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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오드리 누나(AUDREY NUNA)’라는 자유로움에 관한 탐구

“떨어질 수도, 날아갈 수도 있다는 관점은 되게 사람을 자유롭게 만드는 것 같아요.” 서울에서 만난 오드리 누나가 <Cellulite> 뮤직비디오를 설명하며 들려준 말이다. 영상 속 주인공인 오드리 누나는 추락하거나 하늘을 비행하고 있거나 둘 중 하나인데, 그녀가 어떤 상황인지는 콕 짚어 얘기하기 어렵다. 모호하게 보이도록 연출된 영상이기 때문이다. 해석의 여지가 많은 이미지를 보며, 우리(오드리)의 마음에 불현듯 스치는 생각. 인생은 뜻대로 흐르는 법이 없으니 (삶의 많은 요소들은 생각보다 자주 우리를 낭떠러지로 떠밀고, 또 그만큼이나 빈번하게 우리가 날아오르도록 만든다) 뜻이 없는 걸 뜻으로 삼는 건 어떨까?
오드리 누나는 어디까지나 미묘하다. 음악 스타일, 삶에 대한 태도, 가치관 등 그녀가 손에 쥔 것은 모두 ‘자유’라는 키워드 위에 포개어진다. 이번 인터뷰는, 오드리 누나라는 예술가의 손바닥을 에워싸는 환한 빛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읽어낸 것들을, 고스란히 담아낸 기록이다. 



1. [RSK] 안녕하세요, 오드리! 만나서 너무 반가워요. 예전에 롤링스톤 코리아와 함께했던 인터뷰가 벌써 2년 전이네요. 독자 여러분께 자기소개를 부탁드리겠습니다.


그게 벌써 2년 전인가요? 말도 안 돼요. 시간은 정말 이상하다니까요. 제 이름은 오드리 누나(AUDREY NUNA)예요. 24살이고요. 가장 좋아하는 색깔은 핑크색이며, 이렇게 다시 서울에 오게 되어 매우 기뻐요.



2. [RSK] 지난 9월과 10월에는 북미 투어를 하셨죠. 투어 과정 중에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정말 재미있는 투어였어요. 한번은 공연 중간에 멈춰야 했던 날이 있었어요. 관객들 사이에서 싸움이 일어났기 때문이죠. 아마 미시간이었던 것 같은데, 그런 일은 처음이었어요. 절대 못 잊을 거 같아요. 재밌는 건 제가 이 일에 대해서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았는데, 그런 비슷한 일이 일어나는 장면을 담은 유튜브 링크를 아버지께서 카톡으로 보내주셨다는 거예요. 또 쉬림프 앤 그리츠(Shrimp & Grits: 새우와 굵게 빻은 옥수수를 함께 먹는 미국 남부 전통 음식)를 먹은 것도 기억이 나네요. 되게 맛있었어요.



3. [RSK] 가장 최근에 발매된 싱글 <Cellulite> 얘기로 들어가 볼게요. 먼저 어떤 곡인지 간단하게 설명해 주신다면?


<Cellulite>는 몇 년 전 캘리포니아 조슈아 트리의 사막에서 친구들과 함께 쓴 곡이에요. 삶에서 불필요한 것들을 제거하는 내용이에요. 자신에게 해가 되거나, 자신을 짓누르는 것들을 버리는 이야기죠. 친한 동료들과 재밌게 작업한 곡이었어요. 몇 년 동안 금고에 보관했던 노래를 마침내 꺼내게 되어 기뻤답니다.



4. [RSK] 흥미롭네요. 조슈아 트리 장소에서의 작업은 오드리의 아이디어였나요?


맞아요. 우리는 집을 얻었고, 일주일 동안 머물렀어요. 요리하고, 음악을 듣거나 만드는 일을 계속하면서요. 제가 요즘 작업하고 있는 곡들은 다 그때 만들어졌죠. 



5. [RSK] 그리고 셀룰라이트는 말 그대로 '지방'을 가리키는 의미로 쓰였군요. 


맞아요. 여기저기 셀룰라이트에 대한 광고가 너무 많다고 생각했어요. 지방을 줄이고, 더 날씬해지자는 광고들요. 그런 생각이 드는 한편, 셀룰라이트를 삶 속의 인간관계나 내면의 감각으로 연결 짓는 사람들은 많이 없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흥미로운 콘셉트겠다 싶었고요.  



6. [RSK] 뮤직비디오는 Zac Dov와 함께 작업하셨는데, 두 분의 작업 진행은 어땠나요?


너무 재미있었어요. 제 뿌리로 돌아가는 것 같았어요. 마치 집에서 영상을 다시 만들던 19살 때로 돌아간 느낌이었어요. 저예산으로 재밌게 즐기며 진행된 프로젝트였지만, 교훈을 하나 얻었는데요. 자원이 적을 때 가장 좋은 결과물이 나오기도 하는 것 같아요. 그리 생산적인 결과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컨셉을 구상하려고 노력하는 것만으로 충분히 특별하다고 생각해요.




7. [RSK] 멋지네요. 그리고 두 분이 90년대 힙합 영상을 많이 참고하셨다고 들었어요. 그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저는 늘 90년대 힙합의 미학에서 큰 영감을 받았어요. 이번에는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영상의 주인공이 날고 있는지 아니면 떨어지는지 궁금하게 만들고 싶었어다. 날아다니는 것과 떨어지는 것의 개념은 거의 비슷하니까요. 그래서 파사이드(The Pharcyde), 하이프 윌리엄스(Hype Williams), 미시 엘리엇(Missy Elliot)을 많이 참고했어요. 그리고 힙합은 아니지만 자미로콰이(Jamiroquai)의 <Virtual Insanity>도요. 저희는 시간과 사물이 움직이는 방식, 운동 에너지를 갖고 노는 아이디어를 좋아하거든요. 비스티 보이즈(Beastie Boys)의 <Intergalactic>랑 스파이크 존즈(Spike Jones)처럼요. 이런 데에서 많은 영감을 얻었어요. 



8. [RSK] 오드리 누나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멋진 뮤직비디오인데요. 마치 잘 차려입은 옷처럼, 음악을 한층 완성도 있게 마무리해 주는 것 같아요. 뮤직비디오를 만들 때 어떤 것에 중점을 두는지 듣고 싶어요. 우선순위가 뭔가요?


일단 최대한 많은 콘셉트를 생각해 내려고 해요. 그 후에는 이야기를 전달하고, 시각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하죠. <Cellulite> 때도 그랬어요. 말씀드렸다시피, 저희는 주인공이 날아갈 수도 있고, 떨어질 수도 있다는 해석이 가능한 이미지를 그리고 싶었어요. 왜냐하면 인생에서 우리는 저점을 찍을 때가 있고, 상황이 이상하게 흘러간다 싶을 때도 있으니까요. 떨어질 수도 날아갈 수도 있다는 관점은 되게 사람을 자유롭게 만드는 것 같아요. 콘셉트부터 시작해서 시각적으로 흥미로운 무언가를 구축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요즘 제가 시도하는 방식이에요.



9. [RSK] 다른 인터뷰에서 '유일하게 하고 싶은 일이 음악'이라는 것을 알았다고 하셨는데요, 이 강렬한 느낌은 언제부터 시작됐을까요?


7살 때쯤인 것 같아요. 그즈음부터 노래를 불렀어요. 



10. [RSK] 그럼 어렸을 때부터 노래하는 걸 좋아하셨나요?


네, 항상 너무 좋았어요. 초등학교 2학년 때 선생님인 미스 바거스가 노래를 시키셨던 게 기억나요. 선생님은 모두에게 노래를 부르게 했어요. 제가 잘 불렀는지는 모르겠지만, 저보고 계속 연습하라면서 격려해주셨어요. 



11. [RSK] 와, 오래 전일인데도 여전히 이름을 기억하시네요? 신기해요. 


맞아요. 절대 잊지 못하죠. 감사해요 미스 바거스!



12. [RSK] 사회적, 문화적으로 통용되는 ‘일반’이라는 단어와는 거리가 있는 커리어를 쌓고 계세요. 어린 시절의 성장 환경도 자유로운 기질에 영향을 주었나요?


네, 어머니가 정말 개방적이세요. 어머니는 11~12살 무렵 브롱스로 이사했고 그곳에서 자라셨대요. 당시 조부모님께서 직접 돌봐주실 상황이 아니었나봐요. 그래서 삶을 어떻게 살고 싶은지 본인이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으셨어요. 그렇게 자란 어머니는 저 역시 ‘내가 원하고, 행복해지는 일'을 생각하도록 키우신 것 같아요. 전통적으로, 특히 많은 아시아 가정에서는 이런 케이스가 많지는 않거든요. 열심히 일하며 공부하고, 의사와 변호사와 같은 전문직을 갖는 게 더 중시되고는 하니까요. 하지만 어머니는 제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좋아하셨어요. 부모님 모두 꿈을 중시하는 성향이라는 점에서, 전 정말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13. [RSK]  흥미롭네요. 여러 아시아 가정을 보면, 보수적인 가치관을 지닌 부모님들이 미국보다 상대적으로 많은 것 같더라고요. 


네, 물론이죠. 100퍼센트요. 많은 친구들이 부모님 때문에 꼭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에요. 저는 그것이 어디서 왔는지 완전히 이해해요, 특히 이민자 가정에서 오는 것 같아요. 부모님은 저희에게 안정감을 주기 위해 그렇게 열심히 일하시는 것 같아요. 부모님이 왜 우리도 그렇게 안정적으로 살아가기를 원하시는지도 이해해요.

그러나 저는, 예술 활동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을 보며 자라는 다음 세대의 아시아계 미국인 아이들에게는 훨씬 큰 자유가 주어진다고 생각해요. 이게 유일한 예시는 아니겠지만, 미디어와 인터넷에서 더 많은 아시아인을 보는 것만으로도 확실히 도움이 될 것 같아요.




14. [RSK] 음악은 특정한 순간을 붙잡아두는 테이프 같다고 저는 생각하는데요. 오드리의 경우에는, 데니스 윌리엄스의 <Free>를 들으면, 음악 작업하던 스튜디오에서 NYU 기숙사로 돌아가던 새벽 버스가 떠오를 것 같아요. 이런 맥락에서, 오늘을 기억나게 해줄 노래는 무엇인가요?


오늘 인천 공항에서부터 제 에어비앤비까지 Daft Punk의 [Random Access Memories (Drumless Edition)]를 많이 들었어요. 앨범에 수록된 <Within>을 들었는데, 이 노래 정말 대단한 거 같아요.



15. [RSK] 인간은 바다와 우주의 아주 작은 부분만 알고 있다고 하죠. 만약 바다와 우주의 비밀을 배울 수 있다고 가정한다면, 어느 쪽이 더 궁금한가요?


저는 이 질문이 정말 마음에 드네요. 개인적으로는 우주에 더 관심이 있지만, 둘 다 정말 매력적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우주를 고를래요, 왜냐하면 미지의 정보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죠. 

또한 저는 굉장히 실존주의적인 사람이에요. 매일 아침 눈을 뜨면 존재에 관련된 생각들을 해요. ‘이건 뭘까? 우리는 이 지구에서 뭘 하는 걸까?’ 이런 의문들을 이해하는 데에는 우주가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흥미롭기도 하고요. 에디터님은요?



16. [RSK] 저는 바다라고 대답할래요. 그래서 우리가 같이 비밀을 공유할 수 있게요.(웃음)


좋네요. 그 전략 마음에 들어요. 



17. [RSK] 그리고 저는 고래를 정말 좋아해요.


오, 제 부모님이 가장 좋아하는 동물도 고래예요. 어머니는 범고래를 무척 좋아하고, 아버지는 항상 날개 단 고래를 그리셨어요. 드리머(dreamer)다운 그림이었죠. 



18. [RSK] 하늘을 나는 고래라니, 정말 멋있어요. 또 고래의 흥미로운 점은 덩치가 엄청 큰데 플랑크톤처럼 작은 생물을 주식으로 삼는다는 거예요. 한꺼번에 많이 먹긴 하지만요. 


맞아요. 그리고 등에서 엄청난 양의 물을 뿜어내는 것도 정말 신기한 거 같아요. 또 신기한 동물이 누구 있는지 아세요? 바로 문어예요. 혹시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의 문어 선생님> 보셨나요? 꼭 보셔야 해요. 문어가 꼭 외계인 같더라고요. 정말 똑똑하고 대단해요. 얘기하다 보니 바다와 우주는 확실히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19. [RSK] 2023년을 되돌아보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많은 재건과 성장, 회복이 있었어요. 그리고 배움과 스트레칭. 



20. [RSK] 내면의 마음을 회복하는 것 같은 자신만의 방법이 있나요?


최근에 아침 명상을 시작했어요. 솔직히 말하자면 열심히 하진 못했어요. 여행 다니고 하느라 빼먹기도 했거든요. 근데 정말 큰 도움이 돼요. 명상과 일기.



21. [RSK] 일기도 쓰시는군요. 그건 어때요?


네, 자유롭게 쓰는 편인데요. 하루에 5분 만에 내면의 세계를 바꿀 수 있다는 건 정말 놀라워요.



22. [RSK] 벌써 마지막 인사를 할 시간이 되었네요. 아쉽지만 마지막으로 질문드려볼게요. 오드리 누나의 다음 행보는 무엇일까요?


다음 단계라. 그냥 세계 정복인 것 같아요. 그리고 오늘 엄청 맛있는 한국 음식 먹기도요.



23. [RSK] 혹시 또 좋아하는 한국 음식 있나요?


냉면, 갈비, 곱창을 좋아해요. 솔직히 저는 한식이라면 다 좋은 것 같네요. 설렁탕도 맛있어요. 



24. [RSK] 냉면과 갈비를 같이 드셔본 적 있나요? 그 조합 정말 최고거든요. 


네, 먹어봤는데 맛있었어요. 한식이 최고예요. 



오드리 누나와 함께한 인터뷰 전문과 다양한 화보 이미지는 곧 발간될 롤링스톤 코리아 12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PHOTOGRAPHS BY 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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