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부터 끝까지 망설이지 않고 앞만 보고 내달린다. 구구절절 복잡하게 설명하지 않고, 청승을 떨지도 않는다. 남북한의 보이지 않는 외교적 경쟁은 존재하지만 복잡한 정치적 이념의 맥락은 멀리 치워버렸다. 바로 류승완 감독의 영화 <모가디슈>에 관한 이야기이다. 어디에나 부정부패란 존재하고 1987년의 아프리카 소말리아에 있는 모가디슈도 예외는 아니다. 독재정권과 부패한 관료들이 지배하는 일상 속에서 경찰권이 남용되고 민중들은 부당한 처우를 당해도 하소연할 곳이 없다.
이러한 정부의 폭력을 참다못해 봉기한 반군세력이 소말리아 모가디슈에 진입하고 곧 극단적인 내전 상황으로 치닫는다. 갑작스럽게 발발한 내전으로 인해 남북한대사관의 교통 및 통신 시설은 마비된다. 그로 인해 대사관에 머물던 외교관들은 모가디슈에 고립된다. 이제 남북한대사관 식구들에게 모가디슈는 정치적 경쟁의 장소가 아니라 생존을 위해 탈출해야 하는 재난 공간으로 변모한다.
영화 <모가디슈>는 영리하게 소말리아 모가디슈라는 이국의 장소를 배경으로 삼아 남북한의 정치적 맥락을 뒤로 물려놓음으로써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관객들의 심리적 부담감을 덜어준다. 또한 류승완 감독은 소말리아의 모가디슈에서 일어난 내전 상황의 급박함을 표현하기 위해 핸드헬드(handheld) 기법을 활용해 현장감을 극대화했으며 빠른 장면 전환과 긴장감 넘치는 자동차 추격 씬을 통해 대중영화로써 관객에게 많은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소말리아 모가디슈에서 벌어지는 내전 상황을 지켜보면서 아이러니한 감정에 휩싸인다. 바로 소말리아 정부의 경찰이 휘두른 곤봉에 맞아 차갑게 식어가는 한 아이의 죽음을 바라보며 느끼는 불편한 감정과 사건에 개입할 필요 없이 관망하는 관찰자로서의 시선이 충돌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피폐한 소말리아 민중의 삶을 목격하면서도 우리는 비애(悲哀)의 감정 대신 남한대사관 식구들의 코믹한 행동으로 인해 웃음 짓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경우를 들 수 있다.
그러나 영화를 자세히 보면 1987년 당시 소말리아 사회의 풍경과 남북한이 처한 사회적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음을 알게 된다. 과거 남북한 독재정권의 부정부패한 관료제는 무고한 민중들을 핍박했으며 한반도는 두 나라로 갈라져 여전히 내전을 치르는 상황과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영화 초반부에 나타나는 남북한대사관의 보이지 않는 외교전이 암시하는 것처럼 남북한의 정치적 대립은 모가디슈라는 이국의 장소로 옮겨져도 지속된다.
물론 이국의 공간에서 사건이 전개되기 때문에 국가의 폭력에 의해 희생되는 민중과 내전으로 인해 발생한 참상의 비판이라는 보편적 맥락에서 영화 <모가디슈>의 주제의식을 이해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영화의 결말 부분에서 함께 위기를 극복해온 남북한대사관 식구들이 짧은 이별의 인사도 제대로 못하고 버스에 올라탄 이후 케냐 공항을 반으로 가르며 빠져나간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작품을 한국의 분단 역사에 대한 알레고리(allegory)로 읽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남한 대사 한신성과 북한 대사 림용수가 버스에 올라타기 이전 멈칫거리는 장면은 영화 <모가디슈>가 관객들에게 던지는 정치적 일갈(一喝)이다. 무엇이 그들에게 침묵을 강요하는가. 두 인물 사이에 흐르는 견고한 침묵은 어떠한 정치적 이데올로기로도 환원할 수 없다. 바로 침묵의 이미지는 남북한의 정치적 이데올로기가 지닌 폭력성을 고발하는 강렬한 정치적 이미지로 읽을 수 있는 것이다.
Pedal To the Metal
-Director Ryoo Seung-Wan’s movie Escape from Mogadishu (2021)
This film puts the pedal to the metal from beginning to end, leaving out hesitation or arduous explanation. Although the silent diplomatic tug-of-war between the South and North exists, it tosses the complicated political ideology out the window. This is the story of “Mogadishu,” directed by Ryoo Seung-Wan. Corruption is a constant indweller of modern society, and the city of Mogadishu, Somalia, in the year 1987 was no different. Under the control of a dictatorship, corrupt bureaucracy, and the abuse of police power, the people of Mogadishu are left with no place to seek help from injustice.
No longer being able to tolerate the abusive government, situations take a drastic turn resulting in a civil war with the rebel forces rising to attack Mogadishu. With the sudden outburst of civil war, transport and communication facilities in the South and North Korean embassies are tied up, trapping diplomats inside the embassy. As a result, Mogadishu is no longer an area of political competition between the South and North Korean embassies but rather a catastrophic warzone they both need to flee.
The movie “Escape from Mogadishu” cleverly chose the backdrop of a foreign country. Filmmakers pushed aside the diplomatic context between South and North Korea to keep the movie light and alleviate any stress on the moviegoers. Director Ryoo Seung-wan goes the extra mile to make the movie realistic by capturing the urgency of escaping with a hand-held filming method. He also provides a lot of excitement for the viewers with quick transitions and nerve-wracking car chases.
Audience members will be overwhelmed by satire and emotions while watching the civil war unfold in Mogadishu. It is the contradiction between the uncomfortable emotions of watching a child die from a blow by the Somalian police officer and feeling as if you are standing on the sidelines only to observe the incidents without the need to intervene. You may even find yourself laughing at the comedic interactions between the South and North Korean embassy families rather than feeling the sorrow and despair from witnessing the tragic lives of the Somalian people.
But with a closer look, you may realize that 1987 Somalia wasn’t all that much different from the situation between South and North Korean societies. In the past, the corrupted dictatorial governments of both the South and North were persecuting innocent citizens. The countries were divided into two and are still in a state of civil war. As the invisible power struggle between South and North Korean embassies at the beginning of the movie implies, governmental conflict continues even in a foreign country.
Of course, with the events occurring in Mogadishu, this film could be perceived as only having the purpose to expose and criticize the brutality of a country and the subsequent misery of a civil war. Despite being through a harrowing experience together, the people of South and North embassies part ways in the Kenya airport to escape. This movie could also be interpreted as an allegory of the historical divide on the Korean peninsula.
In this context, the scene where South Korean Ambassador Han Sin-seong and North Korean Ambassador Rim Yong-su hesitates before getting on the bus to the airport may be a political beratement that the movie “Mogadishu” is throwing out to viewers. The question remains, “What forces them to stay in such silence?” The solemn silence between the two cannot be reduced to any governmental ideology. This silence may be understood as a powerful message addressing the violence stemming from political ideology between South and North 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