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세라핌LE SSERAFIM
ANTIFRAGILE
2022.10.17
쏘스뮤직SOURCE MUSIC
그 어느 때보다도 격렬했던 4세대 걸그룹의 경쟁 속에서 르세라핌의 존재감은 뚜렷했다. 얼마나 많은 앨범을 팔아치우고 얼마나 높은 순위를 기록했냐의 문제는 아니다. 이들의 성공은 상업적인 성공보다는 음악이 주는 대한 신뢰감에서 비롯된다. 미세한 ‘다름'을 중시하는 평론가인 내게 <FEARLESS>는 2022년 올해의 노래 후보이며, 앨범 [FEARLESS]는 최근 몇 년간 가장 인상적인 데뷔 앨범 중 한 장이다. 르세라핌의 음악은 겉으로 보기에 결코 어렵지 않지만 듣는 이들에게 일정 부분의 챌린지를 요구하고, 그 챌린지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이들에게 조금 더 깊은 매력을 드러낸다. 다르게 표현하면, 르세라핌과 쏘스뮤직의 A&R 팀들은 케이팝 팬들이나 일반 대중들 만큼이나 진지한 음악팬들 혹은 ‘덕후'들의 관심과 반응을 유심히 모니터하며 평가를 기다리는 이들일지 모른다. 그리고 그것은 이 팀이 가장 분명한 변별점이자 매력이 된다.
두 번째 미니 앨범 [ANTIFRAGILE]은 외형적으로는 전작 [FEARLESS]의 성공 공식을 다분히 의식한 듯한 작품이다. 최면적인 내레이션으로만 이루어진, 이제는 르세라핌의 시그니처이자 차별점이기도 한 다국어 오프닝 <The Hydra>로부터 강력한 그루브의 <ANTIFRAGILE>로 넘어가는 시퀀스 역시 전작과 사실상 동일하다. 하지만 이것은 결코 진부한 재현이 아닌 ‘강화’이다. ‘강화'의 이미지는 앨범의 타이틀곡인 <ANTIFRAGILE>에서 가장 상징적으로 표출된다. <FEARLESS>의 심플하고 클린한 그루브와 대비되는 <ANTIFRAGILE>의 더 강하고 지저분해진 라틴 리듬 기반의 싱코페이션은 비슷해 보이지만 전혀 다른 방향성을 갖는다. 곡의 어느 부분에서도 전작의 성공을 단순히 ‘반복'하고자 하는 의도는 보이지 않는다. 이 같은 자신감과 대범함은 퍼포먼스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매력적인 스웨잉swaying이 핵심인 <FEARLESS>의 안무에 비해 <ANTIFRAGILE>의 디테일한 동작들은 훨씬 더 큼직큼직하며 강렬하다. 예쁨이 아닌 파워풀한 라인을 강조하는 것도 중요한 차이다. ‘두렵지 않음'을 강조하는 전작과 구별되는, 시련을 통해 얻어진 강인함을 주제로 삼은 앨범의 콘셉트와도 절묘하게 일치한다.
타이틀곡을 제외한 앨범의 나머지 부분들은 필러filler의 느낌이 없는, 그 자체로 완벽히 매력적인 트랙들로만 구성이 되어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방향성은 편안함과 유기성이다. <No Celestial>은 아이돌이 갖고 있는 일종의 모순적인 갈등, 그러니까 기획사가 만든 화려한 슈퍼스타의 모습 속에 담긴 오가닉하고 자연스러운 인간의 내면 같은 것을 펑크록 사운드를 통해 표현하고자 했다. 짜인 안무나 특별한 ‘콘셉트' 없이 멤버들의 내추럴한 이미지를 스탠딩 마이크와 함께 연출한 것도 훌륭한 선택이다. <Impurities>는 지극히 세련된 코드 진행 속에서도 난해하거나 전위적으로 느껴지지 않는 자연스러움이 돋보이는 앨범의 가장 빛나는 순간이며, <FEARLESS>와 정서적으로 연결되는 퍼포먼스 역시 대단히 아름답다. <ANTIFRAGILE>의 주제를 꼼꼼하게 이어가는 논리적인 서사 역시 청자들을 자연스럽게 몰입하게 만든다.
앨범의 유기성은 마지막 트랙인 <Good Parts(when the quality is bad but I am)>까지 섬세하게 구현된다. 맥시멀리즘으로 치닫는 케이팝의 방향성과는 사뭇 다른 미니멀하고 편안한 사운드는 상처받기 쉽지만 그 상처를 자연스럽게 내 것으로 품어 그것 모두를 나로서 인정한다는 <ANTIFRAGILE>의 진정한 의미를 다시 정의하는데, 언뜻 특별해 보이지 않지만 세련되고 정교한 엔딩은 왜 평론가들이 르세라핌의 음악에 유독 흥미를 느끼는가를 더없이 잘 말해준다. 케이팝이 갖고 있는 기본적인 매력들 위에 르세라핌은 늘 ‘엑스트라 스페셜'한 뭔가를 갖고 온다. 그것이 사운드이든 가사이든 퍼포먼스이든, 그것은 그 차이를 아는 사람들에게만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것들이다.
ILLUSTRATION BY JASMINE HYUN
A girl group for those who understand subtle differences
LE SSERAFIM
ANTIFRAGILE
October 17, 2022
SOURCE MUSIC
With competition among 4th-generation girl groups fiercer than ever before, LE SSERAFIM’s presence is evident. It’s not about how many albums they sell or how high they rank. Their success comes from the trust their music gives. As a critic who values subtle “differences,” “FEARLESS” is a nominee for the 2022 Song of the Year, and the album “FEARLESS” is one of the most impressive debuts of recent years. LE SSERAFIM’s music, while not difficult to grasp on the surface, challenges listeners and reveals a deeper meaning to those who successfully take on that challenge. SOURCE MUSIC’s artists and repertoire (A&R) teams carefully monitor the interests and reactions of serious music fans as much as K-pop fans and the general public and wait for their feedback. This is the team’s most distinguishing charm.
Their second mini-album, “ANTIFRAGILE,” followed the same successful formula of the previous album, “FEARLESS.” The sequence, from the multilingual opening “The Hydra,” now LE SSERAFIM’s signature and differentiating track, to “ANTIFRAGILE,” with its powerful groove, is virtually the same as the previous album. However, it is by no means a banal representation of the first album but an “enhancement.” This is symbolically expressed in the album’s title track “ANTIFRAGILE.” The simple and clean groove of “FEARLESS” contrasts with the stronger and messier Latin rhythm–based syncopation in “ANTIFRAGILE,” which sounds similar but ultimately goes in a completely different direction. The song does not simply “repeat” the previous work’s success, but the same confidence and boldness are evident in every performance. Compared to the choreography of “FEARLESS,” where beautiful swaying was the key movement, the detailed movements in “ANTIFRAGILE” are bolder and more intense. Emphasizing the powerful line, not the pretty one, is also a key difference. It is also consistent with the album’s concept, which explores the theme of strength obtained through trials, contrary to their previous work, which emphasized “not being afraid.”
The whole album consists of perfectly charming tracks in their own right, rather than filler songs. The most notable themes are comfort and organicity. Through a punk rock sound, “No Celestial” expresses the kind of contradictory conflict idols have, that is, the organic and natural inner human contained in the appearance of a brilliant superstar created through publicity campaigns. It was also a great choice to emphasize the members’ natural look without any choreography or special “concepts.” “Impurities” marks perhaps the album’s brightest moment, standing out for its naturalness that does not feel esoteric or avant-garde, despite the extremely sophisticated chord progressions. The performance of “Impurities,” which is emotionally connected to “FEARLESS,” is also very elegant. The logical narrative that continues the theme of “ANTIFRAGILE” further immerses listeners in the music.
The album’s organic nature is delicately established up to the last track, “Good Parts (when the quality is bad but I am).” The minimal and comfortable sound, which is quite different from K-pop’s usual direction toward maximalism, redefines the true meaning of “ANTIFRAGILE”— it is easy to get hurt, but important to embrace those wounds and acknowledge them as part of us. The sophisticated and elaborate ending explains why critics are particularly interested in LE SSERAFIM’s music. In addition to their basic K-pop charms, LE SSERAFIM always brings something “extra special.” Whether it’s the sound, lyrics, or performance, it’s something that only appeals to those who know the difference.
ILLUSTRATION BY JASMINE HY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