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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아버지의 이름으로 - 매튜 본 감독의 영화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 (2021)

 영화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 (2015)와 <킹스맨: 골든 서클> (2017)까지 킹스맨 시리즈는 전통적인 스파이 액션과 다른 B급 감성을 유지하고 있었다. 영국첩보원하면 떠오르는 007 시리즈의 제임스 본드가 지닌 진중함과 달리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인물들의 성격과 영화 속에 숨겨진 정치 풍자 및 화려한 액션은 킹스맨 시리즈의 특징이다.


 그러나 이번에 개봉한 영화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는 이전의 킹스맨 시리즈와 조금 다른 결을 지니고 있다. 영화의 시공간적 배경이 1900년대 세계 1차 대전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중심으로 하고 있는 만큼 이전의 영화들에서 보여주었던 것처럼 최첨단 무기를 다루는 화려한 액션과 B급 감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대신 영화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세계 1차 대전의 역사적 사실을 비틀어 영화적 상상력을 덧입히고 있다. 


 예컨대 영화 속에 러시아 혁명을 성공시킨 레닌과 왕정 러시아에서 니콜라이 2세의 신임을 받으며 국정을 좌지우지 했던 수도사 라스푸틴이 등장한다. 레닌과 라스푸틴은 실제 역사적으로 실존했던 인물들로 그들은 악의 세력이 내린 명령을 수행하는 하수인으로 묘사되고 있다. 영화에서 옥스포드와 그의 동료들은 러시아의 참전을 유도하기 위해 라스푸틴의 암살을 시도하는데, 이 장면은 역사적 사실과 가상을 절묘하게 뒤섞어 놓았다. 바로 이러한 점이 영화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가 보여주는 영화적 상상력이다. 한편 덧붙여 말해야 할 것도 있다. 영화는 레닌이 주도했던 러시아 사회주의 혁명이 지닌 역사적 무게를 고려하지 않고, 손쉽게 그의 사회주의 혁명을 악으로 규정한 것은 아닌가 하는 점이다. 이것은 영화 속에 은밀하게 작용하고 있는 영국 중심주의적 관점을 노출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이 작품이 러시아의 역사적 인물들을 다루는 방식은 과거 많은 영화들에서 소련을 악의 세력으로 바라보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이와 같이 실존했던 역사적 인물들의 등장과 세계 1차 대전의 무게감 덕분에 영화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는 앞선 시리즈에서 보여주었던 B급 감성보다 진중함이 앞선다. 그럼에도 이 작품은 사라예보 사건으로 시작된 세계 1차 대전 그 자체의 잔혹함과 전쟁의 무의미함을 놓치지 않고 있다는 점은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이 영화를 이끌어가는 주된 동력은 옥스포드와 그의 아들 콘래드 사이의 갈등이다. 독일의 봉쇄정책에 의해 영국이 점차 고립되자 애국심에 불타는 청년 콘래드는 전쟁에 참전하고자 한다. 하지만 평화주의자인 옥스포드에게 전쟁이란 승리자 없는 모두의 패배를 의미하기 때문에 콘래드의 결정에 반대한다. 결국 옥스포드의 만류에도 전쟁에 참전한 콘래드는 전쟁터에서 죽어가는 동료들의 모습을 목격하고서야 아버지의 경고가 지닌 의미를 깨닫는다. 그러나 콘래드의 깨달음은 모든 일을 다시 되돌리기에는 늦어버렸고 그는 독일군의 스파이로 몰려 아군의 총을 맞고 전사한다. 이런 점에서 영화는 콘래드의 죽음을 통해 젊은이들의 무의미한 죽음을 양산하는 전쟁의 참혹함을 관객들에게 상기시키고 있다.  

 

 간단히 말해 영화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가 지닌 내러티브의 핵심은 진정한 아버지 되기이다. 기억을 떠올리면 많은 영웅서사들은 대부분 아버지가 이룩한 기성의 세계를 무너뜨리고 자신의 왕국을 세우는 것으로 끝난다. 바로 아들에게 아버지의 세계는 극복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작품은 기성의 내러티브 구조를 뒤집는다. 현실에 직접 개입하기 꺼려하던 평화주의자 옥스포드가 죽은 아들의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모험을 시작하기 때문이다. 그가 킹스맨을 조직하고 스스로를 아서라고 칭할 때 비로소 그의 모험은 완성된다.



<사진 제공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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