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너

Interview

잠시 2000년대로 돌아가게 만드는 목소리, 히코(hiko)

 2000년대 초, <벌써 일년> <가지마 가지마> <점점> 등을 연달아 발표한 그룹 브라운아이즈의 음악은 한국 발라드의 원형이 되었다. 이후 그들과 결이 비슷한 그룹 브라운 아이드 소울이 나타났다. 흑인 음악(R&B, Soul)을 하는 백인 가수를 칭하는 단어 ‘블루 아이드 소울’이라는 단어에서 착안하여, 동양의 소울을 표현하는 그룹이라는 의미에서 ‘블루’를 ‘브라운’으로 치환한 이름으로 등장한 그룹 브라운 아이드 소울은 한국 가요계에서 상징적인 존재로 자리매김했다. 

다음으로 눈여겨 볼 만한 아티스트가 등장했으니 그 주인공은 바로 ‘히코(hiko)’다. 3월 3일에 발표된 <말버릇>은 그의 장르적 성향을 드러내는 트랙으로, 2000년대 초의 R&B 발라드를 표방한다. 서정적인 멜로디의 전주가 흐르면, 청자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경험을 하게 된다. 감흥을 불러일으키는 멜로디 위에는 히코의 보컬과 화음이 부드럽게 얹히며, 타인에게 주는 사랑을 표현한 가사 역시 곡과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말버릇>에서 히코는 자신만의 감성을 증명했다. 더불어 R&B와 소울 음악을 탐색해 나갈 그의 행보를 기대하게 만드는 것에도 성공했다. 



1. [RSK] 안녕하세요, 히코 님! 반가워요. 먼저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롤링스톤 코리아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저는 곡 쓰고 노래하는 히코(hiko)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2. [RSK] 근황이 궁금해요. 2024년이 된 이후 어떻게 지내셨나요?


<말버릇> 작업만 하며 지냈던 것 같아요. 해가 바뀌면 잠깐이나마 열심히 살고 싶은 열정이 올라오거든요.(웃음) 요 몇 달 열심히 작업하며 보냈습니다. 



3. [RSK] 이번에 발매한 싱글 <말버릇>이 어떤 곡인지 설명 부탁드릴게요.


<말버릇>은 2000년대 초반 한국 R&B, 발라드 사운드 중심으로 만들었던 사랑 노래입니다.



4. [RSK] ‘곁에만 있어준다면 내 말버릇처럼 널 사랑한다고 말해줄게’라는 가사가 있더라고요. 그렇다면 제목 ‘말버릇’의 뜻은 무엇일까요? 받는 사랑보다 주는 사랑에 포커스를 맞춘 것일까요?


네 맞아요. 물론 사랑을 받는 건 아주 행복한 일이지만, 누군가에게 마음을 표현하고 주는 게 더 어렵고,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사랑한다는 말을 아끼지 않아요. 그게 가족이든 친구든 연인이든.. 나중에 후회할지도 모르니까 자주 말하거든요. 그런 제 말버릇이 떠올라서 제목으로 지었어요. 




5. [RSK] 전주를 듣자마자 브라운 아이드 소울의 분위기와 비슷하다고 생각했어요. 2000년대 초 한국 음악이 떠오르기도 했고요. 작업 중 이런 느낌을 살리기 위해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그렇게 들어주셨다면 정말 기쁘네요! 브라운 아이드 소울은 저의 영웅이거든요. 어릴 때부터 시작해서 당장 어제도 들었을 만큼 오랫동안 듣고 있어요. 알게 모르게 제가 만드는 음악에도 많은 영향을 주었을 거예요. 

2000년대 초의 한국은 제가 사랑하는 시대예요. 음악을 보면 꾸밈없이 솔직담백한 표현이 많거든요. <말버릇>은 2000년대 초의 한국 음악을 테마로 잡아서 제작했어요. 이 테마를 저만의 사운드로 녹여내는 게 관건이었어요. 세련됨과 예스러움을 함께 담기 어렵더라고요. 이 지점을 항시 고민하며 만든 곡입니다. 



6. [RSK] 곡이 만들어진 건 1년 전이라고요. 발매되기까지 고민되었던 지점은 어떤 것이었나요?


이 곡은 scheps4(용재)라는 친구와 피아노 한 대로 만들었어요. 멜로디와 가사는 금방 나왔죠. 별 편곡을 거치지 않았는데도 마음에 들 정도였어요. 그래서 급하게 발매하기보단 이 곡을 좋아해 주는 편곡가와 천천히 작업하고 싶었어요. 고민하던 중에 프로듀서 박문치 누나를 만나서 작업하게 되었어요. 딱 맞는 옷처럼 작업해준 누나에게 고마웠던 기억이 나네요. 문치 누나 특유의 옛날 한국 음악 감성이 담긴 프로듀싱이라면 결과물이 정말 멋지겠다고 믿었거든요. 



7. [RSK] 결이 비슷한 두 분이 만나서 시너지가 더 컸던 것 같아요. 박문치 님과 작업하며 생겼던 에피소드를 좀 더 들려주시겠어요?


문치 누나는 항상 웃음을 잃지 않아요. 작업이 막바지에 접어들면 힘들거나 예민해질 수도 있는데, 누나는 웃더라고요. 웃는 자가 일류라는 말도 있잖아요. 누나 덕분에 긍정적인 바이브로 작업을 이어나갈 수 있어서 좋았어요. 또한 너무 예전 가요 느낌에 치우치지 않도록 밸런스를 잡는 게 중요했는데, 문치 누나의 편곡 덕에 균형을 잘 잡아간 것 같아요. 원하던 사운드를 구현해줘서 고맙다고 말하고 싶어요. 누나 고마워~ 



8. [RSK] 마스터링으로는 [police]에서도 함께 작업했던 나잠 수 님이 함께했는데요. 이번 작업은 어땠나요?


나잠 수 님은 제 첫 앨범 [police]을 비롯해 종종 제 곡의 사운드를 만들어주셨어요. 몇 번 같이 작업했던 터라 소통이 편하게 잘 되었어요. 언제나처럼 이번에도 멋진 사운드를 만들어주셔서 행복해진 채로 집에 돌아간 기억이 나네요.(웃음) 




9. [RSK] <말버릇>을 쓸 당시에 윤상, 김현철의 곡 <사랑하오> 가사를 보고 ‘조건 없는 사랑’에 대해 생각했다고 들었어요. 이건 조금 추상적인 질문인데요. 인간이 다른 인간을 조건없이 사랑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사랑하오>에 “그대가 나를 모른다 해도 / 그러다 날 버린다 해도 / 바보처럼 그 자리에서 사랑하오”라는 가사가 나와요. 이걸 듣고 ‘어떤 마음으로 작사하신 걸까. 나는 과연 누군가를 무조건적으로 사랑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27살이었던 제가 조건없는 사랑을 한다면 그건 어떤 형태일까 생각하다가 노트에 가사를 몇 줄 적었는데요. 그걸 이번 곡에 녹여냈어요. 질문에 답하자면, 저는 누군가를 조건없이 사랑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진심으로 사랑하면요. 누군가를 사랑하는 이유에 대해서 생각해봤는데, 이유가 없더라고요. 



10. [RSK] <말버릇>에서 노래하는 사랑은 제법 낭만적인 상태 같아요. 부드럽고 감미로운 상태로 돌아오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저는 ‘사랑’이라는 키워드를 좋아해요. 뭐라도 될 수 있는 마법의 단어거든요. 슬픔이 될 수도, 기쁨이 될 수도! 사랑은 모든 사람이 경험한 감정인 것 같아요. 누군가는 현재에 하고 있을 수도 있고. 그래서 공감대가 넓다고 생각해요. 

제가 곡을 쓰고 노래하는 이유는 사람들과 소통하고 공감하기 위해서인데요. 제가 음악을 듣는 이유도 마찬가지고요. 사랑에 관한 마음을 사람들과 나누고자 했어요. 



11. [RSK] 히코 님은 나얼의 리메이크 앨범 [Back To The Soul Flight]를 듣고 음악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고요. 이 시기는 언제였나요?


어릴 때 친형이 아빠 차에서 저에게 MP3를 준 적이 있어요. 그때 처음 들었던 음악이 나얼 선배님의 리메이크 앨범 [Back To The Soul Flight]이었어요. 너무 황홀했어서 아직도 잊히지 않아요. 그때 음악을 하고 싶다고 마음먹었어요. 



12. [RSK] [Back To The Soul Flight] 앨범에는 열일곱 트랙이 들어 있는데요. 특별히 많이 들은 트랙이 있는지도 궁금해요.


13번 트랙 <한번만 더> 입니다.




13. [RSK] 히코 님에 대해 검색하다보니 죠지에게 음악을 배웠다는 말도 나오더라고요. 죠지와는 어떤 계기로 연을 맺게 되었는지 얘기 부탁드릴게요.


죠지 형 처음 만났을 때 생각하면 아직도 웃겨요. 음악에 대해 고민하던 시기였는데요. 친구가 저보고 너랑 비슷하게 생긴 사람이 있다면서 형을 보여줬어요. 그날 밤에 제가 형한테 음악을 배우고 싶다고 연락을 했는데 대뜸 싫다는 답이 왔어요. 제가 그래도 한번만 만나서 알려달라 했더니 또 알겠다고 하더라고요.(웃음)

그렇게 비 오는 날 이태원에서 처음 만났어요. 그런데 형이 갑자기 길에 앉더니 저 보고 노래 몇 곡 불러보라고 하는 거예요. 저도 별로 안 창피했는지, 우산을 내려놓고 비를 맞으면서 두 곡이나 불렀어요. 그게 형과의 첫 만남이에요. 벌써 7년 전의 일이네요. 



14. [RSK] 히코의 음악은 섬세한 동시에 풋풋하다는 설명을 본 적이 있어요. 이 설명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는데요. 24년의 히코는 본인의 음악을 어떤 스타일이라 느끼는지 직접 듣고 싶어요.


예전엔 제가 음악에서 어떻게 하면 더 멋지게 보일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남들이랑 다를까 이런 생각들을 했던 것 같아요. 시간이 지날 수록 스스로에게 솔직하지 못하면 음악이라는 게 의미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본인의 이야기를 진실되게 담아내는 것만큼 좋은 건 없다고 생각해요. 단순히 멋있는 거 말고, 좋아하는 옷이 뭘까 고민하며 골라 입는 요즘이에요. 



15. [RSK] 다른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Kings Of Convenience’랑 ‘Eloise’의 음악을 많이 듣는다고 답하신 적 있더라고요. 요즘은 어떤 노래를 즐겨 들으시나요?


최근에 성시경 님 음악도 많이 듣고요. 이영훈, 곽진언 님 음악도 많이 들었어요. 최근에 곽진언 님이 발매하신 앨범 [소품집]이 너무 좋아서 일주일 내내 듣고 다니기도 했어요. 



16. [RSK] 사운드클라우드에 곽진언의 <자유롭게>와 Damien Rice의 <The Blower’s Daughter>를 커버해서 올려두셨어요. 음원으로 발매해도 좋을 것 같던데요. 리메이크 앨범 발매 생각도 있으신가요?


기회가 된다면 언젠간 꼭 하고 싶은 버킷리스트 중의 하나입니다. 기대해 주세요! 




17. [RSK] 히코가 생각하는 좋은 가사란 어떤 걸까요?


작사는 제 속에 있는 마음이나 말을 음악에 얹는 작업이에요. 실제로 직접 하지 못한 채 나만 알던 마음을 노래에 옮기는 거예요. 듣는 이에게 제 마음이 전달된다면 성공이지요. 

거짓말하지 않는 가사가 좋다는 생각을 감히 합니다. 고심하며 멋부린 문장보다는 제 진심이 담긴 단어 하나가 진실되게 와닿더라고요. 솔직한 게 제일 중요해요. 제가 만드는 음악 안에선 어떤 말을 해도 괜찮거든요. 



18. [RSK] 영감을 얻기 위해 하는 주기적으로 활동이 있을까요?


제게 무슨 일이 많이 일어났으면 좋겠어요. 기쁘든 힘들든. 제게 일어난 일들로 곡을 만들어내는 편이거든요. 가만히 있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 같아서 일을 찾아다니곤 해요. 새벽에 대뜸 나간다거나, 예고없이 불쑥 어딘가로 가버린다거나. 곡 때문에 그러는 건 아니고. 성격 자체가 그런 것 같아요. 충동적인 결심을 통해 어떤 일들이 생기고, 어떤 사람들이 곁에 생기면서, 영감을 받아요. 



19. [RSK] 언젠가 건드려보고 싶은 소재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언젠가 가족에 대해서 곡을 만들고 싶어요. 발매하게 된다면 가족끼리 거실에 모여서 함께 듣고 싶어요. 



20. [RSK] 2019년에 ‘a home video’로 활동을 시작해서 지금까지, 히코가 계속 음악 안에 머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전 행복하기 위해 살아요. 미래도 중요하겠지만, 지금 당장의 행복이 더 소중하거든요. 저는 음악할 때 제일 행복해요. 곡이 잘 풀리지 않아 기분이 안 좋은 날도 있지만, 마음에 쏙 드는 노래가 나와서 마치 하늘에 손이 닿을 것 같이 기쁜 때도 있어요. 이 느낌을 잊지 못해서 지금까지 하고 있어요. 기회가 된다면 죽을 때까지 음악을 하고 싶어요. 



21. [RSK] 롤링스톤 코리아와의 첫 번째 만남이었어요. 마지막으로 남겨두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 무엇이든 자유롭게 해주세요!


끝까지 읽어주신 독자 여러분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서 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었어요. 신곡 <말버릇> 많이 많이 들어주시고 사랑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앞으로의 음악들도 기대해 주세요. 모두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Photographs by CRAFT AND JUN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