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너

Features

케이팝의 세계관

케이팝의 성공은 단순히 운? 케이팝 팬들의 결속력, 그 중심에는 세계관이 있다.

지난 방탄소년단이 발매한 앨범 ‘be’가 앨범 차트 정상을 차지했다. 이로써 방탄소년단은 2년 6개월동안 5개의 앨범이 빌보드 200차트 정상에 올랐는데, 이는 1966 - 1968년 2년 6개월 동안 5장의 앨범을 빌보드200 1위에 올린 비틀즈 이후로 처음이다. 이제 케이팝은 한국에 국한된 음악이 아닌, 전세계에 그 이름을 알리고 있다.

 

전세계 리스너들에게 새로운 스타일의 음악과 퍼포먼스, 그것을 받쳐주는 아티스트들의 실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지만 일명 ‘팬덤’이라고 하는 케이팝 팬들의 결속력은 그 어느 음악팬들보다 강력하다. 그 중심에는 케이팝 아이돌 세계관이 있다.

 

자칫 거창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세계관은 세계에 대한 해석을 의미한다. 우리는 어떤 세계관을 통하여 세상을 바라본다. 영화 ‘매트릭스’에서 주인공 네오는 빨간 약과 파란 약 중 한 알을 선택해야 했다. 파란 약을 먹으면 주인공은 매트릭스에 남고 주인공의 세계는 매트릭스의 세계가 된다. 빨간 약을 먹은 주인공은 매트릭스에서 깨어나 기계와의 전쟁을 하는 현실세계를 보게 된다. 우리가 어떤 세계관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느냐에 따라 우리 모두는 각각 서로 다른 진짜 세계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호빗’과 ‘반지의 제왕’을 집필한 J.R.R. 톨킨이 하이 판타지 장르에 거대한 족적을 남겼다는 사실은 모두가 인정할 것이다. 그중 톨킨 세계관의 중심이자 대표작인 ‘반지의 제왕’ 이 신화적인 요소들을 끌어내어 지금은 다른 판타지 작품에서 클리셰로 등장하는 드래곤,엘프,트롤,마법사 등의 구체적인 이미지를 정립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작가의 또 다른 소설 ’실마릴리온’을 보면 판타지 요소들의 이미지 정립 뿐만 아니라 ‘퀘냐’,’신다린’등 기존에 없던 새로운 언어와 역사적 배경을 만들었다. 이런 탄탄한 세계관 정립이 있었기에 이는 많은 독자들의 흥미를 유도했고, 후에 영화로도 제작되어 많은 판타지 소설과 게임의 모티브가 되었다. 작가의 세계관을 이해하기 위해 심지어 철학적으로 풀이한 책까지 나오는 정도이니 소설과 영화의 흥행은 두말하면 잔소리. 그 정도로 톨킨의 신선하고 정교한 세계관은 파급력이 대단했고, 대중들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이러한 세계관은 소설이나 영화뿐만 아니라 요즘은 케이팝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카세트테이프나 CD음원으로 음악을 했던 예전과 달리 MP3 플레이어의 보급으로 음악 소비 패턴이 빨라졌고, 이는 대중들의 음악적 다양성 요구로 이어지게 되었다. 이후 스마트폰의 보급과 LTE, 유튜브로 인해 사람들은 음악이 단순히 ‘듣는음악’에서 ‘보는음악’으로 발전하였고, 대중들은 전보다 쉽게 수많은 라이브 영상과 뮤직비디오를 접할 수 있게 되었다. 한국의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는 이런 시대의 변화를 인지하고 있었다. 단순히 해외공연이나 TV프로그램 출연으로 해외에 인지도를 쌓아야만 했던 예전과 달리, 영상을 통해 해외진출을 더욱 손쉽게 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이는 ‘보여지는 음악’ 이 얼마나 중요해졌는지를 뜻하며, 대중들은 단순히 음악을 듣기만 하는 것이 아닌 하나의 컨텐츠로 생각할 것이며 ‘팬덤’의 중요성을 충분히 알고있는 한국의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케이팝 세계관 구축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구체적인 세계관 구축의 대표적 사례는 2012년 데뷔한 엑소이다. 23개의 데뷔 티저를 통해서 멤버별 설정과 그들의 세계관에 대한 단서를 제공했다. 엑소는 ‘엑소 플래닛 에서 지구로 날아온 초능력자’라는 설정을 가지고있으며 각 맴버마다 다른 초능력을 가지고있다. 데뷔 초 익숙하지 않은 판타지적인 요소때문에 진입장벽이 높다는 평이 있었으나, 엑소만의 독특한 스토리에 팬들의 몰입도를 높이고있다.

 

방탄소년단은 데뷔때부터 청춘들의 성장 서사에 기반을 둔 아티스트이다. ‘학교 3부작’, ‘화양연화 2부작’ ‘love yourself’ 시리즈 등 10대와 20대 청춘들의 생각과 고민, 삶과 사랑, 꿈과 역경이 주요 주제이다. 앨범에 담긴 노래와 뮤직비디오 속에는 각 시리즈를 상징하는 요소가 숨어 있어 팬들에게 숨겨진 의미를 해석하는 재미를 준다.

 

세계관으로 음악적 정체성을 명확하게 제시하는 아티스트도 있다. ‘악몽을 잡아주는 꿈의 요정들’이라는 뜻의 드림캐쳐는 데뷔곡인 ‘chase me’ 부터 악몽컨셉을 소화하고있다. 케이팝 아이돌에게서는 보기힘든 락장르와 함께 섬뜩한 분위기의 의상과 퍼포먼스는 공포영화를 연상케한다. ‘악몽 3부작’의 마지막 뮤직비디오인 ‘날아올라’의 뮤직비디오에서는 본격적인 세계관이 시작된다. 악몽 컨셉을 강조한 이전과 달리 캐릭터마다 다른 스토리와 관계성을 살펴볼 수 있어 팬들에게 드림캐쳐만의 세계관의 이해도를 높혀준다.

 

케이팝에서의 세계관 형성은 단순히 스토리텔링을 위한 것이 아니라 사랑, 이별노래에서 벗어나 더 다양하고 개성있는 컨셉을 전개할 수 있고, 세계관 자체가 그 아티스트들의 정체성이 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세계관 형성이 잘 된 아이돌이라면 해석을 비롯한 즐길거리가 많아지고 대중들에게 곡과 컨셉에 대한 이해도와 더불어 공감, 몰입도를 높여준다. 단순히 음악, 뮤직비디오로 끝내는 것이 아닌 다른 여러 영상들과 공연에서도 세계관이 녹여드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으며, 이는 굿즈의 판매량으로 이뤄진다.

 

방탄소년단의 팬이름인 ‘아미’들은 한정판 굿즈를 위해 BTS POP-UP STORE에서 웨이팅은 기본이다. 유튜브에만 가봐도 수많은 언박싱 리뷰 영상들이 있으며 행복해 하는 팬들의 표정은 덤이다!

 

요즘 세계관 컨텐츠가 우후죽순으로 늘어나는 상황에서 어설픈 세계관 구축은 단점 요소가 될 수 있다. 특히 케이팝이 많이 유명해지면서 케이팝 세계관을 전문적으로 리뷰하는 대중들이 많이 늘어나고있는데 “다들 세계관이 있으니 나도 한번 만들어 볼까?” 라는 마인드가 의심될만큼 부실한 세계관이라면 결국 용두사미가 되버려 호불호가 갈리게되고 대중성까지 놓쳐버리게된다. 또한 현실세계에서의 문제로 그룹에서 멤버가 탈퇴해버리는 경우, 이는 세계관이 흔들리게된다. 멤버마다 설정된 상징이 세계관의 큰 역할을 하는 ‘엑소’같은 그룹은 여러번 멤버탈퇴와 이슈가 생기면서 세계관 수습에 어려움을 겪고있다.

 

예전부터 프로젝트성 그룹을 많이 만들어온 SM엔터테인먼트에서는 멤버수에 제한을 두지않는 ‘무한개방, 무한확장’의 ‘NCT’라는 그룹을 만들어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고 있다.

 

음악의 수명이 점점 짧아지는 요즘, 이렇게 팬들과 아티스트를 이어주는 케이팝 시장의 세계관 구축은 단순히 음악을 듣고, 보는 것을 넘어서 팬들의 즐거움을 한층 더해주고 하나의 컨텐츠로 승화시킬 수 있는 중요한 요소이다. 단순히 케이팝의 세계화를 넘어서 그 이상의 강력한 파급력을 가진 컨텐츠가 된다면 유니버셜 스튜디오와 디즈니랜드가 아닌, 어쩌면 케이팝 유니버스 테마파크가 나올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해보면서 이 글을 마친다.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