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너

Features

팬데믹과 KPOP의 미래

COVID-19가 창궐한지 1년이 넘었다. 그 사이 이 바이러스는 전세계 문화생활 양식을 모조리 파괴하고 바꿔놓았다. 공연장과 극장, 경기장 등 모든 엔터테인먼트 시설들은 객석에 관객 대신 먼지를 앉혀야 했고 예술과 스포츠 엔터테이너들은 온라인 공연, 무관중 경기 등 관객의 호응 없이 생계를 유지해야 했다. 겨우겨우 관중을 다시 들이긴 했지만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모든 객석을 채울 수는 없었다. 일례로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는 2020년 2월부터 10월까지 팬데믹으로 인한 공연 취소 피해액을 약 1,381억 원으로 추산했다. 특히 국내 뿐 아니라 해외 활동도 두드러진 아이돌 그룹이 소속된 기획사는 이들의 해외투어 및 팬미팅 진행이 불가능해지면서 수익이 급감했다. 하이브 역시 방탄소년단의 해외 투어가 차질을 빚으면서 전년 공연 부문 매출(1천 911억 원) 대비 98% 감소한 34억 원을 기록했다. 심지어 국내에서 손꼽히는 대기업인 CJ에서 운영하는 대형 멀티플렉스 극장 비즈니스인 CGV는, 시장에 매물로 내놓았다가 팔리지 않자 어쩔 수 없이 손해를 감수하고 껴안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이런 현상은 비단 한국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이런 빈틈을 채워준 것이 있다면 단연코 OTT와 게임일 것이다. 공연 관련 산업이 급속히 위축된 반면, OTT와 게임시장은 팬데믹의 반사이익을 제대로 본 대표적인 엔터테인먼트 산업으로 자리잡았다. 이들은 바이러스의 위협이 없는 인도어 비즈니스이기 때문에 최근 한국의 공연산업들 역시 인도어 비즈니스 구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가장 직접적인 예로 온라인 콘서트를 들 수 있겠다. 라이브와 채팅으로 구성된 이 시스템의 한국내 업계 최고 위치는 유튜브나 트위치TV, 아프라카TV, VLIVE 등이 주름잡고 있는 시장이다. 하지만 온라인 콘서트만큼 단기간에 사용자를 끌어모을 수 있는 이벤트가 없기 때문에 기존 산업의 강자들과 더불어 숨죽이고 있던 플랫폼과 신규 플랫폼들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사실상 온라인 비디오 스트리밍이 가능한 모든 서비스들이 전투태세다. ZOOM도 마찬가지이며 틱톡까지 온라인 콘서트 시장에 뛰어들어 당분간은 이 전쟁이 지속될 전망이다. 
 

또한 이제 각 산업은 인도어비즈니스가 가능한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서비스 프로바이더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간 엔터테인먼트 분야에 그다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던 업체들 중, IT기업들 위주로 이러한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게임회사인 NC소프트는 하이브의 ‘위버스’와 유사한 ‘유니버스’ 서비스를 개시하며 KPOP과 관련한 팬덤과 관련한 각종 비즈니스를 서비스 중이다. 거기에 카카오의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멜론과 플랫폼 연동을 시작했다. 이렇듯 하이브 & 네이버 : NC & 카카오 구도로 양분화 된 KPOP 팬 비즈니스 사이에서 신생 온라인 콘서트 플랫폼이나 기타 KPOP 관련한 외부적 서비스가 지속적으로 만들어질 예정이다. 일부 엔터테인먼트사들의 경우, 이제 이러한 중간유통단계를 거치지 않는 사례도 생겼다. BTS의 경우 온라인 콘서트를 자체 플랫폼인 위버스(WEVERSE)에서 성공적으로 치뤄낸 바 있다. 중간 플랫폼을 거치지 않는 시스템 때문에 하이브의 직접수익은 더욱 늘어났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더군다나 위버스는 향후 VLIVE를 흡수할 예정이라 더욱 더 확장된 라이브 경험을 선사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따라서 일정 규모 이상의 엔터테인먼트사들은 자체 서비스항목에 라이브 스트리밍 관련 항목을 추가개발 하거나 관련 사업 신설을 고려중이다. SM과 JYP가 합심하여 만든 온라인 콘서트 전문 회사 ‘비욘드 라이브 코퍼레이션’이 이 일환 중 하나다.
 

다만 자금이 확보된 엔터테인먼트 사들의 경우 이렇다는 것이고, 중소규모 엔터테인먼트들은 여전히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어느 정도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었던 중소규모 회사들의 인수합병 사례도 생겨나고 있다. 이들의 체력이 팬데믹으로 인해 낮아진 지금이 가장 집어삼키기 좋은 적기이기 때문이다. 하이브가 빅히트였던 당시 팬데믹 이전에 쏘스뮤직 인수는 그저 그런 뉴스로 여겨졌다. 방시혁 대표와 소성진 대표와의 친밀한 관계 때문이다. 그러나 팬데믹 이후 플래디스 엔터테인먼트와 KOZ엔터테인먼트 인수에 이르자 생각이 바뀌었다. 거기에 YG PLUS의 2대 주주가 되며 위버스에 YG 아티스트들이 입점하거나 입점 예정이면서 판세가 바뀌었고, 결정타로 이타카 홀딩스의 인수합병은 국내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가장 큰 뉴스거리가 되었다. 이러한 빅딜의 대부분을 그간 하이브가 주도했다면, 이제 경쟁사들도 이런 일련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뒤따라가는 추세다. 특히 마마무의 소속사로 유명한 RBW는 2021년 4월 오마이걸의 소속사인 WM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합병하기로 합의했다. 현재까지 하이브 이외에 회사에서 나온 가장 공격적인 빅딜로 꼽히며 향후 내실있는 중소규모 엔터테인먼트의 합종연횡을 볼 수 있을 전망이다. 

문제는 경쟁력이 조금 떨어진다고 판단이 되는 기획사들의 경우 생존을 장담할 수 없는 상태라는 것이다. 이미 몇몇 아이돌 그룹은 조용히 해체를 선언하였고, 큰 임팩트를 남기지 못한 팀들은 컴백을 어쩔 수 없이 뒤로 미루고 있는 상황이다. 또 이와 결부되어 한동안 중소기획사에서는 눈에 띄는 신인 아이돌이 줄어들 것이다. 물론 이전에도 투자자들은 아이돌 제작에 대해 굉장히 보수적인 접근을 해왔다. 하지만 팬데믹 상황에 이르러서는 회수에 대한 위험부담이 더욱 커졌다. 알음알음 중국에서 ‘큰 손’들이 투자를 한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이것조차 어느 정도 경쟁력 있는 회사에 한한 이야기다. 따라서 산업 전반으로 큰 비용이 드는 아이돌 제작 비중이 줄어들고 음원수익만으로도 투자회수가 쉽고 위험부담이 적은 인디 제작으로 무게가 실릴 가능성이 높다. 반면 유명세만 잘 터진다면 큰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장르가 있는데 바로 트로트다. 현재 한국의 젊은 음악 소비자들은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한 대형 아이돌 데뷔에 지쳐있는 상태지만, 트로트의 경우 아직 오디션 프로그램의 역사도 짧고 주 소비층이 중년층이기 때문에 이 피로감에서 벗어나 있는 상태이다. 이 장르 제작에 대한 기획사의 선택도 기대해볼만 하다.
 

음원서비스의 경우 현재 가장 첨예하게 맞붙고 있는 비즈니스다. 공연장에서 노래를 들을수 없기 때문에 음원 서비스에 대한 경쟁이 더욱 심화되었다. 이미 지난 3월에 카카오M과 스포티파이가 음원유통 문제로 한바탕 홍역을 치른 바 있다. 카카오M의 경우 현재 한국 시장 1위이자 대표 스트리밍 서비스인 ‘멜론’의 점유율이 해마다 조금씩 낮아지고 있어 새로 들어온 강자에 대한 견제로 해석된다. 물론 스포티파이의 목표는 한국 유저 확보 보다는 KPOP 음반의 수집 목적도 크겠지만, 국내 업체들 입장에서는 그나마 작은 파이를 다시 나누어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따라서 벅스뮤직, 지니, 플로, 바이브, 소리바다 등 기존 업체들도 스포티파이의 한국 진출에 전략을 재구성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여기서 스포티파이의 강점이 드러난다. 플레이리스트 공유의 SNS화는 기존 한국 유저들에겐 신선함으로 다가올 것이다. 따라서 이제 국내 음원 스트리밍 업체들은 음원확보는 기본이고, 서비스의 형태를 어떻게 기획하고 구성하느냐에 따라 시장 내에서의 생존이 판가름 나게 될 것이다.

 

결국 팬데믹 이후의 KPOP산업은 언택트를 기반으로 IT비즈니스로 수렴되며, 대부분 KPOP 산업의 격전지도 방송국과 공연장이 아닌 IT무대로 바뀌게 되었다. 헤게모니를 쥐고 출발한 것은 하이브이며 후발주자들이 어떤 형식으로 경쟁하느냐에 따라 KPOP 비즈니스의 판세가 바뀔 것이다. 음악적으로는 자금 투여가 상대적으로 적은 인디음악과 투자 대비 회수율이 좋은 트로트 제작이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말할 필요도 없이제품의 퀄리티이다. 아무리 KPOP 돈이 된다고한들, 음악의 퀄리티가 보장된다는 전제 하에서 논의할 있는 것들이다. 그간 모두가 KPOP 좋아해주는 이유는좋은 음악 내놓았기 때문이다. KPOP 관련한 모든 산업 관계자들은 지금의 현상에만 골몰하여 수익을 내는 것에 집중할 것이 아니라, 언제나기본 충실해야 한다는 점을 잊어선 안된다.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