는지 모르는 사람들도요. 소리와 에너지 자체에 집중하는 문화가 아직 충분히 만들어지지 않은 거죠. 아이온으로서 하고 싶은 건 그 문화를 여기서 직접 만드는 거예요. 제 음악과 활동의 영향으로 누군가 이 음악에 처음 눈뜨는 순간을 만드는 것이 목표에요.


 

6. [RSK] DJ 풀의 음악은 ‘즉각적인 자극’보다 ‘긴 호흡의 설계’에 가깝다는 인상이 있습니다. 언더그라운드 클럽 음악계의 한 축으로서 이러한 고유한 접근 방식을 선택하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DJ 풀: DJ는 다른 형태의 아티스트와는 다르게 무대에 서 있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길므로 당연한 결과인 것 같아요. 동시에 그렇기 때문에 DJ만 할 수 있는 호흡도 있는 것 같고요. 관객들에게 완전히 강렬한 트랙, 그리고 완전히 미니멀한 트랙들이 대비되는 순간의 희열을 느끼게 한다던가, 천천히 쌓아 올리면서 지루해질 때 즈음 반전을 선사하는 느낌 같은 건 다른 형태의 아티스트들이 얻을 수 없는 DJ만의 특권이면서 동시에 DJ들에게 환호할 수 있는 사람들의 특권 같기도 해요.

 

 

7. [RSK] DJ 코커는 UK 기반 사운드와 한국 클럽 신의 흐름을 긴밀히 결합하며 매번 인상 깊은 트랙과 무대를 선보이고 있어요. 글로벌한 플랫폼 내 다양한 활동들을 하며 얻은 인사이트들도 있을까요? 

 

DJ 코커: 해외 아티스트들과의 교류가 가장 큰 인사이트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서로의 미발매 곡을 먼저 공유받아 플레이할 기회도 있고, 그들이 어떤 흐름을 보고 있는지, 어떤 장르가 떠오르고 있는지 등을 비교적 빠르게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라고 느낍니다. 흐름을 빠르게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들의 오리지널리티 역시 많이 보고 배우게 되었습니다. 각 아티스트가 가지고 있는 고유한 색과 그들이 속한 문화까지 함께 이해할 수 있었다는 점이 큰 배움이었다고 생각합니다.

 

 

8. [RSK] 스트릿과 스케이트보드 문화에 뿌리를 둔 채, 비교적 어린 나이부터 꾸준히 작업을 이어오며, 독보적인 색깔로 또 다른 서브컬처를 이뤄가는 중입니다. 지금의 보잭을 움직이게 하는 가장 큰 동력은 무엇인가요? 

 

보잭: 최근 지난 시간을 돌아볼 수 있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중, ‘나 중학교 때 지역신문에서 했던 인터뷰가 있었는데, 오랜만에 한 번 찾아볼까’라는 생각이 들어 자료를 찾고 있었습니다. 그때 당시 중학교에서 친구들과 함께 만든 스케이트보드 동아리가 있었는데, 이를 위한 지역신문 인터뷰 안에서 진행된 제 개인 인터뷰의 첫 문장은 이거였습니다. “전 스트릿 문화를 좋아해요.”

저조차도 기억을 못 하고 있었어요. 어릴 때부터 저는 이 문화를 진심으로 사랑해 왔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1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제 원동력은 단 하나입니다. 이 문화를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모두의 삶을 더 나아지게 만드는 것.

저는 거리 문화가 여러분에게 새로운 삶을 줄 수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여러분이 예술가든, 평범한 사람이든, 어디에 누워 있는 백수든 상관 없이요. 거리 문화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그들이 만들어내는 장면들을 한 번만이라도 유심히 바라보세요. 분명 새로운 울림이 찾아올 겁니다. 거리 문화를 사랑하고 가꿔 나가는 모든 분들께, 깊은 존중과 사랑을 보냅니다. 진심으로.

 

 

9. [RSK] 에어리어 엑스가 만들어 가고 싶은 음악계의 ‘장면(scene)’을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면요?

 

아이온: 서울에서도 로컬 DJ 라인업만으로 공연장을 가득 채우는 것.

 

DJ 풀: 제가 친구들을 클럽이나 공연장에서 만났을 때, 특히나 그런 자리가 익숙하지 않아 어색해하는 친구들에게 자주 하는 말인데, “놀러 왔으면 놀아~”라고 하거든요. 그냥 이런저런 말들을 붙여도 DJ라는 직업의 본질 중의 본질은 노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냥 음악 듣는 게 재미없으니까 좀 더 재밌으려고 자르고 붙이는 기술을 연구하면서 태어나고, 그 과정에서 춤추고 즐기고 느끼는 사람들 덕분에 완성된 직업이 DJ니까 그냥 더 즐겁게 더 많은 사람들을 더 놀게 하고 싶어요.

 

DJ 코커: 지금 되게 많은 DJ가 생겨나고 있고 다 다른 색깔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정답을 제시하는 식의 조언을 하거나 누군가를 가르치려는 태도를 보이고 싶지는 않습니다. 다만, 저희를 보며 ‘이렇게도 할 수 있구나’라는 또 하나의 방향성이나 선택지를 느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그런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 에어리어 엑스가 줄 수 있는 건강한 영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보잭: 대한민국 전자음악 대 해적 시대 개막.


 

10. [RSK] 마지막으로 <롤링스톤 코리아> 독자들에게 앞으로의 포부를 들려주세요! 

 

아이온: 내 꿈은 코첼라에서 에어리어 엑스의 레이블 무대를 하는 것.

 

DJ 풀: 누군가의 자취방 크기도 안 될 만한 크기의 스테이지가 언더그라운드 음악의 전부이던 시대도 있었고, 그것마저도 없었던, 취향을 공유하기도 어려웠던 시기도 있지만, 이제는 더 이상 언더그라운드라고 부르는 게 맞나 싶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갈래라고 생각하고. 그 자리에 서 있는 플레이어들이 DJ들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가야 할 길이 멀다고 생각하고, 더 많은 사람에게 이 문화의 더 즐거운 부분들을 공유하고 싶습니다. 
 

DJ 코커: 앞으로 공개될 곡들도 많이 준비되어 있고, 네 명 각자가 따로 준비하고 있는 작업들도 있습니다. 또한 저희가 직접 주최하는 행사들도 계속 이어질 예정이니, 많은 관심과 팔로우 부탁드립니다.
 

보잭: 앞서 언급했지만, 존중이 세상의 전부인 거 같습니다. 형들 세대가 있기에, 그 형들이 제 세대를 알기에 세상은 아름답게 흘러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존중과 사랑이 넘치는 서울을 만들어 보러 가겠습니다. 서로 웃고 살아봐요. 제발 싸우지 좀 말고. 에어리어 엑스 파이팅. ALL LOVE! 

 

<사진 제공 - 에어리어 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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