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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eaJ “제 곁에 있는 사람들을 자랑스럽게 해주고 싶어요”

 

싱어송라이터 eaJ에게 음악의 원동력은 언제나 그의 곁을 지켜준 사람들이다. 그들이 최고의 것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믿기에, eaJ는 작업할 때마다 기준을 높이고 하나하나 꼼꼼히 점검한다. 매 순간, 최선을 다하려는 그의 마음 안에 담긴 조용하고도 다정한 진심.

 

 

1. [RSK] eaJ, 지금 어디에 있나요? 이 인터뷰에 답하고 있는 이 순간, 어느 시간대의 어떤 장소에 계신지 궁금해요.

 

지금은 집에서 고양이랑 함께 있어요!

 

 

2. [RSK] 최근 발표한 싱글 <ruin my life>에 대해 이야기해볼까요? 곡이 정말 인상 깊었어요. 이 노래는 어떤 계기와 과정을 통해 탄생하게 되었는지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ruin my life>는 디스코드에서 친구와 나눈 대화에서 시작됐어요. 친구가 어떤 사람을 만났다고 하더라고요. 자기가 보기에도 그 사람이 자신에게 좋지 않은 사람이라는 걸 알면서도 “그래도 그냥 그 사람이 내 인생을 망치게 내버려두겠어”라는 식으로 말했어요. 저는 그 말이 꽤 흥미롭고 또 한편으론 재미있다고 느꼈어요. 그래서 그걸 바탕으로 곡을 만들어보게 된 거예요. 하하.

 

 

3. [RSK] 이 곡의 벌스 멜로디가 특히 인상적이었는데요. 그 멜로디가 처음 떠올랐던 순간이 기억나시나요? 즉흥적으로 떠오른 아이디어였는지, 아니면 오래 전부터 간직하고 있던 테마였는지도 궁금합니다.

 

실은 그 벌스 멜로디는 제가 만들지 않았어요! 저는 평소에 좀 더 복잡한 멜로디를 쓰는 편이거든요. 좀 더 “랩 같은 흐름”이라든가, 음이 더 많이 들어가는 스타일이죠. 이번에는 스콧 해리스와 조르겐 오데가르드라는 굉장히 훌륭한 사람들과 함께 작업했는데, 그들이 벌스 멜로디 아이디어를 냈어요!

 

 

4. [RSK] 이 곡의 장르 또한 독특하고 매력적인데요. 글리치 팝이라는 스타일은 어떻게 선택하게 되셨나요?

 

제가 글리치 팝 장르에 빠지게 된 건 Brakence 라는 아티스트 덕분이에요. 그가 낸 [hypochondriac]이라는 앨범에 완전히 빠졌고, 지금도 그 앨범에서 많은 영감을 받고 있어요. 그 앨범에 실린 모든 곡이 9개월 동안 제 음악적 열망을 사로잡았어요. 그 영감을 제 팝 스타일에 적용해 만든 게 바로 <ruin my life>입니다.

 

 

5. [RSK] 이 곡을 작업할 당시, 머릿속에 떠오른 감정이나 이미지, 참고한 레퍼런스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이 곡을 작업할 때 제가 구상했던 이미지나 참고한 요소들은 굉장히 하이퍼팝스럽고 글리치한 스타일이었어요. 이 곡의 프로듀서이자 제 좋은 친구이기도 한 조르겐은 사운드에 있어서 정말로 뛰어난 감각과 세심함을 가지고 있어요. 그는 소리와 관련한 거의 모든 것에 능숙하죠. 그래서 이 곡이 이렇게 중독성 있고 세련된 사운드를 가지게 된 건 그의 덕이 크다고 생각해요.

 

 

6. [RSK] eaJ에게는 어떤 순간들이 ‘아, 망했다’는 기분을 안겨주나요? 예를 들어 누군가는 감정적으로 쏟아낸 메시지를 나중에 다시 읽고 후회하거나, 오랫동안 준비한 결과물이 무시당했을 때 그런 감정을 느끼곤 하죠. 언제 그런 느낌이 드나요?

 

머릿속에 정말 많은 것들이 떠오르는데요. 아마 누구나 다 그런 경험이 있지 않을까요? 나는 상상 이상으로 노력했는데, 타인은 그걸 알아채지 못하는 경험들이요. 저도 그런 순간들을 많이 겪었고요. 하지만, 요즘은 되도록이면 긍정적인 태도를 가지려고 노력 중이에요. 최근 제 마음에 무겁게 남은 일은 이번 달 초에 있었던 고양이 생일이에요. 벌써 거의 한 달 전인데요. 아빠로서 실패했죠… 고양이 간식을 하루 늦게 주문하는 바람에 생일 당일에는 그냥 일반 사료를 줬어요. 진짜 대참사였어요. 하하.

 

 

7. [RSK] 아까 말해주신 것처럼 이번 곡에서도 조르겐 오데가르드와 협업하셨죠. 다양한 글로벌 아티스트들과 작업해온 그와의 협업은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졌고, 함께 작업하며 어떤 시너지를 느끼셨는지 궁금해요.

 

조르겐은 사실 제가 <Car Crash>, <Friendly Fire>, <LA Stars>, <ruin my life>, <wallflower> 등 아주 많은 곡을 함께 작업했던 친구예요. 미국에서 제가 처음 함께 작업했던 프로듀서이기도 하고, 인간적으로도 처음 가까워진 사람 중 하나예요. 음악적으로 제가 진심으로 신뢰하는 몇 안 되는 사람 중 한 명이에요. 그는 자기 일에 굉장히 능숙하고, 감각이 뛰어나고, 사운드에 대해 정말 잘 알아요. 그래서 제가 어떤 사운드를 잘 듣지 못할 때에도, 그는 확실하게 캐치해주는 존재라서 정말 의지가 돼요. 

 

 

8. [RSK] 준비가 철저하신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발매를 앞둔 EP가 있음에도 이미 다음 프로젝트를 완성해둔 경우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현재도 다음 작업이 완료된 상태인가요?

 

원래는 이번에 발표될 프로젝트를 작년 아시아 투어 떠나기 전에 이미 완성했었어요. 일곱 곡이 들어간 상태였죠. 그런데 아시아에서 미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진 도슨(Jean Dawson)의 앨범을 듣고 충격을 받았어요. <The Boy and The Swan>이라는 곡을 듣는 순간 제 EP가 충분하지 않다고 느꼈죠. 그전까지는 완성해놨던 EP에 대해서 “멋있다. 마음에 들어. 이 정도면 좋다”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정도로는 더 이상 만족할 수 없겠더라고요. 저를 지지해 준 사람들에게 최고의 결과물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예전 EP는 과감히 버리고, 완전히 새로운 프로젝트로 다시 작업했고, 그렇게 하길 정말 잘했다고 생각해요!

 

 

9. [RSK] 예전에 LA 음악씬에 ‘스피드 데이팅’ 같은 문화가 있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어요. 여러 프로듀서들과 함께 작업하며 서로 잘 맞는지 확인하는 시간이라고 하셨는데, 최근에도 그런 탐색 과정을 경험하셨는지 궁금합니다.

 

LA에 오게 되면 대부분의 아티스트가 겪는 일반적인 과정이 있어요. 다양한 작업실, 다양한 프로듀서, 다양한 작곡가들과 함께하면서 자신과 잘 맞는 사람들을 찾아내는 과정인데요, 일종의 ‘스피드 데이팅’ 같다고 할 수 있죠. 저는 아직 완벽하게 딱 맞는 파트너를 찾지는 못했어요. 저는 계속해서 새로운 곡을 발표하고 있고, 새로운 작곡 방식이나 녹음 기법들을 배우고 있어서 아마 쉽게 정착하진 않을 것 같아요. 아직도 배울 게 너무 많다고 느껴요.

 

 

10. [RSK] 작년에는 이매진 드래곤스의 북미 투어 오프닝 무대에 오르셨습니다. 수많은 아티스트들이 버킷리스트로 꼽는 할리우드 보울에 섰을 때, 어떤 감정이 드셨는지도 궁금해요.

 

작년에는 이매진 드래곤스의 오프닝 무대를 맡게 되는 엄청난 기회를 얻었어요! 제 인생에서 가장 큰 규모의 공연장이었어요. 매일 밤 3만에서 4만 명 정도 되는 관객들 앞에서 공연을 했죠. 그런 무대에 서는 건 정말 말도 안 되는 감정이었어요. 다행히도 멋진 팀과 함께였기 때문에 공연도 잘 해낼 수 있었고, 이런 기회를 마련해준 제 팀에게 너무 감사해요. 그리고 저를 아는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저는 LA에서 자랐어요. 그래서 할리우드 보울은 제 인생의 버킷리스트 무대 중 하나였고, 이매진 드래곤스 덕분에 그 무대에 설 수 있었던 거예요. 그게 저한테 어떤 의미였는지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어요.

 

 

11. [RSK] 당시 투어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언제였는지 들려주세요.

 

그 투어는 정말 말도 안 되게 멋졌어요. 아시아 투어, 북미 투어, 그리고 이매진 드래곤스와 함께한 투어까지 모두요. 저는 꽤 오래 음악을 해왔지만, 늘 저를 비켜갔던 무대가 하나 있었어요. 바로 할리우드 보울이죠. 그래서 저에게는 그 이틀 밤이 정말 정말 특별했어요. 평생 잊지 못할 순간들이고, 마음속 작은 상자에 담아서 간직할 추억이에요.

 

 

12. [RSK] 만약 무대 위에서 무엇이든 가능하다면, 언젠가 꼭 한 번쯤 시도해보고 싶은 환상적인 연출이 있을까요? 비현실적인 상상도 좋아요.

 

저에게는 무엇보다도 제가 노래를 잘 부르고, 관객분들로부터 멋진 에너지를 받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관객들이 받아 마땅한 무대를 선사하는 것이 전부예요. 제가 노래를 잘하고 밴드와 호흡이 완벽하게 맞고 관객분들이 저희가 그 공연을 준비해 왔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면, 그런 공연이 바로 제가 꿈꾸는 완벽한 쇼예요.

 

 

13. [RSK] 노래할 때, ‘이건 꼭 나 자신에게 들려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쓴 가사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50 proof>라는 곡이 그래요. 그 곡은 지금도 종종 저한테 말을 걸어오는 것 같아요.

 

 

14. [RSK] 마지막 질문입니다. 계속해서 음악을 하게 만드는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그리고 eaJ가 믿는 음악의 힘은 어떤 것일까요?

 

저에게 음악은 언어와 말을 넘어선 커뮤니케이션의 방식이에요. 계속해도 매번 다르게 느껴지는 유일한 일이기도 하고요. 또 제가 음악을 계속하는 이유 중 하나는, 힘들때에도 여러 가지로 성원해 주시고 도와주신 분들이 있기 때문이에요. 무엇을 하던 지지해 주시는 분들에게 잘했다고, 그리고 자랑스럽다고 느끼게 해주고 싶어요. 그게 지금 제가 음악을 하는 이유예요.

 

 

 

eaJ의 다양한 이미지와 인터뷰 전문은 추후 발간될 롤링스톤 코리아 14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PHOTOGRAPHS BY Kalos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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