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한인 이민자 가족의 따뜻하고 생생한 미국 정착 분투기를 그린 영화 ‘미나리(MINARI)’가 제78회 골든글로브상 시상식에서 외국어 영화상을 거머쥐었다. 재미교포 2세 정이삭(리 아이작 정) 감독이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만든 이 영화는 “보편적이면서도 놀라운 이민자들에 관한 이야기”(워싱턴포스트) 등의 찬사를 받아왔다.
이날 캘리포니아주에서 열린 시상식은 코로나19 때문에 참석자를 최소화했다. 화상으로 수상 소식을 접한 정 감독은 출연진·스태프 이름을 하나하나 호명하면서 “모든 미나리 가족에게 고맙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자택에서 딸을 껴안은 채 미소 띤 모습으로 “여기 함께 한 딸이 이 영화를 만든 큰 이유다. 미나리는 가족 이야기다. 그들만의 언어로 이야기하려고 노력하는 가족의 이야기이고, 그 언어는 단지 미국의 언어나 그 어떤 외국어가 아니라 진심의 언어(Language of Heart)”라고 소감을 전했다. ‘미나리’는 덴마크의 ‘어나더 라운드’, 프랑스-과테말라 합작의 ‘라 로로나’, 이탈리아의 ‘라이프 어헤드’, 미국-프랑스 합작의 ‘투 오브 어스’ 등과 외국어영화상을 놓고 다툰 끝에 트로피를 쥐었다.
그러나 ‘미나리’는 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가 주관하는 골든글로브에서 주요 대사가 영어가 아니라 한국어란 이유로 작품상이 아닌 외국어영화상 부문으로 분류돼 ‘인종차별’ 논란이 일기도 했다. ‘페어웰’을 연출한 중국계 영화감독 룰루왕은 “올해 ‘미나리’보다 더 미국적인 영화를 본 적 없다. 영어 구사만으로 미국적인 걸 특징한다는 구식 규정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로써 아카데미 전초전으로 불리는 골든글로브에서 한국계 영화가 2년 연속 외국어 영화상을 수상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지난해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골든글로브 3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됐다가 외국어 영화상을 수상했고 기세를 몰아 아카데미 영화상에서 작품상 포함 4관왕에 올랐다.
<사진제공 - 판씨네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