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간의 공백 끝에 한국계 미국인 뮤지션 제시가 EP [P.M.S.]로 돌아왔다. <롤링스톤 코리아>는 최근 미국 뉴욕 한국문화원에서 진행된 프레스 투어 중 제시를 만나 신곡에 관한 이야기, 앞으로의 행보, 그리고 ‘언니’가 의미하는 바에 관한 대화를 나눴다.
1. [RSK] 직접 설립한 언니컴퍼니에서 준비하는 첫 앨범입니다. 6월 디지털 싱글 [Newsflash] 이후 지금까지 어떤 준비 과정을 거쳐왔나요?
JESSI: [Newsflash]를 냈을 때, 다음에 올 것들의 미리보기라고 생각했어요. 앨범을 낼지 확신하지는 못했지만, 타이밍이 완벽하다고 느꼈고 그렇게 준비를 시작했어요. 비즈니스 측면에서 회사 운영을 익히는 동시에 제 페이스를 조절하는 데에도 집중했던 것 같아요.
2. [RSK] 동시에 크리에이티브와 회사 운영을 함께 한다는 건 정말 어려울 것 같아요. 이전에 아티스트 관점에서만 생각하던 시기와 비교하면, 결정 과정이 어떻게 달라졌나요?
JESSI: 저는 항상 도전을 좋아했고, 처음부터 독립적인 사람이었어요. 회사에 있었을 때도 뮤직비디오, 영상 편집, 커버 아트 디자인, 작사 등 모든 창작 과정에 관여했죠. 그 자체로는 비슷하지만, 지금은 다른 사람들을 챙겨야 하고 모든 일에 직접 손을 대야 한다는 점이 달라요. 하지만 전반적으로 정말 재미있어요. 제겐 하늘이 한계예요. 제 자신을 더 잘 표현하고 음악에 더 많은 통제권을 갖고 싶었고, 이제는 진짜 제가 하고 싶은 걸 제 시간에 맞춰 할 수 있어요. 누군가를 기다릴 필요가 없고, “두 달 뒤에 낼래. 아니면 다음 달. 아니면 일주일 뒤!”라고 말할 수 있으니까요.

3. [RSK] 독립 아티스트가 된 뒤 가장 어려워진 점이 있다면요?
JESSI: 책임질 일이 확실히 더 많아요. 이제는 사람들의 모든 질문에 제가 답해야 하죠. “이 사진 써도 돼요?”, “이거 해도 돼요?” 같은 것들이요. 그 외에는… 사실 모든 게 어렵죠. 노래를 낼 때 팬들은 언제나 좋아해주는 걸 알아요. 그런데도 저는 너무 생각이 많아져요. “이전보다 더 좋아야 해” 같은 압박감 때문에요. 저는 완벽주의자인데, 그건 제가 고쳐야 할 부분인 것 같아요. 저는 36살, 거의 37살이 되어가는데, 매일 새로운 것들을 배우고 있어요. 어려서 14살에 한국에 왔기 때문인지 정말 많은 일을 겪어본 것 같아요. 그래도 제 자신을 잃은 적은 한번도 없어요. 빛을 보기까지는 오래 걸렸지만요.
4. [RSK] 이번 타이틀곡 <Girls Like Me>는 자신감과 개성을 축하하는 곡인데, 일상에서 제시는 어떻게 자기관리를 하나요?
JESSI: 이 앨범 제목이 ‘Pretty Mood Swings’예요. 저도 사람이니까 항상 행복한 것도 아니고, 항상 제 자신을 사랑하는 것도 아니에요. 때때로 스스로를 보면서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도 있고, 누구나 그렇죠. 그래서 좋은 사람들로 주변을 채우는 게 중요해요. 여기서 말하는 ‘좋은 사람’이란, 저를 이해해주고 분위기를 읽으며 그냥 들어줄 수 있는 사람 한두 명 정도예요. 저는 가끔 외로워하기도 하고, 안 좋은 감정들을 눌러두기도 하는데, 그럴 때마다 그 사람들이 “너는 제시야. 네가 누구인지 잊지 마. 20년 넘게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 잊지 마”라고 상기시켜줘요.
5. [RSK] 곡은 한국 사회에서 흔히 받아들여지지 않는 자신의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주고, 또 다른 사람들도 그 부분을 사랑하라고 말하죠. 한국과 해외에서 ‘언니’ 같은 존재로 여겨지는 것에 부담을 느끼나요?
JESSI: 저는 그냥 저예요. 엄마 뱃속에서 나왔을 때부터 이랬어요! 보이는 그대로죠. 물론 압박감은 있어요. 저는 완벽하지 않으니까요. 항상 최상의 상태도 아니고. 팬들을 볼 때는 그들이 저를 바라보니까 의심이나 불안감을 이겨내야 할 때도 있어요. 그래서 [P.M.S.]를 낸 거예요. 제 취약한 면, 자신감 있는 여성으로서뿐 아니라 다른 다양한 면도 보여주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압박은 있지만… 저는 늘 ‘언니’ 같은 성향이 있었던 것 같아요. 오빠들 사이에서 자라서 그런지, 누나 혹은 언니가 되고 싶어 했어요. 어제도 세 자매가 같이 걷는 걸 봤는데 “내 동생들이면 좋겠다” 생각했어요. 저는 아이가 없지만 엄마 같은 마음도 있고요. 지금은 일 때문에 아이를 가질 수 없지만 익숙하죠.

6. [RSK] 자라면서 그런 ‘언니’ 같은 존재였던 아티스트가 있었나요?
JESSI: 9살에서 12살 사이에 가수가 되고 싶다고 결심했어요. 그 시절 브리트니 스피어스, 스파이스 걸스를 들었고 완전 넘버원이었죠! 저는 톰보이 스타일이었어서 Sporty Spice가 되고 싶었어요. 그리고 크리스티나 아길레라, 미시 엘리엇, 로린 힐. <시스터 액트> 같은 영화는 제가 한때 가스펠 가수가 되고 싶게 만든 계기이기도 했고요. 교회 성가대에서 시작해서 지금 여기까지 왔다는 게 너무 신기해요. 모든 것에는 이유가 있는 것 같아요.
7. [RSK] [P.M.S.]는 11월 12일 공식 발매인데, 최근 뉴욕의 클럽 네뷸라에서 파티를 열어 <Girls Like Me>와 b-side <Brand New Boots>를 먼저 들려줬죠. 두 곡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JESSI: 일단은 클럽이잖아요? 거기서 발라드나 R&B를 틀 수는 없죠. 다들 잠들면 안되니까! <Girls Like Me>는 신나는 곡이고, 여성의 파워를 표현하는 곡이라 춤추기 딱 좋아요. 클럽 가면 여자들이 시끄럽게 미친 듯이 놀고 싶어하잖아요. <Brand New Boots>는 사실 틀 계획이 없었어요. 앨범이 5트랙밖에 없으니까요. 그런데 그날 분위기가 너무 좋았고, 저도 신났고, 팬들도 신났고… 그래서 “하나 더 들려주자!” 했어요. 정말 좋은 밤이었어요. 해외에서 와준 팬들도 많았고요! CD도 몇 장 줬는데 아주 아주 한정판이에요. 이번에 실물 앨범은 판매 계획이 없거든요.
8. [RSK] 클럽에서 하는 이벤트는 처음이라고 했는데 만족스러웠나요? 이런 식의 가까운 거리의 공연을 앞으로도 할 계획이 있나요?
JESSI: 100%요! 모든 건 시간과 장소가 중요해요. 지금은 뉴욕에 있고, 네뷸라가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장소로 가장 적합했죠. 앞으로는 진짜 투어도 하고 싶어요. 지금의 제 이야기를 담은 새 앨범도 만들고 싶고요. 어릴 땐 그냥 팝 레코드를 만들려고 했지만, 지금은 ‘이건 내 일기장’ 같은 느낌이에요. 팬들에게는 댄스 음악뿐 아니라 사랑 노래, 이별 노래도 들려주고 싶어요. 팬들과 실제로 대화하는 것도 좋아해요. 50명, 40명, 30명이어도 괜찮아요. 다만 노래는 많이 못 들려드릴 수도 있어요. 제가 말이 너무 많거든요! 그래서 요즘은 미국에서 활동을 더 하고 있어요. 한국에서는 정말 오랫동안 있었으니까요.

9. [RSK] 고향인 뉴저지와 가까운 뉴욕에서 활동하는 건 더 특별할 것 같아요. 가족이나 친구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나요?
JESSI: 저는 지금 부모님 집에 머무르고 있어요. 일정이 너무 바빠서 많이 보진 못하지만, 밤 12시쯤이나 아침에 잠깐씩은 봐요. 어머니가 아침 일찍 일어나셔서서 커피랑 과일을 챙겨주시려고 해요. 건강 챙기라고요. 짧은 일정이라 많이 못 보지만, 지금은 이렇게만 있어도 충분해요. 저도 그렇고, 부모님도 그렇고 그냥 옆방에 제 존재가 있다는 것 자체를 좋아하세요. 제가 밤에 들어가면 부모님도 막 집에 돌아오신 참인데 “빨리 자, 얼른 쉬어!” 하세요. 너무 다정하시죠. 그도 그럴만한게, 저는 어릴 때부터 가족과 떨어져 지냈고, 소중한 딸이니까요!
10. [RSK]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JESSI: 무엇보다도, 지금까지 저와 함께해준 제비들에게 고마워요. 새 팬들, 오래된 팬들, 저를 응원해주는 누구든지 간에… 저라는 사람을, 아티스트뿐만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 사랑해줘서 고맙습니다. 제시는 제비 없이는 존재할 수 없어요. 저는 그들이 없으면 아무것도 아니에요. 팬들이 있기에 제가 있는 거예요. 감사하다는 말을 자주 하지만, 진심이에요. 팬들은 제 가족이고, 그리고 그렇게 느껴지는 것도 너무 좋아요. 좋을 때나 힘들 때나 함께해준 그들에게 더 바랄 게 없어요.
Photographs by Isabella Salan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