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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만으로도 인트로가 되는 뮤지션, 박문치

가끔 생각해본다. 1996년에 무슨 일이 있었기에 하늘은 그를 지구에 보내준 걸까. 에디터가 생각하는 그해에는 서태지와 아이들의 해체가 있었던 기억 정도다. 그리고 그것은 대중음악계의 사건·사고였지 결코 경사가 아니었다. 이제 1996년을 박문치 탄신년으로 다시 기억해볼 일이다.


장난이 길었다. 그러나 롤링스톤 코리아가 그에게 할 수 있는 가장 잘 어울리는 인사법이기도 하거니와 과장된 표현이 아니기도 하다(!). 그는 현재 K-pop의 뉴트로 사운드에 있어 선구자 중 하나일 뿐 아니라 디테일을 놓치지 않는 연출가이기도 하다. 비 경험의 경험을 만드는 작업은 세심함이 필요한데, 그는 유쾌하면서도 섬세하게 과거의 언어를 현대의 언어로 완역해냈다. 그러나 그가 온갖 키치와 유머로 중무장했다고 해서 그의 음악도 장난으로 여겨서는 곤란하다. 그가 보여준 일련의 결과물들은 마치 과거의 묵은 때를 벗어내고 새로운 도금을 한 클래식카와 같이, 어느 시간대의 누구든지 좋아하고 공감할 수 있는 음악들이다.


‘울희액이’로 80년대 일렉트로니카를 훌륭히 재건하기 시작한 것을 필두로 ‘네 손을 잡고 싶어’와 ‘널 좋아하고 있어’로 룰라, 쿨, 노이즈를 연상케 하는 90년대 댄스곡을 완벽하게 재현해냈다. ‘놀면 뭐하니?’에서 짧게 공개되었던 ‘Cool한 42’, ‘MBTI’ 역시 이 결과물의 연장선에 있는 작품들이다. 그리고 한 온라인 매거진의 컴필레이션에 수록된 ‘그 해 이야기’는 ‘네 손을 잡고 싶어’의 히어로 강원우를 재소환해 공일오비, 이오공감 등의 90년대 프로젝트 밴드들의 사운드도 구현해냈다.


이렇듯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 현대로 도착한 연어처럼 박문치는 역행으로서 성공한 얼마 안 되는 뮤지션이 되었다. 이제 뉴트로 뮤직으로 차고 넘치는 이 시대에 가장 먼저 성공적으로 대중음악 무대에 안착한 연어, 박문치의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하자. 그 전에 그를 소환하는 자그마한 의식이 하나 필요하다. 박문치! 박문치! 박문치! 박문치! 박문치! 박문치! 와~










1. [롤링스톤 코리아 이하 (RSK)] 안녕하세요 박문치 님, 만나서 반갑습니다. 롤링스톤 코리아와 인터뷰에 앞서 구독자분들께 자기소개와 인사 부탁드리겠습니다


안녕하세요 롤링스톤 코리아 구독자 여러분! 프로듀서 박문치라고 합니다!


2. [RSK] 박문치 님을 설명하는 여러 수식어 중 ‘90년대 음악을 하는 90년 대생’이라는 것이 있죠. 그 시대를 살아오지 않았음에도 그 시대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음악을 만든다는 것이 참 대단한 거 같아요. 어떻게 이걸 가능하게 만들고 있는지 스스로 생각은 어떤가요?


그 시대의 음악들이 신선하다고 생각해서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그 음악을 실제로 들으며 지내온 어떤 이들은 진부하다고 느껴질 수 있지만, 오히려 그때의 음악을 '듣고 자란' 것이 아닌, 90년대생 들에겐 좀 더 완벽히 그때의 무드를 재현했을 때 독특하고 신선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었던 것 같습니다.


3. [RSK] 2017년 여름, 박문치 님은 대학교 2학년이었죠. 싱글 1집 <울희액이>로 본격적인 음악 활동을 시작했던 거로 알고 있는데요. 벌써 그해를 시작으로 4년 가까이 지나오고 있습니다. 첫 앨범을 발매했던 그 시절을 추억했을 때 대학 생활을 포함해 가장 그리웠던 때가 있다면 언제인가요?


대학 생활이 정말 후회 없이 재밌었다고 호언장담할 수 있는 저로선  학교를 다니던 모든 순간이 그리운 것 같습니다. 학교가 경기도 안성의(잠시 말을 잇지 못하다) 자연 속에 있는데요, 그냥 그 공기도 너무 좋았고, 패기 넘치고 뭐든 할 수 있을 것만 같던 근자감과 학교 친구들과 논밭을 뛰어놀던 그 순간들도 그립습니다.


4. [RSK] 박문치 님께서는 뉴 잭 스윙, 신스팝, 시티 팝 등 80~90년대 유행했던 복고풍 사운드의 곡을 선보이며 대중들에게 향수를 품어 주었죠. 앞으로 새롭게 도전해 보고 싶은 장르나 콘셉트가 있다면 어떤 것인가요?


학교에 다닐 때도, 졸업할 때도 결심했던 것이 있습니다. 하루라도 더 젊을 때 이 음악 저 음악 도전해보자! 그 순간의 제가 재밌어하는 것들을 공유하고 싶습니다. 요즘은 다양한 가수분들과 작업하는 것도 정말 재밌지만, 제가 멤버로 있는 CHS 라는 밴드에서 연주하는 순간들이 너무 재밌고 행복합니다. 사이키델릭/트로피컬 한 대중음악이 나와도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5. [RSK] 조만간 싸이월드가 다시 서비스를 재개할 거라는 소식이 있었는데요. 혹시 싸이월드 BGM 용 음악을 하나 만드실 의향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웃음).


제대로 만들 자신 있습니다! 연락해주세요, 쵸재깅!


6. [RSK] 박문치 님은 언제 어디서나 에너지 넘치는 모습을 보여주고 계시는데, 스스로 생각하기에 이 에너지의 원천은 어디라고 생각하세요?


단순함! 인 것 같습니다. 쉽게 생각하면 쉽고 어렵게 생각하면 어려운 것이 인생이니까요. 제가 참 별말을 다 하네요(웃음)


7. [RSK] 박문치 님이 생각하는 많이 알려지지 않은 90년대 명곡은 무엇인가요?


이승환 - 세 가지 소원

아마 유명할 테지만. 저에겐 유명하지 않았던 명곡!

뮤비에 이끌려 보다가 노래가 나중에 계속 생각났었어요.


8. [RSK] 박문치 님이 하나의 ‘노래’로 기억될 수 있다면, 많은 곡 중에 어떤 노래로 기억되고 싶으신가요?


'그해 이야기'

제가 좋아하는 요소들을 모두 집어넣었던 곡이라 그만큼 제가 많이 묻어있는 음악이에요. 내레이션, 웅장한 인트로, 홍또치언니의 죽여주는 리드 솔로, 강원우 오빠의 청아한 목소리와 홀리한 코러스, 그리고 행복한 우리를 담은 러프하지만 신비한 비주얼의 뮤직비디오까지. 저의 디렉팅과 진심을 한가득 담은 진국이라 마치 식당으로 치면 사장님 추천메뉴 같은 곡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웃음)


9. [RSK] 앞으로 박문치 님의 더 다양한 음악 활동이 기대되는데요. 앞으로 남은 2021년 계획이 있다면?


박문치와루루라라 (a.k.a 박루라) 앨범과 다양한 분야의 멋진 가수분들과 작업한 곡들이 나올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10. [RSK] 인터뷰하는 동안 아티스트 ‘박문치’에 대해 더 알아갈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성심성의껏 질문에 답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리고 앞으로의 음악 활동 또한 저희 롤링스톤 코리아가 응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저를 불러주신 롤링스톤 코리아, 너무너무 감사드립니다. 사랑해요!





PHOTOGRAPHS BY EVER.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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