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수한 예술가가 세대를 거치며 사랑에 대해 묘사했다. 누군가는 감출 수 없는 감기로, 어떤 이는 한순간 내려치는 번개에, 또 혹자는 시간을 들여 피워내는 꽃을 통해 사랑을 말했다. 사랑에 빠진 순간, 잠비노는 삐걱거리는 자신을 발견했다. 그리고 깨달았다. 어쩐지 평소와 다르게 뚝딱거리는 몸짓, 버벅대는 말투가 사랑의 전조증상이라는 것을. 좀처럼 맘대로 되지 않는 스스로를 관찰하며 새 노래를 쓴 잠비노와 그렇게 탄생한 <위급>. 그가 보내온 노래를 들으며 곡을 둘러싼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근래 가장 다급했던 순간, 노래가 시작된 계기, 이 곡과 함께한 사람들에 대해서.
1. [RSK] 요즘 어떤 것들에 빠져 지내요? 일단 ‘토롱이’ 티셔츠를 입은 ‘주미겨레단’인 것 같던데요.
제가 TV를 안 본 지 오래됐는데 ‘지구오락실’은 아, 재밌더라고요. 그리고 저는 더 이상 주미겨레단이 아닙니다. 그냥 모두를 응원하고요. 개인적으로는 주미 님, 후신 님 좋아합니다. 행복하세요.
2. [RSK] 유독 헬로키티 아이템도 많죠? 키티 프사, 키티 기타, 키티 그립톡… 잠비노에게 키티란 어떤 의미예요?
제 모든 타투를 작업해주신 완타투라는 형이 계시는데, 그 형이 진짜 만화 캐릭터 같은 분이어서 유심히 살펴봤어요. 보다 보니 헬로키티 그립톡을 쓰시더라고요. 그때 ‘오 멋있다!’ 생각해서 따라 샀는데 그 후로부터 시작된 것 같아요. 디자인적으로도 완벽하지 않나요? 몇 개의 선으로 이렇게 귀여운 고양이가 탄생한다는 게… 정말 경이로워요. 질문이 뭐였지? 아, 헬로키티는 저한테 “하느님이다!” 왜냐면 타투를 그렇게 해버려가지고요.
3. [RSK] 잠비노라는 이름은 무슨 뜻이고, 어떻게 얻게 됐어요?
‘차일디시 갬비노’에서 제 성인 ‘정’의 ‘J’를 따와 ‘잠비노’로 정했습니다. 제일 좋아하는 사람도 아니에요. 근데 그냥 멋있잖아요. 타투도 있어요. 이것도 그냥 했어요.
4. [RSK] 평소엔 어떤 음악을 들어요? 잠비노와 에잇볼타운을 관통하는 키워드인 싱잉 랩, 펑크, R&B, 힙합 같이 평소에 만들고 부르는 음악과 비슷해요, 아니면 전혀 다른 음악들이에요?
저는 그냥 좋다 싶으면 끝이에요. 장르도 잘 몰라요. 근데 사실 요즘엔 음악을 잘 안 들어요. 항상 음악을 만드니까 작업하면서도 수백 수천 번씩 듣고, 만들고 나서도 계속 들어보고 하니까 작업 안 할 땐 좀 꺼두고 싶나 봐요. 그래서 누가 요즘 뭐 듣냐고 물어보면 잘 안 떠올라요. 전에는 꼭 몇 명씩 있었고 계속 바뀌었거든요. 이러면 안 되는데… 듣는 게 큰 힘인데… 큰일이에요.
5. [RSK] 신곡의 제목은 <위급>이에요. 최근 가장 위급하다고 느꼈던 순간을 떠올려 본다면?
하… 위급했던 순간이라…… 며칠 전 약속 시간을 너무 넘겨버려서 댈 핑계조차 없었을 때… 그리고 새벽 2시가 되기 직전 배달의 민족에서 주문하려고 메뉴 후다닥 골랐을 때?
6. [RSK] <위급>은 어떻게 만들게 됐어요?
그냥 뭐 사랑 노래예요. 사랑 노래이긴 한데… 잔잔하기보단 신나는 사랑 노래를 만들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시작된 거고 “네가 죽을 만큼 좋다~” 이거죠. “너 때문에 죽겠다. 위급상황이다~ 위급!” 이런 거죠.
7. [RSK] <쇼미더머니11> 인연이죠? 신곡 피처링으로 박재범 님이 나서주셨어요. 피처링 제안은 어떻게 드렸어요?
같이 공연하는 날이었는데 슬쩍 옆으로 가서 들려드렸죠. 그런데 사실 그건 다른 곡이었어요. 저는 본선 1차, 2차 둘 다 재범이 형이랑 무대한 적이 없었거든요. 그래서 “형 저희가~ 음원 미션 말고는 같이 곡을 한 적이 없잖아요” 하면서 부탁드렸죠. 그렇게 새로운 곡을 다시 들려드렸고, 그게 <위급>이 된 거예요.
8. [RSK] 신곡에서 가장 공들여 작업한 부분은 어디예요? 결과물은 충분히 만족스럽나요?
멜로디랑 가사에 공들이는 것 같은데, 항상. 너무 당연한 말인가? 전 제 모든 곡이 그런데, 만들 땐 너무 좋아서 다른 노래는 안 듣고 제 노래만 들어요. 근데 또 그래서 엄청 질려요. 작업할 때는 이게 신선하고 참신했는데, 수천 번을 듣다 보니 나중엔 아무 감흥이 안 와요. ‘이 노래를 내면 안 되나?’ 싶을 정도로. 그래도 노래 좋긴 좋아요.
9. [RSK] 음악 작업을 하며 생기는 고민은 없어요? 있다면 지금 고민의 주제는 어떤 키워드로 정의할 수 있을까요?
고민이요? 음… 없어요. 더 좋은 노래로 더 잘 되고 싶은 건 고민도 아니죠. 누구나 다 그럴 텐데. 그냥 저는 음악 만들 때 너무 행복하거든요. 그 감정을 느낄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그러니까 돈도 많이 벌게 해주세요!
10. [RSK] 처음 음악을 하기로 결심했던 때가 기억나요? 특별한 계기는 없었는지 궁금해요.
‘오, 이거 뭔가 잘해볼 수 있을 것 같아!’ ‘내가 일리네어의 네 번째 멤버가 될 수 있지 않을까?’하는 마음이었어요. 계기라면… 이거 했다가 포기하고, 저거 했다가 포기하고. 끈기가 없었기 때문에 음악에 닿기까지 아무것도 제대로 해내지 못한 거 아닐까요?
11. [RSK] 여러 무대를 올랐는데, 그중 특히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는지도 묻고 싶어요.
아, 이걸 어떻게 뽑지. 1차, 2차, 3차, 4차. 모든 무대가 다 특별하게 기억나요. 그래도 하나 뽑자면… 아, 못 뽑겠어요. 추억이다, 추억.
12. [RSK] 지난해 <쇼미더머니11>에서는 적녹색약임을 고백했어요. 이 시선이 음악에 영향을 미치기도 하나요?
별거 없지 않을까요? 저는 제 인생밖에 안 살아봐서 어떤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네요. 그렇게 불편하다고 생각해 본 적도 별로 없어요. 저는 미술도 색약인 걸 알면서 했어요. 크게 대수롭게 생각 안 했죠. 그만둘 핑계는 됐던 거 같네요.
13. [RSK] 음악을 하다 보면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순간도 마주할 것 같아요. 그럴 땐 어떻게 상황을 타개하고 마음을 가다듬어요?
그럴 땐 세상에서 내가 제일 바보 같고 막막한 기분을 느끼죠. ‘나 그만해야 하나?’라는 생각도 자주 해요. 상황을 타개하려면 또 작업해야죠. 작업해서 좋은 노래 만들면 ‘나 바보 아니구나! 나 사실 천재구나!’하고 자신감이 충전돼요. 무한 반복.
14. [RSK] 잠비노를 잘 모르는 이에게 잠비노의 곡을 딱 하나 추천한다면?
<M.F.G> 들어보세요. 엄청 좋아요. 좋더라고요, 저는. 제가 직접 찍고 편집한 뮤직비디오도 있거든요. 잘 봐주세요.
15. [RSK] 음악을 하기 전과 지금, 어떤 점들이 달라졌나요.
성격이 엄청 바뀌었죠. 조용하고 착해졌습니다. 그렇다고 시끄럽고 나쁜 사람은 아니었는데요. 그렇게 됐어요.
16. [RSK] 이다음엔 언제, 어떤 곡으로 돌아올 계획이에요?
제 첫 번째 정규 앨범을 만들고 있습니다. 노래들 엄청 좋거든요. 저 준비됐습니다.
17. [RSK] 잠비노가 소망하는 것 세 가지를 이야기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해 볼게요.
새 타투 새기기, 맛있는 거 먹어도 살 안 찌기, 돈 많이 벌기. 지금까지 잠비노였습니다. 파이팅!
Photographs by 8BallTow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