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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스웨이브, 너 정체가 뭐니?

위켄드, 마일리 사이러스, 트와이스도 시도한 신스웨이브


2020년 최고의 음악 중 하나가 위켄드의 ‘Blinding Lights’라는 것에는 이견이 많지 않다. 그래미가 한 분야에도 후보에 올리지 않았다가 역풍을 맞아 시상식으로서의 신뢰가 훼손된 것만 봐도 ‘Blinding Lights’의 작년 존재감은 어떤 노래와 겨뤄도 정상급이었다. 빌보드 싱글 차트 탑 텐에서 41주 동안 머무는 장기 흥행을 거뒀고 음악 매거진들도 대부분 연말 결산에 포함시켰다.  

 

‘Blinding Lights’의 성과는 단순히 ‘완성도’로 치환할 수도 없다. 한 장르의 주류 급부상을 견인했기 때문이다. ‘Blinding Lights’는 신스웨이브라는 장르를 음악계에 널리 퍼트리는 기폭제 역할을 했다. ‘Blinding Lights’ 히트 이후로 마일리 사이러스가 ‘Midnight Sky’에서 같은 장르를 시도했고, 분위기가 무르익자 EDM 스타 데이빗 게타도 ‘Let’s Love’로 뒤늦게 대열에 뛰어들었다. 먼나라 한국에서도 트와이스가 ‘I Can’t Stop Me’에서 신스웨이브를 시도했다. 케이팝 그룹이 타이틀곡으로 내세웠을 정도로 신스웨이브는 세계 댄스 팝 시장의 주류에 올라섰다. 





 

그렇다면 신스웨이브는 어떤 음악이고 어떤 역사를 거쳐 지금에 이르렀을까? 먼저 신스웨이브에 대해 간단히 정의를 내리면 ‘고전 신디사이저를 사용해 만드는 레트로 전자 음악’이다. 여전히 고가에 거래되는 주노, 무그, 주피터 같은 클래식 신디사이저들로 과거의 전자 음악 분위기를 재현하는 음악이다. 현재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레트로 경향의 전자 음악 버전이라 봐도 좋다. 

 

지금의 열풍에 결정적 영향을 끼친 촉발점도 음악을 넘어선 대중문화계의 전반적 복고 트렌드와 관련이 있다.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SF 드라마 <기묘한 이야기>의 사운드트랙이 주요한 역할을 했다. 역대급 히트작에 등장하는 1970-80년대 풍 전자 음악에 뮤지션과 마니아들이 반응하기 시작했고, 그것이 조금씩 바람을 키우다가 지금의 태풍으로 발전했다. 유튜브를 찾아보면 <기묘한 이야기> 테마인 ‘Stranger Things’를 신디사이저로 커버한 영상이 많다. 그렇게 점들이 선으로 연결되며 뚜렷한 트렌드로 발전했을 것이다. 

 

<기묘한 이야기> 사운드트랙은 제작 비하인드 스토리에서도 이 장르에 대한 단서를 알려준다. 음악을 담당한 카일 딕슨과 마이클 스타인에 의하면 옛날 아날로그 신디사이저를 이용해 작업했기 때문에 수정 요구를 맞추기 위해 똑같은 장비를 여러 대 구입해야 했다고 한다. 옛날 장비들 중엔 지금 만든 소리가 저장되지 않는 것들도 많아 똑같이 재현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일단 소리를 만들었으면 노브를 건드리지 않고 당분간 그대로 놔두었다가 수정 요구가 오면 그걸 그대로 썼다. 컴퓨터와 최신 악기로 편하게 작업할 수 있는데도 굳이 불편하게 과거를 고집했다는 점에서 신스웨이브는 확실히 과거를 향한 낭만에 취해 있다. 지금의 바이닐 열풍과도 비슷하다. 

 

<기묘한 이야기>가 이 트렌드의 출발점은 아니다. 그 이전에 <드라이브>라는 영화가 있었다. 흥행은 못했지만 라이언 고슬링과 캐리 멀리건이 주연으로 나오는 데다가 스타일리시한 화면과 짜릿한 권선징악의 쾌감 덕분에 잔잔히 입소문을 타던 영화다. 2011년 작품인 이 영화에서 신스웨이브 뮤지션들이 사운드트랙을 맡으면서 대중들의 레이더에 포착되기 시작했다. 확실히 언더그라운드의 대중화엔 영화나 드라마 같은 매체가 큰 역할을 한다. 영화에 삽입된 컬리지(College)의 ‘A Real Hero’(Feat. Electric Youth)는 이 장르를 논할 때 빠지지 않는 고전이 됐다. 

 

<드라이브>보다 더 거슬러 올라갈 수도 있다. 이 장르의 선구자 중 하나인 퓨처캅!은 2007년부터 활동하기 시작했다. 그룹은 1980년대에 대한 애정이 유독 강한 사람인데, (강한데, 로 수정) 대표작 <The Adventure Of Starpony> 앨범 커버를 보면 1980년대 일본 애니메이션에 대한 오마쥬를 읽을 수 있다. 좋아하는 감독도 <조찬 클럽>과 <나홀로집에>를 감독한 존 휴즈라고 한다. 그는 (삭제) 존 휴즈의 영화에서 촌스럽지만 오히려 재밌는, 세련되지 않았지만 순수한 무언가를 발견한 것 아닐까? 신스웨이브의 복고 감성엔 그런 맥락 또한 있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신스웨이브 열풍의 기저에는 EDM에 대한 싫증과 한층 깊은 전자 음악에 대한 열망이 흐르고 있다고 생각한다. EDM이 너무 뻔해졌다 생각한 전자 음악 마니아들이 새로운 사운드를 찾다가 태어나기 이전의 고전들에서 매력적 무언가를 발견한 것이다. 최근의 음악 제작 환경도 이를 부추겼다. 요즘 신디사이저 회사들의 공통점은 과거의 고전들을 복각하는 것이다. ARP, 주피터, 주노 등 신스 팝 시대를 휘저었던 고전 신디사이저들을 모던한 기능과 컴팩트한 사이즈로 변형해 내놓고 있다. 그만큼 새로운 세대가 예전 전자 악기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글을 쓰고 있는 이 시점에도 아투리아라는 회사가 전설적인 신디사이저 주노의 소프트웨어 복각 제품을 발표했다. 윗세대에겐 불편한 옛날 방식이 새로운 세대에겐 신선한 무언가일 수 있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된다. 

 

 

신스웨이브 대표곡 

The Midnight ‘River Of Darkness’ (Feat. Timecop1983)

College ‘A Real Hero’ (Feat. Electric Youth)

Futurecop! 'NASA'

Timecop1983 ‘Secrets’

Kavinsky ‘Nightcall’ (Feat. Lovefoxxx)


신스웨이브 대표 유튜브 채널

New Retro Wa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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