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천문학자인 ‘칼 세이건’은 1990년 보이저호가 태양계 가장자리에서 찍은 사진, 즉 작디작아서 푸른 점으로만 보이는 지구를 ‘창백한 푸른 점’으로 정의했다. 광활한 우주에서 유일하게 생명체가 살아갈 수 있다고 알려진 지구를 보존하며, 서로를 조금 더 사랑하고 배려해야 함을 칼 세이건은 주장했다.
‘창백한 푸른 점’은 맷 말티스(Matt Maltese)가 하는 음악과도 연결이 된다. 새 앨범 [Driving Just to Drive]에서 그는 ‘무의미함’을 탐구한다. 미래나 과거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하며, 그 속에 빠져있기보다는 그저 그냥 하는 느낌으로 살아가는 것. 인간이 오랫동안 해왔던 일을, 자신 역시 그냥 하는 일.
맷에게 행복의 정의를 묻자 ‘삶이 허락하는 한 그 여정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을 최대한 많이 찾으려고 노력하는 일’이라고 답했다. 사랑,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여정이 핵심 키워드로 자리 잡은 그. 트랙이 이어지는 동안 우리는 그의 철학을 음미한다. 무의미의 의미를 생각하며, 복잡한 고민을 잊고 현재에 존재하게 된다. 무중력 상태에서 유영하듯, 평온한 마음과 함께.
1. [RSK] 안녕하세요, Matt Maltese 님! 롤링스톤 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인터뷰 전에 롤링스톤 코리아 구독자 여러분께 인사와 인사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롤링스톤 코리아, 제 이름은 Matt Maltese이고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2. [RSK] 근황을 묻고 싶은데요, 요즘 투어 때문에 바쁘게 지내신다고 들었습니다.
네, 투어 때문에 꽤 바빴어요. 작년 말에는 미국과 영국 투어를 성공적으로 마무리 지었고 지금은 아시아, 호주 투어를 진행하고 있어요. 집에서 멀리 떨어진 해외로 나와서 관중들과 함께 하는 것이 약간은 마음이 아프기도 하지만, 저는 공연을 사랑해요.
3. [RSK] 먼저 새 앨범 [Driving Just to Drive]를 작업하면서 가장 많이 했던 생각에 대해 듣고 싶어요.
그거 좋은 질문이네요. 저는 과거를 되돌아보며 많은 성찰과 향수를 느낀다고 생각해요. 예전보다 더 깊이 파고들며, 내면을 들여다보고 싶었어요. 어릴 때의 자신을 다시 마주할 때처럼 말이죠.
4. [RSK] <Driving Just to Drive>를 들어보니 가사가 한 편의 시 같더군요. 무의미의 의미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되었어요.
‘무의미함’이란 제가 앨범에서 전적으로 탐구하려고 했던 것을 아우르는 중요한 키워드라고 생각해요. 저는 미래나 과거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하지 않을 때, 적어도 과거를 비판적이지 않은 쪽으로 생각할 때 가장 편안해요. 끝이 어디일지 생각하는 것보다 그냥 하는 느낌으로 하는 게 인간이 정말 오랫동안 해왔던 일이 아닐까 하고, 저 역시 그러려고 노력하는 것 같아요.
5. [RSK] 이번 앨범을 준비하면서 썼던 가사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이 있다면 하나만 알려주세요.
<Widows>에서 인플레이션에 대해 노래하는 것을 정말 좋아했다고 말하고 싶네요. 저는 그게 앨범에 들어가기 위한 중요한 주제라고 느꼈어요. <Suspend Your Disbelief>에서 저는 꽤 이상한 가사를 많이 썼어요. 그중 제가 지금까지 쓴 가사 중 가장 징그러운 “enema infestation waiting for a vision(관장하다 감염된 채 환상을 기다린다)”이라는 말을 썼지만 역겹게 들리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멜로디로 들리기를 바라요!
6. [RSK] 뮤직비디오 및 라이브 영상 연출이 항상 감각적이라고 느낍니다. 자동차 대리점에서 새 앨범 라이브를 한다거나, 앞서 발매한 <Florence>처럼요. 거기서는 지하철 안의 Matt 님이 하나의 곡선처럼 흐르는 모습을 자연스레 보여주죠. 이러한 연출의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는 편인가요?
앨범 만드는 내내 아이디어가 떠오른 것 같아요. 어떤 비주얼이 음악에 잘 어울릴지 계속 고민했거든요. 연출에 대해서는 너무 무겁게 생각하지 않고 가야 해요. 저는 이번 앨범을 통해 편안함을 포착하고 싶었어요. 그러려면 꽤나 현실적이고 인간적이며, 지나치게 추상적이지 않아야 하죠. 그런 이유에서 단순하게 전개되는 영상들을 만들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Live at the Dealership’ 은 제가 친구들과 노는 것처럼 느껴지길 원한 기획이었는데, 우연히 자동차 대리점이라는, 우리가 한번도 안 놀아본 공간에서 일이 진행되었어요.
7. [RSK] 당신의 음악에는 인디 팝, 인디 록 그리고 체임버 팝의 요소들이 섞여있어요. 이렇게 다채로운 컬러를 갖도록 영향을 준 아티스트가 있나요.
저는 몇 년 동안 많은 아티스트들에게 영향을 받았어요. 에디터 님이 언급해 주신 장르의 음악을 많이 들었어요. 스콧 워커(Scott Walker), 레너드 코헨(Leonard Cohen), 알더스 하딩(Aldous Harding) 같은. 록과 팝 음악의 '신화'는 제가 항상 즐겨 듣던 것이고 아마도 본받으려고 노력했을 것 같아요. 그런 웅장함들은 항상 재미있는 방식으로 마음을 움직이더라고요.
8. [RSK] 저는 개인적으로 <Everyone Adores You (at least I do)>라는 노래를 정말 좋아하는데요. 이 노래는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궁금합니다.
런던에서 여름이 끝날 무렵이었고, 사실 특정 대상이 아니라 문득 일어난 일에 대한 얘기예요. 제가 그 곡을 썼을 때 제가 사랑에 빠진 상태였는지조차 기억이 안 나요. 친구나 연인에게 세상, 일, 친구들이 그들을 사랑한다는 사실로 완전하게 안심시켜줄 수는 없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그들을 향한 제 느낌뿐이라는 감정에 가까운 곡이에요. ‘모든 사람들이 당신을 사랑한다’고 말한 후 ‘글쎄요. 그들이 정말 그러는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그들을 사랑하고, 그런다는 사실이 중요한 거죠'라고 딱 잘라 말하는 그 안도감에는 재밌는 부분이 있었어요. 굉장히 직설적이고, 조금은 바보 같으면서도 슬픈 곡이라서, 이런 식으로 연결된 곡이라는 게 정말 기뻐요.
9. [RSK] Matt Maltese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그가 음악으로 나를 몇 번이나 구해줬는지 몰라요"라는 댓글을 봤어요 당신의 음악이 사람들에게 이토록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에 어떤 기분이 드는가요.
매우 감동적이에요. 어떤 방향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지는 않고 무언가를 만들었는데, 그것이 사람들로 하여금 삶을 변화시키거나 상황에 대해서 훨씬 더 나은 기분을 느끼게 하는 것처럼 특별한 순간이 오면 낯선 기분이 들어요. 정말 놀라워요. 그게 제가 생각하는 요점입니다.
10. [RSK] 대중에게 잘 알려진 노래 <As The World Caves In>은 종말이 오면이라는 생각으로 전개됩니다. 실제 상황이라면 가사와 비슷하게 행동하실 건지 궁금해요.
그건 제가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는 상태인지 아닌지에 따라 다르지만, 그 상황에서 우리 모두는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을 찾을 거라고 생각해요. 현실은 아마 훨씬 덜 낭만적이겠죠. 두고 보자고요.
11. [RSK] 다른 인터뷰에서 ‘생각이 너무 많다’고 하셨었죠.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며 집착하다 보면 멋진 결과물이 나온다고도요. 요즘은 머릿속에 어떤 생각들을 하며 지내시나요?
저는 많은 생각을 해요. 친구의 중요성에 대해 생각하고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세상의 비극에 대해 생각하지만, 그것과 함께 삶이 저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그만큼의 친절과 사랑을 갖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점점 더 생각해 보고 있어요. 아주 느끼한 것들이죠. 워라밸과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얼마나 많은 시간을 줄 수 있고 얼마나 많은 시간을 주고 싶은지, 그리고 제가 제 일을 얼마나 사랑하는지에 대해 많이 생각합니다. 저는 무언가를 만들고 건강한 균형을 찾는 것을 좋아해요. 인생에서 이루고 싶은 것을 성취하면서 가장 큰 기쁨을 만들 수 있는 방식에 대해 많이 생각해요. 그건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는 끝없는 싸움이겠죠. 세상은 힘든 곳이니까요. 더 많은 생각들이 있지만, 다 적자면 잡지 한 권을 차지하는 양일 거예요.
12. [RSK] 더불어 요즘 관심사는 무엇인지도 궁금해요.
저는 시에 조금 더 관심이 생겼고, 몇 명의 새로운 시인들을 발견했고, 더 많은 책을 읽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지금은 <The Private Lives of Trees>(by Alejandro Zambra)이라는 책을 읽고 있어요. 요즘 날씨가 좋아져서 걷는 것에도 관심이 많고요. 매우 지루하고, 중년처럼 들리는 생각들이죠.
13. [RSK] 곧 서울 재즈 페스티벌에 서게 되며, 한국을 처음 방문할 예정이세요. 내한을 앞둔 소감이 궁금합니다.
한국에 간다는 것이 믿기지 않아요, 현실이라는 걸 믿을 수 없네요. 저는 한국이 대중문화에 있어 많은 것을 대표하는 걸 보았기에, 초청을 받았을 때 정말 영광이었고 공연이 너무 기다려집니다.
14. [RSK] 예전에 하신 말씀 중 “많은 것들은 최종 목표가 없을 때 더 나은 경험이 된다"라는 부분이 참 감동적이었어요. 한국인들 중 많은 사람들은 생애 주기별로 특정 목표를 세운 후, 그걸 이루기 위해 고군분투하거든요. 예를 들면 본인 명의 집, 차 마련처럼요. Matt 님이 정의하는 행복이란 결과보다 과정에 있는 것이지요?
맞아요, 실천이 너무 어렵죠. 때때로 우리가 이런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앞으로 더 힘든 삶을 살게 될 수 있기 때문이에요. 우리는 스스로의 ‘내일' 버전(version)에 대해서 생각하고, 내일의 내가 더 힘든 상황에 처하지 않게 하는 방법을 찾도록 강요당해요. 과정을 즐기려고 노력하면서, 당신이 어떤 과정들에 속할 것인지 현명하게 행동하는 건 미세한 균형을 유지하는 일이에요. 여기서 저는 순진하게 들리려는 의도는 절대 아니에요. 모든 사람에게 해당하는 여정이 아니라는 점 알고 있어요. 적어도 저는 그래요. ‘어떻게 집세를 계속 내야 하나' 같은 고민을 해야 하거든요. 제 생각에는 행복이란 삶이 허락할 때 그 여정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을 최대한 많이 찾으려고 노력하는 일인 것 같아요. 금전적 문제로 고군분투하는 건 많은 이들에게 현실로 들이닥친 문제일 거고, ‘drive just to drive’(맷 말티스의 신보 제목) 할 수 있는 사람들은 경제적으로 가장 편안한 상태일 거예요. 확실히 균형의 문제죠.
15. [RSK] 행복이라는 여정 속에서 Matt 님의 곁을 늘 지켜주며 응원해 주시는 분들께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나요.
정말 감사해요. 에디터 님께서 팬, 친구 혹은 가족을 의미하셨든 저는 모두에게 감사합니다. 인생에서 저를 지지해 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매우 행운이고, 인간이 지닌 친절함은 확실히 과소평가되는 경우가 많아요.
16. [RSK] 롤링스톤 코리아 역시 Matt Maltese 님께서 자유롭게 행복의 모양을 찾아가시기를 언제나 응원하겠습니다. 긴 시간 함께해주셔서 감사드리며, 마지막으로 오늘 인터뷰 하신 소감 및 끝인사를 부탁드릴게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롤링스톤 코리아. 아시아에서 공연을 할 수 있어 벅차고,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너무 감동적입니다. 가능한 한 많은 분들을 만나 뵙고,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바라요. 그럼 안녕히 계세요!
<사진 제공 - Reed Schi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