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적인 복서 무함마드 알리의 이름을 따 활동하고 있는 알리는 비록 복서는 아니지만, 한국 대중음악에서 자신만의 위치를 공고히 하고 있는 아티스트다. 가수 알리의 장점은 그 무함마드 알리처럼, 나비가 나는 듯한 보이스컬러와 벌처럼 쏘는 강력한 고음부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겠다. 이 뛰어난 가창력의 소유자는 대한민국 대중음악계에 자신의 발자국을 남기는 것에 그리 큰 고비를 겪지 않았다. 또한 이러한 가창력과 스타성을 바탕으로 뮤지컬 무대에서도 뛰어난 활약을 펼치고 있다.
이렇게 음반과 뮤지컬을 넘나들며 뛰어난 스타성을 과시하고 있는 알리는 얼마 전 회사를 차리며 새로운 출발선에 서게 되었다. 그러나 그의 뒤에는 그를 든든히 뒷받침하고 있는 그의 가족이 있다. 이제 가족과 사업체까지 갖춘 알리는 모든 것을 다 가진 채 가장 행복한 홀로서기를 완성해나가는 중이다.
1. [RSK] 안녕하세요. 알리 님, 롤링스톤 코리아와의 인터뷰를 통해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본격적인 인터뷰에 앞서 간단한 소개와 인사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롤링스톤 코리아에 처음 인사드리네요. 알리입니다~
2. [RSK] 지난 3일 새 앨범 [청춘기]로 약 1년 만에 컴백하셨는데요! 결혼과 출산 이후 처음 활동하는 앨범인 만큼 특별할 것 같아요. 오랜만에 컴백한 소감이 어떠신가요?
우선 1인 기획사를 차리고 대중음악으로서 처음 내는 EP 앨범이라 더 의미가 있어요. 특히 이번 앨범을 통해 꿈꾼 한 가지를 이룬 것 같아요. 제 자신이 스스로 제 앨범을 들었을 때 계속 반복적으로 들어도 손색없는 앨범을 만들고 싶었거든요. 예전 앨범들도 물론 좋은 곡들이 많지만, 장르적으로 욕심이 많아서인지 통일감이 떨어졌어요. 한 곡, 한 곡 듣는 게 좋았는데 이번 앨범은 거의 무한 반복해도 편안하게 또 듣고 싶은 생각이 드는 앨범이에요. 그래서 제 다음 앨범 구상도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결혼과 출산.. 이 주는 압박감이 분명히 있었죠. 온전히 저의 삶에 집중하기보다는 한 가정의 엄마로서, 아내로서 시간을 할애해야 하니까요. 게다가 회사의 대표까지 되니 삶이 한순간에 너무 많은 것을 저에게 짊어지게 한 것 같았어요. 이 상태에서 ‘음악에 집중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회사를 만들었다 보니 차근차근 진행이 이루어지더라고요. 막히는 부분이 있어도 함께 헤쳐나가려는 정신을 모으려고 애썼어요. 코로나로 회사를 운영하는 게 어려웠지만, 비대면 회의는 지속적으로 하되, 각자 맡은바 전문적으로 충실이 애쓰니 버틴 만큼 좋은 앨범이 만들어진 것 같아요. 오히려 가족이 생기니 나의 청춘은 어떤 모습이었는지, 지금은 어떤 모습을 원하는지 알게 되기도 해서 정리가 명확하게 더 잘 된 것 같아요. 성격도 많이 밝아지고요. 그래서 더욱 이번 앨범이 많이 알려지길 바라요! 하하.
3. [RSK] 새 앨범 [청춘기]는 20대 들었던 청춘의 노래와 30대 현재 듣고 있는 청춘의 노래를 담아 대중에게 추억의 향수를 전한다고 하셨죠. 알리 님에게 있어서 20대, 혹은 30대 때 가장 새록새록 떠오르는 추억이 있을까요?
사실 저의 20대는 너무 극과 극의 추억밖에 없어요. 각자 저마다의 속사정이 있잖아요. 저도 어둡고 힘든 터널이 있었어요. 자세히 말씀드릴 순 없지만, 그 심해의 터널 속에서 반짝반짝 제가 길을 잃지 않고 뭍으로 나올 수 있게 해준 게 음악이라는 것은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어요. 30대는… 지금도 30대지만 30대의 절반은 남편과 연애를 했고요. (웃음) 결혼하고 아기를 낳았죠. 저의 30대 청춘의 반짝이는 추억은 남편과 27개월, 3살 된 우리 도건이에요. 사랑이 무언지 다른 세계를 열어주었죠.
4. [RSK] [청춘기] 앨범의 타이틀 곡으로 밴드 잔나비의 <주저하는 연인들을 위해> 곡을 리메이크하셨어요.
이 노래가 [청춘기]의 핵심 정신인데요. 이 앨범은 제가 라디오 디제이를 시작했기 때문에 만들 수 있게 되었어요. 가정에 충실하다 보니 제가 음악을 듣는 시간이 현저히 줄어들더라고요. 그러던 중에 디제이를 하게 되어서, 청취자들의 사연과 함께 여러 시대의 음악을 듣게 되니 너무 좋았어요. 제 라디오는 연령층이 정말 다양해요. 갓 난 아기에게 들려주면서 엄마도 신나하고, 7살짜리 아이가 저에게 엄마랑 같이 있다고 엄마 핸드폰으로 문자 보내기도 하고요. 엄마에게 저를 소개해주는 중, 고등학생뿐만 아니라 5, 60대 이신 분, 그리고 본인이 즐겨 들으신다며 침침한 눈으로 문자 자판을 꾹꾹 눌러 사연 보내신 90세 어르신까지 있어요. 이분들이 좋아할 만한 노래를 선곡하는게 저와 제작진의 몫이죠.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시대의 흐름도 느껴지지만, 또 오래오래 들어도 좋을 노래들을 선곡해요. 그중 하나가 <주저하는 연인들을 위해>였어요. ‘가사가 명작 같다’랄까요. 셰익스피어의 희곡이 사랑받듯이, 춘향전이 구전으로 몇백 년에 걸쳐 전해지듯이, 풋풋한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이 전 세대를 아우르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오래오래 사랑받는 음악일 것 같아서 선곡했어요.
5. [RSK] 이번 앨범 [청춘기]의 수록곡인 <취한밤>은 유희열 님이 작사, 작곡에 참여했다고 하셨는데, <취한밤> 곡을 같이 작업을 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2014년 토이 앨범 [Da Capo]에 수록된 마지막 트랙인데, 어느 날 모 프로그램에서 배경음악으로 나오는 걸 듣고는 펑펑 울었어요. 그리고 새벽에 유희열 선배님께 너무 좋다고 문자를 보냈어요. 그 이후로 계속 마음에 간직하고 듣던 노래였는데 이번에 노래를 부를 수 있게 허락해 주셔서 정말 감사했어요. 사실 이 노래는 故 신해철 선배님을 생각하시며 쓰신 노래라, 지극히 유희열 선배님의 개인적인 이야기가 담긴 곡이거든요. 그런데 이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가 제가 지금의 청춘, 지금의 30대 친구들에게 하고 있는 말, 하고 싶은 말이었어요. 점점 나이를 먹고, 결혼을 하고, 돈을 많이 벌려 노력하고, 아이를 낳고… 그러다 보니 먹고 살아가는 문제 등등 진지한 이야기들은 어느새 취하지 않으면 못하는 이야기들이 되어버렸죠. 농담에 가려서, 바빠서, 연락이 점점 뜸해지고 진심을 전하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는 그런 때 제 주변 사람들에게 ‘우리 아프지만 말아요’라고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그런가 작업할 때 평소보다 떨렸나 봐요. 첫 믹싱 파일을 보내드렸는데 선배님이 ‘네가 부르니 더 좋구나!’라는 말이 왜 그렇게 마음에 안 들던지… 5번이나 더 믹싱하고, 결국 마스터링은 들려드리지 않았어요. 지금도 제가 왜 그 당시에 유희열 선배님의 말을 듣고 저런 마음을 가졌는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웃음)
6. [RSK] 알리 님은 꾸준한 앨범 발매와 더불어 많은 공연을 하며 팬들과 많은 소통을 해오셨는데, 그 시간을 되돌아봤을 때 지금까지의 많은 무대를 통틀어 잊지 못할 순간이 있었다면 언제였나요?
다 소중하지만, 지금은 올해 열었던 단독 공연 ‘에세이’가 아닐까 싶어요. 공연을 기획할 때만 해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1, 2단계로 낮춰져서 내심 안심했어요. 대면, 비대면을 동시에 진행하니 온라인에서 듣는 관객들을 위해서도 좋은 목 컨디션을 유지하려고 애쓰고 듣기 편안하면서도 파워풀한 노래들 중에서 정말 제가 잘 부를 수 있는 노래들을 선곡했죠. 퍼포먼스는 줄이고요. 송출되는 음원 주파수까지 신경 쓰며 정말 물심양면으로 노력했어요. 원래 공연 때 뛰어노는 게 제맛인데 질적인 부분을 엄청 신경 쓴거죠. 비대면 관객과의 소통도 실시간으로 할 수 있게 세팅해놓고요. 하지만 공연 당시 거리두기 4단계로 격상되면서 모두 초긴장 상태였어요. 다행히 공연은 잘 끝냈고 공연장에 와주신 관객분들과 관계자 여러분들 잊지 못할 거에요.
아무래도 라이브형 가수들은 이런 상황에 마음이 참 힘들어요. 하지만 여기서 멈춘다면 다음 세대들에게도 영향이 갈 것 같아 포기할 수 없는 거죠. 앞으로도 어떤 형태로든 라이브형 가수들이 살아남을 길을 찾아보려고 합니다.
7. [RSK] 알리 님의 히트곡이 대중분들을 위로해주고 응원해줬는데요. 반대로 알리 님이 최근에 위로가 되었던, 혹은 응원을 해주던 노래가 있다면 어떤 노래인가요?
전 요즘, 제가 발매한 <취한 밤>과 Adele의 <Easy on me>를 즐겨 들어요. 엄마가 된 제가 지인들에게 하고픈 말로 위안받고, 엄마로서 아이에게 매일, 매일 하고 싶은 말을 담은 노래로 위로받고 있어요.
8. [RSK] ‘두근 두근 음악엔’으로 DJ로 활동하신 지 1년이란 시간이 흘렀어요. 1년 동안 많은 청취자와 소통하셨는데 기억에 남는 사연이 있을까요?
감사합니다! (웃음) 1년을 맞이해서 정말 많은 축하를 받았어요. 한 분, 한 분의 이야기가 정말 소중해요. 그중에서는 제 방송을 들으며 태교하시고 출산을 하신 사연이 떠오는데요, 저희가 태명도 지어드렸거든요. ‘달콩이’ 라고. (웃음) 청취자는 ‘달콩’ 저는 ‘알콩’으로 불리는데 (알디로 많이 불리지만요) 그 달콩이 명칭을 주었죠. 제일 어린 달콩이를 만나게 된 기념으로요!
9. [RSK] 알리 님은 현재 가수로서, 엄마로서 등 다양하게 활동하고 계시는데 이런 지금의 본인의 모습을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어떠한 단어로 표현하고 싶나요?
‘청춘’ 이요. (웃음) 청춘기의 사전적 의미는 ‘가장 왕성히 활동하고 건강한 상태’로 정의 내려진 20대에 머물러 있지만 전 평생 청춘이고 싶거든요. 신체적 나이가 어떻게 되든 음악 안에서는 시간개념이 사라진 채로 살 수 있잖아요. 그래서 ‘청춘’이네요. (영화<닥터 스트레인지> 생각하다가… 도루마무도 좀 생각해보다가.. 그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웃음))
10. [RSK] 지금까지 롤링스톤 코리아와 긴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인터뷰를 통해 아티스트 알리 님에 대해 더 알아갈 수 있는 시간이었는데요. 마지막으로 간단한 인터뷰 소감 및 끝인사 부탁드릴게요!
만나 뵙게 되어 영광이었어요! 다음 앨범엔 좀 더 다른 이야기를 담아 볼 수 있을까, 궁금하네요. 마블 덕후로서의 모습도 있는데… (웃음) 이 10가지 질문 안에서 다 보여드릴 순 없겠죠. 음악으로 또 만나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Photographs by j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