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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2hollis, 진정한 사랑을 되찾고, 밝게 타오르고, 병 속에 시간을 담다

 

2hollis는 마치 꿈처럼 불타오르는 한 해를 보냈다. 몇 달 사이 그는 정규 앨범 Star를 발매했고, 여러 대륙을 오가며 투어를 다녔으며, 숨 돌릴 틈 없이 쇼를 이어가며 무대 위아래에서 그의 시그니처가 된 풋워크(footwork)를 선보였다. 심지어 코첼라 무대에도 올랐다. 이는 그에게 거의 신화적인 의미가 있는 무대다. “사실, 저 코첼라에서 생겼어요,” 그가 인터뷰 중간에 웃으며 말했다. “아버지가 2003년에 거기서 공연하셨거든요. 그땐 지금처럼 괴물 같은 초대형 페스티벌이 아니라 온통 인디 밴드들만 나오는 무대였죠.”

 

그의 삶이 시작된 페스티벌에서 공연을 하게 된 이 ‘우주의 순환’ 같은 순간은, Hollis가 “내 인생 최고의 시간”이라고 묘사하는 이 한 해에 더욱 비현실적인 강렬함을 더해 준다. 그러나 그의 무대 위의 몸짓, 에너지, 빛나는 무대 장악력 뒤에는 깊이 고찰하고, 성찰을 주저하지 않는 아티스트가 있다. 그의 바쁜 일정 속, 드물게 비는 시간에 우리는 영상 통화로 차 안에 있는 그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그의 차는 스케줄 사이 잠시 뜨는 시간에 어느 차고 안에 주차되어 있었다. “오늘은 뭔가 좀 이상하긴 한데 그래도 좋은 하루였어요.” 그의 첫마디에서 느껴지는 이 다정한 솔직함 이야말로 그날 우리의 대화를 관통하는 분위기라고 할 수 있겠다.

 

한 시간에 걸쳐, Hollis는 Star를 만들기 위해 떠난 그의 감정과 영혼의 여정을 우리에게 털어놓았다. 그는 이 앨범을 ‘리미널(liminal)’한 작품이라고 표현했으며,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어떤 장소에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앨범은 일련의 계획에 따라 완성된 것이 아니라 직감에 따라 만들어졌으며, 요소들을 의도적으로 날 것 그대로 내버려두기도 하고, 덧없이 스쳐 지나가는 과도기의 순간을 포착하여 만들어 냈다. Hollis는 자극 과잉의 시대에 절제하는 법을 배우고, 적은 요소로 강한 울림을 주는 음악을 만들기 위해 자신을 몰아붙였다고 이야기했다.

 

직접 만나보거나, 혹은 우리의 경우처럼 화면을 통해 그와 이야기를 나누어 보면, 2hollis는 라이징 스타가 아닌, 몇 년을 알고 지낸 사려 깊은 친구처럼 느껴진다. 화려한 ‘화이트 타이거’라는 별명과 그리피스 드레드록이 반짝이긴 하지만, 결국 그는 음악을 만들고, 사랑에 빠지고, 가족과 함께하며 지금 이 순간이라는 섬세한 마법 속에 살아가고 싶어 하는 사람이다. 그는 이 순간을 ‘소년의 삶(Boylife)’이라고 부른다.

 

 

[RSK] 요즘 정말 바쁘게 지내고 계시는데, 자유 시간은 어떻게 보내고 있나요?

 

자유 시간은 거의 없어요. 그래도 시간이 나면 거의 음악에 써요. 솔직히 말하면, 음악 아니면 친구들이나 가족들에게 시간을 써요. 이렇게 정신없는 와중에도, 그냥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고 현실로 돌아오는 순간들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음악이 언제나 저를 현실로 돌아오게 해주지는 않지만, 회복력을 주는 건 맞아요. 제게는 치료이자 가장 강력한 자기표현 수단이라고 할 수 있을 거예요. 감정이나 에너지를 해소하는 데 정말 도움이 되죠.

음악을 만들고 있지 않을 땐, 그냥 친구들과 이야기 나누며 같이 있는 걸 좋아해요. 2hollis 얘기 빼고 아무 이야기나요. 그 세계에 대해 전혀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을 갖는 거죠. 하루 정도만이라도 그걸 잊고, 어릴 때 했을 법한 걸 하는 것. 리셋이라고나 할까요? 정말 힐링되는 느낌이에요.

 

 

[RSK] 예전에 말씀하셨던 것 중에, 바로 지금처럼 자신의 꿈을 좇는 일이 아름다우면서도 그 과정이 마치 불타오르는 것과 같다고 하신 게 기억나네요.

 

모든 방면에서 불탄다는 말이 잘 어울리는 거 같아요. 불탄다는 건 파괴적이기도 하면서도 아름답기도 하잖아요. 모든 걸 설명해 주는 말인 거 같아요. 그 강렬한 감각이 마치 불타오르는 것 같은 느낌인데, 그게 무슨 소리냐면...

 

 

[RSK] 그냥 바로 눈앞에 있는 것. 좋든 나쁘든 못 본 척할 수 없는. 바로 거기에 존재하는.

 

바로 그거예요.

 

 

[RSK] Eldest Child라는 정말 아름다운 곡을 만드셨잖아요. 어쿠스틱하고 아주 간결한 곡인데, 아주 연약한 감정을 드러낸 것 같았어요. 첫째라는 위치, 가족이 자랑스러워하는 나와 진정한 나 사이에서 오는 혼란, 그리고 원하지 않았던 책임을 지는 느낌까지요. 지금은 그 두 정체성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데 성공하셨나요? 아니면 여전히 혼란스러우신가요?

 

맞아요. Eldest Child는 여러 의미를 담고 있어요. 저는 실제로 집안의 장남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제가 앞서 말했던 부분, 그러니까 Hollis라는 누군가의 형제 또는 친구로서의 나와 2hollis라는 아티스트, 혹은 캐릭터로서의 나 사이의 이중성에 대한 곡이기도 해요. 이 곡은…복잡해요. 전부 설명하는 게 어려워요. 제가 그 곡을 녹음했을 때, 사실 되게 화가 난 상태였어요.

 

 

[RSK] 정말 흥미롭네요. 그 노래를 들었을 땐 전혀 분노가 느껴지지 않았거든요. 오히려 아주 상냥하게 느껴졌어요. 그래서 그 뒷 이야기를 들으니까 노래가 전혀 다른 차원으로 다가오네요.

 

그래요, 저에게는 그 노래가 분노의 노래예요. 꼭 세상에 대한 분노라고 할 수는 없고요, 그 순간에 대한, 그 과정에서 오는 좌절감에 대한 분노였죠. 바로 그 순간에서 비롯된 감정이죠. 그게 분노든, 기쁨이든, 뭐든 간에 느낄 수 있다면 ‘진짜’를 만들 수 있죠.

 

 

[RSK] 정체성 이야기로 이어가 볼게요. 그동안 몇 번 예명 바꾸셨잖아요. 예전에 “대체 누가 Drippy Soup라는 이름으로 계속해서 불리고 싶겠어?”라고 하셨던 게 기억나요. 하지만 그 이름도 꽤 재밌었어요.

 

맞아요. 처음에는 진짜 Drippy Soup라는 이름으로 시작했죠. 그러다가 2hollis로 바뀌었고요. 그사이에 썼던 다른 예명들도 좀 있었어요.

 

 

[RSK] 맞아요, 저도 몇 개 주워들은 게 있긴 한데요, 근데 그냥 전설로 남겨두죠.

 

알기가 쉽지는 않을 텐데, 누군가 알고자 하면 무슨 이름이었는지 찾으실 수 있을 거예요.

 

 

[RSK] 요즘 많은 아티스트들이 프로듀서와 협업하거나 유튜브에서 비트를 가져다 쓰잖아요. 매번 처음부터 혼자서 곡을 만드는 아티스트로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기존 방식에 대해 회의를 느낀 적은 없나요?

 

저는 처음부터 끝까지 만들어 나가는 방식이 너무 좋아요. 항상 그렇게 작업해 왔거든요. 모든 것을 직접 매만지는 거죠. 프로듀싱, 믹싱, 아트워크, 뮤직비디오까지… 그렇게 함으로써 내 시각이 담기는 거죠. 프로듀싱을 할 줄 몰랐다면 지금 제가 여기까지 올 수 없었을 거예요. 특히 아티스트로서 말이에요. 제 아이디어를 처음부터 끝까지 밀어붙일 수 있다는 게 정말 큰 차이를 만들었어요. 만약 어떤 사람이 가수인데 프로듀싱하는 것에 관심이 있다면, 전적으로 추천하고 싶어요.

 

 

[RSK] 모든 게 딱 맞아떨어질 때 훨씬 큰 만족감이 있을 것 같아요. 왜냐하면 진짜 당신이 원한 그대로니까요.

 

맞아요. 제가 원하는 걸 저보다 잘 아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예를 들어, 스네어가 어떻게 울렸으면 하는지, 브레이크다운이 어디서 떨어졌으면 하는지, 신스가 언제 들어왔으면 하는지를 제가 다 알고 있을 거 아니에요? 머릿속에 이미 들리는 게 있는데, 굳이 누군가가 그걸 추측하게 두는 것보다 그냥 제가 해버리는 게 낫죠. 그게 최고죠.

 

 

[RSK] 그런 말도 있잖아요. “제대로 하려면 직접 해라.” 그리고 사람들은 내 마음을 읽을 수 없잖아요.

 

전 그냥… 약간 ‘통제광’인 거 같아요.

 

 

[RSK] 그럴 수도 있죠, 사람들은 다 각자 그런 면이 있죠. 근데 이번 프로젝트를 들으면서 느낀 게 있었어요. 어떤 곡들은 마치 자기 자신과 대화하는 것 같았고,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방식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어떤 부분에서는 자신과 다른 사람들 삶에서 자신이 맡은 역할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담고 있는 것 같았어요. 특히 Ego에서요. 최근에 정체성과 관련해서 느낀 갈등이나, 혹은 깨달음이 있었나요? 오늘이 아니어도 좋아요. 요즘 계속 머릿속에 맴도는 어떤 것도 괜찮아요.

 

네, 그건 진짜 중요한 부분이에요. 오랜 친구들을 대하는 게 정말 어려워요. 제 인생에 있는 거의 모든 친구들은 Drippy Soup이라는 이름을 쓰기도 전부터 알던 친구들이에요. 초등학교 시절부터요. Nate Sib(네이트 시브), Roman. Jonas(로만 조나스)는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알고 지냈고, Nate(네이트)랑 Finn(핀)은 제가 10살 때부터 친구였어요. 제 정말 오랜 친구들이죠. Ryan(라이언)도요. 지금 함께 음악 하는 사람들 중 많은 이들이 정말 오랜 친구들이지만, 그와 별개로 중학교, 고등학교 때 사귄 친구들을 정말 진심으로 아껴요.

 

그런데 항상 균형을 잡는 게 어렵더라고요. 결국 두 개의 삶을 사는듯한 그 긴장된 상태로 돌아가요. 제가 살아온 삶과 제가 앞으로 살아가야 할 삶. 가끔 친구들은 제가 변했다고 해요. 이제는 너무 유명해서 연락도 안 하고, 난 척한다고 생각하더라고요. 그런 얘기를 생각보다 많이 들어요. 그리고 그게 늘 마음을 아프게 해요. 왜냐하면 전 그런 사람이 아니거든요. 저는 돈, 유명세, 이딴 것 때문에 변하지 않아요. 그런 건 진짜 신경 안 써요. 그건 제가 제일 지양하는 것이에요. 근데 균형을 잡는 것이란 참 어렵죠.

 

진짜 어려워요. 사람들이 주목해주고, 주머니도 두둑해지고, 제가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에게 사랑받기 시작하면 자아가 반응하기 마련이죠. 누구라도 그런 단계를 거칠 거예요. 저도 그런 안 좋은 시기가 있었고, 지금도 계속 조절하려고 노력 중이에요. 하지만 저도 그냥 인간인지라… 지금 어떻게 보면 저는 말도 안 되는 일들을 겪고 있잖아요? 그래서 그런지 사람들이 제가 좀 달라졌다고 느끼나 봐요. 어떤 팬들은 저의 오래된 친구들처럼, “나 이젠 너라는 사람을 모르겠어”라고 말하기도 하고요. 저는 그럴 때마다 “나도 그냥 이 여정을 이해하려고 애쓰는 중이야”라고 말해요. 정말 벅차요. 그래도 중요한 건 자각은 하고 있어야 한다는 거죠. 변화에 열려 있고, 쓸데없는 자아 중심적 사고에 너무 깊게 빠지지 않아야 한다는 거죠.

 

 

[RSK] 정말 맞는 말이에요. 사람들은 유명해지지 않아도 자아와 계속 싸우며 살아가잖아요. 시간이 점점 부족해지고, 여기저기 끌려 다니다 보면,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게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것 같아요. 말씀하신 대로, 이제는 예전처럼 시간이 무한정 있는 게 아니니까요.

 

제 말이 그 말이에요. 정말 여름방학이 있어서 한 달 후에 다시 시작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가끔은 그런 시간이 너무 그리워요. 그런데 예전에는, 정작 그런 삶을 살고 있었을 때는 매일 지금의 나처럼 살고 싶다고 바라고 있었죠. 그래서 저는 지금 이 순간에 대해 정말 감사하고 있어요. 비록 늘 햇살 가득하고 무지개 같은 시간만 있는 건 아니지만요. 가끔은 거칠기도 하죠.

 

 

[RSK] 그래요, 무지개 끝에 보물상자가 있을 거란 보장은 없잖아요. 저도 당신 말에 공감해요. 십 년, 이십 년 넘게 알아온 오랜 친구들이 당신에게 얼마나 소중한지 느껴져요. 저도 그런 친구들이 있답니다. 당신과 Nate(네이트)의 관계처럼, 그 친구들과는 사적인 부분과 창작적인 부분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관계죠. 그래서 궁금해요, 여러분이 만들어낸 ‘소년의 삶(Boy life)’이라는 개념은 어떤 의미인가요? 특히 그런 가까운 친구들과 함께 무언가를 한다는 맥락에서요.

 

네, 저한테 “소년의 삶(Boy life)”는 정확히 뭐라고 할 수 없는 어떤 바이브예요. 보이밴드 뭐 이런건 아니고요… 뭐 맞긴 한데, 또 아니에요. 그냥… 삶을 살아가는 거죠. 우리는 소년들이고, 험난한 길을 걷고 있고, 전 세계를 여행하고 있어요. 저랑 Nate(네이트), Roman(로만), Ryan(라이언) 이렇게 넷이 도쿄에 있었던 적이 있는데, 서로 쳐다보면서 “이거야말로 소년의 삶이지. 우리 대체 뭐 하고 있는 거냐?”라고 말했어요.

 

‘소년의 삶(Boy life)’가 앨범 제목이 되거나 그룹명이 될 것 같진 않아요. 그보다는 그냥 어떤 바이브죠.

 

 

[RSK] 종종 ‘사랑하고 싶다’라는 이야기를 하셨잖아요, 당신에게 진정한 사랑은 어떤 모습인가요? 혹은 그런 갈망은 어디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하나요?

 

전 완전 심각한 로맨티스트인 것 같아요. 평생 진짜 러브 스토리에 대한 환상과 꿈을 품고 살아왔어요. 늘 그걸 원해왔어요. <하울의 움직이는 성> 같은 이야기, 혹은 영화 <너의 이름은> 같은 사랑.

 

 

[RSK] 저 <너의 이름은> 4백만 번 정도 본 거 같아요. 진짜 너무 마음 아파요.

 

그쵸. 그런 일이 제게도 일어났으면 하는 갈망에 늘 시달려요. 그렇게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근데 저는 사랑에서 정말 큰 영감을 받아요. 제가 상상하는 그런 방식으로 사랑을 진짜로 경험해본 적은 없지만, 사랑은 제게 큰 자극이 돼요. 언젠가는 꼭 그런 사랑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믿고 있어요. 물론 가끔은 진짜 그런 일이 일어날까 의심도 들지만요. 저 지금 너무 오버하는 거 같나요?

 

 

[RSK] 아뇨, 괜찮아요. 지금 그런 얘기 들으려고 인터뷰하는 거예요.

 

그래요. 때로는 이게 정말 제가 제일 원하는 것 같기도 해요. 물론 음악을 정말 사랑하죠. 저는 음악을 평생 해왔고 음악밖에 아는 게 없죠. 근데 가끔은 이런 생각이 들어요. ‘나는 성공이나 다른 어떤 것보다도 사랑을 더 원하고 있는 걸까?’ 저는 정말 사랑을 간절히 원해요. 좀 냉소적으로 들릴 수도 있지만, 요즘 사람들 사랑하는 방식은 너무 얄팍해 보여요. 저는 누군가에게 DM 보내고 싶지 않아요. 파티에서 “번호 좀 줄래?” 이런 거 하고 싶지 않아요. 뭔가 특별한 느낌이 들었으면 좋겠어요. 평생 외롭더라도 의미 없고 특별하지 않은 관계를 그냥 받아들이지 않고, 아름답고 영화 같은 일이 일어나길 바라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게 더 나아요. 무슨 말인지 알죠?

 

 

[RSK] 정말 공감돼요. 저도 마음이 왔다 갔다 해요. <노트북> 같은 걸 보면 “와, 저런 게 인생의 전부일 수 있겠다” 싶다가도, ‘잠깐만, 이제 저런 게 가능하기는 한 걸까?’ 싶기도 해요.

 

가능해요. 전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해요. 왜냐하면 세상이 어떻게 변하든지, 얼마나 시끄럽고 혼란스러워지든지 사랑은 항상 존재해 왔잖아요. 사랑은 보편적인 거예요. 사랑은 사라지지 않아요. 심지어 다른 행성에 가도 사랑은 존재할 거예요. 전생이나 그런 것들도 저는 다 믿어요. 그 모든 게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해요. 사랑은 멈출 수 없어요.

 

우리가 이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게 신기한 게, 사실 저 어젯밤에 이거에 대해 많이 생각했거든요. 뭐, 사실 매일 밤 생각하긴 해요. 그런데 문득 깨달은 게, 사랑을 계속 찾아 헤매고 갈망하고 아파할수록, 그게 점점 더 현실적으로 느껴지지 않더라고요. 그런데 그 욕심을 내려놓고, 이 우주에는 다 계획이 있다는 걸 믿고 현재에 집중할 때, 그때 뭔가 맞물리기 시작하더라고요.

 

 

[RSK] 맞아요. 뭔가를 너무 꽉 쥐고 있지 않을 때 말이죠.

 

정확해요. 마치 작은 아이가 가게에서 엄마한테 포켓몬 카드 사달라고 조르는 것처럼요. 그런 간절함에는 낮은 주파수가 깔려 있어요. 그런 방식으론 뭔가를 끌어당길 수 없어요. 구걸하면 안 되고 끌어당겨야죠. “제발 주세요”와 “이건 이미 내 거예요”가 주는 에너지는 다르잖아요.

 

 

[RSK] 윗세대로부터 배운 교훈이 있을까요? 계속 마음 한편에 자리잡고 있는 그런 거 있잖아요. 혹은 당신이 후대에 꼭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요?

 

음… 잠시만요. 생각해 볼 게요. 진짜 많은데 하나만 고르자니… 이게 깊은 얘기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늘 마음에 남은 말이 있어요. 제 친할머니께서 해 주신 말씀인데요. 뭐 저는 술을 거의 안 마시는 편이긴 한데요, 예전에 할머니가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만약에 술을 마셔야 할 일이 생기면, 절대 설탕 들어간 건 마시지 마. 무조건 온더락으로 마셔.” 할머니의 아버지, 그러니까 저한테는 증조 할아버지가 해 주신 말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술을 마시게 되면, 무조건 스트레이트, 온더락으로만 마셔요. 모스코 뮬이나 달달한 건 절대 안 마셔요.

 

 

[RSK] 진짜 멋있네요. 저희 아버지는 평생 술에 취한 적 없다고 하시거든요. 진짜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제 아버지도 술을 별로 안 좋아하세요.

 

저도 그래요. 지금까지 진짜 취했던 적은 다섯 번도 안 되는 것 같아요.

 

 

[RSK] 진짜 존경스럽네요. 그럼 주제를 좀 바꿔볼게요. 당신의 새 프로젝트 Star 얘기로 돌아가면, 그 앨범은 당신의 유년 시절을 보낸 집에서 녹음되었다고 하셨잖아요? 슬프게도 그 집은 화재로 사라졌다고 들었어요. 그 공간의 일부가 음악 안에 살아 있다고 느끼시나요? 혹은 이 프로젝트가 당신에게 그 집의 기념비와 같은 의미가 있나요?

 

좋은 질문이에요. 좀 웃긴 게, 앨범을 만들고 있을 당시엔 집이 불에 탈 거라는 걸 전혀 몰랐어요. 누가 그런 걸 예상하겠어요. 그래서 그 집에 대한 곡도 없고요, 집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만들지도 않았어요. 가사도 그런 내용이 아니고, 컨셉도 상실에 대한 게 아니에요. 오히려 이 앨범은 꽤 경쾌하고 가볍죠.

 

 

[RSK] 맞아요. 분위기가 밝았고, 애도하는 느낌은 아니었어요.

 

맞아요. 그래서 화재가 일어났을 때, 저는 3일에서 5일 후에 투어를 떠나야 했어요. 그 앨범은 완성된 상태였는데, 계속 작업해 볼까 싶기도 했죠. 근데 저는 투어를 앞두고 있었던 데다가, 저는 작업이 한 번 끝났다고 느껴지면 다시 손대기 싫어하는 스타일이거든요. 너무 과하게 다듬는 걸 좋아하지 않거든요. 그래서 그냥 그 상태 그대로 두기로 했어요.

 

지금은 집이 사라졌으니, 어쩌면 운명이 그 프로젝트를 봉인해 준 셈이네요. 말하자면, 하나의 순간을 찍은 스냅샷, 타임 스탬프라고 할 수 있겠네요. 비록 곡들이 그 집에 대한 내용은 아니지만, 그 집의 에너지가 음악 안에 살아 있는 것 같아요.

 

 

[RSK] ‘리미널’하다고 할 수 있겠네요?

 

맞아요. 정확해요. 리미널하죠.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공간에서 만들어졌어요. 계획한 건 아니었지만, 그런 면에서 신성한 작업이 돼 버린 거죠. 그래서 더는 손대고 싶지 않았어요. 그냥 그대로 두고 싶었어요.

 

 

[RSK] 그러네요. 그 자체로 이미 강한 힘이 있겠네요.

 

맞아요. 저 이 앨범 정말 사랑해요. 제 최고작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하나 좀 소름 돋는 게 있는데요, Burn이라는 불 나기 두 달 전에 만든 곡이 있어요. 후렴이 전부 불타는 것에 대한 내용이고, 제가 일부러 불 소리도 넣었어요. 그 곡의 원래 제목이 뭐였는지 아세요? Star였어요. 나중에 제목을 바꿨어요. 약간… 소름이죠?

 

 

[RSK] 와, 정말 소름이네요. 저희와 그런 이야기들을 나눠줘서 고마워요. 몇 가지 더 질문이 있는데, 그중 하나는 예전 인터뷰에서 하신 말씀에 관한 거예요. 당신은 일기를 쓰지 않지만, 음악이 그 역할을 대신한다고 하셨죠. 예전 곡들을 다시 들어보면 마치 일기장처럼 느껴진다고요. 지금도 그렇게 느끼시나요?

 

네, 여전히 그래요.

 

 

[RSK] 그럼 언젠가… 그게 내일이 될 수도 있고, 10년 후가 될 수도 있겠지만, 나중에 이 앨범을 다시 들었을 때, 자기 자신에 대해 무언가 새롭게 알게 되는 게 있을까요?

 

좋은 질문이네요. 항상 시간이 지나고 나서 들어보면 새롭게 다가와요. 얼마 전에도 차를 몰면서 제 Yarl 앨범을 다시 들었는데, “와, 이거 진짜 대박이네” 싶었어요. 그건 정말 특별한 시기였죠. 그때의 저는 날카롭게 다듬어져 있지는 않았지만 뚜렷한 비전이 있었어요.

 

 

[RSK] 마지막 질문이에요. 이번 인터뷰는 ‘롤링스톤 코리아’에 실리게 될 텐데, 마지막으로 한국에 왔을 때 어떤 점이 좋았는지, 다음 달에 다시 오면 무엇을 기대하고 있는지 궁금해요. 그리고 좋아하는 K-POP 곡도 있나요?

 

한국 정말 좋아해요. 아름다운 도시였죠. 공연 때 관객들도 대단했어요. 그 에너지는 정말 믿을 수 없을 정도였죠. 폭탄 테러 협박 사건도 있었는데, 그건 정말 잊을 수 없을 거예요. 그땐 이틀 정도밖에 못 있었는데, 이번엔 좀 더 오래 머물고 싶어요. 가능하다면 한국에서 음악 작업도 해보고 싶고요. K-POP은… 저는 이달의 소녀(LOONA) 좋아해요. 진짜 멋진 그룹이에요.

 

 

[RSK] 좋아요. 이제 남은 시간이 2분 정도밖에 안 남았는데요, 제 여동생이 꼭 물어보라고 한 질문이 있어요. 당신의 춤에 대한 질문인데요, 그 풋워크! 그건 즉흥적인 건가요? 음악에 대한 자연스러운 반응 같은 건가요?

 

맞아요, 마치 끓는 주전자 같죠. 김이 새어 나오는 걸 막을 수 없잖아요. 그냥 참을 수가 없어요. 그 춤은 이제 제 트레이드마크처럼 됐죠. 너무 재밌어요. 한 번이라도 해본 사람이라면 알 거예요. 진짜 제일 재밌어요.

 

 

[RSK] 춤은 그래야 제맛이죠.

 

사람들이 그걸 제게서 느꼈으면 좋겠어요. 그 에너지, 그 기쁨. 무대 위에서 저는 진짜 인생 최고의 순간을 보내고 있거든요.

 

 

[RSK] 그 감정, 분명히 전해질 거예요. 진짜 마지막으로 해드릴 말이 있어요! 작년 크리스마스에 제 할머니께 당신 음악을 들려드렸거든요. 보통은 의자에 딱 붙어 계신 분인데, 일어나서 춤을 추셨다니까요? 저도 처음 보는 모습이었어요.

 

진짜 대박이네요.(웃음)

 

 

 

투홀리스(2HOLLIS)의 다양한 화보 이미지와 인터뷰 전문은 곧 발간될 롤링스톤 코리아 스페셜 에디션 3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PHOTOGRAPHS BY KIMMOOND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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