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20년이 지난 지금, 니요(NE-YO)는 R&B 씬에서 자신이 왜 ‘레전드’로 불리는지 수없이 증명해왔다. <So Sick>, <Miss Independent> 같은 히트곡으로 빌보드 상위권을 장식하고 그래미 3관왕에 오른 그는, 자신의 커리어에서 쌓아온 경험과 지식을 앞으로는 다른 장르, 그리고 다음 세대에게 전하고 싶다고 말한다. 이번 달에는 컨트리에서 영감을 받은 신보를 발매할 예정이며, 동시에 아시아의 유망 아티스트들을 발굴해 그들의 성장을 지원하기 위한 레이블 ‘퍼시픽 뮤직 그룹(Pacific Music Group)’ 설립도 준비하고 있다. 뉴욕의 분주한 거리를 내려다보는 고층 스튜디오에서 마주한 니요는, 이러한 새로운 도전과 앞으로의 비전에 대해 차분히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1. [RSK] 다가오는 새 앨범 발매가 정말 기대돼요! 예전부터 컨트리 장르에 꾸준히 관심을 보여 왔고, 2012년에는 팀 맥그로우(Tim McGraw), 그리고 페이스 힐(Faith Hill)과도 협업한 바 있죠. 그런데 왜 그때나 몇 년 후가 아니라, 지금 이 시점에 컨트리에서 영감을 받은 풀 앨범을 만들기로 결심한 건가요?
요즘 R&B와 팝을 둘러싼 트렌드를 보면서 저는 좀 새로운 공기, 숨 쉴 공간이 필요했어요. 시간이 지나면서 제 안에서 중요했던 것들도 많이 달라졌고요. 이제는 예전처럼 ‘가면’을 쓰는 데 몰두해야 하는 시기가 아니라고 느꼈습니다. “넌 항상 멋져 보여야 하고, 모든 남자들이 되고 싶어 하고 모든 여자들이 원하는 그런 남자여야 한다”는 식이죠. 하지만 그런 삶은 세상 사람들의 90%에게는 현실이 아니잖아요. 실제로 그런 삶을 사는 남자는 1%도 되지 않고, 나머지 사람들은 그들을 보며 일종의 대리만족을 느끼며 살아가는 거죠.
제가 컨트리 음악을 할 때 좋은 것 중 하나는 꼭 그런 ‘완벽한 남자’일 필요가 없다는 거예요. 그냥 평범한 남자여도 괜찮다는 점이죠. 가장 멋진 사람이 아니어도 괜찮고, 돈이 많지 않아도 괜찮고, 언제나 사랑을 쟁취하지 못해도 괜찮아요. 컨트리 음악에는 심지어 발기부전 이야기를 다룬 노래도 있을 정도예요. R&B나 팝에서는 절대 들을 수 없는 내용이죠. 왜냐면 이런 장르에서는 모두가 그런 문제를 인정하기엔 ‘너무 멋진 사람’처럼 행동하니까요.
돌리 파튼의 <Jolene>은 한 여자가 다른 여자에게 자기 남자를 데려가지 말라고 애원하는 내용의 노래예요. R&B에서는 이런 이야기를 절대 들을 수 없어요. 왜냐면 모두가 너무 멋진 척하며 “그런 일은 절대 내게 일어나지 않아”라고 생각하니까요.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런 일이 가끔 일어나기도 하잖아요? 우리는 늘 우리가 꿈꾸는 이상적인 모습일 수는 없고, 그래도 괜찮아요. 저는 컨트리 음악이 그런 ‘인간적인 순간들’을 축하한다고 느껴요. 그리고 지금의 저는 바로 그 지점에 와 있다고 느낍니다.
저에게는 예쁜 아이들이 일곱이나 있고, 큰 아이들이 이제 13살과 14살이 되다 보니 정말 다양한 질문을 하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저는 아이들에게 SNS에서 보여지는 모습이 전부가 아니라는 걸 이해시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인스타그램에서 보여지는 흔한 모습들처럼 살 필요도 없고, 다른 사람의 삶과 자기 삶을 비교할 필요도 없다는 걸 알려주고 싶어요. 아무 옷이든 내 마음에만 좋다면, 그냥 그 옷을 입으면 되는 거죠. 아이의 친구들이 그 옷을 좋아하지 않아도 상관없어요. 본인이 마음에 든다면 그냥 입으면 되는 거죠. 친구들이 하는 대로 그대로 따라가지 않는다고 해서 잘못된 건 아니죠. 그리고 아이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 바로 지금, 이 앨범이 아주 적절한 타이밍에 나오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결국 중요한 건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 그대로 살아가는 일입니다.

2. [RSK] 겉으로 보기에는 서로 닮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R&B와 컨트리 음악은 ‘이야기(서사)’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는 중요한 공통점이 있죠. 이런 점이 이번 앨범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더 자연스럽게 흘러가도록 도왔나요?
사실 정말 자연스러운 전환이었어요. 오래전부터 컨트리 음악의 팬이었기 때문에 아주 어렵게 느껴질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리고 제가 좋아해왔던 컨트리 음악의 요소들은 이미 제가 해온 R&B 작업 속에도 많이 녹아 있었거든요.
컨트리 음악과 R&B 음악은 사실 공통점이 굉장히 많아요. 차이가 있다면 몇 가지 특정한 억양과 표현 방식 정도죠. 그 외의 부분에서는 본질적으로 거의 같은 뿌리를 공유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하나 더 말하자면, 전통적인 R&B는 요즘 세대에게서 조금 잊혀지고 있는 느낌이에요. 제가 음악을 배워가던 시절에는 마이클 잭슨, 프린스, 조데시, 보이즈 투 멘, 브라이언 맥나이트처럼 사랑을 노래하면서도 동시에 연약함과 남성성을 함께 보여줄 수 있는 아티스트들이 있었거든요.
저는 그런 아티스트들을 보며 자랄 수 있었죠. 하지만 요즘 아이들이 바라보는 롤모델은 대부분 힙합에 쏠려 있다 보니, 음악을 표현하는 방식도 조금 다르고, 때로는 더 강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어요. 물론 그것도 하나의 자연스러운 진화라고 생각해요. 저도 이해하고 공감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R&B를 특별하게 만들었던 요소들이 완전히 사라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적어도 어느 정도의 균형은 유지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우리는 지금처럼 강한 요소들을 음악에 더할 수도 있고, 동시에 다시 사랑을 노래하는 음악으로 돌아갈 수도 있죠. 사랑하는 사람에게 마음을 솔직하게 고백하거나, 관계가 힘든 지점에 이르러 눈물을 흘리는 게 촌스러운 일은 아니죠. 그런데 요즘 세대는 그런 감정을 바로 표현하는 게 촌스럽다고 느끼는 분위기가 조금 생긴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다시 진짜 감정으로 돌아가는 흐름이 시작되고 있다고 느껴요. 사람들 스스로가 이제는 다시 무언가를 진심으로 느끼고 싶어 하는 시점에 와 있기 때문에요.
지금 세상은 너무 혼란스럽고, 결국 사람들은 감정을 풀어낼 통로가 필요해요. 그런데 요즘 유행하는 ‘모두가 강하고, 모두가 부자’처럼 들리는 노래에서는 그런 해방감을 느끼기 어렵죠. 사람들이 메리 제이 블라이즈를 사랑하는 이유 중 하나도, 그녀가 청중과 함께 울어줄 줄 아는 아티스트이기 때문입니다. 그 점이 그녀를 위대하게 만든 요소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이번에 선보일 컨트리 감성의 앨범에는 그런 면들을 많이 담았습니다. 연약함과 남성성이 같은 공간, 같은 순간 속에 공존하는 음악, 그리고 진짜 ‘이야기(서사)’가 있는 음악이죠. 평범한 사람이 겪는 일들을 있는 그대로 담아내는, 그런 정서까지도 응원하는 앨범이에요. 때론 누구나 마음이 무너지기도 하고, 사랑에 빠지기도 하고, 서로 오해하기도 하며, 세상이 흑백인 것도 같지만, 회색도 있다는 점까지 이 모든 것들을 이야기해요.

3. [RSK] 앨범 작업을 시작할 땐, 이전 작품들과 같은 마음가짐으로 참여했나요? 아니면 이번에는 완전히 다른 접근 방식을 택했나요?
제가 자라면서 듣고 사랑하게 된 많은 컨트리 음악에는 언제나 원래 주제나 이야기를 비트는 영리한 전개가 있었어요. 제가 요즘 특히 좋아하는 모건 웨이드의 노래 가사 중에 “내가 문제라면, 그 이유는 너야”라는 구절이 있는데, 그런 반전이 참 마음에 들어요.
그래서 이번 앨범을 시작할 땐 가사는 진솔하고 솔직해야 하지만 동시에 영리해야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시작했습니다. 그냥 “널 사랑해” 라고 말하는 게 아니라, 그 말을 조금 다르게, 듣는 이들이 잠깐 생각해볼 여지가 있게끔 표현해야 한다고 느꼈어요. 동시에 너무 난해해서 ‘이 노래가 도대체 무슨 얘기지?’ 하고 고민하게 할 정도는 아니어야 하고요. 그 사이의 미묘한 균형점을 잘 조율하는 게 중요했습니다. 그게 제가 이번 작업에 들어갈 때 유일하게 미리 정해둔 기준이었어요.
그 외에는 진짜로 컨트리 음악과 함께 호흡하며 살아온 작사가와 프로듀서들과 협업하고 싶었습니다. 저 혼자만의 관점으로 흉내낼 수도 있었겠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어요. 그래서 직접 내슈빌로 가서, 컨트리 음악을 진심으로 만들며 살아가는 이들과 함께 작업했고, 덕분에 이번 앨범을 훨씬 더 ‘진짜 컨트리’에 가까운 방식으로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4. [RSK] 새롭게 설립한 퍼시픽 뮤직 그룹(Pacific Music Group)은 아시아의 유망한 아티스트들을 발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요. 아티스트를 영입할 땐 특히 어떤 점을 가장 중요하게 볼 계획이에요?
저는 ‘열정’이라는 덕목을 가장 좋아해요. 부와 명성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정말로 어떤 일이든 사랑해서 하는 사람을 원하죠. 예술에 참여하는 동기가 ‘돈’이 주가 되는 순간, 작품은 언제나 허술해지게 마련이에요. 꿈에서 깨어나 “이걸 꼭 그려야겠어”라고 간절히 느낀다거나, 마음이 너무 아픈 나머지 자연스럽게 노래로 풀어 낸다거나 하는 에너지가 없는 상태일 테니까요.
물론 우리 모두에게 돈은 필요하죠. 하지만 왜 이 일을 하느냐에 대한 핵심 동기는 반드시 ‘열정’이어야 해요. 돈이 전혀 없어도 계속할 사람, 그런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업계에는 사람들이 그냥 ‘이상해 보이기 위해서 이상한 행동을 해 버리는’ 문화가 있어요. “머리에 비둘기를 올리면 사람들이 나를 보고 ‘와, 진짜 독특하다!’라고 말하겠지?” 같은 식이죠. 하지만 모두가 속으로는 그게 단지 관심을 끌기 위한 행동이라는 걸 알고 있어요.
저는 누군가가 하는 음악과 말 속에서 그 사람 자체가 느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바로 그런 아티스트를 찾고 있습니다.

5. [RSK] 업계에서 자주 언급되는 표현 중 하나가 바로 ‘스타성’이라는 말이에요. 니요가 생각하는 ‘스타의 자질’은 뭐예요?
스타성이란 결국 ‘진정성’이에요. 어떤 사람들은 방 안에서 가장 수다스러운 사람이 스타성이 있다고 하지만, 목소리가 크다고 해서 스타는 아니잖아요. 그건 그저 목소리가 큰 거죠.
스타성은 그 사람이 가만히 앉아 차를 마시고 있어도, 혹은 대화에 참여하고 있어도 자연스럽게 시선이 머물게 만드는 그 ‘무언가’예요. 그리고 저는 그 힘이 진정성에서 나온다고 믿습니다.
우리는 모두 세상에서 단 하나 뿐인 존재이고, 서로 완전히 달라요. 그런데 이 사실을 자주 잊고 살아가죠. 특히 요즘 세대는 자신을 특별하게 만드는 요소가 바로 자신 만의 ‘초능력’이라는 걸 잘 실감하지 못하는 것 같고요. 모두가 어딘가에 맞춰 들어가고 싶어 하지만, 사실 우리는 애초에 ‘어딘가에 맞춰지도록’ 만들어지지 않았어요.
뭐에, 어디에 맞추라는 걸까요? 여러분은 이미 자신만의 상자를 가지고 있고, 그 상자에 가장 완벽하게 들어맞는 존재예요. 저는 우리 사회가, 특히 예술가들이 이 지점을 다시 기억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당신의 예술은 당신 자신에게만 의미 있으면 돼요. 그 자체가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지 몰라요. 그게 바로 ‘스타’라는 존재고요. 가수 프린스도 커리어 초반 첫 두 해 동안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아이코닉한 프린스의 모습 그대로였음에도, 당시 무대에 설 때마다 야유를 받았고, 머리 위로 맥주병이 날아오기도 했어요. 지금은 그의 상징이 된 그 모든 것을 그대로 하고 있었음에도 말이죠.
그때 만약 그가 방향을 바꾸려고 했다면 어떨까요? 절대 안 되죠. 그는 자신이 믿는 것을 끝까지 고수했고, 세상을 쫓기보다 세상이 자신을 따라오도록 만들었어요. 왜냐하면 세상을 쫓는 순간, 그 레이스에서는 절대 이길 수 없으니까요.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는 건 불가능하고, 그런 경주는 끝이 없어요. 누군가 당신을 못마땅해 한다면, 그건 그 사람의 문제이지 당신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래서 이렇게 말하면 됩니다.
“이게 바로 나예요. 내가 당신을 불편하게 만든다면, 세상에는 80억 명의 사람이 있으니 그중 당신을 편하게 해줄 사람을 찾아가세요. 나는 여기에서, 굽히지 않고, 나답게, 행복하게 있을 테니까.”

6. [RSK] 신인 아티스트에게 꼭 전하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그리고 데뷔 당시의 스스로에게 해줬으면 좋았을 조언이 있다면요?
제가 처음 계약을 했을 때, 첫 레이블은 컬럼비아 레코드였어요. 그때의 저는 아무것도 몰랐고, 그냥 음반 계약을 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너무 행복했어요. 그래서 그들이 시키는 건 뭐든 다 했죠. “그 옷은 입지 마, 이걸 입어. 저 사람들과는 작업하지 마, 이 사람들과 해. 이런 노래는 쓰지 마, 저런 노래를 써” 같은 걸 말이죠.
그렇게 해서 완성된 프로젝트가 하나 있었는데, 막상 들어보니 그 안의 사람은 누구인지 알 수가 없었어요. 제 본래 모습이 아니었거든요. 그래서 저에게 더 맞는 곡을 다시 녹음해도 되냐고 요청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안 된다”였죠.
신인 아티스트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조언은 ‘기다림의 시험이 온다’는 겁니다. 나보다 좀 더 빨리 나아가는 사람을 보게 될 거고, 더 멀리 가는 사람도 보게 될 거예요. 그런 일들은 반드시 일어나는데, 그렇다고 해서 내가 잘못하고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세상이 아직 나를 알아보지 못했을 뿐이죠. 그러니 세상이 나를 발견할 때까지 기다릴 줄 아는 인내심이 필요해요.
물론 말처럼 쉽지 않을 거예요. 특히 성공한 누군가보다 내가 더 잘한다고 생각할 때, 더 빨리 성공한 누군가의 모습을 보면 견디기 어려울 때가 있어요. “세상이 왜 저걸 좋아하지? 내가 그렇게 형편없는 건가? 정말 재능이 없는 건가?” 이런 생각도 들죠. 모든 아티스트가 겪는 과정이에요. 견디는 동안 내면은 단단해질 거고요.
이런 경험의 시간들을 거치고 나면, 다시 나만의 방식으로 돌아가야 해요. 나의 시간은 반드시 옵니다. 모든 사람에게 기회가 오니까요. 다만, 우리가 원하는 순간에 오는 건 아니에요. 세상은 그렇게 움직이지 않거든요.

7. [RSK] 25년 11월은 니요에게 아주 큰 의미가 있는 시기예요. 바로 <So Sick>이 발표된 지 20주년이 되는 달이니까요. 이 곡을 처음 만들었을 때, 큰 성공을 거둘 거라는 예감이 있었나요? 직감 같은 것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제 커리어 전체를 통틀어 그 ‘직감’을 느꼈던 순간이 단 세 번 있었는데, 그중 첫 번째가 바로 <So Sick>이었다고요.
보통 팀 내부에서는 어떤 곡을 싱글로 내야 하는지 의견이 갈리고, 늘 논쟁이 있거든요. 그런데 이 곡만큼은 모두가 한 목소리로 “그래, 이거다”라고 동의했어요. 아주 멋진 순간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오랫동안 다시 그런 단합이 나오지 않아서 조금 낙심하기도 했죠.
“우리가 뭘 잘못하고 있는 거지? 그때처럼 다시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병 속에 담을 수는 없는 걸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요.
그러다 깨달았습니다. 과거의 순간을 재현하려고 해서는 안 되고, 새로운 순간들을 계속 만들어야 한다는 걸요. 모든 순간은 그 자체로 고유해야 합니다. <So Sick>의 순간도 그저 그런 하나의 ‘순간’이었던 거죠.
그리고 아마 제가 가장 빨리 만든 노래일 거예요. 프로듀싱 팀인 스타게이트를 처음 만났던 날, 그들이 네 트랙을 들려줬고 그중 첫 번째가 바로 <So Sick>이었어요. 후렴구가 나올 때까지 들려주길래 제가 바로 멈추라고 했습니다. 다시 앞에서부터 틀게 하고는 “잠깐만요”라고 말했죠. 그리고 작은 빨간 노트북을 꺼내서 3분 만에 전체 가사를 다 썼습니다. 녹음을 하고 모두에게 들려줬더니 방 안이 난리가 났죠.
여기서 또 하나 흥미로운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LA 리드! 그는 정말 천재예요. <Stay>와 <So Sick>이 동시에 완성됐을 때 저는 당연히 <So Sick>을 먼저 낼 생각이었어요. 모두가 히트할 거라고 인정한 곡이었으니까요. 그런데 그는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먼저 <Stay>를 내고 그 다음에 <So Sick>을 내야 해”라고 말했습니다. 저는 “도대체 왜 그렇게 해야 하냐”라고 물었고, 그는 “자, 설명해 줄게”라며 답했죠.
저는 권투에 열광하는데, LA 리드는 권투에 비유해 설명해줬죠. “<Stay>는 잽 같은 거야. 흐름을 만드는 준비 동작,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당기는 첫 타격이지. 그리고 <So Sick>은 KO 펀치야. 그 시선을 끝까지 붙잡는 한 방.”
듣고 보니 이해가 됐지만, 동시에 큰 모험이기도 했습니다. 만약 사람들이 <Stay>를 좋아하지 않으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이 있었죠. 하지만 그는 확신했어요.
“사람들은 좋아할 거야. 너에게 관심을 가질 만큼 충분히 좋아할 거야. 그리고 우리가 <So Sick>으로 진짜 니요를 보여주면 되는 거지.” 결국 그는 완전히 옳았어요. 이렇게 20년이 지난 지금도 제가 여기 있으니까요.

8. [RSK] 많은 스타들은 몇 년간 화려하게 빛나다가 과로나 영감 고갈 같은 여러 이유로 갑자기 사그라지기도 해요. 그런 상황 속에서도 지난 20년 동안 꾸준히 영감을 유지하고, 아티스트로서 지속적으로 새로운 시도를 해올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요?
제가 음악을 시작한 이유는 결국 제 길이기 때문이에요. 누구에게 알려지지 않아도, 돈을 벌지 못해도 저는 음악을 했을 거거든요. 아무도 제 이름을 몰라도, 차고에서 혼자 음악을 틀어놓고 들었을 거예요. 음악은 늘 제 감정을 풀어내는 통로였거든요.
말로 표현할 수 없던 시절에는 글을 쓰며 노래로 풀어낼 수 있었죠. 그래서 제가 계속 이 자리에 있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결국 ‘이 일을 사랑하기 때문’이에요.
저는 유행을 따라가는 타입이 아니에요. 물론 유행에는 나름의 과학이 있다는 것도 잘 압니다. 트렌드는 원래 잠깐 반짝하고 사라지는 것이고, 오래 남는 게 아니니까요. 사람들이 잠시 열광하다가 금방 다른 걸로 넘어가는 것도 당연한 흐름이에요.
그래서 저는 사라지지 않는 것들에 집중하려고 해요. ‘사랑’이라는 감정은 사라지지 않아요. 언제나 가장 인기 있는 소재는 아닐 수 있어도, 결코 없어지지 않죠. 그리고, 피아노 소리, 기타 소리 같은 기본적인 악기의 질감 역시 사라지지 않습니다. 아마 그래서 제가 컨트리 곡을 쓸 수 있고, 다시 R&B 곡을 쓰고, 또 전자음악을 만들 수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장르를 생각하는 게 아니라, 멜로디, 가사, 그리고 사람들에게 얼마나 공감될 수 있는가를 생각하니까요.

9. [RSK] 데뷔 초기부터 지금까지, R&B 장르에 니요가 남긴 가장 지속적인 영향은 어떤 부분이라고 생각하나요?
제가 만든 노래가 누군가의 인생에서 절대 잊지 못할 순간들과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확실히 알고 있어요.
“아내와 첫 춤을 니요의 노래에 맞춰 췄어요!”, “대학 졸업할 때 <Champagne Life>를 들었어요!” 같은 이야기를 직접 들은 적도 많죠. 심지어 한 남성 팬은 제게 달려와, 스스로 생을 끝내려고 했는데 제 노래 때문에 멈출 수 있었다고 말한 적도 있습니다.
그 순간은 정말 무겁게 다가왔어요. 그날 저는 음악이 단순한 취미나 배경음악 이상의 힘을 지닌다는 걸 깨달았죠. 음악은 사람의 삶을 구할 수 있고, 생각이나 믿음을 바꿀 수 있으며, 어떤 노래는 누군가의 하루가 좋은 날이 될지 아닐지를 결정할 만큼 큰 영향력을 갖고 있습니다. 끔찍한 하루를 보내고 있어도 어떤 노래 한 곡이 그 에너지를 완전히 뒤집어 긍정의 분위기로 바꿔버릴 수도 있죠.
이건 결코 가볍게 다뤄서는 안 되는 힘이에요. 절대 과소평가해서도 안 되고요. 그래서 저는 요즘 음악을 그런 마음으로 대합니다. 아무 의미 없는 노래를 쓰는 것 자체가 거의 무례하게 느껴질 정도예요. 내 손에 ‘전기’의 힘이 있다는 것을 진지하게 느낀다면 장난칠 이유가 없잖아요. 그 힘으로 도시를 밝힐 수도 있고, 반대로 불태울 수도 있는데.
그만큼 음악은 진짜 힘을 가진 도구입니다. 그렇기에, 제가 R&B에 남긴 지속적인 영향이 있다면 삶을 위한 음악을 만들었다는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토요일 밤 친구들과 신나게 놀고 있다면 그 순간에 맞는 노래가 있고, 남자친구에게 연락이 오지 않아 어두운 방에서 울고 있다면 그 순간에 맞는 노래도 있습니다. 일요일에 집을 정리할 때 들을 노래도 있죠. 인생의 어떤 순간이든, 상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장면에 니요의 노래가 하나씩은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10. [RSK] 앞으로는 지금까지 쌓아온 영향력을 어떻게 이어가고 싶어요?
앞으로도 지난 20년 동안 해온 것과 똑같이 할 생각이에요. 언제나 음악에 대한 열정을 가장 앞에 두고, 이 일을 명성이나 돈, 영향력, 관심 때문에 하는 일로 만들지 않을 겁니다. 외적인 이유로 저만의 재능을 받은 게 아니라고 믿고, 그런 목적으로 사용할 생각도 없습니다. 사랑을 중심에 두고, 그저 계속 음악을 만들어 나감으로써 이 일에 대한 열정을 지켜낼 겁니다.
이렇게 음악을 할 수 있다는 건 정말 큰 축복이에요. 제가 하는 일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요. 이 자리에 서기 위해 목숨까지도 걸 사람들도 있을 겁니다. 그래서 저는 이 일을 있는 그대로 하나의 축복으로 받아들이고, 제가 이 길을 계속 걸을 수 있게 해주는 팬들에게 언제나 깊이 감사하는 마음을 간직하려고 합니다.
니요의 미공개 화보 이미지와 인터뷰 전문은 추후 발간될 롤링스톤 코리아 16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PHOTOGRAPHS BY SSAM KI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