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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가고 싶다.

롤링스톤 코리아 애독자 A 씨는 대중음악을 즐겨 듣지만 클래식 음악에 관심을 갖게 되어 연주회에 가보려고 한다. 하지만 클래식 공연은 어렵고, 지루하고, 지켜야 할 규칙들이 많다는 주변의 이야기에 망설이게 되는데... 결국 A 씨는 클래식 연주회에 갈 수 있을까? 


가상의 설정이기는 하지만 실제로 이런 사례들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여전히 클래식 음악의 문턱이 낮지 않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역사와 권위를 자랑하는 롤링스톤 매거진의 한국판, 롤링스톤 코리아와 함께 클래식 음악 칼럼을 소개하게 됨을 매우 반갑게 생각한다. 작가의 글이 클래식 음악을 접하는 분들에게 좋은 길잡이가 되기를 바라며 첫 칼럼은 A 씨가 연주회장에 편안히 갈 수 있도록 도움이 되는 상식들을 Q&A 식으로 소개하려 한다.



# 클래식 연주회장에는 꼭 정장을 입고 가야 하는가?


그렇지 않다. 남들에게 혐오감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단정하고 편안한 복장이면 된다. 유럽 여름 음악 축제의 야외공연들은 청중이 잔디밭에 자리를 깔고 편안한 자세로 음료를 마시며 음악회를 즐기기도 한다.



# 오케스트라에서 악장(樂長)이란 누구인가?


연주회가 시작되면 지휘자가 들어오기 전 악단을 조율(악기의 음을 맞추는 일)시키는 연주자가 바로 악장이다. 오케스트라 내부에도 엄격한 위계질서가 존재하는데 악장은 제1바이올린 그룹의 맨 앞 (지휘자 바로 왼쪽)에 앉으며 지휘자 다음으로 악단을 리드한다. 그리고 연주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지휘자와 오케스트라 사이의 중재자 역할도 담당하는 아주 중요한 자리다. 유럽과 달리 미국과 아시아에서는 악장이 오케스트라와 따로 입장하여 인사를 하며, 연주가 끝나면 지휘자는 제일 먼저 악장에게 감사의 악수를 청한다.






# 왜 오케스트라는 오보에 음에 조율을 하는가?


연주회가 시작되기 전 오케스트라는 오보에의 ‘라(A)’ 음을 기준으로 조율을 하게 되는데, 이는 오보에의 맑고 투명한 음색이 다른 악기들과 잘 어울리며 멀리까지 전달되기 때문이다. 또한 오보에는 다른 악기와 달리 온도와 습도에 따른 음의 변화가 적어서 기준 음을 내기에 적합하다.



# 왜 곡의 악장(樂章) 사이에는 박수를 치면 안 되는가?


보통 교향곡은 4악장, 협주곡은 3악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일반적으로 악장과 악장 사이에는 박수를 치지 않는 것이 관례이다. 그 주된 이유는 곡 전체의 흐름을 깨지 않기 위함인데, 우리가 대화를 할 때 상대방이 중간에서 말을 끊으면 흐름이 깨지는 것과 비슷하다. 모든 악장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고 지휘자와 연주자들은 그 흐름을 살리기 위해 고도의 집중력으로 연주에 임한다. 하지만 너무나 연주가 훌륭하여 의도적으로 박수를 치는 경우도 존재한다. 실제로 1813년 베토벤의 7번 교향곡 초연 당시 2악장이 끝나자 청중들은 열광적인 박수를 보냈고 결국 2악장을 한 번 더 연주한 후 3악장으로 넘어갔다고 한다. 이런 이유가 아니라면 침묵의 긴장감으로 다음 악장을 기대하는 것이 좋다. 또한 조용하게 끝나는 곡에서는 소리가 멈췄어도 지휘자가 팔을 내리기 전에 박수를 치지 않는 것이 곡의 마지막 여운까지 느낄 수 있는 감상법이다. 침묵도 음악의 일부이며 한 작품을 온전히 감상하기 위해서는 의도적으로 침묵을 지킬 필요가 있다.



# 연주회가 끝나면 왜 지휘자나 연주자는 계속 입장과 퇴장을 반복하는가?


이것을 전문용어로 커튼콜(curtain call)이라고 하는데, 무대 뒤로 퇴장한 연주자에게 찬사의 표현으로 박수를 계속 보내어 다시 무대로 나오게 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연주자는 청중에 대한 답례로 앙코르곡을 연주하기도 한다. 더불어 커튼콜의 횟수가 그 연주회의 성공을 가늠하는 척도가 되기도 한다. 프랑스 파리 음악회장의 커튼콜은 독특하기로 유명한데, 커튼콜이 시작되면 어느 순간 청중의 박수소리가 행진곡처럼 통일되어 마치 하나의 음악처럼 들리게 된다. 만일 연주와 음악에 감동을 받았다면 아낌없이 커튼콜을 보내라. 박수는 혈액순환에도 매우 좋다.



# 오케스트라에서 지휘자는 왜 필요한가?


우선 지휘자의 역할을 알기 위해서는 오케스트라의 특성을 알아야 한다. 일반적으로 오케스트라의 구성 인원은 수십 명에서 많게는 백 명이 넘기도 하는데 현악, 관악, 타악 등의 파트로 나누어지며 프로 오케스트라의 경우 오랜 기간을 공부한 전문 연주자들이다. 대부분 개성이 강하고 음악에 대한 자기주장이 뚜렷하기에 같은 악보를 연주하더라도 각기 다른 해석의 연주를 하게 된다. 또한 구성이 복잡한 악보를 연주할 경우 연주자들의 시간(Tempo)을 맞추어 줄 기준이 없다면 연주 자체가 혼란에 빠질 수 있다. 그렇기에 곡 해석의 통일성과 단원들의 구심점을 위해 지휘자가 필요한 것이다. 초기의 지휘 행위는 단순히 박자만을 맞춰주는 교통정리에 불과하였지만 르네상스 시대를 거치면서 지휘자들은 음악을 해석하고 표현해 내기 시작하였으며, 19세기 베토벤 교향곡 이후 악단과 곡의 규모가 커지고 음악이 복잡해지면서 현재와 같은 전문적인 지휘자가 생겨났다. 이때부터 지휘자들은 리더로서 악단을 통솔하게 됐다.

 




# 지휘자 없이 오케스트라 연주가 가능한가?


오케스트라의 규모가 작고 음악이 복잡하지 않을 때는 가능하다. 하지만 이때에도 지휘자의 ‘역할’을 하는 사람은 필요하며 일반적으로 악장이 담당한다. 악장이 연주와 지휘의 역할을 동시에 하는 것이다. 이 경우 연주자들은 더욱 견고한 집중력과 합주력을 요하는데, 이런 대표적인 악단으로는 이탈리아의 ‘이무지치 실내 합주단’이나 한국의 ‘코리안 챔버 오케스트라(구 바로크 합주단)’등이 있다.



# 그럼 지휘자는 어떤 일들을 하는가?


지휘자는 스스로 소리를 낼 수 없는 유일한 연주가이며 악단을 통해서만 자신의 음악을 소리 낼 수 있다. 그러기에 음악과 악기에 대한 해박한 지식이 필요하며 오케스트라를 통해 자신만의 해석을 표현해 낼 줄 알아야 한다. 작곡자의 역할이 새로운 음악을 창조하는 것에 있다면, 지휘자는 그 작곡가의 의도를 청중에게 전달하는 메신저의 역할과 그 음악에 새로운 생명을 불러일으키는 재창조에 있다. 이 과정에서 리허설이 중요한 역할을 하며 지휘자는 리허설을 통해 자신의 해석을 단원들에게 설명하고 설득하여 음악적 공감을 얻어내야 한다. 흔히들 지휘자를 마에스트로(Maestro)라는 존칭으로 부르는데, 이 말은 이탈리아어의 ‘선생’이라는 단어에서 나온 것으로 결국 지휘자는 오케스트라의 선생과 같은 존재라야 한다. 단원들을 이끄는 리더십, 음악적 능력과 더불어 믿음과 신뢰를 주는 인품 또한 지휘자의 중요한 덕목이다.



# 마지막으로, 지휘자에 따라서 음악이 달라진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이것은 같은 재료가 있더라도 요리하는 사람에 따라 음식의 맛이 달라지고 같은 대사라도 배우에 따라서 느낌이 달라지는 것과 비슷하다. 결국 같은 악보로 연주하여도 주관적인 음악 해석으로 인해 다양한 연주가 가능한 것이다. 이것은 단지 지휘자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클래식 연주 전반에 적용되는 것이며 이 점이 바로 클래식 음악 감상의 묘미이다. 좋아하는 곡이 있다면 여러 사람의 연주를 들어보자. 서로 다른 셰프가 해주는 다양한 음악의 만찬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김예훈 / Yehun Kim (클래식 칼럼리스트 Classical Music Journalist)

한국, 프랑스, 미국에서 클래식 음악을 공부하고 현재 가족들과 한국에 거주하며 지휘자와 교수, 그리고 작가로 활동 중이다.


<사진 제공 - Pex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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