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cuna(라쿠나)가 디지털 싱글 <bow-wow>로 돌아왔다. 신곡의 감상 포인트는 그동안 보여줬던 곡과 다른 파워풀함이다. 연주가 시작되면 Lacuna(라쿠나)는 기타, 베이스, 드럼을 힘있게 쌓아간다. 마치 언덕을 오르듯, 촘촘하지만 속도감 있게 고조되던 곡이 이윽고 꼭대기에 다다르면, 장경민의 보컬이 부드럽게 쏟아지고 이를 뒤받치는 멤버들의 악기 사운드가 풍성하게 들려온다.
화려한 사운드를 귀에 가득 담는 순간만큼은 불꽃놀이를 바라보는 기분이 된다. 지금이 끝나지 않기를 바라며 몰입하게 되기 때문. 공중으로 쏘아 올리는 형형색색의 폭죽처럼, Lacuna(라쿠나)는 앞으로도 서로 다른 빛으로 연소하며 음악적 변신과 확장을 이어갈 것이다.
1. [RSK] 안녕하세요, Lacuna(라쿠나) 여러분! 먼저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저희는 밴드 Lacuna(라쿠나)입니다.
장경민: 저는 보컬과 기타에 장경민이라고 하고요.
정민혁: 저는 기타 치는 정민혁이라고 합니다.
김호: 저는 베이스를 맡고 있는 김호라고 합니다.
오이삭: 저는 드럼을 치고 있는 오이삭이라고 합니다.
저희의 디지털 싱글 <bow-wow> 발매를 앞두고 이렇게 롤링스톤 코리아 독자 여러분께 인사를 드리게 되어서 좋습니다.
2. [RSK] 시간은 점점 가속도가 붙어 흐르네요. 날이 가면 갈수록 빨라지죠. 벌써 2024년 3월인데요. 멤버분들은 요즘 어떻게 지내고 계세요? 근황이 궁금해요.
장경민: 저희는 새로운 앨범을 준비하면서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김호: 저는 <bow-wow> 발매를 앞두고 이 곡을 여러분들에게 들려드리고 싶어서 안달이 난 상태로 지내고 있습니다!
3. [RSK] 그럼 이제 새 앨범 얘기를 해볼까 해요. 디지털 싱글 <bow-wow>를 간단하게 소개해 주신다면?
<bow-wow>는 지금껏 발매됐던 Lacuna(라쿠나)의 곡에서 찾아볼 수 없던 락킹하고 신나는 곡인데요. 저희가 발매 전 몇 번 라이브를 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마다 굉장히 신나는 분위기를 끌어내 주었던 곡입니다. 아마 지친 현대인들에게 에너지를 줄 수 있는 곡이지 않을까 싶은데요. 신나게 즐기셨으면 좋겠습니다.
4. [RSK] 새 앨범이 발매되는 3월 12일에는 어떤 하루를 보낼 생각이에요?
김호: 일단 팬 분들이나 리스너 분들의 반응을 계속 체크할 거 같습니다. 오랜만의 발매라 어떻게 반응해 주실지 긴장되고 궁금하네요.
오이삭: 저는 아침, 점심, 저녁으로 <bow-wow>를 세 번씩 들으려고 합니다.
5. [RSK] <bow-wow>는 언제 어떻게 만들어진 곡인가요?
정민혁: 예전에 <오징어 게임>에서 돈이 떨어지는 장면에서 모티브를 얻어 기타 리프를 짜놓은 것이 있었는데요. 한동안은 잊어버리고 있다가, 어느날 쌓아둔 작업물을 보고 이걸 디벨롭 시켜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기타 리프 분위기에 맞게 빌드업을 시키다가 이러한 곡이 나오게 됐어요.
장경민: 작업할 때 뭔가 거창한 의도가 있었다기보다는 신나는 분위기를 계속 떠올리면서 작업을 했던 것 같습니다.
6 [RSK] Lacuna(라쿠나)가 그동안 선보였던 노래들과 느낌이 다른 것 같아요. 이전까지는 몽환적이고 부드러운 결이 느껴졌다면, 신곡에서는 확실히 파워풀한 느낌이 들죠. 이번 곡을 작업하며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장경민: 저희가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사운드 적인 것은 몽환적이거나 부드러운 것으로 생각하긴 하는데요. 그러면서도 밴드로서 더 다양하고 좋은 사운드와 음악을 들려드리고 싶다는 생각이 있어서 시도의 하나로 이 곡을 작업하게 된 것 같습니다.
김호: 완성되어 가면서 ‘우리 이런 것도 잘하네’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러다 보니 연주랑 작업 모두 정말 재밌었어요. 그래서 앞으로도 좀 더 이런 신나는 노래들에 대해 시도해 나가면서 사운드 적으로나 장르적으로 경계를 넓히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7. [RSK] <bow-wow>에서는 기타 사운드가 인상적이에요. 이 곡을 연주할 때 민혁 님께서 중요하게 고려했던 부분이 있나요?
정민혁: 전에 작업했던 곡들보다 공간감을 빼고 기타의 원초적인 사운드를 살리려고 했던 것 같아요. 마치 강아지가 앞니를 드러낸 느낌.
8. [RSK] [Summer Tales], [I Love You], [우주의 여름], 그리고 [John]. Lacuna(라쿠나)의 앨범 커버는 매번 여러분들의 음악을 잘 표현해낸다고 느껴져요. 몽환적이고 동화적인 느낌이 들거든요. 각 앨범 아트 속의 아이템들이 상징하는 바가 있나요?
앨범아트의 요소들이 상징하는 바가 가장 뚜렷했던 것은 [Summer Tales]였는데요. 해바라기 인간이 심장을 꺼내서 서로 나누는 장면이 ‘서투르지만 솔직하게, 사랑한다는 말을 대신할 다섯 편의 이야기’라는 [Summer Tales]의 주제를 적확하게 표현하지 않았나 싶어요. 그리고 [I Love You], [우주의 여름], [John] 같은 경우는 곡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주는 느낌이 직관적으로 잘 표현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9. [RSK] 경민 님께서는 여름 이야기라는 인스타그램 계정(@summerstale)을 통해 종종 글을 올리실 만큼 글을 좋아하신다고 들었어요. 적어두셨던 글들 중 마음에 드는 게 있다면 독자분들께 소개해 주셔도 좋을 거 같아요.
장경민: 제가 쓴 글보다는 책을 읽으면서 좋았던 부분을 소개해 드리고 싶은데요. ‘나오코는 멈춰 섰다. 나도 멈춰 섰다. 그녀는 두 손을 내 어깨에 올리고 가만히 내 눈을 들여다보았다. 그녀의 눈동자 깊은 데에서 검고 무거운 액체가 이상한 도형을 그리며 소용돌이쳤다. 그렇게 아름다운 눈동자 한 쌍이 한참이나 내 안을 들여다보았다.’ (무라카미 하루키 <노르웨이의 숲> 18p) <노르웨이의 숲>을 읽으며 필사할 정도로 크게 와닿았던 부분이라서 독자분들께 공유해드리고 싶네요.
10. [RSK] 호 님께서는 예전에, 좋아하는 밴드로 오아시스, 비틀즈, Snarky Puppy를 꼽아주신 바 있는데요. 최근에는 누구 음악을 자주 들으셨나요? 플레이리스트가 궁금합니다.
김호: 제 플레이리스트를 꼭 소개해 드리고 싶어서 좀 모아봤는데요. 좀 많긴 하지만 독자분들께 꼭 알려 드리고 싶어요.
Snarky puppy - Tarova
Steely Dan - Gaucho
Sir Woman - Bitch
Dirty loops - Follow the light
HBC(Scott Henderson, Jeff Berlin, Dennis Chambers) - Actual Proof
RHCP - If you have to ask
Vulfpeck - It Gets Funkier
Parcels - Live Vol. 2
Jamiroquai - Deeper Underground
Jacob Collier - WELLLL
Stevie Wonder - Living for the city
Troye Sivan - Rush
Olivia Dean - Dive
Larry Graham - Earthquake
김동률 - 취중진담
성시경 - 넌 감동이었어
레드벨벳 - Nightmare
엔믹스 - Rollercoaster
이런 노래들을 들으면서 영감을 얻고 있습니다. 저는 아이디어 소스가 있는 것들을 얻어내려고 곡을 다양하게 디깅하는 편인데요. 최근 작업한 곡들이 지금까지 했던 것과 다른 느낌의 곡들로 많이 나오고 있기도 하고, ‘김호’라서 만들어낼 수 있는 아이덴티티가 확실한 것들을 만들어내려고 노력을 많이 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디깅한 노래들이 이 노래들이고 이런 노래들을 레퍼런스를 삼아 제 아이덴티티가 확실한 것들을 만들어내고 있어요. 요즘에는 사람들이 연주를 들으면서 춤을 추지 않고는 배기지 않는 연주를 하고 싶습니다.
11. [RSK] 다른 매체와의 인터뷰를 보니, 경민 님께서 이삭 님을 태평양 같은 사람이라고 비유한 적 있으시더라고요. 감정기복이 크게 없는 햇살 같은 사람인가보다 생각했는데요. 그래도 사람이라면 누구나 지치는 시기가 오죠. 지칠 때는 어떻게 내면을 보듬으실지 궁금했어요.
오이삭: 저는 지칠 때는 좀 스스로를 사랑해 주려고 노력하는 편인 것 같아요. 다양한 방법 중에 몇 가지를 꼽아보자면 저는 취미생활을 통해 저 자신이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거나, 가까운 사람에게 속 얘기를 털어놓으면서 내면의 생각을 풀어내려고 하는 편이에요. 사랑을 주다 보면 저절로 자존감이 높아지고, 외부로 인한 상처들에 의연하게 맞설 힘이 생겨요.
12. [RSK] Lacuna(라쿠나)의 다음 스텝은 무엇일지 궁금해져요. 언젠가 시도해 보고 싶은 소재나 감정이 있나요?
저희는 항상 스토리텔링에 대해 갈망하는 편인데요. 캐릭터를 하나 만들어서 소설처럼 플롯을 구상하고, 그 캐릭터가 사건을 통해 겪는 감정을 나열해 보는 앨범을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그런 앨범이 나온다면 저희의 음악을 좀 더 깊게 음미하실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13. [RSK] 롤링스톤 코리아와의 첫 인터뷰였는데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자유롭게 남겨주세요.
장경민: 롤링스톤 코리아에 Lacuna(라쿠나)를 소개해 드릴 수 있어서 너무나 큰 영광이었고, 다음에 더 좋은 음악을 통해 만나 뵐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발매된 <bow-wow>도 기대 많이 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김호: 예전부터 동료들이 롤링스톤 코리아에 다양하게 비치는 모습을 봤고, 롤링스톤 코리아가 대중문화를 다뤄주시는 데 있어 굉장히 유명한 잡지여서 정말 인터뷰를 하고 싶다고 생각해 왔었는데요. 드디어 인터뷰하게 돼서 정말 기뻐요. 이번 인터뷰가 독자 여러분들이 Lacuna(라쿠나)를 알아가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Photographs by MPMG Musi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