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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예술은 아주 신성하고, 고귀한 것이다

 

브랜디 전기(ブランデー戦記)의 첫 번째 정규 앨범 [BRANDY SENKI]가 마침내 세상에 공개되었다. 지금까지의 밴드 활동의 하나의 집대성이자, 이번 작품을 통해 세 멤버는 유니버설 시그마에서 메이저 데뷔를 이루었다.

이번 앨범을 통해 처음으로 브랜디 전기의 록을 접하게 될 사람들도 분명 많을 것이다. 동시에, 이미 세 사람의 음악에 심장을 꿰뚫린 리스너들에게도, 이 작품이 그려내는 간절한 ‘사랑’을 둘러싼 장대하고 심오한 서사를 통해, 이 밴드가 가진 진정한 가치를 다시금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새로운 출발선에 막 선 세 멤버를 만나, 이번 작품에 담긴 마음과, 그 전반을 관통하는 '예술'에 대한 각오, 즉 예술에 몸담는 자로서의 결의에 대해 이야기 나누었다.

 

Photo = Makura Asami

Text = Tsuyoshi Matsumoto

Editor = Hiroo Nishizawa

 

 

■ 한 사람의 특별함은 모두의 특별함

 

[RSJ] 여러분은 언제부터 정규 앨범을 만들 생각을 하게 되었나요?

 

보리 (드럼): 작년 여름이 끝난 무렵쯤부터였어요. 뭐랄까, 레코딩 러시는 아니지만 프리프로덕션 하고, 레코딩 하고… 그런 흐름이 계속 이어졌거든요. 그쯤부터 “이 곡들을 어떤 식으로 앨범에 담을까”를 생각하게 된 것 같아요.

 

미노리 (베이스·코러스): 그 당시엔 "앨범을 만들자!"보다는 “한 곡 한 곡 해나가자”는 마음에 가까웠던 것 같아요. 그래도 앨범 구성 작업을 하면서, 저도 역시 하나의 작품으로서의 ‘앨범’이라는 형태를 굉장히 좋아하기 때문에, 그 감각을 소중히 여기면서 수록 순서 등을 함께 고민해 나갔어요.

 

 

[RSJ] 결과적으로 총 13곡이 수록된, 혼신을 다한 작품이 완성됐습니다. 이번 작품의 제목으로 밴드명을 그대로 사용한 건 자연스러운 흐름이었을까요?

 

하즈키 (기타·보컬): 셀프 타이틀을 붙일 수 있는 기회는 정말 한정적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야말로, 마치 명함처럼 쓸 수 있는 첫 번째 풀 앨범이 완성된 이 타이밍에 밴드명을 제목으로 삼는 건 정말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했어요.

 

미노리: 저도, 지금까지의 활동을 전부 담아낸 한 장이 되었다고 생각해서 찬성했어요.

 

 

[RSJ] 수록곡이나 곡 순서를 결정할 때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요?

 

하즈키: ‘브랜디 전기’라는 밴드를 처음 접하는 사람이 이 앨범을 처음 집어 들고, 처음 재생했을 때 어떤 인상을 받을까—이걸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며 구성했어요. 감각적인 이야기이긴 한데요, 그런 흐름 속에서 타이틀곡인 <Fix>의 위치를 어디에 두는 게 좋을까 고민하다가, 결국 12번째 곡으로 정했어요.

 

 

[RSJ] 마지막에서 두 번째 트랙이네요. 1번 트랙 <The End of the F***ing World>의 도입부에는 ‘저주는 사랑과 뭐가 다른지 아직 모르겠어’라는 가사가 나오고, 12번 트랙 <Fix>에서는 그에 상응하는 듯한 ‘전부가 사랑이었으니까 괜찮았어’라는 가사가 나옵니다. 이 곡은 이번 앨범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곡이라고 느꼈습니다.

 

미노리: 저도 <Fix>는 12번 트랙이 딱 좋다고 생각했어요. 곡 순서를 정할 때, 지금까지 다양한 앨범을 들었던 경험을 되돌아봤거든요. 어떤 아티스트의 앨범을 들었을 때, 대표곡이 끝에서 두 번째에 배치돼 있었고, 그 뒤에 마치 후기를 담은 듯한 곡이 이어졌는데 그게 정말 인상 깊었어요. 이 <Fix>라는 곡도 뒤에서 두 번째 자리에 두면 정말 잘 어울릴 것 같다고 느꼈어요.

 

하즈키: 13번 트랙인 <Untitled>는 정확히 말하자면 13번째 곡이라기보다는, ‘후기’ 같은 역할이 될 수 있을 거라고 말했어요. 그때 미노린이 말하길, 이 앨범은 밴드 사운드로 계속 이어지다가 마지막에 이 곡에서 독창으로 ‘혼자가 된다’. 그런 의미에서 이 곡이 마지막에 오면 마치 후기를 읽는 듯한 느낌이 되지 않을까 싶었어요.

 

 

[RSJ] 미노리 씨도 하즈키 씨처럼 <Fix>를 12번 트랙에 두는 게 좋다고 생각했죠. 이 곡은 밴드에게 어떤 의미를 가진 곡일까요?

 

미노리: 물론 모든 곡이 멋지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마음을 파고드는 곡이에요. 이게 잘 전해질지는 모르겠지만, 이 곡을 진심으로 전달하려 할 때, 굉장한 에너지가 소모되는 곡이라고 느껴요. 그런 의미에서 ‘무게감’이 있는 곡이죠. 하즈키는 항상 라이브에서 이 곡을 연주할 때 “특별한 곡입니다”라고 말하고 연주를 시작하는데요, 역시 ‘한 사람의 특별함은 모두의 특별함’이라는 말처럼, 그런 의미에서도 아주 애착이 가는 곡이에요.

 

하즈키: 이건 모든 곡에 해당되는 이야기이긴 하지만, 곡의 씨앗을 만들 때, 저 자신을 포함해서 소중한 사람들을 상처 입힐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곡을 쓰거든요. 저는 그런 점이 예술에 있어 굉장히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해요. <Fix>는 그 요소가 특히 강하게 담긴 곡이에요. 그런 의미에서 정말 ‘특별한 한 곡’입니다.

 

 

 

■ 브랜디 전기의 핵심

 

[RSJ]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음악이 있고, 그 중에는 ‘무색무취’한 팝송도 많습니다. 좋게 말하면 누구에게나 편하게 들릴 수 있지만, 나쁘게 말하면 약도 독도 되지 않는 음악이기도 하죠. 그런데 브랜디 전기의 음악은 그런 부류와는 전혀 다르다고 생각해요. 어떤 이에게는 약이 될 수도, 누군가에겐 독이 될 수도 있는—어쨌든 청자에게 강한 자극을 주는 음악입니다. 이런 표현을 전했을 때, 혹은 작품으로 보여줬을 때, 누군가는 상처받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은, 크든 작든 많은 아티스트가 품고 있는 감정일 거예요. 조금 전 하즈키 씨가 ‘소중한 사람을 상처 입힐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곡을 쓴다’고 했는데, 진지하게 표현과 마주한다는 것은 그만큼 깊은 각오를 필요로 하는 일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하즈키: 저는 예술이라는 건 굉장히 신성하고 고귀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감상자 입장에서도 일정 수준 이상의 각오가 없으면 쉽게 접해서는 안 되는 존재라고 느껴요. 저는 늘 그런 마음가짐으로 예술을 대하고 있고, 제가 표현을 할 때도 그에 걸맞은 자세로 마주하고 싶고, 끝없이 노력하고 싶어요.

 

 

[RSJ] 세상에는 리스너를 위한 음악을 만드는 아티스트도 많지만, 브랜디 전기는 조금 다르게 느껴졌어요. '예술은 때때로 상대를 상처 입힐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밴드를 처음 시작할 때부터 지금까지 하즈키 씨 안에 꾸준히 자리 잡고 있었던 걸까요?

 

하즈키: 작사·작곡을 할 때는, 가장 먼저 '나 자신을 위해서'만 곡을 써왔어요. 그렇지 않은 곡을 써보려 한 적은 한 번도 없어요. 우리를 위한 곡이니까, 결과적으로 더 깊이 있게 청자에게 닿는다고 생각해요. 청자를 의식해서 다가간다기보다는, 그냥 우리가 만든 것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는 거죠.

 

 

[RSJ] 하즈키 씨의 일관된 작곡가로서의 태도를, 두 분은 어떻게 보고 있나요?

 

미노리: 들어보시면 아시겠지만, 하즈키는 니르바나 같은 뚜렷한 음악적 뿌리가 있으면서도 여러 장르를 자유롭게 넘나들어요. 그렇지만 중심은 절대 흔들리지 않죠.

 

보리: 핵심적인 부분은 아마 처음부터 지금까지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그 변하지 않는 무언가가 바로 ‘브랜디 전기’의 핵심이 아닐까 싶어요. 그리고 그 상태에서 진화하고 있다는 게 중요하죠. 장르에 얽매이지 않고 정말 자유롭게 음악을 흡수하면서 해나가는 모습이 멋져요.

 

 

 

■ 새로운 출발점

 

[RSJ] 이번 앨범은 1번 트랙 <The End of the F***ing World>의 '저주와 사랑의 차이를 모르겠다'라는 가사로 시작해, 마치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여정처럼 곡이 전개되어, 12번 트랙 <Fix>에서 '전부가 사랑이었기에 괜찮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그리고 마지막엔 후기도 존재하죠. 해석은 듣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그런 감동적인 서사를 앨범 전체에서 느끼는 사람도 분명 많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하즈키: 지금 말씀해주신 이야기가 정말 멋지고, 저도 새삼 깨닫게 됐어요. 가사에 담긴 이야기 흐름, 이 곡 다음엔 이 곡이 와야 한다—이런 구성을 굉장히 고민했거든요. 하지만 동시에 사운드 면에서도 얼마나 자연스럽게 흘러가는가, 얼마나 청자를 끌어들이는가도 많이 신경 썼어요. 초반에는 듣기 쉬운 곡, 재미있고 설레는 곡을 배치했고, 후반부에는 가사가 점점 더 강해지고, 표현도 직접적으로 변해가면서, 에너지가 안으로 향하도록 구성했어요. 개별 곡으로 들을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을 전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RSJ] 첫 번째 정규 앨범을 완성한 지금, 앞으로의 발걸음에 대해 어떤 예감을 가지고 있가요? 이번 작품을 계기로 밴드의 ‘모드’나 ‘마인드’가 변한 부분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하즈키: 이번 앨범 발매를 계기로 메이저 데뷔도 하게 되었고, 다시 한 번 ‘새로운 출발선’에 서게 된 기분이에요. 소중한 중심축은 그대로 유지하되, 늘 진화하고 싶어요. 그게 밴드에게도 굉장히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앞으로도 계속 리스너를 설레게 만들 수 있는 진화를 해가고 싶어요.

 

보리: 솔직히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진짜 모르겠어요. 그런데 그야말로 "To Be Continued"… 계속된다는 느낌이에요. 또 새로운 걸 시작하게 될 수도 있고, 뭐가 됐든 뭔가가 시작될 거예요. 저희도 그게 뭘지 굉장히 기대돼요.

 

 

 

브랜디 전기의 다양한 화보 이미지와 인터뷰 전문은 추후 발간될 롤링스톤 코리아 15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A full interview with Brandy Senki will be featured in the upcoming issue of Rolling Stone Korea Vol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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