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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팝은 아이돌 음악? 케이팝의 진면목, 그 오리지널 맛을 찾아 떠나는 한국 대중음악 유랑기

어린 시절, 미국 영화에 열광하던 사람을 사전적 의미로 ‘할리우드 키드’라고 칭한다.

이를 빗대어 풀어보자면 필자는 철저한 ‘빌보드 키드’로서 빌보드 차트를 통해 전 세계의 팝음악을 섭렵하고자 했으며, 단순한 음악 청취에서 벗어나 또래 친구들에게 아직은 생소한 해외 뮤지션들의 음악 전도사이길 자처했다. “당시 그 어린 학생이 팝 음악에 매료되어 나름의 마니아 성향을 띤 ‘빌보드 키드’가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라는 접근 방식을 통해 오늘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레게의 대중화를 이끈 UB40, ‘너바나(Nirvana)의 라이벌로도 자주 언급되지만’ 개인적 취향으론 얼터너티브 록을 대표하는 최고의 밴드 펄 잼(Pearl Jam), 댄스 장르의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에이스 오브 베이스(Ace of Base) 외에도 이니그마(Enigma), 게리 무어(Gary Moore), 신디 로퍼(Cyndi Lauper), 스매싱 펌킨스(Smashing Pumpkins) 등 90년대 한국 가요계에서 접하기 힘든 레게, 랩&힙합, 블루스, 유로댄스, 그런지 록과 같은 다양한 음악적 메뉴는 머나먼 한국이라는 나라의 한 어린 소년에게 빌보드라는 맛 집을 제공하며, 골라 먹는 재미를 선사했던 것이다. 물론 마잭(Michael Jackson)과 뉴키즈(New Kids On The Block)는 두말하면 잔소리. 그만큼 빌보드라는 세계를 통해 비로소 세상의 모든 음악과 호흡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케이팝의 가시적인 성과는 싸이(PSY)의 “강남스타일”로 시작되었다는 사실에 반대 의견을 제시할 사람이 과연 몇이나 있을까? 만약 “강남스타일”을 국뽕으로 치부하는 사람이 (혹여나)있다 해도 BTS가 그 성과의 정점을 찍은 것에 대해 부정하긴 쉽지 않을 것이다. 세계적 시각에서 봤을 때 제3세계 음악으로 분류되었던 가요는 케이팝이라는 하나의 스페셜 카테고리로 성장하였고, 이젠 빌보드 1위라는 쾌거와 함께 많은 한국 뮤지션들이 해외 차트를 심심치 않게 두드릴 만큼 비중 있는 팝 음악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대부분 한국어 가사로 된 곡으로 이뤄낸 괄목적 성장이라는 점이다. 이는 곧 한국의 음악이 점차 언어적, 음악적 장벽을 뛰어넘는 세계관을 구축하고 있으며, ‘빌보드 키드’에서 ‘케이팝 키드’를 꿈꾸는 누군가의 출발점이 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전 세계의 음악적 장르를 아우르는 빌보드의 팝 그리고 제이팝과는 달리 지금까지의 케이팝은 ‘(단지)아이돌 음악’으로 치부되었던 현실에 반박의 여지가 없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다.    





 

타블로(Tablo) X 조이 배드애스(Joey Bada$$), 딘(DEAN) X 시드(Syd), 크러쉬(Crush) X 핑크 스웨츠(Pink Sweat$), 황소윤(So!YoON!) X 품 비푸릿(Phum Viphurit)… 국내 뮤지션들과 해외 유명 뮤지션들의 콜라보 또는 단독 해외 투어는 이제 더 이상 특별함이 아닌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여진다. MZ세대로 접어들며 한국의 실력 있는 뮤지션들이 SNS 등 다수의 채널들을 통해 보다 쉽게 노출된 이후로 새로움에 목마른 해외 각국의 뮤직 비즈니스 관계자들과 팬들이 국내 음반 시장에 눈을 돌리고 있다는 것을 체감하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아시아의 얼터너티브’, ‘한국형 얼터너티브 알앤비’라 불리는 뮤지션 히피는 집시였다(이하 히집 : Hippy was Gipsy)라는 팀이 있다. 대중들에게 아직은 생소한 수식어를 가진 이 팀은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알앤비&소울 음반상 등 다수의 수상 경력을 가지고 있으며, 한국적 아날로그 감성을 잘 표현하고 있다는 찬사를 받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한국적’이라는 것이 무엇일까? 필자의 감상평으론 히집의 음악은 한국적으로 국한되는 것이 아닌 하나의 독보적인 장르를 선보이고 있어 충분히 세계적이며, 독창적이다. 대중과 평단 모두에게 지지를 받고 있는 밴드 혁오(HYUKOH) 역시 마찬가지다. 또 모른다. 시종일관 (긍정적 의미로)방송만 틀면 나오는 이날치(LEENALCHI)의 “범 내려 온다”가 제2의 “강남스타일”이 될지도. 음악적 결은 분명히 다르지만 이들에게서 자미로콰이(Jamiroquai)의 향수가 느껴졌달까? 신선했다! 대중적 성공이란 측면에서 봤을 때 주류와 비주류의 차이는 있겠지만 한국 음악계의 선전을 보이는 현시점에서 이러한 비교는 그리 중요치 않다. 대신 호흡을 길게 하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수요에 쫓기듯 다급한 케이팝 양산형 공장이 아닌 다양성이 보장된 음악과 문화로써 선두에 서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우리들은 이미 표절로 얼룩졌던 90년대의 가요계와 오리지널리티가 다소 부족하다고 느껴질 수도 있을 만큼 짧은 스트리트(힙합), 인디 문화를 거쳐 오늘에 이르렀고, 이것은 분명 세계인들이 열광하는 케이팝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그러니 수많은 시행착오가 ‘습작을 클래식 반열로’ 올렸다는 그 사실에 자부심을 가져도 된다. 

 

서두에 언급했던 것처럼 빌보드라는 세계를 통해 비로소 세상의 모든 음악과 호흡을 시작하게 되었다는 필자와 같이 이젠 케이팝을 통해 비로소 세상의 모든 음악과 호흡을 시작하게 된다고 생각하는 그 어딘가의 ‘케이팝 키드’를 위해 앞으로도 진정한 케이팝의 Original Taste를 제공할 것을 약속하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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