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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바이 바이 배드맨이 이야기하는 ‘Bad Timing’

 

7년 만의 재결성, 그리고 10년 만의 정규 앨범. 바이 바이 배드맨(Bye Bye Badman)은 그렇게 다시 돌아왔다. 새로운 앨범의 제목은 ‘Bad Timing’. 언뜻 불운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이들이 말하는 '나쁜 타이밍'은 단순한 실패의 기록이 아니다. 오히려 엇갈렸던 시간이 모여 지금의 자신들을 만들었고, 그렇게 다시 팀으로, 음악으로, 무대 위로 이끌렸다. 봉길, 구름, 루리는 입을 모아 말한다. 이것은 "오히려 좋아"의 감정이고, 다시 음악과 삶을 꿰매는 이야기라고. 이들이 ‘Bad Timing’을 어떻게 마주했는지, 그들의 이야기를 따라가 보자.

 

 

1. [RSK] 무려 7년 만에, 그리고 2025년이라는 새로운 시점에 활동 재개를 알리셨어요. 지금의 시기가 굿 타이밍이 된 결정적인 계기가 있었을까요?

 

봉길: 단순하게 생각했을 때, 멤버 모두의 타이밍이 지금을 향하고 있었다고 생각해요.

 

구름: 처음부터 구체적인 계획이나 의도가 있었던 건 아니라서, 가벼운 전화 한 통에도 금세 다시 모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루리: 저는 혼자 활동해 보니 팀으로 함께하는 시간이 그리웠어요. 그래서 그 전화 한 통에 전화로 "밥이나 먹자"고 가볍게 말했는데, 그 순간부터 이미 신이 나더라고요.

 

 

2. [RSK] 다시 함께하자고 마음을 모은 그 순간이 궁금해요. 가장 먼저 누가 연락을 주고받았는지, 그 대화는 어떤 분위기였는지도요.

 

봉길: 제가 무심코 툭 던진 말이었는데, 다들 거리낌 없이 받아들여서 순식간에 일이 진행됐던 것 같아요.

 

구름: 봉길이는 바이 바이 배드맨 활동을 쉬는 동안에도 중요한 날이면 안부 전화를 주고, 필요한 얘기들도 종종 나눴어요.

 

루리: 저는 구름과 작업도 했었는데 형석이가 마치 봉길이랑만 연락한 것처럼 얘기하네요.(웃음) 어쨌든 바이 바이 배드맨의 구심점은 봉길이입니다!

 

 

3. [RSK] 정규 2집 [AUTHENTIC] 이후 10년 만에 선보인 정규 앨범이에요. [Bad Timing]은 어떤 키워드를 떠올리며 들으면 좋을까요?

 

봉길: [AUTHENTIC]이 '도시의 사람들'이라는 하나의 색을 입고 나온 앨범이라면, [Bad Timing]은 조금 더 저희 자신의 이야기에 집중한 앨범이에요. 지금 키워드를 즉석에서 정해보자면, '무심하고 야속한 시간'이 좋겠네요.

 

구름: 봉길이의 말에 공감합니다. [Bad Timing]은 제 선택이나 시도가 실패해서가 아니라, 저와는 상관없는 일들이 하필 그 시점에 벌어진 결과에 가까웠어요. 그런 타이밍들이 쌓여 지금의 우리가 만들어진 셈이죠.

 

루리: 저는 '바이 바이 배드맨의 타이밍이 왔다!'라는 마음으로 작업했어요. 아무리 나쁜 시간이라도 그걸 내 시간으로 바꿔내겠다는 패기와 자신감 같은 것도 상상해 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4. [RSK] [Bad Timing]이라는 제목은 여러 층위로 해석될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떤 의미를 담고자 하셨나요?

 

봉길: ‘Bad Timing’이라고 여겼던 발자취들이 남아 지금을 만들어 나간다고 생각했어요. 불운처럼 보였던 것들이 모여 결국 성장의 초석이 되는 것 아닐까 싶어요. 함축적으로 잘 담긴 한 단어로 찾아본다면 '오히려 좋아'가 있겠네요.

 

구름: 사실 전 단순하게 Bye Bye ‘Bad’man의 Timing 이라고만 생각했었습니다. 앨범 발매 후 인터뷰를 통해 봉길이의 속 마음을 많이 들은 케이스죠.

 

루리: 저도 비슷해요. 봉길이가 앨범 제목을 처음 얘기했을 때는 그저 타이밍이 좋다는 의미로 들렸는데, 가사와 인터뷰를 통해 더 깊은 의미를 알게 됐어요. 우리를 설명하는 완벽한 한 문장이라고 생각했습니다.

 

 

5. [RSK] 각각의 곡들이 독립적인 에너지와 시선을 갖고 있는 느낌인데, 전체적인 구성이나 순서에도 어떤 서사가 숨어 있을까요?

 

봉길: 모든 앨범을 만들 때는 서사가 필수적이라고 생각해요. 구성 단계에서는 100% 청자의 관점에서 듣고, 다시 제작자의 입장으로 돌아와 어느 정도의 설득력을 갖출 수 있을지 고민해 보곤 해요.

 

구름: 곡 구성이나 순서의 경우 어느 정도 일반적인 틀이 있다고 생각해요. 틀을 어느 정도 지키는 것을 선호하는 편인데, 간단히 말하자면 영화처럼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전개를 선호해요.

 

 

6. [RSK] 이번 앨범에서 바이 바이 배드맨만의 색깔은 그대로인데, 사운드는 한층 날카롭고 단단해졌다는 인상도 받아요. 녹음이나 프로덕션 면에서 특별히 변화한 점이 있을까요?

 

봉길: 훨씬 더 경제적이고 컴팩트하게 바뀌었습니다. 서로에게서 끌어낼 수 있는 효율을 이제는 너무 잘 알게 됐거든요. 각자의 방식대로, 각자가 잘하는 걸 했기에 더 단단하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구름: 예전에는 해보고 싶은 게 너무 많은 반면 환경이 여의치 않아 무리해서 넣었던 것들이 많았어요. 지금은 실패를 겪은 만큼 안정된 환경에서 작업했다 보니, 말씀 주신 ‘단단한’ 형태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루리: 각자의 능력치가 더 높아진 상태로 만났기 때문에, 멤버들의 결을 해치지 않으려 노력했어요. 음악하는 봉길이와 구름을 다시 보면서, 정말 멋진 사람들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7. [RSK] 다시 함께 작업하며 서로의 어떤 모습에 새삼 놀라거나 감탄하게 된 순간이 있었나요?

 

봉길: 어렸을 때랑 너무 똑같아요. 사실 여전히 그대로인데, 시간이 흐른 만큼 예전보다 성숙해졌단 사실도 느낍니다. 또 한 가지, 멤버들은 제 능력을 더 잘 끌어내 주는 존재로 발전했어요.

 

구름: 사실 예전에는 저도 어리고 부족한 게 많았던 터라 제 역량을 챙기기에 바빠서 다른 멤버들의 능력을 못 볼 때도 있었는데요. 이번에는 멤버들의 능력과 날카로움에 아주 가–끔 감탄하고는 했습니다.

 

루리: 매 순간이 감탄이었어요. 멤버라는 게 행운이란 생각이 들 정도로요. 봉길이는 형석이 작업 보면서 섹시하다고 몇 번을 말했는지… 발로 박수 치는 장면도 있었습니다. 그렇듯 구름의 작업은 말로 하기 입 아플 정도로 멋집니다. 봉길이는 본연의 향이 더 짙어졌는데, 그걸 증폭시키는 구름과 만났을 때는 제가 그 음악을 제일 먼저 듣고 연주할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즐거웠어요.

 

 

8. [RSK] 한편 커버 아트워크도 너무 예뻐요. 이전에 발매한 앨범들도 그렇고, 항상 아트워크에 공들이시는 것 같아요. 이번 아트워크에는 어떤 의미들이 담겼나요?

 

봉길: 우주에 관심이 많은 편인데, 그중 별의 죽음을 떠올리다가 이번 아트워크까지 닿게 됐어요. 새로운 탄생은 항상 죽음으로부터 비롯된다는 이치가 막연히 두렵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숭고하고 아름답다고 생각해요. 그런 의미를 담고 싶었습니다.

 

구름: 저는 시각적인 작업에 워낙 약해서 이 부분은 다른 멤버들의 판단에 거의 맡겼습니다. 

 

루리: 봉길이가 후보작을 미리 추려서 보여줬더라고요. 그만큼 봉길의 의도가 많이 담겼고, 훌륭한 디자이너들과의 협업이 그 의미를 더해줬다고 생각해요.

 

 

9. [RSK] 첫 트랙 <ZERO>는 시작부터 굉장히 강렬해요. 이루리 님은 이 곡을 통해 밴드에 몰입하게 되었다고 하셨는데, 어떤 면에서 그랬나요?

 

루리: 에너지, 제목, 가사 전부에서 '0으로 돌아가 절대란 없는 곳으로'라는 감정이 느껴졌어요. 저는 음악은 느끼는 것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이 곡을 들으면 제가 어릴 적 무조건 밴드 음악을 하고 싶던 시절이 떠올랐어요. 음악과 있어서 외롭지 않았고 그렇기 때문에 강해지는 마음마저 들었던 어린 시절로 돌아간 것처럼 몰입해서 작업을 했습니다.

 

 

10. [RSK] <ZERO>는 앨범에서 가장 본능적이고 거친 감정을 담은 곡 같아요. 봉길 님이 보시기에, 이 곡과 가장 대조적인 수록곡은 어떤 곡이었나요?

 

봉길: 사운드로 보면 대조적인 곡이 많지만, 이번 앨범은 모든 곡에 제 시선과 감정을 직설적으로 담고자 했어요. 예를 들어, 비유를 통한 작법이 제게는 더 편한데, 이번에는 제 시선과 진심을 온전히 담아보고자 노력했어요. 쉽게 말해 필터링을 많이 거치지 않았습니다.

 

 

11. [RSK] 두 번째 트랙 <Pigs>에 대해 구름 님은 '이런 곡은 별로 없다'고 하셨죠. 어떤 점에서 특별하다고 느꼈는지, 어떤 감정을 담았는지도 궁금합니다.

 

구름: 이펙팅이 되어있는 그랜드 피아노, 피아노와 거의 비슷한 레벨을 가진 퍼즈 기타, 레이어 되어있는 두 개의 드럼, 레코딩된 소리와 미디 소리의 1:1배치, 그럼에도 불구하고 밴드의 음악임을 알아챌 수 있는 형태의 음악이라는 점에서 독특했어요. 인디, 록 음악을 추구하는 봉길이와, 상업 음악 제작을 생업으로 하는 제가 같이 작업을 했기에 나올 수 있는 형태였다는 점이 특별하다는 생각도 드네요.

 

 

12. [RSK] <Pigs>, <Loving>, <Bad Timing>까지 하나의 앨범에 서로 다른 결의 타이틀이 셋이나 함께 담겼다는 게 인상적이었어요. 처음부터 의도된 구성이었을까요?

 

봉길: 가장 쉽고 빠르게 이 앨범에 다가갈 수 있는 트랙을 택했어요. 만장일치로 <Pigs>와 <Bad timing>을 꼽았고, <Loving>은 단순하게 투표로 뽑게 된 곡입니다.

 

구름: <Pigs>와 <Bad Timing>은 만장일치였고, 마지막 타이틀곡을 정할 때 각자 요즘 듣는 음악 취향이 드러났어요. 참고로 봉길을 제외한 두 멤버만 <Loving>을 골랐습니다.

 

루리: <Loving>을 고른 이유는 이 앨범이 록 팬들뿐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에게 닿기를 바랐기 때문이에요. <Loving>이라면, 이런 장르 음악을 듣지 않는 분들에게도 닿을 수 있지 않을까 해서요.

 

 

13. [RSK] [Bad Timing] 수록곡 중 영화의 한 장면에 삽입된다면 가장 잘 어울릴 것 같은 곡은 무엇일까요? 어떤 영화, 어떤 장면에 흐르면 좋을지도 함께 궁금합니다.

 

봉길: <Pigs>를 꼽고 싶은데, 맨 처음 이미지를 잡을 때 정말 잔혹하고 선혈이 낭자한 장면들을 많이 상상했어요. 단순히 시각적인 잔혹함이 아닌 그로 인한 엄청난 해방감을 같이 떠올리며 작업했던 기억이 납니다. 영화로 따지면 <장고: 분노의 추적자>나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의 명장면을 꼽을 수 있겠네요. 

 

구름: 저는 영화라면 <Himo>같은 트랙을 뽑고 싶네요. 너무 슬픈 장면에선 약간의 행복을, 너무 행복한 장면에선 슬픔을 살짝 더해주는 느낌이에요.

 

루리: 형석이가 말한 양가감정이 바이 바이 배드맨 음악 모두를 관통하는 감성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최근에 본 영화 <버드맨>의 마지막 장면에 <Bad Timing>을 삽입하고 싶네요. 앞서 말한 의미로 다가갈 수 있게요. ‘안아주리 내 번뇌’라는 노랫말과 함께 영화가 끝났으면 좋겠어요.

 

 

14. [RSK] 지난 5월 10일 단독 공연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셨어요. 오랜만의 무대였는데, 어떤 장면이나 감정이 가장 강하게 남았는지 궁금해요.

 

봉길: 마치 저번 주에도 공연을 했었다는 착각이 들 만큼 편안하고 즐거운 무대였어요. 관객분들의 표정을 눈으로 잘 담고 싶어서 역대급으로 아이컨택을 했습니다. 저는 선글라스를 껴서 잘 모르셨겠지만요.

 

구름: 7~8년 전과 거의 98% 똑같은 기분으로 무대에서 연주를 할 수 있음에 오히려 신기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뮤지션들은 참 나이도 안 먹고 철도 안 드는구나 싶달까요.

 

루리: 공연이 다 끝나고도 한 일주일을 앓은 것 같아요.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다녀온 것 같았거든요. 거의 10년이 지나서 다시 만난 팬분들과 마주했을 때, 지금도 떠올리면 닭살이 돋아요. 사람마다 어떤 음악을 자주 들었던 때가 있을 것이고, 그 음악을 들으면 그때의 내가 떠오르잖아요? 전 그래서 타임머신을 타고 다녀왔다고 믿고 있어요. 20살 시절의 좋은 기억만 꺼내서 지금의 저와 잘 섞어 앞으로 음악할 힘으로 삼으려 해요. 팬분들께 너무 감사한 마음이에요.

 

 

15. [RSK] 오랜만의 완전체였던 만큼 공연에 대한 갈증도 있었을 것 같은데요. 공연에서 해보고 싶은 건 다 해봤나요?

 

봉길: 아직 더 보여드리고 싶고, 같이 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아요. 제 기준에 완벽한 공연은 있을 수가 없습니다. 늘 보완하고 성장하고 싶은 마음이에요.

 

구름: 생각보다 저희가 되게 점잖은 밴드라서, 해보고 싶은 것을 다 해보기엔 다소 시간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루리: 점잖다는 말이 웃기는데, 맞는 말 같네요? 뭘 해보고 싶을까 1차원적으로 생각해 봤는데, 멋진 연출, 더 큰 무대 외에도, 앉아서도 서서도 공연해 봤으니 누워서도 해보고 싶고… 이런 것이 떠오르네요. 하고 싶은 거 다 하려면 아마도 죽는 날까지 더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16. [RSK] 정말이지 오래오래 보고 싶은 밴드예요. 남은 2025년은 어떻게 흘러갈까요? 각자의 근황 및 계획 혹은 기대하고 있는 것들을 남겨주세요.

 

봉길: 여름엔 록 페스티벌이 있을 것 같고, 하반기에도 공연을 한 번 더 하면 좋겠죠? 공연 때 말씀드렸던 것처럼 5, 60대가 돼도 지금과 변함없는 음악을 만들고, 들려드리고 싶어요. 늘 감사합니다!

 

구름: 저는 늘 눈앞의 일에 최선을 다하자는 주의예요. 좋은 기회가 찾아온다면, 언제든 어떤 방식으로든 다시 만나게 될 거라 믿습니다.

 

루리: 저는 베이스 외에 SNS와 소통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점잖은 봉길, 형석이의 마음을 더 열어서 팬들과 더 자주 소통하는 게 목표예요. 바이 바이 배드맨이 얼마나 멋진 밴드인지 전 세계에 알릴 때까지 음악도 소통도 힘내보렵니다.

 

 

Photographs by Bye Bye Bad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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