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회 부천 국제 판타스틱영화제에서 작품상을 수상한 <신체 모음. zip>은 한국 공포 영화 신에서 새로운 도전과 희망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했다. 공포 장르는 인기가 있지만 종종 '팝콘용'이라는 인식으로 간주되어, 대중들의 관심이 줄거나 인디영화로 분류되기도 한다. 그러나 <신체 모음. zip>은 국내에 다양한 개성을 가진 연출가들이 담은 6가지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다. 모든 이야기들이 하나로 연결된 신체 부위라는 주제로 기획하며 공포 장르의 특징을 탁월하게 살려냈다. 한국 공포영화 장르에 희망의 끈이 된 한국 공포영화 장르에 희망의 끈이 된 <신체 모음. zip> 을 통해 앞으로 다양한 형태의 공포 영화를 기대해 보자!
1. [RSK] 안녕하세요, 감독님들! 만나서 반갑습니다. 그럼 아래 질문들에 대한 답변 부탁드리겠습니다.
- <토막>의 최원경 감독님께 질문드립니다. <토막>은 영화 ‘신체 모음. zip’의 전반적인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구성력을 가집니다. 오히려 하나로 이어졌으면 어떨까 란 생각도 해보게 되는데요. 여기에 대한 감독님의 의견을 듣고 싶고, 또 아쉬움 부분은 없으셨는지 질문드려요.
<신체모음.zip>의 프레임 스토리 인 토막은 다섯 편의 공포영화를 연결 짓기 위해 탄생했습니다. 20분 동안 한 번에 보는 영화가 아닌 104분 동안 다섯 번 끊어 보는 영화입니다. 그렇기에 서사가 긴 영화로 인식되는 장점이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더 큰 세계관을 그릴 수 있고 스토리 생략도 과감하게 할 수 있죠. 하나로 이어서 보면 어떨지 저도 궁금합니다. 영화를 보며 늘 아쉬운 부분은 다른 감독님들의 영화가 끝나고 토막이 재시작되는 순간, 그 연결되는 부분의 연출입니다. 감독님들 영화가 가진 분위기를 좀 더 끌어왔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볼 때마다 합니다. 많이 아쉽습니다.
- <악취>의 전병덕 감독님께 질문드립니다. <악취>는 배우분들이 소화도 잘해주었지만 시나리오상의 캐릭터 자체가 매력적입니다. 전체적인 몰입감도 좋아서 공포라는 주제를 떠나 한편의 임팩트 있는 단편영화를 보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감독님으로써 가장 중요한 연출 포인트는 어떤 부분이었는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단편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주인공이 냄새에 집착하여 자기 파괴적으로 가는 감정 변화를 관객들에게 자연스럽게 전달돼서 점진적으로 조여오는 긴장감을 강조하고 싶었습니다.
- <귀신 보는 아이>의 이광진 감독님께 질문드립니다. <귀신 보는 아이>는 내용적으로 ‘신체 모음. zip’의 에피소드들 중 가장 스케일이 있어 보였습니다. 다이내믹한 상황들이 힘 있는 구성력을 가지는데요. 관객들에게 어떠한 내용을 전달하고 싶으셨는지 메시지를 한마디로 설명해 주세요.
관객들로 하여금 불가항력적인 심연의 공포를 느끼게 하고 싶었습니다. 도진(배우 강진규) 패거리가 영안으로 바라본 빌딩은 온갖 귀신들로 가득 찬 이 세계의 공간으로 전환됩니다. 도진 이가 가장 안전하다고 믿었던 장소는 탈출 불가의 지옥, 그 자체가 되고 그들은 인간의 나약함을 드러내며 절망하고 무너집니다. 더 나아가 대한민국 오컬트의 세계관을 <귀신 보는 아이>로 확장하여 장편이나 스핀 오프로 가능성을 엿보고 싶었습니다. 그런 면에서 에피소드 자체가 프롤로그일 수도 있겠네요.
- <엑소시즘.넷>의 지삼 감독님께 질문드립니다. 엑소시즘 이란 주제를 통해 짧은 시간 내에 임팩트에게 표현 한다는 게 감독으로써 부담이었을지도 모른단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단편이 아닌 장편의 일부를 보는듣한 느낌도 가져봤습니다. 저는 보는 내내 상당한 긴장감과 몰임감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감독님께서 <엑소시즘. 넷> 을 통해 보여주고자 하신 의도를 설명해 주세요.
안녕하세요.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엑소시즘. 넷>을 연출한 지’삼입니다. 일단 엑소시즘이라는 주제는 다른 공포들보다 현실적인 부분이 있다 보니 짧은 시간 안에 표현하기 어려웠던 부분들도 있었습니다. 제가 엑소시즘을 소재로 선택한 이유는, 저는 동시간에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는 공간에서 영적인 의도나 능력이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 저는 가장 공포스럽게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고교생이 만드는 아마추어 일인 콘텐츠에서 사건이 발생되고 그 고교생의 콘텐츠를 보는 악령과 사람들이 서로 미디어를 매개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걸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공포적인 측면에서 그렇다고 한다면, 의미적 측면에서는, 저는 곁에 있는 한 사람의 힘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인 것 같아요. 친구일 수도 있고, 가족일 수도 있겠죠. 진심으로 믿어주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으면 사람은 잘 무너지지 않는 것 같거든요.
그런데, 제가 엑소시즘 관련 서적을 보면서 “구원은 신께 있지만, 구원의 손길은 오직 곁에 있는 이웃 한 사람이 내밀 수 있다.”라는 의미의 구절을 읽고 굉장히 공감했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어떻게 표현해야 잘 전달이 될까 고민을 하다가 친구관계가 중요한 10대 또래집단의 이야기, 수능시험을 코앞에 둔 고삼 수험생이지만, 그럼에도 친구를 포기할 수 없는 여고생들의 이야기로 만들어 보았습니다. 악령 빙의와 구마의 공포의 측면에서도 한 이웃의 손길이 사람을 구한다는 주제의 측면에 서도 아직 못다한 이야기가 많은 것도 사실이라 장편영화 버전도 열심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 <전에 살던 사람>의 김장미 감독님께 질문드립니다. 주인공이 새로 이사한 집을 통해 이전의 살던 무언가와 현재 상황이 어떤 특별한 연결고리가 있다고 느끼면서 가지게 되는 공포 요소들이 인상적입니다. 그러한 부분들이 관객과 함께 호흡되는 게 이 영화의 가장 중요한 구성이라고 생각됩니다. 이 이야기를 통해 어떠한 공포를 관객들이 느끼길 바라셨는지 촬영 중 에피소드가 있었다면 간단히 설명 부탁드립니다.
직설적이면서도 그러나 점점 옥죄어 오는 공포영화를 만들고 싶었고, 그러면서도 나름의 메시지를 영화에 담고자 하였습니다. 때로는 자신이 만든 편견은 스스로를 더 가둬 놓을뿐더러 이는 곧 두려움으로 다가와 공포로까지 이어진다 생각됩니다. 누구나 자라온 환경이 각기 다르기에 자기중심적인 사고를 가지고 살아가다 보면 본인만의 편견과 고정관념은 생길 수밖에 없고, 이러한 편견은 나쁘다고만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세상에서 가장 두려운 게 있다면, 자신이 믿고 있던 모든 것들이 다름을 알게 되는 순간,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람의 마음이 두렵게 여겨지며 이것이야 말로 공포 그 자체 아닐까 싶습니다.
이러한 생각들을 공포라는 소재를 통해 가장 익숙하고 편안해야 할 집인 나만의 공간이 어느 순간 낯설게 느껴지고, 불안과 공포에 휩싸여 일상이 무너지는 순간을 ‘전에 살던 사람’을 통해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또한, 한국 사람이라면 모두가 공감할 전세난과 내 집 마련.. 그러나 소유의 기쁨도 잠시, 대출 이자 내기가 빠듯한 현실을 겪고 있는 우리네 사회 분위기를 생각하면 영화와 별반 다름없이 공포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첫 번째 에피소드로는, 사람들 붐비는 시간을 피해 저는 새벽시간대에 스터디 카페에서 시나리오 작업을 종종 했었습니다. 어느 날, 창가 쪽에 자리를 잡고 시나리오 작업하던 중에, 화장실이 급해 일을 보러 갔더랬죠. 일을 보고 있는데 마치 시계 초침과 같은 일정한 박자로 빠르게 뭔가 흔들리는 소리가 들려 뭔가 싶었는데... 화장실 휴지통 뚜껑이(스윙 되는 형태임) 빠른 템포로 미친 듯이 스윙을 하더라고요. 참고로 바람 한 점, 옷 긴 한번 스치지 않았는데 말이죠;; 너무 무서워 급히 나와 자리로 돌아와 앉아 진정시킬 세 없이 분명 통 창 전체에 닫혀있었던 블라인드들이 제 자리 옆만 올라가 있는 걸 보고 너무 무서워서 자리에 10여 분 너무 게 옴짝달싹 못하고 있었습니다.
두 번째로는, 시나리오를 쓰는 프리프로덕션과 촬영 내내 심하게 가위에 눌려 너무 힘들었습니다. 극 중, 지수가 가위에 눌리는 장면은 제가 겪은 가위눌리는 상황을 그대로 연출한 것입니다. 실제로 보았던 배 위에 올라와 앉아 날 뚫어지게 보고 있는 검은 형체를 표현하고자 했지만 영화에 완성된 장면은 솔직히 제가 겪은 상황의 반의반의반도 안되는 이미지인 것 같네요.
- <끈>의 서형우 감독님께 질문드립니다. <끈>을 통해 제가 개인적으로 느낀 부분은 ‘끈’이라는 소재와 특수한 상황에 노인 두 남녀의 모습을 통해 한편으로는 뮤직비디오의 구성력이란 생각을 해보게 되었는데 알고 보니 감독님께서 뮤비 감독님이시더라고요. 보는 내내 관객의 입장으로 가진 갑갑하고 언제 이 이야기의 스토리가 풀리고 매듭지어질까란 긴장감을 주는 포인트가 핵심이었다고 생각됩니다. <끈>의 감독님이 의도하신 엔딩 해석과 관객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한마디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뮤직비디오나 CF 감독으로 경력을 시작했지만 어쩌면 “영상”이라는 것은 관심 없던 사람도 보게끔 하는 것이 첫 번째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부분에 있어서 영화의 전반적으로 흐르는 색감과 무드에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그런 기본 장치 안에서 제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그렸습니다. 제가 아파트에 살면서 느낀 것은 벽하나를 두고 참 많은 사람이 모여 산다.
참, 우리나라는 특이한 주거형태라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그러면서 서로를 너무 증오하는구나 너무 간섭하는구나 서로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되어 엉키고 설키면서 사는구나라는 생각에 이르렀고 그렇다면 이런 관계에서 제일 사람들을 죽이고 싶은 사람이 누굴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 사람들이 서로를 증오할 때 반드시 거쳐 가는 직업은 경비원이라 생각했고 이렇게 배려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교훈을 주고 죽이는 설정으로 이 영화 시나리오를 썼습니다. 그러다 작업 마지막에 단편들이 하나로 합쳐지면서 자연스럽게 제가 설정했던 맥락이 사라져 버리고 누군지 알 수 없는 사람에게 끈으로 묶여 일어나는 남녀의 이야기로 바뀐 케이스입니다. ㅎㅎㅎ 대전제를 잃어버려 단편의 당위성이 많이 떨어져서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하며 열심히 만들었습니다
2. [RSK] 지금까지 긴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더 좋은 작품으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Photographs by Rolling Stone Korea