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내한 공연에서 “수학 좋아하세요? 전 좋아해요.”라는 말로 관객들을 당황하게 한 스미노 하야토(Sumino Hayato)는 이진법으로 곡 번호를 소개하며 연주를 시작했다. 도쿄대 공학부 출신인 그는 팬들 사이에서 “공대 오빠”로 불리며, 전공 지식을 연주에 접목하는 독특한 매력을 선보인다. 바쁜 대학 생활 중에도 피아노를 놓지 않았던 그는, ‘클래식의 왕도’로 불리는 <국제 쇼팽 피아노 콩쿠르>에서 비전공자로서는 처음으로 준결승에 진출하며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했다. 그의 성실함은 음악 외의 모습에서도 드러난다. 해외 일정을 소화할 때마다 현지 언어로 팬들과 소통하려고 최선을 다하는 그는, 이번 롤링스톤 코리아 화보 촬영 현장에서도 한국어로 답변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며, 현장 에디터들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1. [RSK] 작년 여름 내한 이후, 약 1년하고도 4개월 정도가 흘렀어요. 오랜만에 만나는 한국 팬분들께 인사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다시 한국에 오게 되어서 정말 기쁩니다. 항상 제 음악 들어주시고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2. [RSK] 관객들은 스미노 하야토의 유창한 한국어 실력에 놀랐다는 반응도 많아요. 따로 한국어 공부를 하고 있나요?
원래 언어 배우는 걸 좋아하는데, 한국어는 특히 일본어와 문법도 단어도 비슷해서 배우는 게 재밌어요. 그리고 한국어로 말할 때, 팬분들이 기뻐하시는 모습이 공부하는 동기가 됩니다.
3. [RSK] 무대에서 그랜드 피아노와 업라이트 피아노를 말 그대로 “왔다 갔다” 자유자재로 연주하고 있습니다. 관객들은 다양한 각도로 공연을 즐길 수 있어, 귀뿐만 아니라 눈도 즐거울 거 같아요. 무대 구상은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고 있나요?
클래식 음악의 전통적인 면을 소중히 여기면서도, 새롭고 독특한 시각을 제시하려고 노력합니다.
4. [RSK] 11월에 발매된 앨범 [Human Universe]의 야상곡 중 <Pre Rain>, <After Dawn>, <Once in a Blue Moon>은 각각 한국, 일본 그리고 프랑스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하셨어요. 이번 월드투어를 통해서도 다양한 영감을 받고 있을 거 같은데, 어떤가요?
공연장에서 리허설할 때 영감이 많이 떠오릅니다. 그렇게 떠오른 아이디어 중 몇 가지는 보이스 메모에 저장해두고 있어요.
5. [RSK] 앞서 말한, <Pre Rain>은 서울 북촌 한옥 마을에서 눈 내리기 직전의 하늘을 바라보며 만든 곡이라고 하셨어요. 금방이라도 눈이 내릴 것만 같은 이 계절에 어울리는 곡을 추천해 주실 수 있나요?
쇼스타코비치(Shostakovich)의 <피아노 협주곡 2번, 2악장(Piano Concerto No. 2 in F Major, Op. 102: Ⅱ. Andante)>이요. 추운 겨울에 듣고 싶어지는 곡입니다.
6. [RSK] 재즈를 연주할 때, 스미노 하야토의 매력이 돋보이는 거 같아요. 클래식 연주할 때와 다르게 재즈를 연주할 때엔 어떤 부분에 집중하나요?
재즈를 연주할 때는 즉흥성과 자유로운 감정 표현에 집중합니다. 클래식은 구조적인 완성도를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재즈는 순간의 감각을 살리는 데 중점을 둡니다.
7. [RSK] <After Dawn>의 뮤직비디오는 모로코의 한 사막을 배경으로 촬영했죠. 장소가 장소이니만큼, 재밌는 에피소드도 많았을 거 같아요.
촬영 장소에 도착하는 데만 30시간이 걸린 힘든 여정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때 본 밤하늘의 선명함과 아름다움은 절대 잊을 수 없어요. 재밌는 에피소드로는, 모로코 현지의 헤어 메이크업 아티스트 분께 스타일링을 부탁드렸는데, 동양인의 머리카락을 처음 다뤄보셨는지, 요청한 것과 다른 스타일이 나와버린 일이었어요. 결국 <도라에몽> 속 캐릭터 ‘비실이(스네오)’ 같은 헤어스타일이 되었고, 너무 당황해서 샤워 후 다시 세팅했죠. 그때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두지 못한 게 후회됩니다.
8. [RSK] 유튜브 채널 <Cateen>에서 다양한 콘텐츠로 팬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고 있습니다. 앞으로 보여주고 싶은 콘텐츠도 많을 거 같은데, 콘텐츠에 대한 아이디어는 즉흥적일까요, 철저한 구상으로 이루어질까요?
원래는 치밀하게 계획하고 싶지만, 대부분 즉흥적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9. [RSK] 이번 화보에서는 평소와 다른 스타일링에 도전하기도 했죠. 클래식 음악가에게는 어려울 수도 있는 콘셉트임에도 불구하고, 즐겁게 촬영에 임해줬어요. 팬들은 새로운 모습을 만나볼 수 있어 굉장히 즐거울 거 같은데, 스미노 하야토 자신은 새로운 모습이 어땠나요?
마치 제 자신이 제가 아닌 것 같은 느낌이 들었지만,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조금 쑥스럽기도 했어요.
10. [RSK] 올해, 런던의 로열 알버트 홀(Royal Albert Hall)에서 크로스 오버의 선구자인 조지 거슈윈(George Gershwin)의 <Rhapsody in Blue>를 연주했죠. 조지 거슈윈과 스미노 하야토의 음악은 닮은 점이 많은 거 같아요. 그의 음악을 선정한 이유가 있나요?
거슈윈은 클래식과 재즈를 융합한 선구자라고 생각합니다. 그의 곡은 클래식하면서도 재즈의 그루브와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어 매력적입니다. 연주할 때마다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는 점도 흥미롭습니다.
11. [RSK] 앞서 말한 로열 알버트 홀 무대에서 <Cadenza>를 연주할 때, 관중석에서 핸드폰 벨소리가 울리기도 했죠. 그 멜로디에 즉흥적으로 연주했던 장면이 인상적이었는데요, 그 순간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나요?
거의 본능적으로 반응했습니다. 원래는 휴대전화 벨소리가 울리지 않는 게 좋지만, <Cadenza>를 연주하던 순간이라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웃음)
12. [RSK] 팬들은 잠들기 전, 스미노 하야토의 연주를 감상하며 힐링 하고는 하죠. 스미노 하야토는 하루를 마무리할 때 주로 어떤 곡을 듣고, 어떤 생각에 잠기는지 궁금해요.
오케스트라 곡을 자주 듣고, 하루 동안 느꼈던 다양한 감정과 생각을 정리하며 휴식하고는 합니다.
스미노 하야토의 다양한 화보 이미지와 인터뷰 전문은 추후 발간될 롤링스톤 코리아 13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PHOTOGRAPHS BY KIMMOONDO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