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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은 과연 아이들의 꿈일까, 어른들의 비즈니스일까?

2020년 현재 대한민국이 ‘가수지망생 100만명’의 시대를 맞이했다고 각종 언론에서 보도되었다. 1990년대 후반부터 한국 가요계는 아이돌 문화 형성과 동시에 30여 년 넘게 수많은 발전을 거듭해왔으며 대중음악 시장에서 정점을 찍고 있는 것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이를 증명하듯 BTS, 블랙핑크, 엑소, 트와이스 등 K-POP 아이돌의 인기가 전 세계 대중음악시장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고 심지어 BTS는 얼마 전 2020년 미국 빌보드 차트에서(연말 결산 7개 부문) 당당히 1위를 거머쥐었다. 

 

이런 K-POP의 인기와 위상은 시대의 흐름을 타고난 운일까? 혹은 대한민국 엔터테인먼트(기획사)의 치밀한 기획과 마케팅 그리고 자본력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아티스트의 실력일까? 

1996년 7월 대한민국 가요계에 HOT(High-five Of Teenagers)라는 5인조 보이그룹이 데뷔한다. HOT는 90년대 초반 최고의 남자 솔로 댄스가수 현진영을 키워낸 SM엔터테인먼트 이수만 프로듀서의 야심작이었다. 

 

그들은 개성 넘치는 외모와 화려한 패션, 그리고 보기 드문 멋진 댄스 퍼포먼스와 수준급의 보컬, 랩 실력을 지녔었다. 당시 HOT는 젊은 청소년들의 눈과 귀를 만족시키기에 충분했으며 그들의 음악은 대한민국의 어두웠던 당시 사회문화를 방황하던 청소년의 시각에서 비판을 통해 공감을 얻고, 꿈과 희망을 바라던 이들에게는 사랑의 메시지를 전달하며 대중의 인기와 사랑을 받았다.

 

사실 HOT 탄생 이전에도 아이돌 가수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90년대 대중문화의 아이콘이자 '문화 대통령'이라 불리는 서태지와 아이들(1992년 데뷔)을 시작으로 듀스, 룰라, 클론, 터보 등 신나는 댄스음악과 화려한 퍼포먼스를 겸비한 댄스그룹이 즐비했었다. 

 

하지만 대한민국 대중음악 역사상 '아이돌 1세대'라는 수식어가 붙고 아이돌 문화가 형성되는 시점은 HOT를 기점으로 나뉜다고 볼 수 있다. 이후 젝스키스, SES, 핑클, GOD, 신화 등 HOT와 비슷한 컨셉의 보이그룹, 걸그룹이 탄생했으며 젊은 층을 타깃으로 한 아이돌 출현과 동시에 아이돌 문화는 급속도로 성장했다.

 

90년대 대한민국은 표현의 자유와 예술, 문화의 발전보다, 치열한 입시경쟁과 더불어 개인의 가치와 개성을 존중받지 못했고 생존에 위협받지 않을 만큼의 안정적인 직장과 삶을 지향하는 사회 분위기였다. 구세대(부모님)와 신세대(자식들)로 확연히 양분화되던 그 시절 "연예인은 딴따라"라는 인식이 대중의 뇌리에 박혀 있었고 젊은 층은 늘 가슴 한켠에 꿈틀거렸던 예술의 피를 억누르고 살아야만 했다. 하지만 HOT 등장으로 아이돌 문화가 형성된 이후, 인식의 변화가 시작됐다. 

 

청소년들 스스로 가수(연예인)를 따라 하며 욕구 해소와 대리만족했던 동경의 시점에서 '내가 직접 가수(연예인)가 되겠다'라는 꿈을 가지게 된 것이다. 당시 청소년들의 인식 전환이 가능했던 이유는 기획사의 에서 '트레이닝 시스템'이 생겼기 때문이다.

 

HOT는 기획사의 트레이닝 시스템으로 탄생한 첫 아이돌 그룹이다. 이전까지는 가수나 연예인은 타고난 외모 혹은 천부적인 끼와 재능이 있어야 될 수 있다고 믿어왔었고 평범한 사람은 감히 꿈꿀 수 없는 영역의 일부로 여겨졌다. 하지만 불가능해 보이던 이것을 가능케 했던 것은 바로 '트레이닝 시스템'이었다.

 

<1> 기획사 오디션을 통해 향후 가수로서 데뷔 가능성이 있는 연습생을 선발한다.(이후 연습생 계약을 한다) 

<2> 전문 트레이너의 지도하에 보컬, 댄스 수업 등 다양한 교육을 실시하여 기본 실력을 쌓는다.

<3> 교육(댄스, 보컬) 이외에 외모관리(운동, 다이어트), 화술, 인성교육 등 아이돌에 필요한 관리 및 트레이닝을 받는다. 

<4> 연습생의 데뷔 준비가 끝났으면 아티스트 계약을 체결한다.(계약조건은 기획사마다 상이)

<5>기획사가 기획한 컨셉의 앨범 준비(노래, 안무 등)를 한다. 

<6>연습생은 기획사 트레이닝 시스템을 통해 아이돌 가수로 데뷔한다.

 

이렇게 아이돌 가수를 꿈꾸는 평범했던 아이는 오디션을 통해 기획사의 연습생이 되면서 부족했던 실력은 성장하고 평범했던 외모가 업그레이드된다. 처음에는 보이지 않았던 연습생의 재능과 외모가 기획사의 철저한 트레이닝 시스템을 통해 만들어지고 이후 아이는 데뷔를 통해 아이돌로 불리며 대중의 관심과 사랑을 한 몸에 받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마치 기획사 오디션만 합격하면 회사에서 모든 것을 지원해 주고 데뷔를 위한 과정이 일사천리로 빠르게 진행될 것 같지만 실상은 절대 그렇지 않다. 

 

기획사의 자본, 기획력, 시스템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연습생이 아이돌이 되기까지의 꿈을 향한 열정과 끊임없는 노력 그리고 자기관리(외모)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공인으로서 대중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지속적으로 연예계 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는 참된 인성과 강한 멘탈이 받쳐줘야 한다. 옛말에 가수(연예인)는 타고나야 한다는 말이 있지만 2020년 K-POP 아이돌은 기획사의 철저한 시스템 안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 대한민국 엔터테인먼트 K-POP 산업은 약 30여 년 동안 꾸준한 발전을 이뤘다. '발전했다'라는 것은 그만큼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무엇이든 하나의 역사가 이뤄지기 위해선 시작 단계를 거쳐 과도기, 정체기, 침체기를 지나 비로소 안정기가 찾아온다. K-POP도 마찬가지로 과거의 실수를 발판 삼아 현재의 시스템을 구축해 왔다. 

 

음악, 문화, 예술, 패션 등 분야를 넘나들며 K-POP 아티스트는 시대를 앞서 유행을 창조하고 트렌드를 이끌어왔다. 또한 전 세계적으로 대중의 관심과 사랑을 받으며 팬들과 소통할 수 있었던 것은 엔터테인먼트 회사(기획사)의 노력도 한몫 했다. 하지만 기획사는 그동안 갑, 을 계약관계에 의한 문제를 비롯해 연습생의 일탈행동, 아티스트(연습생)의 인권침해, 팬(사생)으로부터 아티스트 사생활 보호 등 아티스트(연습생)와 팬, 그리고 대중 사이에서 늘 사건 사고의 중심에 놓여있다. 이에 따른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대한민국은 그동안 여러 법이 시행 및 개정됐음에도 불구하고 그 온도차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이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이자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일지도 모른다. 아직 가치관이 형성되기 전 아이(청소년)는 연습생이 되어 경제관념과 비즈니스에 대한 인식도 없이 오로지 자신의 꿈을 이루고자 춤과 노래만 연습한다. 사회생활에서 배워야 할 인간관계는 기획사 내부에서 이뤄지고 있으며 호기심 가득 세상을 경험해야 할 시기에 학교, 연습실, 숙소만을 오가며 데뷔를 준비한다. 이 모든 트레이닝 과정에서 많은 연습생이 포기를 한다. 심리적 압박감과 육체적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으며 기획사의 관리와 통제 속에 자유롭지 못한 생활, 그리고 연습생 간의 경쟁과 끝을 알 수 없는 연습 시간(데뷔 준비)을 견디기란 절대 쉽지 않다. 이것이 '아이돌은 아무나 꿈꿀 수 있지만 아무나 될 수 없는 이유'이다.

 

'K-POP 아이돌'이라는 선망의 대상과 꿈 그리고 환상 이면에는 엔터테인먼트(기획사의) 자본이 앞서 존재한다. 기업(기획사)은 이윤추구가 목적이다. 그래서 여기에는 아이들의 꿈과 회사의 비즈니스가 공존하고 있으며 'K-POP'이라는 전 세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뮤직 콘텐츠와 '아이돌'이라는 매력적인 상품은 기획사의 수익창출에 기여한다. ’K-POP 아이돌'을 꿈꾸는 수많은 연습생(지망생)에게는 불편한 진실이겠지만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만 하는 현실이기도 하다. 기획사는 한 명의 아티스트를 탄생시키기 위해 '가능성'이라는 무형의 가치 하나만 바라보고 오디션을 통해 연습생을 선발하고 그들을 먹이고 재우고 가르치며 관리와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어떤 의미로 자라나는 10대 아이에게는 부모 이상의 역할을 해내기도 하고 이제 막 성인이 된 20대 사회 초년생에게 어려운 취업난과 좀처럼 개인이 성공하기 힘든 사회구조 속에서 돌파구도 마련해 준 셈이다. 

 

하지만 이런 복잡한 관계와 속 사정은 누구의 잘잘못도 아닌 서로의 입장 차이에서 비롯된 문제이며 인간관계와 비즈니스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며 조금씩 발전하고 있다. 승자도 패자도 없지만 서로 상처를 주고받으며 그렇게 엔터테인먼트(기획사)와 아티스트 모두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구분 짓는 법과 계약이 존재하지만 K-POP이라는 오리지널 콘텐츠는 뮤직 비즈니스와 동시에 휴먼 비즈니스인 것이다. 

 

결국, 아이들은 꿈을 위해, 어른들은 기업의 이윤추구를 위해 같지만 다른 의미에서 각자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래서 이것을 더욱더 서로 존중하고 받아들인다면 앞으로 K-POP은 지금보다 더 성숙해지고 강력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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