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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팝의 부활'을 이끄는 케이팝의 뉴 히트메이커들

케이팝 팬들은 화제가 되는 아티스트와 노래의 '유튜브 트리플 크라운' 달성 유무를 궁금해한다. 치열한 '알고리즘 전쟁'이 벌어지는 유튜브 시장에서 독특하고 재치 있는 케이팝 콘텐츠로 수십만 명 이상의 구독자를 확보한 세 채널에 소개되었음을 일컫는 말이다. 일단 이들 채널에 노래가 소개되면 화제성은 보장된다고 봐도 좋다. 어제 발매된 신곡부터 2000년대 추억의 노래까지, 화려한 카메라 워킹과 애니메이션을 더해 기존 콘텐츠를 더욱 새롭게 만드는 이들은 케이팝의 '뉴 히트메이커'다.

 

케이팝 유튜브 트리플 크라운 

 

첫 번째로 소개할 채널은 땡깡이다. 유튜브 구독자 60만 명, 틱톡 팔로워 93만 명을 보유한 댄스 크리에이터 땡깡은 친동생 진절미와 함께 케이팝 커버 댄스와 아티스트 인터뷰 콘텐츠를 선보인다. 2019년 있지의 <달라 달라>를 시작으로 댄스 커버 영상을 올리며 활동을 시작한 땡깡은 2021년 현아의 <I'm Not Cool> 커버 영상으로 폭발적인 반응을 끌어냈고, 이 영상으로 현아의 소속사 피네이션으로부터 공식 연락을 받아 아티스트와의 콜라보 영상을 촬영해 유튜브 400만 조회수를 넘겼다. 휴대폰 한 대로 촬영했다고 믿어지지 않는 화려한 카메라 워킹, 아기자기한 소품 활용, 표정부터 손끝까지 정확히 포인트를 짚는 퍼포먼스가 땡깡의 매력이다. 

 

땡깡이 무대를 펼치는 가정집 거실은 '거실뱅크'로 불린다. (여자)아이들, 아이브, 조유리, 최예나, 프로미스나인, 스테이씨, 더보이즈, 청하 등 다양한 케이팝 스타들이 소파, 커튼, 에어컨을 배경 삼아 짧고 강렬한 안무 콘텐츠를 촬영한다. 현관에서부터 출발해 거실 뒤 커튼을 젖히고 아티스트가 등장하는 순간까지 재치 있는 1분가량의 영상이 수십, 수백만 조회수를 기록한다. 독창적인 안무 영상과 더불어 브이로그, ASMR 콘텐츠 등 다양한 추가 콘텐츠는 덤이다.  케이팝 커버 댄스에 신선한 아이디어를 더한 땡깡 채널은 기획사와 아티스트에게 새롭고 효과적인 홍보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유튜버 조씨(Jossi)는 어디서도 볼 수 없던 케이팝 애니메이션 콘텐츠를 선보인다. 흐물흐물한 그림체, 리코더와 오토튠으로 케이팝 퍼포먼스의 핵심만 정확히 짚어 제작한 30초-1분 가량의 하이라이트 영상이다. 방탄소년단의 <Butter>와 트와이스의 <Alcohol Free> 커버로 시작부터 100만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한 조씨 채널은 있지, 에스파, 전소미, NCT 드림, 레드벨벳, 태연 등 케이팝 히트곡을 재해석하며 케이팝 팬들 사이에서 이름을 알렸다. 조씨 채널이 본격적으로 화제를 모으게 된 계기는 2021년 엠넷 댄스 오디션 서바이벌 프로그램 <스트릿 우먼 파이터> 방송분 하이라이트 필름으로, 노제, 시미즈, 리정, 립제이 등 각 출연진의 인상적인 장면을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한 영상이 모두 200만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명실상부한 케이팝 유튜브계의 대기업 채널로 떠오르게 된다. 

 

마지막 트리플 크라운 조건을 담당하는 채널은 비디터다. 구독자 수 26.2만 명을 보유한 비디터 채널은 케이팝 아티스트들의 퍼포먼스 영상에 달린 재치있는 댓글을 모아 소개하는 '댓글모음' 영상을 대중에게 알린 크리에이터다. 땡깡과 조씨가 1분 가량의 짧은 하이라이트 콘텐츠를 만든다면 비디터 채널은 댓글모음을 통해 한 곡을 온전히 분석하며 각 포인트를 짚어내는 역할을 담당한다. 비디터의 영상 리스트를 보면 현재 케이팝 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는 곡, 그리고 2000년대 중후반부터 2010년대 초까지의 가요계 추억을 간직하고 있는 노래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비디터 채널의 위력을 널리 알린 계기는 브레이브걸스의 <롤린>이다. 2016년 팀 재정비 이후 꾸준히 활동했으나 이렇다 할 결과를 얻지 못하고 해체 위기에 놓였던 걸그룹 브레이브걸스는 비디터가 업로드한 '브레이브걸스_롤린_댓글모음'으로 기적의 역주행을 시작했다. 그들의 유일한 스케줄이었던 국방TV <위문열차>의 무대 속, 압도적인 군장병들의 환호와 함께 <롤린> 무대를 펼치는 브레이브걸스의 모습과 그 밑에 달린 추억과 포인트 댓글이 순식간에 유튜브 인기 영상으로 등극했다. 현재 2,550만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 중인 이 영상 하나로 브레이브걸스는 무명 걸그룹에서 인생 역전 아이돌로 거듭났다.


 

 

팬데믹 시기를 지탱한 뉴 히트메이커들의 활약

 

땡깡, 조씨, 비디터의 성공은 유튜브와 함께 성장한 케이팝 시장의 팬메이드 재가공 콘텐츠가 한층 더 정교하고 신속한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음을 증명한다. 2010년대 중후반까지 기획사들이 아티스트들의 음악과 퍼포먼스 및 자체 제작 영상 콘텐츠를 통해 팬들과 소통하고 다양한 소비 경험을 제공했다면, 2010년대 말부터 2020년대 초부터는 팬들이 직접 그들의 시선을 투영하여 새로운 형태의 직캠, 리액션, 리뷰, 매쉬업 콘텐츠를 제작한다. 단순히 커버 댄스를 추는 것을 넘어 땡깡의 커버처럼 확실한 강조점을 제시하고, 직캠을 찍을 수 없다면 셀 수 없이 많은 유튜브 영상을 골라 팬들의 기억 속 강하게 남은 순간을 소개하며 공감을 부른다. 새 시대의 케이팝 오리지널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이다.

 

이들 거대 채널과 더불어 엄청나게 늘어난 케이팝 유튜브 팬 채널들도 주목해야 한다. 많게는 몇만, 적게는 100여 명 정도의 구독자만 보유하고 있는 유튜브 채널들은 무대 영상, 기획사 자체 제작 콘텐츠나 네이버 나우, 브이라이브 같은 실시간 방송의 일부를 30초에서 1분가량의 클립으로 만들어 유튜브 쇼츠와 틱톡, 영상으로 업로드한다. 부담 없이 볼 수 있는 이 콘텐츠들은 특정 그룹을 홍보하고 멤버들을 부각하는 역할에 충실하며, 일단 한 번 알고리즘을 타면 무서운 홍보 효과를 발휘한다. 얼마나 신속하고 정확한지 기획사가 운영하는 계정이라는 오해를 살 정도다.

 

KBS가 제작하는 웹 예능 <매점 터는 아이돌>의 (여자)아이들 출연편의 경우 원 영상 조회수가 56만 회인 반면 아이들 팬 채널이 업로드한 ‘Tomboy 삐처리 없는 CD버전 들었을 때 멤버별 반응' 영상 조회수는 네 배가 넘는 210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유명 아이브 팬 채널은 현지시각 14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케이팝 플렉스(KPOP FLEX)’ 공연에서 <LOVE DIVE>를 관중과 함께 부르는 쇼츠 영상을 올려 일주일 만에 202만 조회수를 올렸다. 이들의 요약정리 영상을 통해 긴 호흡의 콘텐츠에 호기심이 생겼다면, 아이돌 문화에 관심이 없는 이들도 순식간에 ‘입덕'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 

 

최근 케이팝 팬들은 ‘케이팝이 부활했다'며 감격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이 완화되며 공연장에 관객이 돌아오고 팬미팅, 쇼케이스, 콘서트, 축제 등 활발한 라이브 무대가 펼쳐지며 케이팝 콘텐츠 소비 또한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인다. 그 오랜 기다림을 강제당했던 진공의 팬데믹 시기 동안 케이팝을 지탱한 이들이 바로 이 케이팝의 뉴 히트메이커들이다. 꾸준히 새로운 시선의 콘텐츠를 업로드하며 케이팝 시장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 그들의 손에서 새로운 케이팝 인기곡과 슈퍼스타가 탄생한다. 케이팝의 부활은 오프라인과 온라인 모두 현재진행형이다.


< 사진 제공 - 땡깡 인스타그램 / 땡깡, Jossi, 비디터 유튜브채널 캡쳐>
< 유튜브 이미지 사진 출처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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