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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오드리 누나 “[TRENCH]는 성장통을 기록한 일기예요”

 

오드리 누나(Audrey Nuna)의 새 앨범 [TRENCH]는 한 사람의 성장통을 담아낸 이야기다. 전쟁에서 공격을 피하고자 파놓은 구덩이라는 뜻을 지닌 ‘trench.’ 적막하고 차가운 이 속에는 사실 따뜻한 온도를 지닌 인간들이 서로를 마주 보지 못한 채 웅크리고 있다는 아이러니가 숨어 있다. 어쩌면 인생도 그렇지 않을까? 거칠고 날것인 순간들을 견디며, 인간적인 온기를 잃지 않으면서 앞으로 나아가니까. 이 앨범을 들으며, 우리도 각자의 ‘참호’를 떠올려보는 시간을 가져보길.

 

 

1. [RSK] [TRENCH]는 어디서 영감을 받은 앨범이에요?

 

이 앨범은 성장통을 기록한 일기예요. 친구를 잃고, 세상의 냉혹한 현실에 무례하게 깨어나는 새로운 경험을 하던 시기였죠. 이 프로젝트를 완성하는 동안 우정과 순수함을 잃는 변화를 겪으며, 그 모든 감정들이 자연스레 음악에 녹아들었어요.  

‘참호(trench)’라는 단어는 전쟁에서 방어 메커니즘으로 사용되는 공간을 떠올리게 해요. 차갑고 거칠고 무자비한 구조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따뜻한 인간들이 그렇게 차가운 방식으로 배치되어 있다는 점이 묘하게 흥미롭더라고요. 인생은 아이러니하죠.

 

 

2. [RSK] [TRENCH]을 만드는 과정은 전 앨범인 [a liquid breakfast]와는 어떻게 달랐나요? 

 

첫 앨범 [a liquid breakfast]는 뉴저지와 뉴욕에서 주로 녹음되었지만, 두 번째 앨범 [TRENCH]는 로스앤젤레스와 조슈아 트리 같은 캘리포니아의 낯선 풍경 속에서 만들어졌어요. 전작이 평생 한곳에 머물며 쌓아온 경험과 정보를 풀어낸 결과물이었다면, [TRENCH]는 새로운 도시로 이주하며 겪은 낯설고 고립된 감정의 반응이었습니다.  

작업 방식도 크게 달랐어요. [a liquid breakfast]는 오랜 동료 안와르(Anwar)와의 협업 중심으로 제작되었지만, [TRENCH]는 마일스 윌리엄(Myles William), 매니 멘데즈(Manny Mendez) 등 더 많은 프로듀서들과의 협업을 통해 더 실험적이고 폭넓은 음악적 스펙트럼을 담아냈습니다.  

 

 

3. [RSK] [TRENCH]를 제작하는 동안 어떤 어려움이 있었으며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TRENCH]를 만드는 과정에서도 어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에요. 작곡 초기, LA에서 여러 세션을 진행하며 '음악을 만들어야만 한다'는 시스템에 길을 잃을 뻔한 순간도 있었어요. 하지만 그 과정에서 깨달은 건, 음악은 영혼이 통하는 사람들과 함께할 때 진정한 의미를 찾는다는 점이었죠. 꼭 가장 친한 친구일 필요는 없지만, 최소한 서로의 영혼을 느낄 수 있는 교감이 필요했어요. 결국, 이 모든 경험을 배움으로 여기며 새로운 환경을 극복하고 앨범을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앨범은 공간의 변화와 협업의 확장을 통해 이전보다 더욱 깊이 있고 다채로운 음악적 실험을 담고 있습니다. [TRENCH]는 단순한 음악 이상의 서사가 깃든 프로젝트로, 그 과정과 결과 모두가 새로운 도전이었습니다.

 

 

4. [RSK] 앨범에서 가장 좋아하는 트랙은 무엇이며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앨범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곡은 <Baby OG>예요. 19살 때 작곡한 데모 샘플이 포함되어 있어서 어린 시절의 저와 나이 든 저의 모습이 오랜만에 만나는 느낌이거든요. 마음속에 특별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트랙입니다.

 

 

5. [RSK] [TRENCH]는 강렬한 비주얼이 돋보이는 프로젝트죠. 이번 앨범에서 구축한 세계관에 대해 설명해 주시겠어요? 특히, 예술적으로 영향을 받은 부분이 있다면 함께 들려주세요.

 

[TRENCH]는 단순히 음악 그 이상으로, 매우 강렬한 비주얼을 구축한 프로젝트였어요. 이번 작업은 마치 새로운 세계를 탐험하는 여정과도 같았고, 많은 것을 배우며 성장할 수 있었죠. 저는 이번 앨범이 '부드러운 피부, 단단한 감정'이라는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한 이중성을 탐구하길 원했어요. 인간인가, 무기인가? 날아오를 것인가, 추락할 것인가? 악당인가, 영웅인가? 이런 질문들은 시각적으로도 앨범의 세계를 형성하는 중요한 축이었어요.  

작업 초기에는 발렌틴 프티(Valentin Petit)와 협업하며 그의 키네틱 에너지에 기반한 스타일에서 큰 영감을 받았어요. 이는 제가 통제할 수 없는 방식으로 삶이 변화하고 있다는 개인적 감정과도 맞닿아 있었죠. 또,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속 유바바 같은 애니메이션 속 빌런, 스파이크 존즈(Spike Jonze)의 연출, 90년대 마르지엘라 런웨이 쇼, <씬 시티>의 독특한 미장센, 그리고 파르사이드(The Pharcyde)의 뮤직비디오 등 다양한 예술적 요소들이 이 프로젝트에 영향을 주었습니다.  

 

 

6. [RSK] 요즘 기분이 어떠세요? [TRENCH]가 발매된 지금 가장 자랑스러운 점은 무엇인가요?

 

해방감을 느껴요. 이 앨범을 만드는 과정에서 제가 배운 모든 것이 자랑스러워요. 특히 친구들과 함께 작업하며 만들어낸 결과물, 그리고 LA에서의 첫 몇 년 동안 작업의 즐거움을 잃지 않고 버텨낸 저 자신에게요. 힘든 순간도 있었지만, 이 모든 과정이 지금의 앨범을 가능하게 했다는 점에서 감사한 마음이에요.  

 

 

7. [RSK] 앞으로 가장 기대되는 것은 무엇인가요?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있고, 초등학교 친구들을 만나고, 영화를 보고, 새로운 음악을 듣고, 오드리 누나가 동면하는 동안 잠시 추해원(제 한국 이름)이 될 수 있기를 고대하고 있어요.

 

 

8. [RSK] 연말 계획도 있어요?

 

쿠키를 많이 굽고 싶어요. 그런데 제빵을 잘 못해서 미리 만들어진 믹스를 사용할 계획을 세우고 있어요. (구체적인 가이드를 따라서 만드는 것은 조금 어렵거든요)

 

 

오드리 누나의 다양한 화보 이미지와 인터뷰 전문은 곧 발간될 롤링스톤 코리아 13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PHOTOGRAPHS BY KIMMOOND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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