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콜드가 정규 [DAFT LOVE] 발매 이후 약 1년 6개월 만에 EP [Sick of Love]로 돌아왔다. 이번 앨범에 담긴 6개의 R&B/아프로비츠 트랙은, 분명 지겹지만 또다시 반복하게 된다는, 사랑의 본질을 이야기한다. 시작할 때 품었던 기대와는 다른 현실에 상처받고, 그로 인해 다시금 혼자가 되기를 택하고, 한참의 시간이 지나 설렘을 한 아름 안겨다 주는 사람이 나타나고, 닫혀있던 마음을 문득 여는 것. 나에게도 사랑은 언제나 이랬다. 왠지는 모르지만 어찌할 도리 없이 마음의 문을 열고 맞이하게 되는 사고 같은 일.
1. [RSK] 먼저 새 앨범 [Sick of Love]를 간단히 소개해 주신다면?
우선 장르적으로는 R&B 앨범이라고 하고 싶습니다. 전에 냈던 음악과는 조금 결이 다르다고 생각하거든요. 내용상으로는 ‘아티스트들과 대화를 통해 만든 앨범’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곡에 참여해 준 아티스트 한 명 한 명과 얘기하다 보니 트랙이 완성되더라고요. 6번 트랙 <Sick of Love>를 작업하던 시기에 이 노래가 제 상황과 비슷하다고 느껴져서, 앨범명으로 붙이게 되었고요.
2. [RSK] 이번 앨범의 방향성을 정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사실 작년에는 앨범을 낼 계획이 크게 없었어요. 만들고 싶은 앨범이 없다는 단순한 이유 때문이었죠. 그러다 우연히 릴러말즈의 제안으로 송캠프에 참여하게 되었는데, 그때 곡을 많이 만들었어요. 그게 앨범을 준비하게 된 시작이었어요. 곡을 만드는 탄력을 잃지 않고 싶어서 계속 작업을 했고, 그렇게 몇 곡을 더 작업하다 보니 하나의 앨범이 되어서 릴리즈를 계획하게 되었어요.
3. [RSK] ‘아파하고 지겨울 걸 알면서도, 우리는 또다시 사랑을 한다’고 앨범 소개에서 말씀하셨어요. 인간은 왜 계속 사랑을 계속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재밌는 일화가 하나 생각나요. 더콰이엇 형이 제게 “인간이 공허함을 확실히 채우는 두 가지 방법은, 하나는 결혼, 나머지 하나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일 아닐까"라는 말씀을 하신 적 있어요. 그 말을 들은 저는, ‘사람은 어떤 형태로든 사랑을 주고받아야 살아갈 동력을 얻는다’라고 해석했죠. 사랑이란 어쩌면, 상대방이 아니라, 나를 채우기 위한 행위 아닐지 생각해요.
4. [RSK] [Sick of Love]는 2022년에 발매하신 정규 [DAFT LOVE] 이후로 1년 6개월 만에 발매하는 EP 앨범인데요. 두 앨범을 구분할 수 있는 지점은 무엇인지 궁금해요. 작업 과정을 비교해 본다면요?
[DAFT LOVE]는 '내가 사랑했던 음악들의 모음집’이라는 의미가 강했어요. 작업 기간도 2년 가까이 될 만큼 긴 시간이 소요되었고요. 그에 반해 [Sick of Love]는 컨셉츄얼한 느낌인 것 같아요. 최근에는 랩보다는 R&B와 얼터너티브 위주의 노래들을 들었는데, 그러한 경향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었어요. 최근의 취향이 잘 담겨있는 틀 같아요.
5. [RSK] [DAFT LOVE]는 2년이 걸렸군요. 이번 앨범의 작업 기간은 얼마나 됐나요?
3개월 정도 걸린 것 같아요.
6. [RSK] 또한 지난 앨범에 비해서 본인이 이런 면에서 성장했다, 하는 지점은 어디일지도 궁금하고요.
음.. 덜어냄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미니멀한 느낌을 표현하려고 많이 신경썼어요! 수정 작업도 되도록 안 하려고 했고, 처음 만들었을 때의 느낌을 충분히 담으려고 애썼습니다.
7. [RSK] 이번 앨범에 참여한 아티스트 중 새롭게 눈에 띈 분은 미노이였어요. 2번 트랙인 <그래서 그랬어>에서 함께 하셨는데요. 두 분은 어떻게 작업하게 되셨나요?
예전에 릴러말즈의 작업실에 놀러 갔던 적이 있어요. 릴러말즈가 미노이와 같이 작업을 많이 하던 시기였어요. 저도 합류해서 몇 곡을 만들었고, 그중 한 곡이 <그래서 그랬어>에요. 미노이는 정말 탁월한 가수예요. 목소리의 형태가 무척 다양하고, 상황과 곡에 맞추어 목소리를 선택하는 느낌이었어요. 멋진 곡을 함께 하게 되었고, 결과물이 만족스럽습니다.
8. [RSK] 릴러말즈, 죠지와는 여러 번 호흡을 맞추고 있어요. 릴러말즈와 죠지, 이 두 사람은 어떤 동료인가요?
둘은 성향이 비슷하면서도 달라요. 그래서 재밌어요. 작업 스타일을 예로 들면, 릴러말즈는 모두가 알다시피 ‘미친 허슬러 스타일’이라고 볼 수 있죠. 그에 비해 죠지는 여유로운 스타일인 것 같아요. 기분 내킬 때 한 곡씩 쓰는 편이랄까요..? 근데 결과물이 정말 좋으니 죠지만의 작업 스타일을 인정할 수밖에요. 그래서 작업 후 릴리즈까지의 시간이 꽤 걸리기도 하죠. 릴러말즈와 죠지는 작업 방법이나 재능도 무척이나 달라요. 한 가지 확실한 건, 함께 있을 때 재미있고, 배울 게 많은 사람들이에요.
9. [RSK] 프로듀서로서 작업 방식 노하우나 본인만의 프로세스가 있는지 듣고 싶습니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아티스트와의 호흡’인 것 같아요. 그리고 프로세스라고 하면.. 작업 전에 그들을 관찰하는 게 첫 번째예요. 그 이후로는 조금씩 차이가 나요. 앨범이나 프로젝트의 성격에 맞춰서 작업 과정도 달라지거든요. 정해진 루틴이나 프로세스는 딱히 없어요. 그동안 고수했던 방식을 집어던지고 새로운 방법을 찾기도 하고요. 유연함이 제 프로듀싱의 특징일 수도 있겠네요.
10. [RSK] 프로듀서에게 가장 필요한 자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성실함’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오래 앉아서 꾸준하고 성실히 음악을 하는 프로듀서가 살아남는다는 생각이 들어요. 본질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것 같아요.
11. [RSK] 작년 한 해의 음악 트렌드만 해도 음악 생성 AI, 스페드 업 등 다양한 것들이 있었어요. 보이콜드 님의 눈으로 현재 음악 산업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요?
빠르게 변하는 업계가 혼란스럽다고 느껴질 때도 있어요. 그런데 사실 이 감정은 매년 느꼈던 것 같아요. 이 상황에서 내가 뭘 해야 할까, 라는 고민은 시대 불문 모든 예술가가 해온 고민일 테니까요. 현재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성실하게 선보이는 일 아닐까 싶어요.
12. [RSK] 여담이지만 인스타그램을 보니 제이홉과 함께 찍은 사진이 있더라고요. 두 분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되었을지도 궁금했어요.
제이홉 님의 [Jack In The Box] 앨범 발매 즈음에, 리스닝 세션에 초대하고 싶다는 DM을 받게 되었어요. 그 계기로 인연이 시작되었죠. 마침 저도 하루 이틀 차이로 앨범을 발매할 예정이어서, 제 앨범도 들려드리고 싶다고 제이홉 님께 링크를 보내드렸고요. 링크 보내드린 다음 날, 정말 길고 자세한 피드백과 감상평이 왔어요. 깜짝 놀랐죠. 곡마다 자세한 생각을 써주신 분은 처음이었어요. 진심으로 음악을 사랑하고 아끼는 분이라고 생각했어요. 여전히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13. [RSK] 마이클 잭슨, 에이미 와인하우스 등 현존 여부와 무관하게 작업이 가능하다고 가정해 볼 때, 보이콜드님은 어떤 아티스트와 협업해 보고 싶나요?
퍼렐 윌리엄스요!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떻게 작업하는지 직접 들어보고 싶어요. 그의 행보에 담긴 노하우가 너무 궁금해요. 그리고 그의 옆에서 작업해 보는 게 마냥 불가능한 일이 아닐 거란 생각도 해요. 제가 노력한다면 어쩌면... 몇 년 안에 가능하지 않을까요? 열심히 음악 하겠습니다.
14. [RSK] 프로듀서에게 명함은, 그동안 작업한 곡들일텐데요. 보이콜드에게 명함 같은 곡은 무엇인가요?
최근 명함이 바뀌었어요. 제 새로운 명함은 <Cold outside, Love>로 하고 싶어요. 요즘 제 바이브와 가장 닮아 있는 곡이에요. 함께 해 준 JUNNY! 언제나 고마워.
15. [RSK] 보이콜드의 올해 계획은?
우선 1월 31일에 [Sick of Love]를 발매하고, 정규 2집도 올해 안에 내자는 계획을 가지고 있어요. 앨범 제목과 컨셉을 한참 전에 정해놓은 상태거든요. 아직은 스포하지 않으려고요. 올해 저와 AT AREA의 행보를 주목해 주세요. 재미있는 해로 만들어 보겠습니다!
16. [RSK] 음악과 별개로, 개인적으로 갖는 최종 목표는 무엇인지도 궁금합니다.
지금보다 더 많은 ‘자유’를 갖기입니다. ‘자유'가 의미하는 게 경제적인 부분이라면 돈을 더 많이 벌어야 할 테고, 음악을 뜻한다면 기술과 경험을 많이 습득해야겠죠. 제가 원하는 것들을 언제나 자유롭게 펼칠 수 있는 날이 많으면 좋겠어요. 지금까지 제 인터뷰를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2024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Photographs by AT A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