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한 일이다. 90년대, 2000년대 초반에 유행했던 팝 펑크(Pop Punk)와 이모(Emo)가 요새 미국에서 10대를 중심으로 다시 부상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 팝 펑크 리바이벌의 중심에는, 10대 사이에서 인기인 SNS 틱톡(Tik Tok)이 자리하고 있다.
쉬운 멜로디, 시원한 사운드 등의 음악적인 요소, 10대들의 우울, 분노 등의 다룬 가사들이 담긴 팝 펑크, 이모가 10대 특유의 감성을 자극하면서 틱톡커들이 90년대~2000년대에 유행했던 팝 펑크, 이모 음악들을 틱톡에서 사용하기 시작했고, 이에 따라 팝 펑크와 이모가 다시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10대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팝 펑크 밴드들도 하나둘 등장하는 중이다. 현재의 팝 펑크 밴드들은 백인 남성의 전유물이었던 과거와 달리, 현재의 팝 펑크 밴드들은 여성, 유색인종, LGBT 등의 다양성을 반영한다.
‘2021년 최고의 신인 가수’라고 불리는 올리비아 로드리고(Oliva Rodrigo)는 팝 펑크 곡 <good 4 U>로 차트 1위까지 오르면서 엄청난 히트를 기록했다. 또 머신 건 켈리(Machind Gun Kelly), 모드 선(Mod Sun), 윌로 스미스(WiIllow Smith), 영블러드(Yungblud), 워터파크스(Waterparks), 밋 미 앳 더 알타(Meet Me @ The Altar) 등의 새로운 팝 펑크 밴드들도 주목을 받고 있다. 90년대~2000년대에 인기를 끌었던 팝 펑크 밴드 블링크–182(Blink-182)의 드러머 트래비스 바커(Travis Barker)는 현재 팝 펑크 밴드들의 대부로 불리고 있으며, 떠오르는 팝 펑크 밴드들의 프로듀서로도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는 중이다.
한편 2020년대 팝 펑크 리바이벌의 중심에는 에이브릴 라빈(Avril Larvigne)도 있다. 2000년대에 에이브릴 라빈은 대중음악을 대표한 최고 인기 가수였으나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 서서히 인기가 하락해 이제는 우리의 기억 속에만 존재하게 되었다. 그런데 틱톡으로 가지고 놀 음악을 찾던 10대들이 2000년대 팝 펑크 곡을 접하게 된다. 이로 인해 에이브릴 라빈의 히트곡 <Sk8er Boi>가 재평가되면서 현재 에이브릴 라빈은 팝 펑크의 여신으로 추앙받게 된다.
사실 2000년대에 에이브릴 라빈이 데뷔했을 당시 그를 100% 펑크 록 뮤지션으로 볼 수 없었다. 오히려 그는 틴 팝 가수에 가까웠으며, <Sk8er Boi> 역시 팝 펑크 유행에 맞물린 곡 중 하나였다. 당시의 록 팬들은 에이브릴 라빈이 펑크 로커인 척한다면서 거부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현재 에이브릴 라빈의 곡들은 10대 청소년의 감성을 자극하면서 큰 인기를 끌고 있으며, 그는 2000년대를 대표하는 가수로, 커트니 러브, 앨라리스 모리셋, 리즈 페어 등의 여성 로커 계보를 잇는 인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게다가 현재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여성 뮤지션인 빌리 아일리시, 올리비아 로드리고 등이 자신에게 큰 영향을 준 뮤지션으로 에이브릴 라빈을 꼽기도 했다. 결국, 과거 곡인 <Sk8er Boi> 덕분에 에이브릴 라빈은 현재의 10대들에게 재평가되어 펑크 여제의 자리까지 올랐다.
이 밖에 에이브릴 라빈은 블링크-182의 드러머인 트래비스 바커의 레이블 ‘DTA 레코드’와 계약을 맺었고, 현재 부상하고 있는 펑크 뮤지션 모드 선(Mod Sun)과 열애 중이다. 최근 에이브릴 라빈은 이런 팝 펑크 리바이벌을 놓치지 않고 <Bite Me> 과 <Love It When You Hate Me> 라는 전형적인 팝 펑크 곡을 발매했다. 게다가 지난 2월 25일 <Love Sux> 라는 새앨범이 선보였으며 이 앨범을 통해 그는 팝 펑크 여제의 자리를 확고히 다지는 동시에 <Sk8er Boi> 시절의 영광까지 되찾았다고 할 수 있다.
10대의 지지로 역주행 중인 팝 펑크, 이에 힘입어 팝 펑크 여제의 자리에 오른 에이브릴 라빈. 이 같은 현상이 잠깐의 유행에 의한 역주행으로 끝날지, 아니면 지금의 MZ세대를 통한 옛 영광의 재현으로 이어질지 지켜볼 일이다.
<사진 제공 - 워너뮤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